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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48화 (48/217)

〈 48화 〉 흉터­1

* * *

"역풍인가."

닦여진길을걷는건그녀에게쉬운일이아니었지만,당장은어쩔수없었다.그가이길을걷고있었으니까.

태어나면서부터고귀했던그녀가지금은그저한남자의냄새를맡기위해후각을총동원하고있다.

바람직한상황은아니었지만,그녀에게는선택의여지가없었다.

진로에서,이빨에낀피와살점찌꺼기냄새가났다.멀리에서들개떼가모습을드러내고있었다.

단순히개라고는해도,그들을노련한사냥꾼이다.

잘무장된모험가파티는온전한상태일때들개떼정도는거뜬히이겨낼수있지만,그들이움직이는모든순간에만전의상태를유지할수있는건아니었다.

강적과맞서싸우고난뒤너덜너덜해진채승리의기쁨을즐기는모험가무리에게,들개떼들은시원하게달려들어그목을물어뜯고말테니까.

"...죽일까."

네르웬은잠시고민했다.저정도의적이라면,에네렐을위험하게할만한적은아니다.

하지만,들개에게는그다지좋은감정이없었다.

차라리자연의삶그대로살아가는늑대라면모를까,저런들개들은인간의악성과짐승의잔혹함을겸비한존재들이었으니까.

그리고,적을얼마나처리할지에대해서는아직그와합의하지않았다.괜히저들개들을무시했다가그에게달려들기라도하면,그에게어떤벌을받게될지모른다.

"흐음..."

결정을끝낸네르웬은활을들었다.평범한인간이라면멀리점으로보일만한먼거리일지언정,그녀의활은떨리지않았다.

화살이날아가자,들개하나가쓰러졌다.다른개들은어지러이날뛰고있었지만,네르웬은한발에하나씩들개의목을맞춰그들을쓰러트렸다.

거리가멀다는것은그녀에게불편한일이아니었다.

이보다더급박한상황에서도,더먼거리에서도,더빨리움직이는작은물체를맞춰본적도많았으니까.

오히려,화살을잡은손을아주조금만움직이는것만으로도적을쓰러트릴수있다는건,편했다.

하지만은은하게느껴지는들개의피냄새는에네렐의냄새를가렸다.

일이고된건아니었지만,정신적으로는괴로웠다.

"고독은익숙하지만,이건..."

그녀가다른동료들을거부한적은수없이많았지만,네르웬이거부당한적은처음이었다.

다른이들과동료가될필요성을느낀적은아주가끔있었지만,되고싶다고생각한적도처음이었다.

잡념이섞여있었지만,화살은빗나가지않았다.멀리서기회를노리던들개무리는,차례차례땅바닥에쓰러졌다.

길거리에짐승사체가돌아다니는것이좋은일은아니었지만,근처에그걸보고몰려들진짜위험한맹수나몬스터가있는건아니었다.

"하."

혹시움직이는놈이있나마지막으로확인한네르웬은,한숨을한번쉬고표식용화살을꺼냈다.

하지만반쯤비어있는화살통을더듬은그녀는,그녀의일이끝나지않았다는것을깨달았다.

화살을주워야한다.

숲에서움직이는엘프는,질좋은나무를언제든지깎아화살을만들수있다.하지만일행의진로를고려하면,언제화살이떨어질지모른다.

용사파티에서떠났던여행에는,그가화살을주워줬었다.

"음..."

지루한일이긴하지만,하지못할일은아니다.아무리고귀한태생이라도,전사인이상더럽고지루한일을피할수는없다.

그렇다고해도들개가있는곳까지걸어가피묻은화살을직접손으로빼내는것은,역겹고지루한일이었지만.

숨이꽉막히는듯이답답했다.목적지는같았지만,그녀는그들의일행이아니었다.

감옥에있는것보다는나았다.어떤방식으로든그에게도움이될수있고,옅게나마그의냄새를맞을수있는것도괜찮았다.

그래도이일을계속할수있을지,이대로살아도행복한건지,세계수의대전사로서의일은수행할수있을지걱정이꼬리를물고이어졌다.

다른건둘째치더라도,역풍은싫었다.그의냄새가바람을타고흐르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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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자!"

"사기꾼놈들!"

셀리아는부들부들떨고있었다.그녀의방안에서도군중들의원성소리가들려왔다.

"신을섬기는놈들이용사를그꼴로만들어놔?"

감수해야하는일이었다.하지만,그녀가감당하기에는너무무거운책임이었다.

홀로묵상하고있던셀리아는지친발걸음을들어문을열었다.

"깜짝이야...몸은좀괜찮아?"

"...나가야해요."

셀리아보다겨우한두살많은,젊은수녀가문을지키고있었다.셀리아는굳은얼굴로의지를표명했지만,그수녀는성녀를살살방안으로다시밀어넣었다.

"안돼.수녀장님이교황성하께직접허가까지받은일이야.넌여기있어야해."

