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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45화 (45/217)

〈 45화 〉 환속­8

* * *

그저내앞에서선을그으려는의도일수도있지만,그는황제에게 비판적인 말을 했다.

신하들의힘이구체적으로얼마나강한지,그가어떤영향력을행사할수있는지정확히알수는없다.

그래도 그의협력을얻는다면,조금이라도더많은정보를얻고황제를압박할수있을지도모른다.

하지만.

"용사의힘을얻었을뿐,마왕을죽인건제가아니니까요."

"어떤용사도혼자마왕을쓰러트리지는않았습니다.겸손이지나치시군요."

나는입술을깨물었다.내가강하고약하고,진짜용사고아니고는부차적인문제에불과했다.

일단,내가그에게줄게없었다.

황제가내기분을상하게할만한일을하긴했지만,결국가장쉽고빠르게재료를모아귀환하려면그가필요했다.협조든,협박이든.

황제를겁박할수있는힘이면족했다.저귀족과손을잡았을때,딱내게필요한만큼황제를압박할거란보장이없었다.

"제짧은견해로는...그들의대우에만족하지못하고계신것같습니다."

"..."

게다가,나는그를신뢰할수없었다.

용사파티들에대해좋은생각을하고싶지는않았지만,적어도그들은순수했다.지랄같게도순수해서나따위의희생은'감당가능한것'으로치부해버린게기분나빴을뿐이지.

하지만그의최종목적이대체뭘까.전근대사회임을고려해도,황제의인기는엄청났다.

황제의권력이약해졌을때,그.혹은그의세력이새로운사회를만들고자한다면,그건어떤방향일까.

사실,내가신경쓸필요는없었다.제국에해가될일을하지않으려한다면,당장귀환부터포기해야한다.

마법재료를모으는것조차 다른이들의희생을요구할테니까.

하지만,그건내게약속된일이었다. 황제는 제국을 대표해 그 희생을 약속했으니, 나는 그걸 받아내야 할 당위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별개로,내추가적인행동에의해사람들을힘들게하고싶지는않았다.

"충성심입니까?"

"그런건처음부터없었어요."

"아쉽군요.기회가있을줄알았는데.하지만,제안과별개로이집에서용사를모시고싶다는건진심입니다."

산해진미였다. 음식에 닿은 손길 하나하나에 사치가 느껴진다.

황궁의음식도조촐하지는않았지만,어디까지나머무는손님을위해매일지급되는요리다.

황녀의성격을생각했을때,황제의연회에서도이런음식들을쉽게볼수는없을것이다.

"가짜용사와는사이가좋지않아기회가없을줄알았는데,이렇게귀한분을모실수있게되어영광입니다."

그는 꼬박꼬박,어떤티도내지않고자신을굽히고있었다.

낯간지러울말을하면서도,심지어는그게본심이아니라는것을숨기는것같지도않으면서도,겉으로는온전하게몸을숙이고있다.

"무언가하실필요는없습니다.그저여기서편안히즐기는것으로충분하니까요."

"그건좀구미가당기지만...그럴수는없겠네요.찾아야할물건이있어서,좀돌아다녀야하거든요."

"제사람들을시키겠습니다."

"불사조의유해."

크레온의자신만만하고여유롭던얼굴에약간균열이생겼다.

쉽게되는일이었으면,내가직접나설필요도없었을것이다.

결국,이사람도내가원하는것을들어줄수없다.

"벌써약한소리를하게될줄은몰랐는데말이죠.죄송합니다.그건어려울것같군요."

의외로순순히,자신의한계를인정한다.

내가그를잘못보고있었던걸까.겉보기와는달리,의외로소탈하고정직한타입일수도있다.

아니면,아직나에대해판단하지못하고있는걸지도모른다.

유사시에'용사의힘'을써서황궁에폭력사태를일으킬수있는폭탄이라면,다소과도할정도로조심하는게올바른선택일수도있으니까.

"하지만,오늘밤까지는머물러주시겠습니까?"

크리스티나가몸을기울이자,그맨가슴이살짝닿았다.

순둥순둥해보이지도,신념에가득찬것같지도않았다.고압적이고잔혹한꽃처럼아름다우면서도,지금당장나를보는얼굴에는미소가지어져있다.

마치악역영애처럼남을이용할것같으면서도,나라면그녀의진짜마음을잡아낼수있을지도모른다는환상을유도하는외모다.

검은드레스와어울리는묘한미소,숨겨진내면이호기심을자극한다.

"보통이런일에딸을쓰십니까?"

"취향이고상하시군요.물론,용사의피가걸린문제입니다.아무남자하고나붙어먹던여자가용사의총애를받을자격은없지요."

나는크라운과크리스티나의표정을차례로살폈다.

딸을아낄것같은사람은아니었다.하지만,가문의품위를언급한다거나하는식으로어떻게든저항감을보일줄알았다.

하지만그는정말조금도망설이지않고,바로내말을자의적으로해석했다.내가그녀의처녀여부를의심했다는것처럼,그녀를자연스럽게물건취급했다.

크리스티나의대응도놀라웠다.누구에게나안길수있는여자취급을받았을때놀랄법도한데,표정하나바뀌지않았다.

