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94화 (94/217)

〈 94화 〉 중간지대­8

* * *

"분위기가영흉흉하군."

마차에서내린엘레노어가초조하게침을삼켰다.

독전갈용병단들이모여있는곳은조잡한석재성채였다.

이들이이걸만들었다고는생각하기어려웠다.몇년,몇십년전에군대가직접들어와만들어둔성채일것이다.

"그래도헛걸음은안해서다행이지.가자."

입구에있는용병들은당황한눈초리로주변을살폈다.

"여긴독전갈용병단주둔지다!볼일없으면썩꺼져!"

"아니,헤,잠깐만기다려봐.지랄하려고온애들은아닌것같은데?"

하지만마차안에있는사람이그리많지않고,대부분여자라는사실을깨달았는지미소지었다.

"안그래도심심했는데,어서오십쇼.일단안에들어가셔서대장허락은받고영업하시면됩니다.뭐야,뒤에있는너는제니아니냐?"

"..."

경박해보이는용병이제니를불렀다.그녀의표정이좋지않았다.

"얼굴은반반하니되지도않는용병일하지말고창녀나하라했던게엊그제같은데,결국내말을들었네?"

"그런거아니거든요!"

아름다운여자는많고남자는하나밖에없으니,우리를창녀무리로보고있었던건가.

기분은더럽게나빴지만,차라리이게나았다.딱보기에도더러운이빨과잔뜩구겨진옷을보면이들은최소한의지식도없는진짜용병들이었다.

비싼마차가신분을상징한다거나,이런곳에소수인원으로들어오는사람은그럴만한능력이있다거나하는상식이통용될상대가아니었다.

괜히입구에서부터시비에걸려주먹다툼을하는것보다는훨씬좋다.

"저희는그런의도로온것이아니라,이용병단을고용하러왔습니다."

"고용?대장이곧큰건한다해서기다리고있었는데...어지간한돈으로는어림도없을걸?"

"돈은충분히있습니다."

"아하..."

순간그의눈이탐욕으로물들었다.하지만곧바로내주머니에손을댈정도로자제심이없는이는아니었는지,이내고개를끄덕이고우리를안내했다.

"따라오십쇼."

울프처럼협조적인사람이있을거라는기대는하지않았지만,그걸감안해도영불안했다.

군기잡힌상태를기대하지는않았지만,지나칠정도로주위의용병들이자유로웠다.게다가무장상태는끔찍할정도로빈약했다.

누더기를걸친채녹슨검을들고있는용병들이적지않았다.몇몇은아예검도기다란길다란나무막대기를들고있는이들도있었다.

나이도다양했다.지나치게어리거나지나치게늙은용병들이구석에옹기종기모여있었다.

"기분나쁜냄새가나는구나..."

파시어가인상을찌푸렸다.내코에도느껴졌다.

얇은천위에앉아가루에불을피우고있는용병이있었다.마약이었다.

실망스러웠지만,그렇다고우습게보이지는않았다.

수가많다.인간과인간의싸움에서,그수의차이는절대적이다.

"여기요.예의따지는분이니까인사잘하쇼."

천막에들어가자,거만한자세로침대에앉아있는비쩍마른사내하나가보였다.바닥에는벌거벗은여자가의식을잃은채쓰러져있었다.

"귀족냄새나는양반이여긴뭐하러왔어?"

무례하다.하지만울프쪽이이례적인상황이었고,일반적인용병은딱이정도의말을쓰는게일반적일것이다.

"그쪽을고용하러왔습니다."

"웨더가문에서온거아니면꺼져.아니면금화를넉넉히내놓으시던가."

나는그의앞에서금화가가득든주머니를흔들어보였다.입구를열고안을손으로휘저어,그안이황금색으로가득차있다는것을증명했다.

"뭐,그돈이면얘기가좀다른데...어딜털면되는거지?"

눈이휘둥그레진용병대장은탐욕스러운미소를지었다.

"터는게아니라,중간지대안으로들어갈겁니다."

"거길?안돼."

하지만내가행선지를말하자마자,그는바로웃음을거뒀다.

"왜죠?"

"뻔하지.털놈이없잖아?"

내가산적과대화하고있는것아닌가하는의구심이들었다.

"돈은충분히드릴텐데요."

"금화야많을수록좋지만,그런위험한곳에들어갈생각은없어.얻는것은없고,죽을애들은많고."

쉽게설득하기어려워보였다.

"우린꽤인원이많다고.이사람들이다같이움직이면식량은어디서구해?농담이아니라,아무적도안만나고여기있는찌끄래기중삼분의일은죽는소리를낼걸?"

생각없어보이는외견과는달리,아예사리에맞지않는말을하는건아니었다.

저정도로훈련되지않은용병들을이끌고위험한곳에들어간다면,필요이상으로큰손실이따를테니까.

