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중간지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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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필요하십니까?"
오히려그가내게반문했다.나는아무말도하지못했다.
"당신이그분께간청한다면에리니스께서는도우실겁니다.분명,여신께서는당신을사랑하십니다."
"그렇다면..."
"하지만,저는아닙니다.익숙한힘이느껴져인사나나누려했을뿐,제게주어진섭리는당신을향하지않았습니다."
늙은사제는따뜻하게웃었다.지팡이와두발걸음은언뜻느리고약해보였지만,단신으로수도에서여기까지온사람이다.산적이나야생동물몇몇은손쉽게해치우고왔을것이다.
"같이모험을떠나시는분이...이분들이군요."
그는천천히내일행들을바라보다가,셀리아를보고시선을멈췄다.
"반갑습니다,성녀님.고민은해결하셨습니까?"
"아니요...아직답이없으시네요."
"당장은아니더라도,분명신께서응답하실겁니다.뭐,응답하지않는다한들어떻습니까.저희는그저따를뿐이죠."
그말을마지막으로,복수의여신을섬기는사제는우릴떠나걸어갔다.
"...위험하군."
"너도아는사람이었어?"
엘레노어가침음성을흘렸다.
"악인은아니지만,위험한사람이다.귀족사이에서는일종의해결사였지."
복수의여신을찾아가는사람이사회안정을바랄리없었다.무언가'현체제에서는불가능한'복수를이루기위해그를방문했을테니까.
"하지만이유없이우리를적대할사람도아니고,너를아는사람이라면더무해할거다.그래도일을빨리처리하는편이좋겠다.어떤식으로든사건이터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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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여기맞아?"
백조용병단이머물고있는곳은여관이아니었다.귀족까지는아니더라도,꽤이름있는상인이머물법한저택이었다.
"맞아요!얘네들,엄청부자라니까요?"
"일단들어가보자."
안에는,용병이라고인지하기도어려울정도로깔끔한사람들이있었다.
이곳저곳에진열된갑옷들에백조무늬가있는것이아니었다면,이곳이아닐지도모른다고생각하고나왔을지도모른다.
"어떻게오신분들이세요?죄송하지만지금가입신청은안받고있어서..."
"의뢰할게있어서왔습니다."
"그래요?따라오세요!대장님은지금위에계실거예요!"
안내를받아용병대장이있는곳으로올라가자,문이열리기도전에고성이들려오기시작했다.
"진짜,대장.이대로면안돼.아무리생각해도..."
"여기서이거저거더따지면?그다음에어떻게할지는생각해봤어?"
나를안내해준용병도나만큼이나당황한것같았다.
"기다려야할까요?"
"아,아니에요!가끔저러시니까너무걱정하지마세요.대장님,대장님!손님오셨어요!"
용병이문을똑똑두드리자,안에서나는소리가잦아들었다.
"들어오시죠."
깔끔한책상에앉아있는용병대장은,아까의말다툼이마치환청이었다는것처럼차분하게우리를맞이했다.
"반갑습니다.백조용병단의단장,레오네입니다."
용병특유의절제되지않은느낌이없었다.차라리기사단이라고했다면더이해하기쉬울법한차분한분위기였다.
길게늘어뜨린금발에하얀정복을입은그녀의모습은,너무나도익숙한기사의모습이기도했다.
"맡기고싶은일이있습니다."
"오래걸리는일은안돼요.급한일이아니면이번일이끝난다음에맡겠습니다."
"급하다면급한일이지요.쉽게끝날일도아니고.이미다른용병단들과접촉했고,함께처리해주시면될것같습니다."
다른용병단이라는주제가나오자,레오네의안색이바뀌었다.
"저희용병단을쓰시면다른이들과협조할필요는없을겁니다.비록수는많지않지만하나하나가기사출신의정예니까요."
역시기사였던걸까.
수가그리많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핵심전력으로분류되는이유를알것같았다.
일평생을자물쇠따기에바친도둑을농부출신잡범들이따라잡을수없는것처럼,인생을싸움에바친기사들을일반용병들이상대할수있을리없었다.
"그러면,다른용병들과협조하실생각은없을겁니까?앞으로도계속?"
"꼭필요한일이아니라면그렇습니다.아무래도가치관차이때문에충돌이생기더군요."
쉽게정보를풀생각이없는것같았다.유의미한대화를하려면,그들을더이해할필요가있었다.
"사적인질문입니다만...기사출신이라고하셨는데,어떻게용병이되신겁니까?"
"부끄러운일도아니니말씀드리지못할건없겠네요."
이것도알려주지않으면반쯤포기하려했었다.그래도특별히경계하지않고말을이어주는걸보니,우리를필요이상으로적대하고있는것은아니었다.
