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50화 (50/217)

〈 50화 〉 흉터­3

* * *

"방하나!아니,두개?어떻게할까요,남작님?"

"마음대로해."

"방하나주세요!식사하고목욕물까지포함해서요!"

동전몇개를건넨세레스가사뿐히걸어왔다.

"여기,시설이좋네요!"

"그러네."

나무식탁은낡았고문짝은허름했지만,이정도면꽤깔끔한편이었다.

주인이어떻게관리하느냐에따라,말도안될정도로열악해질수있는게모험가용여관이었으니까.

"계단을타고올라가면왼쪽에있는첫번째방이오."

여관주인으로보이는노인이구석에있는낡은계단을가리켰다.

"남작님이시오?귀족을모시기엔적절하지않은곳입니다만..."

"괜찮습니다."

기습을걱정할필요없이잠을잘수있다는것만으로도족했다.

편하게지내고싶으면황궁밥을축내며몇날이든머물러있을수있겠지만,나는결국돌아가고싶었다.

"술은필요없으세요?"

가벼운미소를짓는여급이넌지시술을권했다.나는의자에앉은채,잠깐고민했다.

술을좋아하지는않는다.

하지만모험중에들어갔던여관에서는,한번도술을마실기회가없었다.돈이궁하지는않았지만,조금이라도정신을놓았다간내일을버틸수없을것같았다.

다른사람들이전부술을마시지않는데,나라고술을마실여유가있는건아니었다.애초에,대부분은여관에서술을팔여유조차없었다.

"...조금만."

술의맛이기대되지는않았다.이런허름한곳에서술을마실바에는,황궁에서메이드를시켜잘관리된술을마시는게더나았을테니까.

그냥,해보고싶었다.여관에서술을시킨다는일이,이전에는할수없었던일이니까.

"네.아빠,여기맥주한컵크게요!"

여급은성공했다는듯밝게웃으며노인에게달려갔다.다리가편치않은지,달려가는자세가좀어설펐다.

"거참,내딸이지만담력이좋은건지,재주가좋은건지,생각이없는건지...귀족한테직접영업도하고."

잠시후여급이맥주와함께검은빵이담긴스튜그릇두개를들고식탁에올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동전몇개를꺼내팁을챙겨준다음,작은그릇에담긴스튜를한숟갈먹었다.

늘그랬듯밍숭맹숭한스튜였지만,적어도고기는적지않게들어간것같았다.기름기가혀를자극했다.

"어때요?"

혹시나맛이좋으면팁을더주지않을까기대했는지,여급이자리를떠나지않고눈치를살폈다.

"아,맛있긴한데...이친구가해준것보다는별로네요."

물론,비교대상이과하게높은감이있었다.황궁의음식을먹으면서내혀는지나치게높아졌고,세리스의요리는좀비상식적인맛이었다.

마법을쓰는게아니라면,메이드복어딘가조미료를숨겨두었을것이다.

"읏,진짜메이드였어요?가사일도혼자서다하는거예요?나중에막칼같은거뽑아서몬스터를쓱쓱썰고다니는거예요?"

세리스는머리를긁으며여급의말을부인했다.

"그정도는아니에요.할수있는것정도만?"

살짝당황한여급은시선을돌려,커다란나무잔에가득담긴술통을바라보았다,

"그,그러면...술도드셔보세요!저희아버지가직접담그신맥주에요!"

한잔들이켜보자,그냥좀달콤한술맛이었다.딱히특별한것은없는,이세계에서마실수있는그런술이었다.

하지만,나는그걸계속해서들이켰다.다시는아쉬워하지않도록,계속해서목구멍에술을집어넣었다.

"하아..."

살짝뜨거워진숨을내쉬었다.여급은아직도기대에찬눈으로나를바라보고있었다.

"나쁘지는...않네요."

좋지도않았지만,기본은되어있었다.눈에띄게더럽거나성의없지도않았고,맛이끔찍하게없는것도아니었으니까.

그기본을하는여관도찾기어려운게사실이었다.나는동전하나를꺼내그녀에게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여급은고개숙여공손하게인사한뒤,동전을쥐고여관주인에게다가갔다.

"아빠,봐,받았어!팁이야!"

"거참,돈도잘벌던애가...그동전하나가그렇게좋으냐?"

"내가직접여관일을해서번돈은많지않으니까.이정도면거금이지!"

퍽퍽하고거친빵을스튜그릇에넣고이리저리휘저었다.

메이드복을입은세리스는그럭저럭이목을끄는편이었지만,나를불편하게할정도는아니었다.

이런곳에온나를진짜남작이라생각하는사람은적었지만,적어도동료중하나에메이드복을입히고이길을걸어서돌아다닐수있을정도로강한사람이라고생각하고있었다.

적당한존중,적당한무관심이었다.

"그정도돈으로되겠어?원래귀족나리들을모시려면,이런여관에서는밤을뜨겁게만들어줄여자가필요한거아니야?"

"마침잘생긴귀족이겠다,어떻게몸으로꼬셔보면될법도한데?."

