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인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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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이걸수습해야하는상황이되어버렸는데..."
결국이런꼴이되었다.땅이꺼질듯한한숨이흘러나왔다.
파시어는뭐가그리우스운지,곤란해진나와네르웬을번갈아보며미소를지었다.
"신...신인가요?"
셀리아는입술을꼭다물었다.
"그래.뭐,신이라고하면무슨짓이라도할생각이냐?네가그때그마을에서했던것처럼?"
"아...아니에요..."
분위기가심상치않아한번쏘아붙여주니,그녀도다시잠잠해졌다.
분명처음만날때만해도안대를벗고있었던것같은데,어느새눈을가리고있었다.하지만,그녀에게더신경쓰고싶지는않았다.
"신이아니었다!그건그냥나무였단말이다!그저주술로좀오염된,기운이충만한나무였다!"
네르웬은그사과가그렇게도분했는지,어떻게든자신을변호하려했다.
"그게어쨌다는거냐.네가그들이신성하게여기는나무를꺾으려했다는사실은달라지지않는다."
"그건...신이아닌데..."
말다툼을본파시어가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
"일단,가서보자꾸나.너무걱정하지마라.해결할수있을거다."
그나마위안이됐다.사실,해결할수없을리가없었다.
성녀와대마법사가여기에있다.그둘보다강한축복을내릴수있는신이여기에있다면,이마을이이렇게소소하게지낼리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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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나무는,아직도마을장정서너명이지키고있었다.
그들은우리를보고흠칫떨었지만,쉽사리움직일생각은없어보였다.
파시어와셀리아는그곳을잠시바라보는것만으로도,마력의움직임을알아낼수있었다.
"확실히신목은아니네만...자네도알아챘겠지."
"물론,알고는있었지."
신목은정말살아있는존재다.좀극단적으로는,그나무의신자들과대화를할정도의지성이있는존재다.
하지만나무를맴도는기운은미세했다.저건그냥나무였다.
"그걸알면서도..."
"나는네게해명할기회를줬다.그리고너는,네가뭘했는지를설명하는대신인간이미개하며네행동이옳다는말을했을뿐이고."
"크읏..."
"억울한점이있으면,차라리지금말해라.사태해결에도움이되지않는상황이라면네말을들어줄이유따윈없으니까."
네르웬의몸이부들부들떨렸지만,딱히그이유를물어보고싶지는않았다.
"별다른일은아니었다.그저...이전전투로,정기담긴화살이부족해졌을뿐이다.그걸보충하기위해저나무를조금썼다."
"관리되고있는나무였을텐데?"
나뭇가지끝에살포시달려있는인형들은조금어설펐지만,복을원하는소망정도는담고있을것이다.
"하지만,저기에는신이없다!이인간들은전부거짓된신을,아니신행세를하는무언가를믿고있을뿐이야!"
"그래서?"
"급한대로나무를조금정화하고,화살을만들었을뿐이다!그들에게위해를가하려는생각도하지않았고,내게역정을내며달려들때도참았어!"
"그게어쨌다고...하,아니.됐다."
인식의차이가너무심했다.곰곰이생각해보면,그녀만의잘못은아니었다.
내세계에서신은존재하지않았다.적어도,존재한다는것을공개적으로증명할수단은없었다.
하지만종교는보호받았고,내머릿속에는당연히'그게실존하든실존하지않든종교적신념은보호받아야한다.'라는개념이잡혀있을수밖에없었다.
하지만이세계를살아가는그녀에게는조금다른이야기였다.세계수는실존했고,교단의신들또한직접목소리를드러내지는않을뿐그신성력으로존재를뚜렷이드러내고있었다.
이단이라면경기를일으킬셀리아마저표정변화가없는것을생각하면,여기있는것은의심의여지없이신이아니다.
신의존재나영향력을눈이나냄새,기운으로확인할수있는그녀에게신이없는장소는정말신이없는장소였다.그건명백한사실이었고,배려하거나협상할만한가치가아니었다.
그녀를조금이해할수있었지만,어쨌든문제해결에는도움이되지않았다.
"원인은파악할수있겠나?"
"이정도면수호령쪽이다.일단여기걸린주문자체는가짜가아니고,악의가있거나특별한목적이있어보이지도않으니...."
마을사람들이신이라고믿는것의실체는따로있었다.이나무는그저영기가충만한촉매에불과할뿐이다.
네르웬에게는나무의기운을빨아먹는'잡다한저주'에불과하겠지만,적어도이마을사람에게무언가축복에가까운효과를주는주문이겠지.
"...복구할수있겠어?"
"의식의틀은망가지지않았지만,엘프가전력으로나무를잘라냈다.영기도꺾여있고,무언가조치를취하지않으면회복되지않을게다."
"이정도주문이면너나셀리아가손대면순식간에끝나는것아니었나?"