"마왕과의싸움에서주군을잃었어요.후계자가있었지만,영못미더운사람이었죠.가문으로돌아가기도마땅치않았고요."
나는말로만들어봤던이야기지만,후계자가바뀌면서지지세력이갈라지는것은흔히있는일이었다.
"그렇다고고향에들어가농사를짓기에는좀아쉽고,각자사정으로가문에들어가지못하는단원들도있었어요."
"따로불러주는사람은없었습니까?"
"있었지만,한분도빠짐없이우리중한두명씩만받아들이려하더군요.그걸원했던건아니었어요."
전쟁도끝났는데,기사단을더편성할정도로돈이많은귀족이많을리없었다.
기사단은그능력만큼이나품위와위세도중요하다.상대가마물이아닌한전투는최후의선택이고,세를불려싸우지않고이기는게희생을최소화하는방법이니까.
기사딘이용병이나일반군대처럼수로위력을과시할수는없을테니,적어도평시에는위엄있고깔끔한분위기를보여줘야했다.
그들이연봉을파격적으로깎는다해도,그갑옷과무기,말이나개인의치장에소모되는비용이적지않았을것이다.
"드물게우리를불러주는사람은,저희신념상도저히들어갈수없었던가문인지라...용병이되었죠."
모두가힘들어하고있는와중에부를자랑하고,마왕의위협이사라졌는데전력을확충하려드는귀족이올바른사람일리없었다.
위기에몸을숨기고,남이약해진틈을타타인의것을빼앗으려는사람일테니까.
"멋지네요."
"고마워요.그렇게말해준사람은거의없었거든요."
이런사람들이라면차라리직접적으로의도를밝히는편이좋을수도있었다.어느정도위험을감수하더라도,신념을가진사람의오해를사는것보다는나을것이다.
"용병을쓰려는데에는제개인적인이유도있지만,전쟁을막고싶기때문이기도합니다."
조금은위험한행동이다.하지만,왜그녀가전쟁에참여하려하는지이유를알아야했다.
"전쟁..."
레오네가인상을찌푸렸다.
"어디까지알고오신거죠?윌리엄공이얘기해줬나요?"
"예."
"그분과도함께싸운적이있었죠.마물을베어넘기던모습이참용맹했는데...어쨌든,확실히말해드릴게요.저희는이싸움에서물러날수없어요."
무익한희생을싫어하고정의를위해목숨바칠수있는것과별개로,기사들은싸움을두려워하지않는다.생명이사라지는것을겁내지않는다.
"왜죠?"
"우선,신뢰때문이에요."
"정식으로계약을맺었습니까?"
"그건아니에요.하지만,단지접촉이있었을뿐이라고우리가그들의신뢰를저버리면아무도우릴찾지않게될거예요."
"음..."
"다른용병들처럼마을과계약해늑대를정리하고,마물몇놈을사냥하기위해숲을뒤지는식으로는백조용병단이유지될수없어요.어떻게든귀족과의계약을맺어야해요."
몸값이비싼용병들이없는것은아니었지만,이들처럼신념을지키기위해스스로용병을선택한이들은더힘겨울것이다.
"웨더가문과의신뢰를잃으면다음부터는아무도우릴불러주지않겠죠.게다가,개인적인사정도있어요.이싸움에서웨더가문이꼭이겨야할사정이."
"사람들이죽을텐데요.약탈당하는사람도,고향을잃는사람도있을겁니다."
"저희와상관없이그런일들이일어날거예요.적어도저희가열심히싸워공을이루면,우리가점령한곳의주민들은안전할수있겠죠."
약탈을생각하고있는것은아니었지만,어쩔수없는희생은받아들이겠다는생각일까.
"전쟁은일어날겁니다.이미웨더가문의생각은굳건해요.이곳저곳흘려도될정보는아니지만...알드길드가문도이미알고있을테니상관없겠지요."
"저희가세거대용병단을모조리고용해도전쟁이일어나겠습니까?"
"우리를영원히고용할수는없어요.새로운용병단이들어오는것을막을수도없고,최악의상황이라면직접영지의병사들을이끌고공격할겁니다.웨더는이미그럴생각이에요."
이런생각이라면수가없었다.일단대화는통하고있었지만,이렇다할미끼를끌어낼방법이없었다.
최악의경우무력행사도생각하고있었던독전갈용병단과는달리,힘으로제압할명분도없었다.
"그래도용병이필요하신거라면,이름을알려주세요.일이끝나고저희가찾아뵐 테니까요."
일이생각대로풀리지않았을때는나라도중간지대로들어가야했다.
"에네렐입니다."
"에네...렐?잠깐, 그렇다면 설마뒤에얼굴을가린분이 설마...혹시,레오드린가문의에네렐남작님이십니까?"
눈이휘둥그레진레오네의얼굴을보자,내가실수했다는사실을깨달을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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