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60화 (60/217)

〈 60화 〉 흉터­13

* * *

이겼다.

몸은당장이라도무너져내릴것처럼힘들었지만,정신은명료했다.

오크들은사방으로도망치고있었다.어지간한일로는그들의투지를꺾을수없었지만,한번전세가꺾였을때그들은누구보다쉽게도망쳤다.

발디딜틈이없었다.오크의시체는대지를가득메웠다.

"그건..."

그런주문을쓸수있는꼬맹이라면,파시어외에는생각나는사람이없었다.

하지만,지금당장그녀를찾아다니기에는너무지쳐있었고,기분은지나치게좋았다.그녀의얼굴을보며이고양감을망치고싶지않을만큼.

"우리가이겼다!!!"

살아남은사람들은승리의함성을외치고있었다.나도천천히,그사람들이있는곳으로돌아갔다.

"수고했네!"

영주가직접말을타고달려와,흔들리는나를지탱해주었다.

"오크로드를처단하다니,말도안되는전공이야!황녀폐하께서도자네의업적을치하하실걸세!"

주점까지직접움직여사람을모았을때도느꼈지만,꽤괜찮은사람이었다.

여행중에봤던귀족이라는이들이기대치를지나치게많이낮춘탓에,내가그를좋은사람을보게되는걸지도몰랐지만.

"끝난겁니까?"

도망치는오크들을추격해야할것같아몸이달았다.하지만내가생각해도이지친병사들로추격을명령하는건무리였다.

한번구심점을잃어버린오크들이니,크게결집하지는못할것이다.

나중에모험가가투입되건군대가투입되건알아서정리하겠지.

"당연하지!오크로드를봤을때는눈앞이깜깜해지는줄알았는데...기껏해야마신의성물이나오크브리더정도라생각했거든."

나는고개를끄덕였다.나도,이런강적과싸우게될줄알았다면이전투에참여하는것을다시고민해봤을테니까.

"저런괴물을처리할수단은없었네.하마터면,내실수로모든사람을죽게할뻔했어."

오크와야전을한다는말을들었을때부터,어느정도는예상하고있었다.다른변수가너무많아서확신은할수없었지만.

"어쨌든,돌아가세나.좀무리해서라도연회를열생각일세."

"...감사합니다."

축늘어진몸으로그의말에올라탔다.그의몸에도여기저기상처가나있었다.

해결해야할일이많았다.당장은고마웠지만왜파시어가여기있는지도알아야하고,엘레노어와도마무리를지어야한다.

"대단했어!"

"그,그건대체뭐였습니까?무슨빛이..."

하지만,반쯤쓰러진채로나를반기는사람들을보자마음이한결나아졌다.

"수고하셨습니다,주인님!"

메이드의몸에도여기저기오크의피가묻어있었다.어디에도성한사람이없었다.

"..."

조금,미안했다.내가조금만더빨리움직였더라면희생자를줄일수있을지도몰랐으니까.

의족을찬모험가가그나마성한발로절뚝거리며다가왔다.

"고마워.살아있어서...다행이다."

그녀의눈에도조금눈물이아른거리고있었다.전투중에억눌러왔던상실감이터져나왔던걸까.

승리했다해도,시체들이적지않았다.내게는많아야하루이틀본사람들이지만,그녀에게는가족이고친구였을것이분명했다.

"아니에요."

운이좋았다.

모든선행이행복한결과를만들지는않는다.

도움받은사람이고마워하지않거나도움을떨떠름하게요구하는일은,차라리견딜만한일이었다.

더많은것을요구하며억지를부리는사람도있었고,무리한요구를하는이들도있었다.

그리고꼭나쁜사람만최악의결과를만들어내는건아니었다.

이들이조금만어설프게싸웠다면,조금만더약했다면내가아무리열심히오크들을죽였어도결국뒤에남은것은그들의시체뿐이었을것이다.

"제가할말이죠."

지키려한사람들이모두죽어있는모습을보는것은,무엇보다끔찍한일이었다.

"고마워요."

내생각보다도더많은사람들이살아남았다.마법의영향도있을테고,오크로드가죽으면서오크들이동요한탓도있겠지만,너무나도잘버텨주었다.

그제야,나는조금웃을수있었다.

/////

고기굽는냄새가모락모락피어났다.

"아,아빠!그거맞아?"

여급은의구심어린얼굴로익어가는불에익어가는고기를지켜보고있었다.

"아니,틀릴리가있겠니?난네가태어나기전부터이여관에서요리를했어!"

"기껏해야사슴고기나토끼고기고,그마저대부분은스튜나파이로만들었잖아!"

그녀는발을동동구르면서,여기저기가타는거아니냐고소리쳤다.

"이거,근처에서사육되는돼지도아니란말이야.비싸게주고얻은고기일텐데,혹시나태우기라도했다간..."

