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흉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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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정리되고,여급은아무렇지않은듯어질러진책상을닦고그릇을정리했다.
슬슬올라가보려는찰나,귀족하나가호위병을데리고여관에들어왔다.
"무슨일이십니까,영주님?"
"비상이다!모험가놈들,내일까지죄다내거처앞으로집합해!"
"네?"
헐떡이는숨을몰아쉬며,그귀족은소집령을개시했다.
"너,너,너!그리고...그래.너도모험가였지.어떻게든검과방패를들고나와라."
"다리가이런꼴인데도요?"
여급은살짝치마를걷어올려,그녀의나무로만들어진다리를보여주었다.
"억울해하지마라.팔없는병신이건늙은이건죄다모여야할판이니까."
"대체무슨..."
"오크무리가주위에있다.어림잡아도천마리가넘는다더군.내가직접여기저기돌아다니며이지랄을하고있는걸보면모르겠나!"
씩씩거리며주위를둘러본그는,나와눈을마주치고다시소리질렀다.
"너!너도...음,옆에메이드는..."
"저분도귀족이라하던데,부르실생각이십니까?"
입술을깨문영주는,아까보다는조금누그러진태도로내게물었다.
"정말귀족이십니까?실례지만,가문을여쭈어봐도되겠습니까?"
"...레오드린,이라하던데."
"젠장.거기살아남은남자가있다는얘기는들어본적없었는데,모험중이십니까?미치겠군..."
신경질적으로식탁을쾅쾅내려친그는,시름에가득찬얼굴로내게말했다.
"뭐,양자를들일수도있고...이럴줄알았으면중앙정치를좀배울걸그랬어.하여튼,당장모험은무리입니다.일단제저택에초대할테니당장은움직이지마십시오."
"...도대체어떤일이일어나고있는겁니까?"
"말했다시피,오크무리가준동하고있습니다."
말이되지않았다.아무리내가빠른걸음으로움직이고있다고해도,수도에서나온지일주일도되지않았다.
이렇게가까운곳에마왕군이들어올수있을리가없었다.
"마왕은죽었잖습니까."
"마족은더사납게날뛰고있습니다!애초에,마물들은그마기만있으면백이든천이든생겨나고,또살아날수있단말입니다.마왕이죽었으니마기가보충되지는않겠지만..."
"그래도,여기까지올거라고는..."
영주는깊은한숨을쉰뒤,여급을시켜술한병을시켰다.싸구려술이었지만싫은티없이벌컥벌컥들이켜는것이,전장에서몇년쯤구른사람같았다.
"원래는진작지원군이오기로되어있었습니다.하지만,제국의사정때문에늦어진다고하더군요."
"제국의사정이라면?"
"대치중인적을황녀폐하...아,이제는용사폐하였지.어쨌든,그분과의협조하에완전히몰살시키고상황이종료된후에이곳을지원해준다고약속했습니다."
나는입술을깨물었다.
"그런데무슨일인지,황성에서사건이터져용사폐하가움직일수없다고하더군요.며칠전까지만해도수십단위였던오크무리는순식간에수천으로늘어났고...이제우리는생존을걱정해야합니다."
아무리수도근처에있다곤하지만,그중에서도모든영지가많은인구와권력,군대를가지고있는건아니었다.
영주가직접술집에들이닥쳐모험가들에게소리쳐야할정도로만만한영지라면,상비군을모아봐야얼마나오지않을것이다.
"어쨌든,움직이는건위험합니다.주위의늑대들을길들여마견으로만들었다는보고도있고,그놈들은지치지않으니까요.혹여나주의를끌게된다면아무리강해도죽고말겁니다."
용사가뭘하고사는지관심이있던건아니었지만,그런나라도그녀가바쁘다는건알수있었다.
분명,궁사와마주쳤던날에도자기기사단을이끌고돌아오던중이었다.그때는이것저것생각할겨를도,그녀를관찰할이유도없었지만,다시생각해보면전투의흔적이남아있었다.
그걸감안해도이렇게많은오크무리가갑자기나타날줄은몰랐지만,불가능한일은아니라는걸까.
"...생각해보겠습니다."
귀족은바로고개를돌려,아직도불만섞인얼굴을하고있는모험가들에게일갈했다.
"너희들이이걸싫어할거라는생각은하고있다.하지만,나도직접검을들고싸운다!이제열네살인내아들도검과방패를쥐여줄거다!"
의무로말하자면,모험가들은전쟁에참여할의무는없다.
황제의명령,혹은그명령을직접대리하는귀족의명령이라면모험가들도징집할수있겠지만,저귀족이그정도로고위귀족일거라는생각은들지않았다.
