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77화 (77/217)

〈 77화 〉 세계수­7

* * *

이곳에서의생활도조금씩익숙해졌다.

대부분의시설들이엘프를위해배치되어있다는것은좀불편했지만,수많은나무에서뿜어져나오는생명의기운은꽤많은것들을참을수있도록해주었다.

에이린이우리를부른것은,세계수에도착하고삼일이지난다음이었다.

"오래기다리셨어요.충분할지는모르겠지만,불사조의유해가있을법한장소들을찾았어요."

"장소들...입니까?"

"자세한건다시설명해드릴게요.엘프의지식으로도존재를확신할수는없는물건인지라..."

얘기를들을때부터느꼈지만,아무리생각해도이상하다.

저정도로귀한재료가당연히있어야할용사의귀환에쓰이는게일반적인상황일리없다.

물어볼일은산더미였지만,당장은어쩔수없었다.엘레노어에게물어본다해서그녀가아는게있을거라는생각도들지않고.

"우선,불사조가자주목격된장소를찾았어요.그래봐야몇백년전이긴하지만,그들도신수.특별한이유가없지않으면쉽게거처를옮기지는않을거예요."

좀아득하지만,아예단서가없는것보다는나았다.

처음부터쉬울거라고는생각하지않았으니까.정작불사조무리를만난다해도,어떻게그들의시체를찾을건지,죽여야한다면어떤방식으로죽여야할지찾아내야했다.

"그리고,'불사조와함께묻힌'이들의전승도확인했어요."

"그건..."

"때로,위대한영웅이나정령사중몇몇은자신의반려와묻혔다는기록이남겨져있어요.대부분은거대한늑대나곰이지만,몇천년단위로올라가면불사조도존재하죠."

이건아예도굴까지가는건가.나는,내가귀환을위해무엇을포기할수있을지다시한번점검해봐야할필요를느꼈다.

"자세한것은천천히설명해드릴거에요.하지만그전에,잠시네르웬을빌려도될까요?"

"네르웬을빌린다니요?"

"주인의허락을받아야하니까요."

그걸이렇게공개적으로말하고다닐줄은몰랐다.나는얼굴을찡그렸다.

"그저,잠시그녀가협력해주는것뿐입니다.이해의일치로."

셀리아나엘레노어는깜짝놀랄줄알았지만,의외로그들은담담했다.

"용사님에게는정말죄송스러운일이지만...네르웬은우리에게큰피해를끼쳤거든요."

"그래서어쨌다는겁니까?"

"처음에약속한일은아니지만,작은일하나를해주셔야할것같아요.이렇게되어서정말죄송해요."

"네르웬의잘못때문에,내가?"

"참안타까운일이에요.저희로서도용사님께부담을드리고싶지는않았지만..."

"상관없습니다.자세한건얘기를들어봐야겠지만,될수있으면해드리겠습니다."

내게원하는게없을거라는생각은처음부터하지않았다.오히려그핑계로네르웬을들이미는게짜증나는일이었다.

"고마워요.그러면,이제네르웬을데려가야겠네요."

"그녀의치료때문인가요?"

저상태의네르웬을데리고다닐생각은없다.

"치료라니,지금그녀는완벽하게정상인걸요?태어난대로,아무런외압도받지않은자연스러운상태에요."

너무나자연스러운말이라,나도모르게'그런가?'하고믿을뻔했다.

엘프의상태는같은엘프가가장잘알것이다.막수도에왔을때불안정하던네르웬과달리,지금은전투든일상생활이든그럭저럭해낼수있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잠깐고개를돌려네르웬의얼굴을보자,에이린이틀렸다는것을바로깨달을수있었다.

저건,정상이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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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시선이마주치자,네르웬은불안에떨었다.

치료할수없다는이야기를듣는것이두려운게아니었다.

슬픈일이지만,그녀는현상황에만족하고있었으니까.

"나,나는괜찮다.잠깐장로님께진단을듣고..."

"아닐텐데."

그의차가운눈초리가그녀의심장을파고들었다.

"네가말했잖나.마왕이끼어있을수도있다고,네정신을개입하려드는무언가가있다고."

"그건..."

아니다.더이상,네르웬은그녀를혐오하지않았다.

냄새는어느순간기억언저리에파묻혀,굳이떠올리려하지만않으면느껴지지도않았다.

그와함께있는시간이늘어난탓도있을것이다.실제로여정이끝나,그와완전히떨어지기전까지는자신이그에중독된것조차모르고있었으니까.

하지만,그이상의문제였다.

원인이무엇인지는모르겠지만,네르웬은그를사랑하고있었다.

"이건민감한문제에요.외부에공개하기엔좀어려울것같네요."

"저는당사자입니다.네르웬이상으로그저주...아니그무언가의피해자라고요.누가한짓인지,왜이런일이일어났는지정도는알아야겠습니다."

