〈 98화 〉 중간지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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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가능하기만하다면도울수있어요.애런이웨더의가주가된다면계약불이행이아니라재조정으로받아들여질테고,저희가걱정하던문제도해결될테니까요."
레오네는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수가통한것같아다행이었다.
"하지만,어떻게할생각이시죠?"
"쓸수있는건뭐든쓸겁니다."
웨더가문의야욕이남아있는한,일시적으로전력을약화시키는것은근본적인해결책이되지않는다.
지금강한웨더가문에게빚을지워두면더확실하고근본적으로전쟁을막을수있다.
"알겠어요.당신이애런을가주로만들수있을정도로큰도움을준다면,백조용병단은당신편에서싸울거예요."
조건부지만,일단지지선언을받아냈다.앞으로는내가일을성공적으로마치는것뿐이다.
"애런은좀더후방에있을거예요.위치를알려드릴게요.백조용병단의이름을대면쉽게통과할수있을거예요."
한번도보지못한사람을믿어야하는건크나큰불안요소였지만,그래도시도할가치는있었다.
최악의상황에모든것이실패하더라도,내시간외에는아무것도소모되지않을테니까.
"그래도,시간이많지않아요.조금이라도늦어진다면결국선약을따를수밖에없으니까요.분위기가심상치않아요.언제웨더가문이움직여도이상하지않죠."
"알겠습니다."
싸움을원하지는않는것같았다.불행중다행이었다.여기서도싸움과약탈을이유로내제안을거부한다면,좀더폭력적인수단을써야할지도몰랐으니까.
"그런데고용된다음부터는뭘하는거죠?그뒤에도명예롭지않은일이거나,지나치게위험한일은받을수없어요.미리확인해두는게..."
"중간지대로갈겁니다.그곳에서찾아야할물건이있어요."
"찝찝하겠네요...뭐,그정도면좋아요.성공하길빌게요.꼭같이일하고싶으니까요."
용사로알려진나와일하는것보다는,엘레노어를노리고있는눈빛이었다.눈이마주치기만해도존경심에얼어붙어쭈뼛거리는모습이마치연예인을본팬처럼느껴졌다.
문밖으로나가자다른여자들이우리를기다리고있었다.셀리아가불쑥다가오며말을걸었다.
"자,잘됐어요?"
"일이좀복잡해졌지만,포기할정도는아니야."
시간은부족하고할일은많았다.하지만,제일먼저처리해야할일은백조용병단의일이아니었다.
"일단은독전갈용병단야영지로가야겠어.마무리를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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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주머니!좀싸게주세요!무슨보리가격이이렇게비싸요?"
시장에간세레스는매대의물건을신중하게고르고있었다.시간이좀오래걸리기에무슨일인지궁금해나가봤지만,별다른문제는없는것같았다.
당연하다면당연한일이었다.제대로보지는못했지만,오크와의전투에서세레스가검을쓰는모습은꽤살벌했다.
지금그녀가무기를들고있을것같지는않았지만,전쟁터한복판도아니고불량배몇명에쩔쩔맬것같지는않았다.
"이것도손해보고파는거야.요즘물건이없어.식량을다쟁여두면쟁여뒀지,팔겠다는사람이없다고."
평범한농민들에게전란에대한정보가들어갈리는없었지만,이들도경험적으로알고있는것같았다.
이곳이분쟁지역이었던것이하루이틀일도아닐것이고,나이가지긋한사람들은피난과전쟁에대한공포를느끼고있을것이다.
용병이돌아다니고,병사들의움직임이잦다.웨더가문의영지병중에는이마을의청년도포함되어있을테니,공공연히말하고다닐수는없더라도피부로전란을느끼고있을것이다.
"그리고,무슨메이드가이런곳에서보리를사고있어?차라리밀을좀사가는게어때?"
"저희주인님이먹을음식을사는게아니거든요.음,고기는충분히있을것같은데,순무는어디구석에서자라고는있었던것같고.흐음..."
자원이부족하다.
대부분의땅이그럴것이다.지금은모아둔풍족한자원을사용할때가아니라,마왕군때문에파괴당한땅을복구하고생산시절을재건할때다.
웨더가문이상대적으로부유하고강하다한들,그여유가이런변경의농민들에게까지이어질리없었다.
"아니,진짜이이하로는못줘.얼마나더오를지모르는데지금곡식을다쓸수도없고."
"으...알았어요."
이사람들의곡식을사들이는것으로또다른문제가생길수있었다.일이잘풀리면다행이지만,싸움이벌어진다면웨더가승리하든패배하든현지의곡물들을조달하려할테니까.
아군의영토이니무작정징발하려들지는않을테지만,돈으로살곡물이없다면농민들의곡물을빼앗는것도마다하지않을것이다.
당장싸워야할용병과병사들의사기를유지하는것은농민들의불만을감수할만한가치가있는일이다.
"세레스,수고했어.이정도로하자."
"아,주인님!어서오세요!거의다끝났어요!"
