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92화 (92/217)

〈 92화 〉 중간지대­6

* * *

돈얘기가나오자,용병대장의입에웃음이걸렸다.

"올라가시죠.어이,주인장!조용한방없어?"

"저희가준비해둔방은이미쓰고계셔서..."

"그랬던가?야,빨리올라가서내방좀치워봐!"

옆에있던그의부하는,등짝을세게맞고헐레벌떡올라갔다.다른용병몇명을끌어들인채로.

"용병단이꽤규모가크군요."

"이정도로놀라시면안됩니다.이여관에들어오기는너무많아서 근처에있는시설몇개를더빌리고있으니까요."

용병대장은눈을한번쓱돌려내여자들을훑어보았다.

귀를숨긴네르웬이나아예온몸을칭칭감은엘레노어는그렇다쳐도,마법사와성직자를함께움직일수있는것으로내신분이낮지않다는것을증명할수있을것이다.

"굉장히친절하시군요."

내가가지고있던용병에대한인상과다르게,그는싹싹한태도로나를반겼다.

"어차피돈받고일하는것아닙니까.귀한분들에게친절하게대하는법을모르면,이바닥에서오래일하기힘듭니다."

껄껄웃으며,그는잔에술을가득따라내게건넸다.

"최대한빨리손님맞을준비를하겠습니다.그전에일단일은좀잊고,편히즐기시죠."

잠깐머뭇거린나였지만,그의말에틀린점은없었다.

좋은일이다.쓸데없는분쟁을막고싸움을중재하는일이다.내귀환을위해필요한일이기도하다.

계속우울하게일해야할필요는없었다.전부내가하고싶어서하는일이니까.

"에네렐입니다.성함이어떻게되십니까?"

만약에일을성공시킨다면,꽤오랜시간동안함께일해야하는사람이다.작은정보라도얻어야한다.

"그냥울프라고부르시면됩니다."

그는호탕하게웃고,다시내빈잔에술을따라주었다.

"여기있는놈들은진짜정예중의정예입니다.백명이넘는우리용병단중가장머리좋고힘센놈들만모아둔녀석들이죠."

"오..."

생각보다수가많았다.전쟁을대비하는용병단이면이정도수는되어야하는걸까.

불한당여럿이무리를지어험한일을하는,거의용역깡패같은이미지였던용병과는사뭇다른모습이었다.

"오크대가리나산적대가리서넛씩은따고온놈들입니다.무슨일을맡기든해내실수있을겁니다...어이!끝났나?"

계단에서허겁지겁그의부하들이내려왔다.

"예,예!올라가시면됩니다!"

청소를했다고는하지만그리깨끗해보이지는않았다.여자냄새도나고,구석구석에흘린술이나고기조각들이떨어져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했다. 차마 안에서 숨을 쉴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잠깐밑에서기다리고있어.다녀올게."

다른여자들을남겨두고방에들어갔다. 그를 마주 본 채 자그마한나무의자에 앉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름다운분들이시군요.능력이대단하십니다."

"그런사람들은아니에요."

"에이,저쪽은그럴분위기던데요.혹시성직에몸을담으신..."

"아닙니다."

여신교단의사제들이전부독신으로살아야하는것은아니었지만,몇몇직위를맡은이들은독신의의무를지고있는경우도있었다.

"그러면이제일얘기를하죠.무슨일이든말씀만해주십시오.호위?물건회수?싸움이나약탈?뭐든말씀만해주십시오."

"물건회수?아니,가져본적이없으니탐색쪽에가깝겠네요."

"탐색입니까? 물론저희중에서도모험가출신이있긴하지만...솔직히말해서,단가가안맞을겁니다."

숲과산을헤치기위한무장과,인간의검과창에맞서싸우기위한무장은다르다.

거대한자연이나깊은던전과싸우겠다는각오를한사람과,사람과싸워죽이겠다는각오를한사람은같지않다.

아무리둘의분류가모호하다한들,모험가가할일에용병을쓰는것은낭비였다.

"저안에들어갈겁니다."

"안이라면..."

"중간지대라고불리는곳.그안에들어가찾아야할물건이있습니다."

울프는잠시눈을감았다.입을다물고있으니,노련한용병대장의압박감이느껴졌다.

"위험합니다.저희가말만이러는게아니라 무슨일이있을지 정말 모릅니다.별의별괴물을봤다는소리도나오고,안에서얻을물건은없습니다."

"그래도가야합니다."

"저 안에 있는 놈들과 전면전투라면...후,좀비쌉니다.이런말씀을드리긴어렵지만 저희가맡을수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정도면,용병치고는엄청나게신사적인사람이었다.

되든안되든눈앞의금화에눈이멀어일을받고 때가되면도망친뒤용병단의이름만바꾸고활동하는이들이많았다.

"괜찮아요.사람을더구할거고,전투는저희가할겁니다."

"그러면...무엇을찾고계십니까?"

"유니콘이요.살아있는유니콘."

