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세계수3
* * *
"반갑습니다,저는엘프장로인에이린입니다."
빨랐다.
걱정과는달리,엘프장로의개입은놀랄정도로빨랐다.
물론거리의문제는아니었다.숲이넓다한들,새형상의정령은순식간에세계수로날아갔다.
네르웬이전력으로달리는건보기힘든일이었지만,숲에서나무를타고나아가는그녀는다른누구보다빨랐다.
이주변이모두숲과나무로이루어져있음을고려할때,그녀가여기까지다가오는것에오랜시간이걸리지는않았을것이다.
하지만,그렇다고이게정상적인상황으로보기는힘들었다.그건어디까지나거리의문제다.
의견을수렴할시간이없다.어딜봐도,상의를거칠만한시간으로는보이지않았다.
마치나를기다리기라도했다는것처럼,소식을듣자마자쫓아왔다는것처럼.
"저희아이들이실례를끼쳤군요."
그들의행동은단순히실례라는말로표현할수있는게아니었다.하지만,당장고분고분한태도를보이는이여자도믿을수없었다.
먼저나를만난이들이특별히더이기적이거나악한엘프라고는생각하지않았다.
이유없는친절은이유없는혐오만큼위험하다.나는,그녀가나에대해이렇게저자세로나와야할이유를찾지못했다.
"와주셨군요,장로님!"
네르웬은반가운듯손을흔들었다.방금전까지느껴지던팽팽한긴장감은어디론가사라졌다.
"수고했어요,네르웬."
인자하게웃는엘프장로를보자,네르웬은마냥반가운지밝게미소지었다.
"힘든여정이었을텐데,무리없이돌아오셨군요.수고하셨습니다.네르웬.그리고용사님?
나는말없이고개를끄덕였다.
“당신이무엇을원하시든,세계수는그걸들어줄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당장은괜찮을지도모르겠다.
속에무슨꿍꿍이가있는지는모르겠지만,그래도화살과칼로싸우는것보다는말로싸우는게나을테니까.
장로의뒤를따라,나와일행은천천히숲을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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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많은엘프를보는것은처음이었다.세계수로가는길에는수많은엘프들이우리를힐끔거리고있었다.
얼굴이조금비슷비슷한느낌도들었지만,누구하나빼놓을데없는미인이었다.
제일신비한건,그들의집이었다.
"저건...나무입니까?"
"맞아요.전부살아있는생명이랍니다."
거대한,그크기만으로도다른곳에서는신성한취급을받을수있을정도로큰나무들이줄지어서있었다.
그나무의창문을통해나를구경하는엘프들이아니었다면,나는아직도엘프의마을이언제나오나궁금해하고있었을것이다.
그나무들이빛을가리고있기때문인지,울창한숲에비해마을안에서는나뭇가지에발이걸릴일이없었다.
이곳에있는것이단순히자연과나무뿐인것은아니었다.
돌을깎아만든것같은조각상과건물들이그사이에조화롭게섞여들어,엘프들의이국적인아름다움을뽐내고있었다.
"죄송해요.이렇게빨리오실줄은몰랐는데,아직준비가충분하지못했네요."
"제가여기올것을알고있었습니까?"
"확신하지는못했지만,기대는하고있었죠."
에이린이여유롭게웃었다.엘레노어나셀리아도,잠시넋을잃고주위풍경을감상하고있었다.
"그래도주인님,방금그화살은확실히따지셔야해요!"
세레스는이풍경에는별관심없다는듯이,간접적으로에이린을쏘아붙이고있었다.
"드릴말씀이없습니다.그아이들은아직...무엇이우리엘프들에게도움이되는일인지모르고있어요."
그들은사라진것이아니라,호위를이유로계속우리를따라오고있었다.언뜻,그들의표정이일그러진것이보였다.
그리고파시어는살짝굳은웃음을지으며,내옆구리를가볍게찔렀다.
"엘프들의도시에온것은처음이지만...이건꽤장관이구나.그렇지않으냐?"
여유로워보이는그녀의목소리와는달리,손짓으로보내는수신호는꽤다급해보였다.
이전
통상적
용사파티는,싸움만큼이나이동에능해야했다.마법사의은신마술이절대적이지는않았고,경우에따라입을열지않아야할때도있었다.
네르웬이적의규모를보고할때나추후방침을정할때,수신호를사용하곤했다.
불확실
주의요망
세계수마을에들어온것은처음이라해도,파시어정도의인물이라면엘프자체를처음만난것은아닐터였다.
그녀가이친절을불안하게여긴다면,나도마음을놓아서는안된다.
"그러네.공기도좋고...아,에이린씨.제가용사였던건어떻게아셨나요?"
"저도제국에귀가있습니다.용사님을맞이했던이들은말단이기에최신정보를받지못했던것뿐입니다."
"놀랍네요."
아직소란으로부터몇달지나지도않았다.인간들사이에서는상인이나외교관을통해소문이퍼질법하지만,엘프에게까지소문이들어간건좀의외였다.
