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91화 (91/217)

〈 91화 〉 중간지대­5

* * *

"다녀오셨어요,주인님?"

세레스가밝게미소지었다.복잡한마음으로여관에돌아왔지만,그미소를보자마음이풀어지는느낌이었다.

"늦었는데,먼저주무시지..."

"걱정했다고요?밤에갑자기엘레노어만불러서나가길래,무슨일이있나했다고요?"

세계수에서는이렇다할일을하지못했지만,세레스야말로이파티에없어서는안될중요한사람이었다.

"내일모두에게말할생각이지만...반대쪽진형으로갈겁니다."

"네!알아보겠습니다!"

용사파티원들은그럭저럭생활력이있는편이었지만,좀편중된경향이있었다.

셀리아는의외로빨래나요리에능했다.출신자체는귀한편이아니었고,노력하는것을꺼리지않는타입이었으니까.

하지만타인과협상해야하거나,설득하는일에는약했다.아쉽게도그녀는사악하거나절박한사람을이해할수없었으니까.

파시어나네르웬의생활력은처참한수준이었고,엘레노어가그나마기사로서능력이있었지만역시세세한면에서는부족했다.

"병사들이깔려있다고하니까,쓸데없는충돌을막기위해서는돌아가는게나을텐데.식량은충분히있죠?"

아직진짜전시상황인것도아니었고,아무리두가문의관계가나쁘다고해도통행이막힐정도는아니었다.상인이나모험가들은자유롭게통행할수있을것이다.

하지만,이커다란마차는이목을끈다.윌리엄과의관계를들키게된다면,계획이어그러질가능성이있었다.

"그쪽에서식량을구할수단만있으면괜찮을거예요.어느정도오차는네르웬양이해결해줄수도있고요!"

결국,사소한일들을조율해주는건세레스였다.여관을잡는다거나,물자를관리하는등.

그리험한길로다니지는않았으니그등에짐을짊어질필요는없었지만,그것만빼면내가하던일과비슷했다.

그나마다행인건,다른여자들이세레스의말을잘들어준다는것일까.

"항상고마워요.잘쉬고,내일또부탁할게요."

"제가좋아서하는일인걸요!"

아직도나는세레스를이해할수없었다.

무언가노리는것같지도않고,이렇게성심성의껏내게봉사해야할이유도없었다.

"안녕히주무세요!"

/////

셀리아가뿜어낸치유의빛이엘레노어를감쌌다.

"어쩌다다친거예요?"

"...대련을했다."

빛이순간어그러졌다.셀리아의일그러진표정에반응하는것처럼.

"미쳤어요?에네렐이그걸어떻게생각하는지알면서!"

모험을떠나는동안,셀리아는그대련을보지않았다.차마볼수없었다.

성기사들도'실전적인훈련'을할때는있지만,그정도로폭력적이지는않았다.

힘이부족하면우선기도로신성력을올리는게그들의해결방식이었다.기사와군인과는강해지는방법자체가달랐다.

그걸이해하고있는셀리아였지만,그렇다고해도차마볼수없는광경이었다.

폭력을싫어하는그녀다.사교도나마물이아니라면,모든사람이사이좋게웃고행복하기만을바라는성녀다.

필요하다고해서서로죽일듯이싸우는광경을즐겁게볼수있을리가없었다.

"그가기뻐할거라생각했다.그렇게말해준사람도있었고...하지만,내생각과는조금달랐던모양이다."

엘레노어는고개를푹숙이고아쉬워했다.

"중반까지는괜찮았다고생각했는데,어느순간부터..."

"아직도 에네렐을때리고싶은거예요?"

원망섞인셀리아의목소리가그녀를질타했다.

"내가 그걸 즐겼다고 생각하나? 하고싶어서한일은하나도없었다!"

"또도망칠생각이에요?의무를다했을뿐이니 자기는상관없다그런말을할거예요?"

엘레노어는입술을깨물었다.하지만,지금그녀에게지고싶지는않았다.

"그래.그는의무를질필요없는사람이었고,나는그의호의를내멋대로해석해서그를압박했지. 내 죄다. 직접 사과했지만 부족하고, 몇 번을 더 사과해도 모자란 일이다. 하지만적어도너처럼의무를그에게떠넘기지는않았어."

"그게무슨말이죠?"

"불침번을설때,네가맡은시간에그를세워두고기도하고있었던일.내가모를줄알았나? 그 외에도..."

이번에는,반대로셀리아의표정이어두워졌다.

마왕의성에가까워질수록 신의존재감이희미해졌다.어떻게든신성력을발휘할수는있었지만,어렴풋이느껴지던조급한감정마저자취를감췄다.

정성이부족한탓이라고생각했던그녀는,당연하다는것처럼기도했다.다른'선한사람의양해'를구한뒤에.

