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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88화 (88/217)

〈 88화 〉 중간지대­2

* * *

아직목적지까지는거리가좀있었지만,거대한산맥은하늘높이뻗어있었다.

마차에서내리자마자그절경을바라본나는고개를절레절레저었다.

"저건안되겠네."

극단적으로는,저걸타고넘어간다는생각도하고있었다.파시어의마법이라면불가능하지는않을테니까.

하지만저규모의산맥이라면무리였다.공중에떠오르는것도문제였지만,그외에도수없이많은문제들이있었다.

그리추운지방이아니었는데도산봉우리에는얼음이잔뜩껴있었다.떨어지는체온도보완해야했고,앞으로나아갈마법도필요했다.

그과정에서변수가많아져마력이바닥나기라도한다면상상하기도싫은일이벌어질것이다.

성공해도문제였다.마법을준비하는과정이나공중에떠올라산맥을넘어야하는문제를고려하면,지나치게많은이목을끌가능성이컸다.

"산맥을따라다니며빈틈을찾아볼수도있겠지만..."

"될지안될지도모르고,합법적으로들어갈수있는방법을찾아야겠네."

만에하나동굴같은것을찾아낸다고해도,그끝이저너머로연결되어있다는보장은없었다.

"아저씨는어디서왔어요?"

우리가타고온휘황찬란한마차가신기했던건지,마을아이들몇몇이이쪽을구경하고있었다.

"뭐,그냥여기저기돌아다니다가왔지."

나랑아무런상관없는사람을보고있는건,왜인지모르게마음을편안하게했다.

그냥흘러가는냇물,지저귀는새를보는것과같은감각인지도모른다.저아이들은내가없어도행복하고,나를힘들게만들지도않는다.

그냥귀여우면귀엽다,우스우면우습다.느껴지는감정을있는그대로느껴도괜찮다.

"잠깐더남아있겠나?우린그곳을통과할방법을찾아보고있겠다."

따라나온엘레노어를보자,조금표정을굳힐수밖에없었다.어젯밤의일을생각하면아직도가슴이복잡해졌다.

"아니,됐어.같이가자."

이곳에영원히머물수있는건아니었다.잠깐시간이비는동안대화를나누는건싫지않았지만,나는돌아가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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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겁니까?"

"죄송합니다.저희도사정이있어요.당장군대가왔다갔다하고있으니안전하지도않을테고..."

엘레노어의신분을드러내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이곳을다스리는귀족은굉장히예의바르게우리를대했다.

들킨걸까.하지만제국은넓고대중매체같은건없는세상이다.

세계수에도착할때까지,엘레노어가얼굴을숨기거나신분을감춘적은없었다.그래도사람들은그녀가황녀인것을몰랐다.

대중매체가있는시대도아니고,황실의인상착의가알려질이유가없었다.귀족이라면좀다르겠지만 그래도황녀의얼굴을가까이서볼수있는사람은드물었다.

하물며얼굴을드러내지도않은그녀의정체를추측하고두려워할리없었다.

"이게무례한행동이라는사실은알고있습니다.하지만,꼭들어가야하는이유가있으니...제발부탁드리겠습니다."

"무,무례라니요!당치않습니다!"

엘프를데리고있다는것,호화스러운마차를타고왔다는것이위압감을준것일지도모른다.

파시어나네르웬의존재감도엄청나지만,마법사나성직자는자기실력이나위치를감추거나부풀리기너무쉬운직책이다.

하지만엘프의희귀성은숨길수없다.내가직접신분을드러내지않더라도,만만히보지않은그귀족의행동은현명했다.

"정말안되겠습니까?"

그귀족은한숨을깊이쉬고,땀을뻘뻘흔들며손을내저었다.

"보아하니높은신분의자제분이신것같은데,변이라도당하면다저희가책임져야한단말입니다.제발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건걱정하지않으셔도됩니다."

"아무리가문과사이가안좋아도,할아버님이나아버님께서는분명걱정하고계실겁니다."

이상한오해를하고있는것같았다.하지만,당장이오해를풀방법이마땅치않았다.

파시어의마법을보여줄수는없다.그녀의능력은기본적으로소모적이다.

총알이부족한상황에서힘자랑을하기위해허공에총알을쏘는일이어리석은것처럼,이귀족에게두려움을심어줄만한마법을쓰는것은비효율적인행동이었다.

셀리아라면병자를치료하거나기적을행사할수있을것이다.하지만,강한성직자라는것이저들의걱정을덜어줄수있을것같지는않았다.

네르웬의화살도마찬가지다.보통인간들에게는,전사와전사가아닌엘프의개념이없다.네르웬이빠르고정확하고멀리화살을쏘더라도 좀신기한엘프의재주정도로여겨지겠지.

엘레노어는드러낼수없으니제쳐두고,내검술은그리대단한편이아니었다.