"도망치려는놈은비참하게죽게될거다!만일그게살수있는방법이라고생각했으면,제일먼저저귀족분에게말을쥐여줬겠지!"
어쩌다보니,나는이사태의절박함을알리는신호같은게되었던모양이다.
그가귀족이라는내말을얼마나믿고있을지는모르겠다.귀족의혈통을타고난방랑기사나모험가들이적지는않은모양이니까,위험을최소화하려는생각일지도.
"알겠습니다..."
여급은깊은한숨을쉬고,비어있는의자에쓰러지듯주저앉았다.
"알아들었으면,난다음위치로이동하겠다.지금도모든병사들이이사태를알리기위해이동하고있어.여기에시간을너무지체할수는없다!"
끝까지고함을지른귀족은,여관앞에묶어둔말을타고금세어디론가달려갔다.호위병이다급하게그의뒤를따랐다.
"...어떡하실생각이신가요?"
세리스가걱정스러운표정으로나를보챘다.
"일단올라가서이야기하자."
막계단을올라가던도중,뒤에서여급이소리치는목소리가들렸다.
"아,아빠!내갑옷어디다뒀는지알아?"
"창고어디에박혀있을거다..."
힘없는아버지의목소리가작게,계단을타고내귀에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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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군중들이모인곳은성당이었다.하지만,귀족들이라고가만히있던것은아니었다.
그들은품위없이길거리에모여소리를지르는것보다는,은은하게궁정에모여존재감을과시했다.
"저희가문의군대는언제돌아갈수있는겁니까,약속했던시일이지났습니다."
가짜용사를이유로황제를겁박하는것은귀족들에게도쉽지않은일이었다.
그진짜용사를확보한상태면모를까,본인의의사없이멋대로이야기를진행시켰다간이관계가역전될수도있었다.
어쨌든,그진짜용사를누구보다잘알고있는이는황제와그가장충성스러운시종들이었으니까.
"아직마족의위협이끝나지않았다."
"그렇다면,축하연에서한약속은...저희도그걸기준으로삼아가신들과병사들에게귀환일정을고지했습니다.."
하지만,그주제가언급되는것은황제에게큰부담이었다.신하들은어떻게든그주제를언급할수밖에없게만들며,차츰차츰황제를압박했다.
"백금기사단을투입하는계획아니었습니까?용사의힘이아니라면,마기의근원을끊어내는데상상도못할만큼많은자원이소모될겁니다."
이렇게대놓고황제에맞서반론을할수있는것도,그런계산하에이루어지는무례함이었다.
"크흠..."
황제도,그옆에있는엘레노어도그걸모르지는않았다.
이미귀족들끼리는얘기가끝난일이었다.당장그말에동조하여엘레노어와백금기사단을움직이려해봐야,다른귀족들이황녀의죄목을붙잡고소리칠것이다.
아직가짜용사에대해해명하지도않았으면서,만만한적을붙잡고도망치려한다.
이번싸움에서도용사의힘을쓰지못했다.여신께서저비열한가짜용사의힘을거둔것이분명하다.
외통수였다.황제는권위로사건을묻을수있을지언정,그과정에서많은양보를해야했다.
"하다못해,그들에게줄포상이필요합니다.마왕도죽었잖습니까.그들의반발을막으려면,상응하는대가를지불해야합니다."
엘레노어는말없이입술을깨물었다.
진짜전장에나가수없이많은전우를희생한이들조차,그에맞는합당한보상을받지못했다.
황성근처에서편하게대기하다가돌아가려는이들이먼저보상을받는것은,있어서는안될일이었다.하지만그들의요구를거부할수도없었다.
"꼭약속하겠네만,당장은사정이좋지않네."
게다가무리하게귀환의식에필요한마법재료들을긁어모은황궁이다.
처음부터여유자금이그리많지도않았다.세금은줄였고,전방의인명손실을줄이고자소비한돈이적지않았으니까.
게다가에네렐이다시황궁으로돌아올때를대비하여다시마법재료들을모으고있었으니,그들의역량을넘어서는돈을지불해야할것이다.
그게차라리빚이라면,금액이라면충분한시간을들여다시모을수있을것이다.하지만저들이그이상을원할것임은불보듯뻔했다.
"그렇다면,차라리저희에게권리를돌려주십시오.내부적으로라도이난관을처리해야합니다.그리고약속이라면...이미,한번깨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무엇을원하는가?"
황제는시름에찬얼굴로,서서히그들이원하는것을듣기시작했다.엘레노어는탁자밑에서쥔주먹을더욱깊게쥐었다.
그녀의아버지가일생을바쳐만든아름다운나라의기틀이,서서히무너지고있었다.
그리고그원인은그녀자신에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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