"물론가능하고말고.기껏해야아이를탈없이낳게하고,병충해를약간줄이고풍족한수확을유도하는주문이니까.."
하나하나뜯어보면작은일은아니었지만,마력의수준을보면‘그런기분이든다’에서아주조금더영향력을끼치는미세한수준의마법이었다.대놓고타오르는돌덩이를대지에처박히게하는파시어의실력에비하면모자랐다,
"두루뭉술하고애매모호한데다효과도애매한주문일뿐이다.하지만,나나셀리아가대신할수는없다."
"왜?"
"그랬다가는우리가주문의술자가될테니까.기껏해야몇달정도효과가지속되다사라질거다.이지방의수호령도딱히적의는없어보이고,제물없이도이방법이먹혔다면그놈이계속하게두는것이옳겠지."
하지만,그건그거나름대로또문제였다.
가끔은,존재하는물건을고치는게새물건을들여오는것보다더어려울때가있다.고치는사람의실력이처음만든사람보다몇십수위라면더더욱그랬다.
"고쳐야한다는건데..."
파시어의손바닥위에서수많은마법진이나타났다가사라졌다.그녀는다른손으로문양을튕기듯이밀고수리를이어나갔다.
"할수있다.가지가꺾여버린지라당장똑같은방식으로술식을재현할수는없지만,잠시영기를보충하고어설프게나마이주문을이어나간다면곧복구될거다."
슥슥손가락으로나무를더듬는것같았지만,그모양은심상치않았다.마법진과힘이담긴마술적언어들이순식간에흔적없이그려지고있었다.
"에네렐.영구적술식에대해배운적이있었느나?"
"들어본적은없는것같은데."
"마법이든정령술이든신성력이든,그발동구조는비슷하다.어려운주문일수록조건과발동이제멋대로인경우가많지."
"...지금필요한말인가?"
"물론.대관식을예로들면말이다.물론예비황제가준비되어있는지도중요하지만,여러방식으로새황제를축하하며권위를만들어주지.
이런시골마을의의식과비할바는아니지만,아마그랬을것이다.
"하지만이방법이,항상보기와맞아떨어지리라는보장은없느니라."
"그게무슨소리야?"
"맹약을맺은용을소환하는주문은'황가의일원'을대상자로찾고,황실대서고의소유권을이양하는주문은'맨앞에있는왕관쓴사람'을대상자로삼을테니."
마치거기에참석해본사람처럼,파시어는매끄럽게말을이어갔다.
"그냥'황제'를대상으로하면안되는건가?"
"그건비효율적이고,때로는불가능하다."
파시어의머리위에서보랏빛섬광이번쩍이고난뒤,그녀는바쁘게움직이던손을멈췄다.
"고대로부터황제를수호하는영체를소환하는주문은'가장많은주문을받고있는자'를대상으로이루어지고,병마를줄이고수명을늘리는축복은계승식로브를입은사람을대상으로이루어진다."
"요점이뭔데."
"대체할수있다는거다.마술의근본이지.'황제'라는단어를여러조건으로쪼개사용하는것처럼,술식의대상이아니라조건도대체할수있다.촉매를사용하는것과같아."
이런대화를나누고있자니,모험때가떠올라서복잡한감정이떠올랐다.
그녀는생각외로자랑하길좋아하는성격이었고,만만하고마술을잘모르며리액션이좋았던나는그녀에게좋은말상대였다.
파시어가알려주는지식은물론귀중했다.하지만,내게필요했는지는아직도확신할수없었다.
모험을떠올리면,모험후기에나를포기한그녀의얼굴이떠올라속이불편해졌다.하지만,적어도자랑스러운얼굴로그녀의지식을중얼중얼털어놓았을때의그녀는나를싫어하지않았을지도모른다.
이제와서는,전부의미없는말이지만..
"하지만,어디서저'나무'의대체재를구할건데?"
"마침하나있지않으냐.영기는충분하다못해넘쳐흐르는나무가."
나는네르웬을빤히바라보았다.
"확실히,엘프는나무에서태어난다고했지..."
"마술적으로,엘프는얼마든지나무와대체할수있는존재다.드워프가마술적으로광석과대체할수있는것처럼말이지.밤까지붙여두면,잘려나간영기도회복하고술식도끊어지지않을거다."
파시어는네르웬의팔을잡고,무언가기묘한자세를취하게한뒤나무에붙였다.
"무,무슨짓이냐!"
네르웬은입으로저항했지만,차마애처롭게나를바라볼뿐힘을쓰지는못했다.파시어는신경도쓰지않는다는것처럼내게물었다.
"오늘하루정도는여기서더묵어야할것같구나.괜찮겠느냐?"
"하....어쩔수없지.네르웬,자업자득이다.책임져라."
고개를끄덕인나는,등을돌렸다.여기서는더볼일이없었다.
"이,이런꼴로,혼자남아서...크읏..."
뒤에서나무소리가들리는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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