단순히유니콘을사냥한다고될일도아니었다.사용을허가받은유니콘의사체를얻기위해서는그이상이필요했다.

"사람을더구한다는뜻은..."

"웨더가문이고용할법한용병이얼마나더있습니까?"

단순히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었다. 돈으로 가문의 전력을깎아내려야한다.당장내일전쟁이일어날지도모르는팽팽한분위기를끊어내야한다.

"그렇군요.그것부터걱정해야했군요.아예아무것도모르고오신줄알았는데.알드길드가문에서보냈습니까?"

"대화를좀하긴했죠.그래서,가능합니까?"

그가말을흐리자 나는주머니에서금화 주머니를 꺼내 그 중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거대 용병단의 대장이 혹하기에는 부족한 금화였지만, 내가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는지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사정이그리풍족하지는않습니다만,쉽지않은일이라는것은이해하고있습니다.충분한대가를준비했습니다."

"잠시만...시간을주십시오.생각을좀해야겠습니다."

입을다물고조용히생각하던울프는 한층진지해진눈으로말을걸었다.

"전황에영향을줄수있는거물이라면,근처에는셋정도가있습니다."

"셋?"

"저희를포함해서셋입니다.독전갈용병단은수가제일많지만 아마돈을많이주더라도어지간해서는들어주지않을겁니다."

"왜죠?"

"웨더가문과관계가깊기도하고,약탈을즐기니까요.물론근본은용병인지라돈을많이주면따르겠지만..."

딱히이상한말은아니었다.말이약탈이지,용병의입장에서보면가외수입이자생명수당이나마찬가지였다.

붉은늑대용병단이라고약탈을하지않을거라는생각도하지않았고,규모가크면당연히걸린게많을수밖에없었다.

"설득해야겠군요."

"쉽지않을겁니다."

그래도막막해보이지는않았다.

용병이중시하는것은눈앞의힘과돈이다.돈으로해결할수없는문제가있다면,힘을보여주면된다.

"백조용병단은쓸데없이깐깐한놈들입니다.그렇게떳떳하면애초에사람죽이는일을시작하지말았어야할텐데...어쨌든 그쪽도설득하기어려우실겁니다."

"당신은어떻습니까?"

울프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야뭐,돈만잘쳐주신다면언제나환영입니다."

그래도,한명이라도설득했으니오늘은성공했다.나는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

"죄송합니다.도무지다른곳이안보여요..."

세레스의어깨가축처져있었다.

"기운내.어쩔수없는거잖아?"

"그래도,저런불한당들이랑..."

협상은끝났다.붉은늑대용병단과필요이상으로오래만날필요는없었다.

하지만,우리는처음들어간여관에서나올수없었다.

"괜찮아."

여관의수용인원이야그게그거다.마을과도시마다크고작은용병단들이꽉꽉들어차있으니,민가의헛간을빌릴게아니라면결국다시이곳으로돌아올수밖에없었다.

"준비가안된상태에서다른용병단이랑만날이유도없고,그렇다고귀족의신세를질수도없는노릇이니까.결국 이럴 수밖에 없지."

"분위기가흉흉하니안전을위해서라도여기있는게좋습니다,도련님!"

내가준선금에기분이좋아졌는지,울프는계속내옆에붙은채술을따랐다.

싸구려맥주였다.여관의맥주중에서도질이낮은편이라고생각했지만,화를내고싶은마음은없었다.

이수의용병들이매일술을마셔대면결국질낮은싸구려술을가져올수밖에없었을테니까.

"에이,무서워하지말고빨리가봐요!"

"읏,그게,그렇게쉽게할수있는일이..."

"용기를내요!포기하지말고!"

조금거친여자용병의목소리와네르웬의당황한것같은목소리가얽혔다.

상황을파악하기도전에네르웬이내앞에다가왔다.그뒤에는용병여럿이뭉쳐그녀가도망치지못하게막고있었다.

"뭐냐?"

"주인.세계...아니,고향에서챙겨왔던과일이다."

듣는것만으로도입에침이고였다.엘프의사상은마음에들지않았지만,달고맛있는걸맛없다고할수는없는노릇이었다.

그과일이야말로,엘프기술의결정체라할만했다.

"이렇게줄생각은없었고,혹시너무지루해보이면활력소가필요할것같아서꺼낸다음상황을보려고했던것뿐인데..."

그래도네르웬의얼굴을보며쉽게웃을수는없었다.그렇다고이많은사람앞에서,그녀의호의를앞에두고꺼지라고할수는없었다.

울프가내게호감이있어서잘대해준게아니다.비즈니스상대로서,그가믿을만하고평범한사람이라는것을내게확신시키기위해했던의도된행동이다.

내가여기서 비이성적인행동을하는건좋지않았다.물론사정을설명하고나면나를이해하는사람도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개인적인사정이었다.

우리가어떤사이인지이많은사람앞에서구구절절설명할생각은없었다.

"그래..."

나는떨떠름한표정으로네르웬을바라보았다.

"고맙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