억지로다시용사의힘을쓰면조금시선이달라질수는있겠지만,그럴바에는차라리엘레노어의얼굴을드러내고당당하게문을열라고요구하는편이낫다.

"그곳에서구해야할물건이있습니다.꼭필요한일입니다."

"그,그러면저희들이대신구해다드리겠습니다!말씀만하십시오!"

"유니콘의피.온전한걸로.가능하시겠습니까?"

말을뱉고나서야,이게쓸모없는말이라는것을깨달았다.

답답함에털어놓긴했지만,그들이스스로몸을내어준온전한유니콘의피를구할수있을리없었다.

"이곳에유니콘이나옵니까?"

"그렇다는얘기를들었습니다."

그가모르고있다는사실은좀불안했다.

물론,유니콘이어디서나온다는소문이이곳저곳에퍼져있지는않았을것이다.

하지만이곳토박이인귀족마저모를정도라면,계획을조금다시생각해봐야할지도모른다.

"들어본적은있다만,안에들어간사람들은별의별것들이다있다고하니까요.원체믿을수가있어야지.그래도거긴마경입니다,마경."

그다리없던여급은이런곳까지몰래들어와돈을벌었던걸까.

평범한사람이아니라는생각은했지만,몸이멀쩡했을때는생각이상으로거물이었을지도모른다.

"진짜유니콘이저안에있을수도있지만,가는길에화살을맞을지도모르고괜한오해를살수도있습니다.조심하세요."

"그렇게귀중한곳입니까?그럼왜..."

"이런말씀을드리기는뭐하지만,저도약간이곳에밀려온귀족입니다.원래제가문분들이다스리던영지는이곳이아니었지요."

그럴것같다는생각은하고있었다.몇세대를이어진원수가문을둔남자라기에는,말투에힘이들어가있지않았으니까.

"알고계시겠지만...알드길드가문과웨네가문은예전부터전쟁관계였습니다.하나같이대가문이고,자존심도세다보니굽힐생각도없었고요."

"그렇다면,영주님께서는..."

"저야뭐,어쩌다알드길드가문하고연이닿아서여기임명받은것에불과합니다.저야특출나지는않지만,적어도군대를다룬경험이있으니까요."

그는질렸다는듯,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

"왜다들싸움을그렇게좋아하는지...저로서는이해하기힘들더군요.어쨌든,말씀하신'중간지대'로가는입구는당장들어가기힘듭니다."

"방법이없겠습니까?"

"글쎄요.적어도,한쪽이완전히승리해서전선이좀안정화되면가능성이있을것같군요.한이십년전에는저쪽이,사십년전에는이쪽이통행권을받았다고합니다."

"제국에서는손해아닙니까?저런땅을내버려둔다는게..."

"딱히자원될만한것도없고,괜히욕심많은모험가들이눈이멀어서들어갔다가자기명줄만짧아지고...황제폐하는여길닫으려고온갖노력을다하셨어요."

"귀중한재료들이있는것아니었습니까?"

"안에있는붉은우유가지나밤빛버섯이유명하긴하지만,그건다른곳에서도구할수있습니다.애초에,저긴전조도없이무지막지한마물이튀어나오는미친곳이라고요.지형은또지형대로난리고..."

조금이해할수있었다.

절대적이지는않지만,깊은오지에숨어사는마물이나몬스터들은어느정도절차적이다.

도시와마을에서많이벗어날수록강하고,가까울수록약하다.

당연한일이다.애초에도시에가까운곳에거대한마물이미쳐날뛴다면,황제의군대가당장출동할테니까.

하지만저안은다르다.입구는좁고,안에들어가사는사람은없으며,지형은제멋대로다.

강한마물이나와도군대가그걸처리하러들어갈수없고,그럴이유도없다.

그런데귀한물건들이묻혀있는것도아니니,허황된소문에혹하는괴짜가아니라면들어갈이유가없는것이다.

"정말강하시다면...그게,좀도와주실수있겠습니까?"

"죄송하지만신분을밝힐수는없습니다."

이쪽은제멋대로부탁했으면서,우리가누군지도밝히지않았으면서그의부탁을단칼에거절해야한다는건좀미안했다.

"그게아니라...정말만약에,거길들어가서도버틸힘이있다는가정하에드리는말씀입니다만..."

"전쟁에참여할생각도없습니다.정말죄송합니다."

하지만이점에서는단호해야했다.나는권력다툼때문에사람을죽일생각이없었다.

귀족간의원한이나다툼따위는내알바아니었다.평범한병사들을내손으로죽일생각이었으면,당당하게중간지대의입구로나아가추격하는병사들을모두베고지나갔을것이다.

"전쟁을막기위해서입니다.아주잠깐이면되는데,그래도생각없으십니까?"

하지만,돌아서기에는그의눈이지나치게간절해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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