"그,그때는좀급박해서...허락도맡았던일이었다고요!"

"허락?허락이라고?너는정말그가거부할거라고생각했나?"

마왕과관련된일이라면,한사람이라도더살릴수있는일이라면무슨일이든버텨내던그였다.

당연히그가거부할거라는생각은하지않았다.

"그래도...나는최소한말이라도예의바르게했다고요!"

"말? 이제와서그게의미있다고생각하나?그렇다면내가그를단련시켰을때도,말만예쁘게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되었던 건가?귀족처럼 사교적인미소를띠고?"

셀리아의눈에서아주작은눈물이흘러나왔다.

"무,물론의미없는말인건맞지만,어쩌면그랬을지도..."

그광경을보지않더라도소리는들렸다.

훈련은적지에서진행되었으니,다른일행들과그리많은거리를두고할수도없었으니까.

검휘두르는소리,살과검이부딪히며생기는둔탁한소리,헐떡거리는그의신음과다시일어나라는무감정하고차가운엘레노어의목소리.

공포스러운상상력을자극하는말들이었다.

"차라리말이라도,그렇게착하게해줬으면..."

그사이사이에질책대신격려가들어갔다면,조금이나마달랐을지도모른다.

하지만그말을꺼낸셀리아도그게의미없는말이라는것은알고있었다.엘레노어에대한질책은,그녀에게도적용될수있는말이었으니까.

쓰러져자고있는짐꾼에게파시어대신몰래몰래쥐어짜낸신성력으로약간의치료를해주는것으로는부족했다.

그녀가대신위로해주었어야했다.그저편하다는이유만으로,다른사람의시선이두렵다는이유로그를방치했던것은셀리아도마찬가지였다.

문이열리는소리와함께두사람은얼어붙었다.에네렐과다른여자들이문앞에서있었다.

"더기다려야하나?"

"문제없다."

엘레노어는조금신음을흘렸지만,곧일어나구석에있는갑옷을가져왔다.

/////

용병들은기본적으로거칠다.

평범하고성실한사람이었다면농사일을도왔을것이다.남들보다조금더강한사람이라도,용병외의다른직업을선택할수있다.

책임감과규율을따르는마음이있는사람은군에들어갔을것이고,낭만이남아있는사람은모험가가되었을것이다.

용병단에들어갔다는것은 사람을죽여서라도돈을벌고싶다는마음때문이었다.

드물게도의에맞는일만받는용병단이없는것은아니었지만,그런 자들은 대개가난했다.

"술."

"네,네!더가져오겠습니다!"

주점안을가득메운용병들은,하릴없이먹고또마시고있었다.

"대체언제시작하는겁니까,대장?"

"몰라.미친놈들.사람을불러놨으면얘기를해줄것이지..."

마왕과의전쟁이일찍끝난것은,용병들에게다행스러우면서도아쉬운일이었다.

싸우다죽는것은어쩔수없는일이었지만 일이없어굶어죽는것은수치스러운일이었으니까.

적어도몇년은더이어질것같던전쟁이하루아침에끝나버린뒤로 용병들은새로운일자리를찾아야했다.

그나마귀족들과맺어둔연으로전쟁냄새를맡았지만, 정작이곳에도착하고나서는기약도없이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정규군과싸우는건데,위험하지않겠습니까?"

"위험할수록좋지.돈을넉넉히챙길수있으니까."

늑대가죽을치렁치렁어깨에두른용병대장은, 최근그의부하들이너무많다고생각하고있었다.

황제의치세를기억하는이들은 그가금세혼란을잠재울거라고생각했다.무언가수도에일이있어잠깐지연될뿐,곧그위엄을널리떨칠게분명했다.

당연히 그런평화로운시대에용병은쓸모없다.어떻게든대가리를줄이고체질개선을하지않으면,그덩치를못이기고자멸할게분명했다.

"대장이어중이떠중이들을다받으니까그런것아닙니까."

"난들알았겠나.마물이랑싸우려면고기방패하나라도더필요하니어쩔수없었지."

삐걱거리는소리와함께나무문이열렸다.대장옆에있던용병은버럭소리를질렀다.

"아,대장이술좀마시겠다잖아!들어오지말라고했지!"

여관앞에보초둘을세워놨으니일반인이들어오지는않았을거라는생각에,그용병은다짜고짜화를냈다.

"죄송합니다.할얘기가있어서왔습니다만..."

하지만문을열고들어온것은평범한청년이었다.옆구리에찬검은좋아보였지만,옷이나얼굴은별것없는초보모험자의모습이었다.

"돈얘기를좀하려하는데,조용한곳으로모셔도되겠습니까?"

하지만상인이라면이야기가좀달랐다.늑대가죽을두른용병은작은웃음을지으며일어났다.

"붉은 늑대 용병단입니다. 무슨 일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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