"무슨권리로!"

셀리아는거칠게수녀의팔을떨쳐냈다.체구도작고몸도약하고여린그녀였지만,그건어디까지나모험을떠나기전의그녀였다.

체구와는별개로,몇시간동안의기도를견딜기초체력정도는가지고있었다.

여정을떠난동안에는,신성력을제하고그녀의힘으로돌아다닐때도많았다.

"널지키기위해서야."

"읏..."

"네책임이아니야.다헛소문인거,모두가알고있어.뭐,그따라다니던짐꾼양반이사실용사였다그거잖아?네가잘못한건하나도없고."

성녀는신뢰받고있었다.친구이자동료인수녀는,진심으로성녀를믿고있었다.

"아니에요..."

수녀는셀리아를누구보다오래본사람중하나였지만,그녀가본셀리아는결국교회에서의셀리아였다.

언제나여신과만날수있고,그녀를지지해주는사람과함께움직이는셀리아가그녀가아는전부였다.

전장에서끝없이비난받고,자신의상식과맞지않는현실과부딪혀절망하고,결국누군가를비난하며편해지기를택한셀리아가아니라.

"제잘못이에요...사과해야..."

"너,아직치유된거아니다?"

"읏..."

성직자들의치유는무한하지않다.기적과같은능력을행사하던성직자들도,어느순간모든능력을잃는경우도있다.

"너,몸을썼잖아."

"..."

황녀처럼단순히상처가너무깊고커서치유가지연되는이들도있었지만,성녀는사유가조금달랐다.

그가에네렐에게받은상처는크지않았다.오히려,자신이만든상처가더욱컸다.

마술처럼,신성주문도대가를사용할수있었다.하지만여러가치있는재료들을사용할수있는마법사들과달리,성직자들이사용할수있는'대가'는한정적이었다.

자신이나타인의감정,혹은신체.

일반적인움직임은문제없었지만,신성력을제대로쓸수있는몸은아니었다.눈도아직정상으로돌아오지않았다.

"그리고,저사람들이진짜로정의감에미쳐서너를심판할거라고생각해?그냥화낼사람이필요한것뿐이야."

"으..."

황제에게저항하는귀족들은사람을고용하고,그들을통해시위를시작했다.

하지만아무리사태에분노한시민들이라도,황제에직접대항해화를내는건어려웠다.

황제의인기는하늘을찌르고있었고,황가를모욕하는것은중죄였다.자칫잘못했다간그들을규탄하는분위기자체가망가질수도있었다.

마탑은폐쇄된공간이다.거기서시위를열어봤자,아무도응대해주지않는다.마법사들의도덕수준은사회적으로신뢰받지못하기때문에,분노한마법사들이저주를걸지도모른다는불안감도컸다.

엘프에게항의해봐야누구에게해야할지도,어디에소리쳐야할지도모른다.

하지만,성당은달랐다.

그특성상,거대한수도성당에는수많은사람들이몰려들고,또떠나가야한다.성직자들이뒤에서어떤부패와탐욕을저지르든그들은겉으로나마신실하고선한존재여야했다.

"오늘도예배중에소리치는사람이있었다고했잖아요.계속그런일이일어나면..."

"견디면돼."

하나둘씩모여무리를이룬군중들이시위할수있는곳이라고는,성녀가머무는이곳밖에남지않았다.

"제잘못이에요."

"네가잘못했다고해도,하다못해당사자에게사과하란말이야!"

셀리아는자신을필사적으로옹호하는수녀의얼굴을,차마똑바로보지못했다.그건단지그녀의눈을하얀천이가리고있기때문만은아니었다.

"...알았어요.참을게요."

"그래.잘생각했...어,어디가?"

"기도실이요."

지친몸을벽에기대며한걸음씩걸어가는셀리아를보고,수녀가다급히어깨를빌려주었다.

"괜찮아요.혼자걸을수있어요."

하지만셀리아는그도움을한사코거절한채,지하에있는기도실로발걸음을옮겼다.

문을닫자,아무런소리도들리지않았다.그녀도이게도피란것을알고있었다.

지금당장그녀의죄를파헤치고규탄하기위해모여든수많은사람들을멀리한채,안전한여신앞에나아가는것이.

"여신님..."

그녀는여신상앞에쓰러지듯무릎을꿇었다.은은한촛불이어지러이흔들리며여신상과그녀를비췄다.

"어떻게해야하죠.어떻게..."

죽을것으로생각했다.적어도,자신은살아남을수없으리라생각했다.

차라리죽었다면편했을것이다.마지막으로목숨을바쳐그에게'다시행복해질수있는여지'를남겨둔채,자신의신성주문에휩싸여사라졌다면.

하지만자신은이렇게추하고역겹게살아남아다시도망치고있다.

"대답해주세요..."

하지만여행중반부터그랬던것처럼,여신상은아무말도하지않았다.

"제발..."

셀리아의흐느끼는기도소리만,그방을은은하게울리고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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