치료받는것이두렵다.

지금의네르웬이어떤마법때문에,어떤저주때문에이런감정을가지게된건지는모른다.

정말최악의경우라면그가모두를속이고있었고,숨겨진비술을손에넣어엘프를매혹하고있는걸지도모른다.

하지만그렇다고한들,네르웬은돌아가고싶지않았다.

자신보다중요한무언가가있다는감각.보기만해도마음이따뜻해지고,행복한상상이피어오르는상태.

이걸잊고싶지않았다.

원상태로돌아가봐야,네르웬은자신을위한삶을살게될것이다.

세계수의대전사로서태어난것처럼,공동체와다른엘프들을수호하며다른인간들을오만하게깔아보는그녀로.

"보상이라면얼마든지할수있어요."

"상관없습니다.알려주시고,네르웬을원상태로돌려놓으세요."

"이게그녀의'원래상태'에요."

네르웬은에이린이그녀를변호하는것처럼느꼈다.

그를멸시하고모욕하던용사파티에서의그녀가가짜네르웬이고,그의말한마디에바짝긴장하고고개를숙이는지금이진짜네르웬이라고말해주었으니까.

"그녀에게불만이있으시다면,어느정도는조정해드릴수있어요."

"필요없습니다.네르웬은그저길잡이가필요해서데리고다니는것뿐입니다.이미충분합니다."

"그러면다른엘프를준비해드릴게요.물론네르웬보다강하지는않겠지만,최고의전사둘,아니셋정도면그녀와비견될만큼유용하겠죠."

네르웬의마음속에경종이울렸다.이대로버려지는걸까.

이대로그에게유기당하더라도,어떻게든그를쫓아간다면죽지는않을것이다.이상태라면,그의뒤를밟는것만으로도이성을찾을정도의냄새를얻을수는있다.

하지만,지금처럼행복하지는않을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는잠시눈을감았다.그모습마저,네르웬에겐너무도아름답게느껴졌다.

보답받지못할마음이라는것은알고있었다.그에게사랑에응해달라고부탁하기에는,마음을드러내기에는그녀가저지른잘못들이너무나컸다.

그가기억속에담고있던네르웬의멸시를하나하나풀어내기만해도,그녀는아무말도하지못하고등을돌릴수밖에없을것이다.

"네르웬은개인적으로...저에게잘못을했습니다.그래서'뭐든지'한다는약속도그녀스스로걸었고.하지만그들은뭐죠?"

"엘프의맹세는절대적이에요.겉으로드러나는마법적효력은없더라도,내부에서는절대그걸깰수없도록되어있죠.원하신다면,당신을따라갈엘프에게도그맹세를하도록할게요."

"왜그들이그런일을해야합니까?"

서로품고있는생각이달랐으니,같은말을들어도다른해석을할수밖에없었다.

네르웬이그를따르는것이마땅한이유를설명하던에네렐의의도와달리,에이린은'그를따르는엘프'의신뢰도를듣고있었다.

"필요하니까요."

"신기하네요.저와얼굴한번본적없는엘프분들이저를돕기위해그런맹세까지한다니."

하지만그걸듣는네르웬은,그게그렇게나쁜일만은아니라고생각했다.

그가그녀를싫어하는것을안다.

눈이마주칠때마다느낀다.그녀의존재를느끼고그가눈을감을때마다,머릿속에서무슨상상이스쳐지나가는지보인다.

아예다른엘프들이그를돕기위해따라온다면,적어도그런일은없을것이다.

세레스의머리를쓰다듬어줄때처럼,성검과시답잖은잡담을나눌때처럼편하게지낼수있을것이다.

"됐어요.알아야겠습니다.네르웬을따라가서,무슨일인지같이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그는,이상함을느꼈다.

엘프가그에게잘대해주는것도정도가있지,이건도가심하다.

네르웬을도둑질해갔다고화를내는것도아니고오히려네르웬대신다른엘프들을주겠다는건말이되지않는다.이유없는친절은없다.

"안돼요.엘프중에서도아주특별한이들이아니면,장로가되기전에들어올수없는곳이에요."

"네르웬이처음제게무슨짓이든하겠다고했을때,분명약속한게있었습니다."

"무슨..."

"그다음에제가그녀를어떻게쓰던,일단그녀를회복시킬겁니다.회복되는상처나풀수있는저주가아니라면,적어도왜그런지는듣고말겁니다."

그답지않은강경한태도에,네르웬은진땀을흘렸다.

그의목적을알수없었다.그녀를위한것이라면괜찮다고말하겠지만,자신이생각하기에도그가순수하게네르웬의치료를위해움직일가능성은거의없었다.

잠시시간이흐르고,에이린이고개를끄덕였다.

아직도그녀의몸은부드러운포용력으로가득차있었지만,그표정만큼은그러지못했다.

"좋아요.모두,세계수로초대할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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