"집중이안되니까좀조용히해봐!"

직접말하는걸로는해결할수없다고생각했는지,그녀는다급하게나를불렀다.

"저거,어떻게좀해보세요,남작님.큰일나게생겼어요!"

"뭐,저정도면준수하지않나요?"

요리사라고생각하면형편없었지만,여행을거치며내요리에대한저점은끝도없이낮아진상태였다.

"그래도,영주님이직접내려주신고기인데...그걸다같이먹게해주신것만으로도고마운데..."

"애초에저걸혼자서다먹을수는없으니까요."

부유한영지는아니었다.잔치를열어봐야,모든사람들이산해진미를먹을수는없었다.

저돼지한마리는,내게주어진선물이었다.

"그런데,혹시영주님이설마돼지한마리가보상의전부였던건아니죠?평소에는착하신분인데,좀많이구두쇠라..."

"...더필요하지도않아요.뭐,처음부터그럴생각은없었던것같지만요."

"남작님은저기에서드셔야하는거아니에요?영주님이랑황녀님이랑,다른기사분들도저기에..."

"괜찮아요.이여관이편해서요."

여급이손으로입을틀어막고감동스러운표정을짓자,웃음을참을수없었다.

"아빠,들었어?남작님이,우리여관이편해서오신거래!"

"그러니까내가뭐랬냐.청소빼먹지말고꼼꼼하게구석구석하라고했지?"

"아,했잖아!그게왜!"

"우리가뭐이국적인가구를들여놓을것도아니고,성실하게관리하고정성들여모시는게전부니까.다그런노력들이모여서저분도우리여관을좋게봐주신것아니겠니?"

잔뜩신난여관주인에게는조금미안했지만,사실그런이유때문은아니었다.

조금더즐기고싶었다.용사파티를보게되면,지금처럼편안하게있을수없을것같았다.

내가그들의연회에참석하지않는데에영주는영아쉬워했지만,그래도편한곳에서즐기라며저돼지를넘겨준것이다.

"그런힘을숨기고있을줄은몰랐어요.전에도이런일이많이있었나요?완전기사도소설같다.갑자기나타나서위협을해치우고..."

"없진않았는데,제가기사는아니었죠."

"와,정말요?그런힘을가지고?아니면나중에수련을통해강해진거예요?"

"그게...좀애매하죠."

여기서'내가원래는용사였는데힘을넘겨주고용사파티를따라다니면서...'로이야기를시작했다간,어디까지이야기가커질지가늠하기어려웠다.

"얘야,너무꼬치꼬치캐묻지마라.남작님도다이유가있으시겠지."

여관주인이나를감싸주었다.당연한일이지만,귀족이겨우메이드한명을데리고이동하고있다는게정상적인상황은아니었다.

직위를잃고도피생활을하거나,가문간의항쟁에시달린사람처럼보일것이다.나도,차라리그렇게봐주는게편했다.

"그래도모험은여기저기가보신거죠?"

"그렇긴하죠."

그녀도일단모험가니,여기저기돌아다닌경험은많을것이다.오히려마왕과의격전지만돌아다니고,이세계에온지몇년되지않은나보다아는것이많을지도모른다.

"다른마을에서도,이렇게잔치를열어요?"

나는,잠시고민했다.

용사파티가사람들은구한적은많았지만,그다음에어떻게되었는지는몰랐다.

그들을구하기위해싸울시간도없었는데,느긋하게앉아서연회를즐길시간이있을리없었다.

지친몸을이끌고건성으로감사인사를받아준뒤,급하게짐을챙기고여행길에올라야했다.

"글쎄요,그건잘모르겠지만쉽진않았겠죠.아무래도얼마전까지는마왕이살아있었으니까..."

물론,그싸움에서감사를받아야할사람은내가아니었다.

나는기껏해야그들에게싸워달라고부탁하거나싸움을돕고민간인들을피신시킬뿐,실제로직접적과맞서싸운건아니었으니까.

그래도,이번싸움은달랐다.내가이사람들을지켰고,내가오크로드를쓰러트렸다.

아무도희생시킬필요없이,오롯이내힘으로해냈다.

"요리나왔습니다!"

특별히기교가들어간요리는아니었다.남작이향신료와소금을넉넉히주고가긴했지만,이런여관에서산해진미가나올리는없었다.

하지만기름이줄줄흐르는고기가맛이없을수는없었다.겉은살짝타올랐지만,칼을들어속살을드러내자꽤그럴듯하게익어있었다.

"아차!술도가져와야...다됐으면미리말씀을하셨어야죠!"

여급은툴툴거리며술통으로달려갔다.다른모험가들은자기도한잔씩달라며그녀를보챘다.

마치아무도슬프지않다는것처럼,그렇게웃고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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