"이쪽에서노력한다면그정도는준비해줄수있습니다."

"뭐,돈이있으면식량이야살수도있겠지.여자는?약은?"

슬슬인내심에한계가오기시작했다.약탈을당연시하는종류의용병이다.

군대든용병이든점령지에대한약탈은일어날수밖에없겠지만,그정도의차이는있을수있었다.

주민들에게최소한생활에필요한물자를남겨두고평화적으로이루어지는징발이아니라,말그대로산적과같은약탈이다.

"여자를돈으로사는건어떻습니까?"

"나야현찰박치기를할수있어도,밑에애들은아니거든?"

위험하다.손을잡는것이옳지않은선택일지도모른다.

내전에사용되는용병인만큼최소한의선을지키고있을거라생각했지만,어쩌면그선을넘을생각일지도모른다.

"뭐,꼭필요한일이라면네뒤의여자들을내게넘기든가.그러면좀생각해볼수도..."

"안됩니다."

일단그의말을끊긴했지만,이건불쾌한일이었다.어떤식으로든제지해야한다.

이것저것다제쳐두고보면,용사파티일행이내옆에있을이유가없다.

사과하고싶다는마음,죄책감같은건그저개인적인감정에불과했다.실질적으로내가그들을묶을수있는계약도없었고,나와함께한다고그들이얻을이익도없었다.

자존심센엘레노어가어떤행동을할지모른다.여기서억제해야했다.

어떻게행동해야이일을원만하게마무리지을수있을지고민하던도중,뒤에서묘한감각이느껴졌다.

"잠깐."

엘레노어가내옷자락을잡았다.몸과얼굴은꽁꽁싸매고있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는주위의시선을잡아끌고있었다.

한숨을깊게쉰나는,독전갈용병단의대장에게서등을돌렸다.

"일단여기까지하죠."

한번에성공하지못할수도있다는생각은하고있었다.독전갈용병단이어떤성향인지도알수있었으니,아예수확이없는만남은아니었다.

하지만거만한용병대장의얼굴을보고있자니,고민이깊어지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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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저들과손을잡는것은좋은선택이아니다."

그성채와의거리가조금벌어지자,엘레노어는바로나를불렀다.

"그래.다음부터는혼자들어갈게.이딴일에신경쓸필요없어."

독전갈용병대장의행동은분명무례했다.필요없는스트레스를줄필요는없었다.

그들은많았지만,그래도비슷한수준의적이상대일때기습이두려운법이다.

세계수도아니고수천의오크무리도아니라면,유사시에내몸하나정도는문제없이빼낼수있다.

"얼굴을기억하고있다.십년전,수도에서도망친범죄자다.그때도조직을운영하고있었지."

"그걸기억한단말이야?"

"기사가되기전에는,인정받기위해어떻게든공적을쌓아야했으니까.그때거의잡을뻔했지만실패했다."

이러면사정이더복잡해졌다.

어떻게큰세력을불릴수있었는지는뻔히보였다.붉은늑대용병단과마찬가지로,이곳저곳의실향민들을흡수한것일터.

"하지만,당장그를체포할방법이있어?웨더가문하고선이닿아있을텐데."

여기서엘레노어가자기신분을드러내면이곳을둘러싼사람들의긴장이격화될것이다.

"그건...전국적으로수배될정도로거물은아니었으니까."

"만일그가범죄자라해도,지금전부쓸어버릴수는없어."

웨더가문과연결되어있는용병단을매수했다면,그들은'저런신의없는놈들이있나!'하고방방뛸것이다.

하지만그들이하루아침에전부궤멸당한다면,이걸황가의개입이라생각할것이분명했다.

그리고어떤방식으로든엘레노어,혹은내이름과정보가그들에게들어가는순간그들은더기다리지않고다음전략을수행할것이다.

"지금네가무르게대처하면,다른사람이피해를볼수도있다."

"당장나보고어쩌라는거야?"

회담이끝난뒤,넌지시그의옆에있는여자에대해물었다.그는최소한이여자는창녀라고말했다.

성채에있는다른여자들에게도질문을던졌지만,적어도억지로끌려온사람은없었다.

당장먹을게없는가난한상황에서,선택의여지가없어몸을파는여자일지도몰랐다.하지만,당장독전갈용병단을쓸어버려야할명분은없었다.

"또바로죽이겠다고?저번에,너한테들이댔다가죽은그모험가처럼?"

"그건..."

"아니,잘했다.그래도잘참았네.내가아니었으면바로검을휘둘렀을거아니야?뒷감당은늘그랬듯이다른사람이할테고."

멀쩡한주점에서사람한명을베어버리고,그뒤에'저놈이수작을부렸다.'라고말했을때는어이가없었다.

결국그시체를치우고,피를닦고주점주인에게웃돈을줘달랜건나였다.

"그럼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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