질나쁜모험가몇명이여급에게짖궃은농담을건넸다.손이위험한곳으로올라가는것같기도했다.

나는잠시멈춰,이걸어떻게처리해야할지고민했다.

모험중에는,고민할필요가없었다.당연히득달같이달려들어싸움판을만들어놔야했다.

아니,저런말을내가먼저들을수있다는것자체가행운이나다름없었다.엘레노어가저런대화를듣는순간,여관에서는시체를치워야했을테니까.

적당히달려들어싸움판을만드는것이,그나마사람목숨을구하는방법이었다.

아주가끔,정말피를보기싫은마법사에게도움을받을때도있었지만,대부분은피를봐야상황이끝났다.

하지만,내가지금꼭이일을처리해야할까.괜한친절로단골을쫓아냈다며오히려욕을먹을지도모른다.

하지만,내고민은언제나그랬듯이별가치없는고민이었다.

"난!연인이!있다고!"

그여급은어디선가나무막대기를주워들고시원스레남자들을두드려팼다.

"모험가였네요."

메이드가흥미진진한표정으로그광경을바라보고있었다.

"모험가였지."

꽤능력이좋은지,의족을달고도무리없이걸을수있는여자였다.하지만,그렇다고한들저상태로모험을떠날수는없을것이다.

흔하다면흔한일이었고,목숨이나마구한것이다행일지도모른다.그래도,아쉽긴했다.

"와,또옛날성질나온다!주인!여기여급이사람을친다!"

"식탁안부서지게조심해라.뼈는좀부러트려도상관없으니까."

여관주인은뒤를돌아보지도않고,냄비에있는스튜를기다란국자로휘휘젓고있었다.

"아.야,아파!아,진짜아파!뼈맞았어!"

"여관에서편히쉬면나을거야!한일주일정도!식사배달비까지선불로받을게!"

서로나쁜사이는아니었는지,야한농담을건넨모험가들도진심으로저항하려하지않았다.

"..."

"괜찮으세요?"

"아니,그냥."

모든즉결심판을막을수있는건아니었다.

몇몇여자들은구해줘서고맙다고용사를칭송했지만,몇몇은아니었다,

가끔은갑작스러운살인과굴러다니는머리통에두려움에떠는여급도있었다.

왜사람을죽이냐며고래고래소리치는사람도,드물지만있었다.용사는강간미수는중죄이며,그들은죽어야할이유가있었다고답했다.

어쩌면,그렇게죽은사람중에이여관의사람처럼,그저장난을치다가죽은사람이있을수도있지않았을까.

의미없는일이었다.살아있다면사과할수도,보상할수도있지만,죽은사람에게는아무것도할수없을테니까.

설령그사이에억울한죽임이있었다고해도,잊혀질것이다.용사가살린수없이많은생명들이,그녀의행동을정당화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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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

늙은모험가는밧줄에묶인채,두려움에벌벌떨고있었다.

"왜라니.너흰건드려선안될사람을건드렸어.살아남길바랐던거야?"

"그...만..."

마디마디잘려나간손가락이땅바닥에어지러이흩어져있었다.

"죽...여..."

"아,알아.죽일거야.죽일거라고.너무보채지마."

이런거친행동과는전혀어울리지않는고귀한귀족영애는,직접손에칼을든채모험가의살점을잘라내고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워.으,예쁜애도아니고,젊은친구도아니고.늙은이들비명은왜이리천박하고시끄러운지."

피부는이미벗겨져있었다.붉은근육이피와함께얇은천처럼잘려나갔다.

"도대체...왜?"

"용사님이널기분나빠하실테니까.뭐,너같은놈을신경쓰지는않겠지만,네가괜히복수라도했다간그분의기분이상하실거잖아?"

"으읏..."

노인이복수할계획을세운건사실이지만,기껏해야다른모험가들을선동해용사에대한나쁜시선을퍼트리는것정도가한계였다.

새로운'진짜용사'를믿지못하고원래있던용사파티를믿는이들도많았으니.계획이성공한다면야타격을줄수있었을것이다.

하지만,그래봐야소소한복수에불과했다.귀족가의영애가직접한사람을고문해야할정도로커다란일은아니다.

"당장알아주지않더라도,이렇게사소한일부터하나하나용사님께도움이되면,언젠가는나와우리가문에도마음을열어주실게분명해."

"으,으으,으으..."

"미안.말이너무많았지?나,죽을사람에게는진심을말하는게취미라서.아버지는이걸나쁜습관이라고했지만...어쩔수없다니까."

손에피를묻힌채씩웃는크리스티나는,그의비명을배경음악삼아마음을털어놓았다.

"귀족가영애로살아가는게쉬운일은아니거든.한번도본심을드러낼수없고,마음을편히먹을수도없고...그래도,죽을사람앞에서는상관없는일이니까."

"아아아아아아!"

마지막으로그의심장에단검을박아넣은크리스티나는,고문실밖으로빠져나와시종이준비해둔물그릇에손을씻었다.

깨끗했던물에,붉고신선한피가퍼져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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