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환속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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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냄새다!누군가냄새를조작했다면..."
"뭘말하고싶은거야?도대체,내냄새가어떤영향을미쳤는데.이유없이역겨워하지는않았을거아냐."
네르웬은평소의고고하고확신에찬어투대신,불안하고초조한목소리로말을흐렸다.
하지만,완전히거짓말을하고있는것같지는않았다.
"그냄새는...나를흔들었다.활시위를잡은손을교묘하게비틀었고,계속해서잡생각이나도록했어.너는물론,너와함께있는다른이들에게적개심을느낄때도있었다."
"그럼.지금은아닌가?"
그녀는잠시눈을감고,코로숨을들이마셨다.
"비슷하지만...다르다.긍정적인냄새,인정할수밖에없는냄새가섞여있어..."
"그럼요점이뭐냐.처음에네가의심했던것처럼내가너를조종하기라도했다는거냐?"
하지만네르웬은절레절레고개를저었다.이말에긍정했다면,진심으로성검을휘두를생각이었다.
"그건아니다.너를의심하고있지는않아.내가의심하고있는것은...좀다른쪽이다."
"다른쪽이라면?"
"많은시간동안생각해봤다.다행히도엘프장로가내치료사로들어온덕에,최소한의정보는얻을수있었으니까."
확실히,치료가필요한몰골이긴했다.하지만그감옥속에서다른엘프를만날수있었을줄은몰랐다.
"그녀는내가느끼는냄새의정체가,색욕이라고했다."
"뭐?그럼방금내침대위에서지랄한것도..."
너무충격적인광경에믿을수없는얼굴인지라상황파악을정확히하지는못했지만,분명뭔가냄새를맡고있었던것같은데.
"처음부터그럴생각으로?하,미치겠네."
"아,아니다!나도이건모르고있었다!엘프는원래그런...음탕한방식으로아이를낳지않아!몰랐단말이다!색욕이어떤냄새를하고있는지,내가알수있을리없지않나!인간이색욕을느낄때어떤냄새가나는지는알아도,엘프의색욕에어떤냄새가나는지는모른다!"
엘프의생리에는흥미가없었다.내가궁금한건,그래서그게그녀의행동과무슨상관이있는지다.
"뭐,거기까지는알겠어.그래서?"
"지금은...아직그냄새가나지만,훨씬낫다.네가없으면고통스럽겠지만,미쳐날뛰지는않겠지."
아무리생각해도방금그녀의행동은정상적이라고볼수없었지만,그녀를걱정할만큼마음이넓지는않았다.
"중요한건,싫지않다.처음에는그저,늘느끼던감각을느끼지못하게되어생기는일이라고생각했어.하지만,지금은확실히알겠어.이감촉이증오스럽지않다."
"...그건."
"그래.불가능한일이라고생각해도,아예가능성없는일은아니다.내가다른이를역겨워하고,화를냈을때가장이득을볼자는누구인가?"
말도안되는가정이지만,그게사실이었을경우당연히의심받아야하는이가있었다.
"세계수의대전자,태어나면서부터고귀한자의의지와감각을조작하는것은물론어렵다.하지만,저주로감각을약간바꾸는것이라면불가능하지는않다."
그리고그건마법사조차아닌나에게는불가능한일이다.그게색욕이고뭐고,냄새를조작하는것은내실력으로는불가능한일이다.
하지만,엄청난수준의마력을가지고있는존재가오랜시간을들여준비한다면불가능한일은아니었다.
그리고,내게는그럴듯한의도가없었다.만일내가네르웬을안기위해그런계획을세웠던거라면,황궁에서만났을때그걸실현했을테니까.
하지만,나는그렇게하지않았다.
만일정말로그녀안에서저항할수없는어떤감정변화가일어나고있고,그원인으로내가지목되었으며,지금용의선상에서벗어난상태라면.
"그래,나는...이게마왕의짓이라고생각한다."
그건,확실히지나칠정도로편리하게사건을해명할수있었다.
황녀나마법사,성녀와는다르다.그들은각자자신의생각에따라나와갈등을만들었다.내가그걸인정할수있든없든,그들에게는그럴만한이유가있었다.
하지만엘프는다르다.어떤의미로는냄새라는,원초적인이유로나를혐오하는그녀였다.
"확실히,그가설대로라면많은것을설명할수있지."
다른사람과다를바없는내게,왜그녀가이상한냄새를맡았는가?
마왕의저주때문에.
왜별다른이유없이,그녀는나를증오하는대신내비위를맞추려하는가?
마왕이죽었으니까.
꼭모든저주가시전자의죽음과함께사라지는것은아니지만,몇몇저주는시전자가지속적으로마력을주입해줄필요가있었다.
자연스럽게사라진다해도,이상할건없었다.
"그래도납득이안돼.그게진실이라는증거도없고.만약에그게사실이라고해도너를용서할생각은없어."