꼼꼼하게곡식들을살펴보던세레스가나를보고활짝웃었다.
"너무많이살필요는없어.어차피마차짐칸에안실리는물건들은못가져갈테니까."
수송도문제다.사람이함께타고있는마차한대에실어옮길수있는곡식에는한계가있다.
한번의배고픔을달래주는것,그이상의의미는없을것이다.
"출발하자."
어떻게든평화롭게해결하고싶다.
마왕군과싸웠던경험때문일지도모른다.내관점에서,인간은모두피해자였다.
악행을저지르는사람이나비열하고이기적인사람을만나지못했던것은아니었다.하지만그들의약탈과악행은목숨을건행위였다.
당장내일굶어죽을처자식을위해절박한마음으로저지르는범죄다.독전갈용병단이라고크게다르지는않을것이다.
그들의성채앞에다다르자,익숙한얼굴의경비가기다리고있었다.
"어,형씨.또왔어?"
한명은아는사람이었고,다른하나는처음본소년이었다.아직앳된기운이가시지않은어린용병이조잡한창을들고서있었다.
"이분은..."
"내동생이야!똘똘해보이지않아?"
"그렇네요."
잠깐내려함께웃어준다음,나는다시세레스를재촉했다.시간이많지않았다.
"바로들어가도되겠죠?"
"잠깐만기다려봐.대장이방문자가있을때간부허락을맡으라해서...야,빨리갔다와!"
"알겠습니다!"
어린용병이부리나케달려갔다.다른용병은흐뭇한미소를지었다.
"아버지랑어머니는돌아가셨고유일하게남은가족이지.어떻게든싸워보겠다고안달나있던데,엄청대견하다니까."
"일이잘되면좋겠네요."
"그렇지?돈만충분히벌면정착할놈들정착하고,용병일할놈은계속하고좀갈라질수있을테니까.나는계속용병일로먹고살고싶지만...저놈은좀다르거든."
잠시기다리자,그어린용병이돌아왔다.
"그,들어오라고하셨습니다.그런데..."
안색이좋지않았다.
"무슨문제있어요?"
"아,아닙니다!안으로들어오시면됩니다!"
다급하게나를부르는모습을보자불안함이한층커졌다.
하지만천천히정보를확보할만한시간도없었다.이런소규모용병단이흉수를꾸며봐야위험하지않고,아예함정으로걸어들어가상황을보는게최선이다.
분주하다.싸움을앞둔사람처럼혼란스러워하고있다.
대장이있던천막에들어가기도전에,긴칼을흉흉하게들고있는독전갈용병단의대장이나를맞이했다.
"다리아플까봐대신나왔는데,꼽진않지,응?"
"환영인사인가요?고마워요."
"인사?인사좋지.우리용병단은배때기에칼빵을꽂아넣는인사를하거든?받아줄거지?"
그막대한수의인원은그자체로위협적이다.그들이유리하다고생각하기때문인지,독전갈용병단은각자무기를들고우리를포위하기시작했다.
"오해를피하고자여쭤보고싶은게있는데,혹시이러시는이유같은게있습니까?"
"그건우리가묻고싶은데,백조용병단에꼬리를치는개새끼가어딜들어와!"
독전갈용병단의대장이기세등등하게소리쳤다.다른간부들도그에응해맞장구를쳤다.
"그년들때문에두들겨맞은우리단원들이한둘이아니야!"
"사업은방해하고,같은용병이면서콧대는더럽게높고!그런새끼들은다깔아뭉갠다음..."
사이가좋지않았던건가.
활동범위가겹치지않을거라생각했다.신뢰도를바탕으로귀족들의의뢰를받을백조용병단과잡다한의뢰를전부받을것같은독전갈용병단이다.
소소한열등감은가지고있을지언정,대놓고적대하지는않을거라생각했다.
"의뢰?하,의뢰는무슨.금화로우릴꼬셔놓고누명을씌워경비병에넘길생각이었겠지?우리가막살긴해도무식하진않아."
"어떻게하면오해를풀수있겠습니까?"
"어떻게하면우릴속여넘길수있겠냐고?꿈도꾸지마.네가해줄일은얌전히시체가되고,남은여자들과금화를넘기는것뿐이다."
나는주위를살폈다.결정해야한다.
흥분한사람들도있었지만,이걸떨떠름해하는사람도없잖아있었다.눈빛이흔들리고손에힘이들어가있지않다.
군중심리때문에필요이상으로과격해진사람도있을테니,독전갈용병단에게도이행동은분명이례적인일이었을것이다.
"대장,이거진짜위험할수도있습니다.백조용병단이상부에이일을보고하기라도하면..."
"또쫄았냐?그꼰대들이일러바치면어쩔건데?웨더가문에서도그냥'용병끼리사이가안좋나보다.'하고넘길걸?그들이우리도움을거부할이유가없잖아!"
아쉬웠다.이렇게되지않으려고나름대로노력해봤지만,나는결국선택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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