왜그런걸까.

나를이용하기위해서저런말을한다는생각도들었지만,미리합을맞췄다고해도그들의친절은좀과했다.

"제여식은물론처녀입니다.혼기가차긴했지만,마땅한사윗감은없었습니다.황제폐하께서는자식이적으시니,마땅한사람을찾기도어려웠지요."

"그런딸을,왜?"

"용사를모시는데대접을소홀히할수는없으니까요.평소라면고용된접대부나시녀를보내밤을즐겁게하겠지만,최고의손님이오셨으니최고의여자를보내야하지않겠습니까."

이상하다.아무리생각해도,무언가를순수하게할사람이아니다.내가골똘히그를바라보자,그는졌다는것처럼고개를저었다.

아주잠깐,인자한미소가스쳐지나갔다.

"물론,저희가문에용사의피를섞고싶다는욕망을부인하지는않겠습니다.하지만씨를받아잉태하지못하더라도,분명명예로운일이될겁니다."

"어째서,그렇게까지하는겁니까?"

그는잠시생각하더니,내가그의입에서나올거라고상상도하지못했던가치를들이밀었다.

"희생당한이들은,존중받아야합니다.황제폐하께서는...외람된말씀이지만,그걸이해하지못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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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사이에서,모험가들의외모는꽤반반한편이라는인식이깔려있었다.

하지만,그건조금왜곡된기준이었다.마력을몸에담을수있는이들은적절한몸매와이상적인외모를유지할수있었지만,풋내기모험가라면그냥일반인과다를게없었다.

아름다울'수'밖에없는존재인엘프와는,격이다르다.

하루하루생사를넘나드는싸움을하는모험가들의성욕은한도끝도없이끓어올랐다.

창관에갈돈이있는이들은적당히욕망을해소했지만,가끔이도저도아닌이들은미녀가있다는여관을쫄래쫄래따라다니는이들도있었다.

엘프가머물고있는여관이라면,더할나위없이좋은장소였다.

"하루더.가격은같겠지?"

"예,물론입니다!"

카운터위에동전몇개가쨍그랑거리는소리를내며떨어졌다.네르웬은고개를찌푸렸다.

역겨운냄새가난다.인간들의음욕이냄새가되어,지금도그녀의코를괴롭히고있었다.

시선도,사람도늘었다.숲이나엘프에게서느껴지는깨끗하고흠없는냄새와는달랐다.

"와우,저엘프야?"

"엉덩이나온거봐.소문이거짓말이아니었어..."

나름대로작게말한다고하는것같지만엘프의청각에잡히지않을리없었다.하지만네르웬은이를꽉악문채그들의'성의'를인정해야했다.

다른여관에서그녀에게음란한말을뱉은모험가에게화살을쏘지않았더라면,대놓고그녀의반응을유도하며성희롱을지껄였을테니까.

"내,내일도오시나요?"

"일단방은비워놔.아무도들이지말고.누구하나들어가기라도한다면,다시는그방을쓸가치가없어.알겠나?"

"아,알겠습니다!"

네르웬은그말을마지막으로,계단을건너2층으로올라갔다.지나다니던매춘부와눈이마주쳤지만,그녀의관심사는아니었다.

숲에서자는걸선호하고,적어도인간이만든구조물에서잘바에맨땅에서자는것을선택할이들이엘프였다.그녀가굳이인간의여관에들어온데는,그럴만한이유가있었다.

그녀는어제들어왔던방의문을열었다.걱정했지만,관리는잘되어있었다.음탕한욕망을채우기위해방에잠입한이들은없었고,그녀의명령대로청소를하지도않았다.

그리고,그녀는바로쓰러지듯침대로뛰어들었다.

"흡,흐읍,흐으으으읏...."

나름대로멀쩡히서서말을하고,이성을되찾을수있었지만그건일시적인현상에불과했다.

여전히,그녀는그의냄새를맡지않으면존재할수없었다.

계속황궁에머물러있던그였지만,모험가가된지금은적당한여관을골라잠을청했다.그리고,여관은돈이있으면얼마든지들어갈수있다.

"흐으으으읍..."

마치몇분동안숨을참아야했던인간처럼그녀는숨을들이마셨다.아슬아슬했던이성이그녀의추한모습을질타했지만,차마그것마저도이게효율적인방식이라는것을부인할수는없었다.

"옅네..."

하지만,만족스럽지는않았다.어제그는귀족의초청을받았고,그곳은네르웬이쉽게들어갈수없는곳이다.

몰래들어갈수도있었지만,용사의힘을얻은그를향해무언가속이는것은위험했다.

"어떻게든,되돌리고말테다..."

이미 모든것을포기했던그녀다.그를위해모든걸바칠준비를끝냈다.황제에게활을겨눈시점에서,그녀에게이성이남아있지않다는것은증명되었다.

다행히도,그녀에게쓸수있는패가하나생겼다.운이좋다면 그에게이용가치가있는노예가될수있을지도모른다.

엘프는짧은생각을마치고,계속해서숨을들이마셨다.다른방에있는남자들은그숨소리만듣고도온갖망상에빠졌지만,네르웬은더이상주위를경계할여력이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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