뭐라고말하든,네르웬이정말로한줌이성도챙기지못할만큼강한세뇌를받은것은아니다.
그녀의말을한점의의심없이모두믿는다고해도,결국마왕이한일은내게이상한냄새를묻힌것뿐이었다.
나를혐오하고차별하고모욕했던건,오롯이그녀의책임이었다.
"안다.하지만...책임을나눠받을수는있겠지."
"뭐?"
"말했다시피,나는네복수에동참할생각이다.그상대가누구든."
네르웬은침대한켠에올라가있던자신의활을가볍게들었다.나무에서숲과바람의상쾌하고은은한향기가뿜어져나왔다.
"아니,아무리그래도싸울때쓰는물건을침대에가지고올라오면..."
"더럽지않다.그건보증할수있어...하여간,내잘못이있다는것을부인하지는않겠다."
그녀는조금얼굴을붉히고,다시옆에있는의자에그녀의활을올려두었다.
"하지만,네가당한일은모두의책임이다.누군가가단지'네가알지못했다.'라는이유만으로책임에서벗어나는건,있어서는안될일이라생각하지않나."
자신만만하게내쪽을바라보는네르웬을보자,그뻔뻔함에질릴것같았다.
진심으로그녀는,나를싫어하지않았을지도모른다.
그냥더럽게역겨운냄새가나는하등생물일뿐이고,진심으로싫어할만한가치가없는존재라고생각했을지도.
"언제든내게분을풀어도좋다.세계수의대전사로서는힘을빌려줄수없지만,나개인에게는무슨짓을시켜도상관없어."
"관심없어."
"그래도,내게복수하기전에죗값이얼마인지는정확하게알아야하지않겠나."
뭔가속고있는것같은기분도들지만,의문들을명확하게해소할수있는방법이없었다.
"그리고,귀환에대한단서도필요하겠지.불사조의유해가필요하다는이야기도들었다만?"
"...맞아.그말도했었지."
다른건몰라도,귀환에관한정보는귀중했다.황실도서관에서도,심지어는마법사도알지못하는정보일테니까.
"나는위치를모르지만,세계수주위에사는늙은엘프장로들은알수있을지도모른다."
"알수있을지도모르는수준이라면,많이실망스러운데."
"전승이있다.유해에관해서는몰라도,불사조가모여사는곳에대한전설은전사인나조차도들어봤어."
"음..."
어떻게보면,당연한일이다.
인간이가지고있는정보중가장귀한것들은제국에모인다.
지역마다격차가큰시대였으니오지에들어가면이곳에없는정보가나올수도있었지만,돈으로얻을수있는정보는이미찾았다고볼수있다.
그렇다면,당연히인간이가지고있는정보대신인간이가지고있지않은정보를얻어야한다.그리고가장쉽게찾을수있는정보는,엘프인네르웬의정보다.
"함께세계수로가자."
"정말...싫은데."
기분나쁘긴하지만,필요했다.감내할수밖에없다.
하지만이거만한엘프와함께여행을떠나야한다고생각하니,한숨이흘러나오는건어쩔수없었다.
"...세계수에갈때까지만이다.설득하는법이늘었군."
"가장고귀하게태어난자를마음껏부릴수있는기회다.일반적인사람이라면억만금을줘도..."
네르웬은살짝입술을깨물었다.지금당장내게고개를숙이는것도,그녀의자존심을생각하면쉽게받아들이기어려운일이될것이다.
"아니,내가네게저질렀던잘못이아니었다면돈으로는살수없는기회다."
나는한참을고민한뒤,고개를끄덕였다.
증오하는것도힘들다.내가당해왔던시간이상으로그녀가괴로워하는모습을보고,언젠가그녀의도움을받아지구로돌아가게된다면.
네르웬의얼굴도보지않고,추억속에감정들이희미해진채그저사실들만남는다면.
마왕을퇴치하는여정속에그녀가수도없이나를괴롭히고,분노를만들어냈지만결국마지막에는나를도왔다는사실만남는다면.
그녀를용서하지는못하더라도,증오를시간속에묻어버리는일정도는가능할지도모른다.
"...그래."
복수는물론필요하다.할수밖에없는일이다.하지만,내가원하는건행복한삶이다.그걸위해복수를할수밖에없는것뿐이다.
포기해야할것이있다면,포기할수밖에없었다.
"일단,한대만맞고."
"음?"
쾅하는소리와함께그녀가꼴사납게땅바닥에고꾸라졌다.네르웬의입에서비명이새어나오지는않았지만,그녀의몸에부딪힌나무바닥은우지끈하며살려달라는신음을내질렀다.
"내일바로출발하자.바닥값은네가알아서지불하고.나는다른여관으로갈테니,아침에광장중앙분수대로나와."
"크윽...흐,알겠다."
꼴사납게무너진그녀의얼굴을잠깐감상한다음,나는문을열고여관밖으로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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