단순히진짜용사와가짜용사가있다는정보를얻은것이상이다.그게단순한소문이아니라진실된정보라는것을알아내고,그진짜용사가나라는것까지알아낸것이다.
특별히감이좋다면내기운을통해용사가누구인지알아챌수도있을테지만,아무리그래도상황판단이너무빨랐다.
"저는태어날때부터인도자였습니다.정보에밝은상태에서신중하게판단하지않으면,우리모두를위험에빠트리게될테니까요."
"인도자라니...뭔가다른겁니까?"
"그저역할에불과합니다.모든엘프는태어날때부터역할이있고,그역할에충실할수록충성스럽고책임있는엘프라할수있지요."
네르웬도말버릇처럼'태어나면서부터고귀한'같은말을하곤했다.
아마,이들에게탄생은중요한의미를담고있는것아닐까.
"역할의크기와형태는그숭고함과는관련이없습니다."
네르웬이무언가찔린다는듯입술을깨물었다.확실히,적어도겉보기로는,저엘프장로는오만한다른엘프와달랐다.
"들어오시죠.급하게준비한지라,미흡한점이있어도양해해주시길."
다른나무보다도더욱거대해보이는나무집에들어간그녀는,껍질로되어있는문을열었다.
나무로된집안은반들반들한나무의속살이드러나있었지만,억지로깎은것같은흔적은보이지않았다.
아무리나무가넓다고해도,다른거대한집에비하면좁을수밖에없었다.그단점을극복하기위해서인지,층이세세하게나뉘어있었다.
들어오자마자눈앞에보인것은싱싱하다못해아름다운과일들이었다.상황을파악하기도전에,우리는식탁에앉아야했다.
"하고싶은얘기가많으실것같습니다.하지만그전에,엘프의과일을즐겨주세요."
깔끔하게잘린과일들은한눈에봐도달콤하고촉촉하게느껴졌다.
/////
모두가그녀의꿈을비웃은건아니었다.
마법사의숙원은기본적으로그자신이이뤄야할목표였지만,때로는자신의염원없이다른이들을따르는마법사도있었다.
파렌은,그중하나였다.
"마탑입니다.연락확인했습니다."
"수고했다."
수정구너머로작고여린마법사의목소리가흘러나왔다.
"엘프와만남은성공적이었습니까?"
"반쯤은,생각이상으로그들이고분고분해...분명에네렐에게부탁할일이있을거다."
"계획은실패군요."
파렌은아쉬움을감추지못했다.
파시어가자신의꿈을미뤄두고그를돕겠다고결정했을때도하늘이무너지는것같았지만,적어도그존중과속죄가성공적으로이뤄지길빌었다.
"그래.엘프가강경하게나오면,이쪽에서도실력행사를해주려했는데...내가나설틈이없었어."
파렌은엘프를만나본적이없었지만,파시어의말을통해그들이어떤존재인지대략이나마알수있었다.
기본적으로인간을하등한존재로보는엘프다.그들의관심을끌기위해서는동등한존재로인정받겠다는생각을버려야했다.
당장건드리지않으면무언가큰일이일어날것같은해수로보이는것이,그나마그들과협상할수있는방법이었다.
"확실히뛰어나더군.전부터눈치는채고있었지만,생명을다루는기술은타의추종을불허해.살아있는나무를생활공간으로삼을정도라니..."
"그래도원하는바를이룰수있겠군요."
"그래.그쪽에서의일은잘진행되고있나?"
파렌은깊은한숨을쉬었다.
"윤리적으로문제가될수있는일입니다."
"그정도는감당할만해.오크로드와싸웠던전장은확보했고?"
"예.전후처리에마법사들이들어갔습니다.황실도귀족도미루고싶은일이었으니,기꺼이우리를받아들여줬습니다."
꿈을잃었다고해서,목표가바뀌었다고해서파시어라는마법사가달라진것은아니었다.
오히려더과감하고냉철하게,그녀는새로운계획을수행해나갔다.
"하지만,언제발각될지모릅니다."
"괜찮다.일정이상으로계획이진행되기만하면,그다음부터는들켜도상관없어."
파렌은,파시어가그말의의미를모르지않을것임을깨닫고시름이짙어졌다.
"그럴만한가치가있는사람입니까?"
이일이발각되면마탑도큰타격을받겠지만,그래도조금씩빠져나갈구멍을만들어두고있었다.
그녀가받게될타격에는수십분의일도되지않을것이다.
"물론.내죄에대해속죄하고싶어서하는일이긴하지만,그래도그는그럴만한가치가있는사람이다."
"믿겠습니다."
연락을오래이어갈수는없었다.세계수의눈앞이니,마법을썼다는사실자체는엘프들에게흘러들어갔을것이다.
수정구가빛을잃었다.늘그랬던것처럼,파시어는자기할말을마친다음여지없이연락주문을끊어버렸다.
홀로남겨진파렌이었지만,쉴틈은없었다.최대한빨리재료들을보존하지않으면,그녀가필요할때이게남아있을거라는보장이없었다.
파시어의명령에따라,마탑이소란스레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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