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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43화 (43/217)

〈 43화 〉 환속­6

* * *

이곳저곳에서퍼져나오는열기가,길드를더욱뜨겁게만들었다.

모험가들은너나할것없이몸을움직여자리를만들어주었다.

"아니,정말이래도..."

­모험가들은죄다자극에목말라있다고.자기싸움도아닌데뺄리없잖아?

늙은모험가가검을휘둘렀다.

"죽이지는않으마!"

다른모험가들은,각자간식거리를꺼내며바닥에앉아그걸구경하고있었다.

"그래도,저건좀..."

­와,저기내기한다.내기!

성검의말을듣고그쪽으로잠시시선을팔자,그말대로동전을주고받는모험가들이보였다.

"누가이길것같아?"

"할아범쪽.저양반,저렇게시비를걸고다녀도진적은없잖아?"

그리고당연히,그노인의검은지금도내게쏟아지고있었다.

하지만,느리다.

"뭐,뭐냐!"

꽤매섭긴했다.솔직히말하자면,기술은예전에봤던여기사보다뛰어난것같았다.

하지만,힘은형편없을정도로약했다.속도는검이선명하게눈에보일정도로느렸다.

"나,나!신참쪽에걸..."

"어허!한번검마주쳤잖아!지금부터는못걸어!"

내가눈앞의노인이아니라,시끄럽게떠드는모험가들에게눈을돌려도될정도로.

광대가된것같은기분이생소하고재미있기는했지만,그래도계속이러고싶은마음은없었다.

하지만반격을위해검을든순간,나는의문에빠졌다.

'얼마나세게때려야하지?'

모험가들에대해겉핥기로알고있는건좀있었지만,구체적인규칙에대해서는전혀몰랐다.

그럴생각은없었지만죽여도되는건지,혹은팔이나어깨에영구적인손상을입혀도되는건지.

혹은눈에보일정도의멍정도만입혀도나같은풋내기모험가에게는명확한처벌사유가될지도모른다.

애초에,지금이렇게싸워도괜찮은건가.저구경꾼들은'어차피자기가처벌받을일은없으니까'즐기고있는걸수도있다.

"저거봐라,저거.멍때리는데?"

"쫄아있는거아니야?"

게다가더중요한건,원하는수준의상처를만들기위해얼마나강한힘을쏟아야하는지모른다는것이었다.

황궁에서날뛸때휘적휘적검을휘두르긴했지만,그때검에얼마나힘을주었는지기억날리없었다.워낙많은일들이있었으니까.

그뒤에도오크나고블린을죽이긴했지만,그건마물이다.살짝손만가져다대면두부자르듯쑥쑥살이잘려나가는데,힘조절을배울기회가있을리없었다.

"이정도?"

여기서감방신세를지고싶은마음도없었기에,나는나름대로살살그의어깨를향해검을휘둘렀다.

"뭐야,장난치는거냐?"

성검은그저그의어깨에턱걸쳐질뿐그는꿈쩍도하지않았다.내가너무겁먹었던걸까.

"뭐야.사실약한거아니야?"

"아니,저각도면어깨가베였어야지.칼을제대로손질하지도않은것같은데?"

노인은우습다는듯칼을밀쳐내고는,서투른자세로검을휘둘렀다.

"음,좀더세게?"

"크억!"

달려오는그의다리로성검이휘둘러졌다.이번에는확실히타격감이있었다.무언가찢고들어가박살내는것같은감각이.

"어?"

"으아아아아악!으악!으아아악!"

이상한곳으로다리가비틀어진그는,비명을지르며내게삿대질을하고있었다.

"신참이이겼다!만세!"

"이건사기야!내돈!아,아냐.아직저노괴가일어날지도모른다고!"

모험가들이나를막지않을까걱정하기도했지만,그들은나보다는돈에더관심이많은것같았다.

"싱겁네.좀더가지고놀다끝내지그랬어?"

"너희들같은놈들이약하다고놀리니까그냥빨리끝내버린거아니야?"

솔직하게칭찬해주는사람은없었지만,딱히내게적의를보이는사람도없었다.이사람들,정말순수하게놀거리가필요했던걸지도모른다.

"머,멈춰!저놈을잡아라!"

노인이크게소리치자,한숨을쉬며모험가몇몇이걸어나왔다.나와싸우는일이내키지않는것같은얼굴이었지만,이대로보내줄것같지는않았다.

"미안하게됐다.신참.이대로보내줄수는없겠어.너희라도우리모두를상대하지는..."

하지만어느순간부터,모험가들의이목이길드한쪽에쏠리고있었다.

검고빛나는머리카락이흩날리는여자였다.그고귀한드레스도,기품있는발걸음도모험가길드와는어울리지않는사람이었다.

"이런,제가흥을깨버렸나보군요?미안해요."

"저아세요?"

그녀는매혹적인미소를지으며내게다가온뒤,무릎을끓었다.

"지금은알아요.레오드린에네렐남작님."

다행히도,아직황제가내신분에수배령을내리지는않은것같았다.

열기넘치던주위사람들은잔뜩긴장한채우리를,정확히는그녀를바라보고있었다.작게속삭이는소리마저,내귀에는선명하게들렸다.

"저거,알트도어가문사람아니야?"

"저검은색옷에인상착의를보면,맞는것같은데...저번에호위의뢰끼어들었던모험가없어?"

보아하니,권세가꽤강한귀족가문의영애인것같았다.쓰러진노인조차다리를붙잡고끙끙거리는것외에아무런말도하지못하고그저입을다물고있었다.

"그리고...사죄드릴수밖에없겠네요."

"네?"

"저,크레온알트도어의딸크리스티나알트도어는,지금은이자리에없는아버지를대신하여,진정한용사를알아보지못한것에대해진심으로사죄드리려합니다."

그녀는고개를깊이숙여내게사죄했다.나는당혹스러움에입을열지못했고,다른이들은충격에입을열지못했다.순간,모험가길드가정적에잠겼다.

/////

"해골계곡에서떠나간용의둥지까지오일...떠나간용의둥지에서버려진늪까지사일...정신병자들이구나.너희들은죄다미쳤어!"

황제는,지금까지의문을풀지못하고있었다.

그와만났던것은길지않은시간이었지만,단하나는명확하게알수있었다.그가선하다는것.

그가당장힘이약하다거나,책임을지는것을두려워한다는것은언제나바뀔수있는가벼운속성에불과했다.그모든것을넘어,그는선했다.

오래참을줄알고,남을이해할수있는사람이었다.

그래서그가분노했을때,그는당황한얼굴로그의요청을들어주는것말고는할수있는게없었다.

그의인품을생각하면,별거아닌일로화를낼거라믿는것은불가능했다.

어떻게든황녀에게화해를요청하고,그의귀환계획을지체없이진행했다.그게,그의헌신과희생에대하여황제가할수있는유일한보답이었다.

하지만,의심하지않는것과궁금한것은다르다.

황제는에네렐을믿는것이상으로그녀의딸을믿었다.그성품은의심의여지가없었다.파시어와셀리아도,누군가를해할사람은아니었다.

네르웬은검증하지못했지만,엘프란종족적한계로선을넘지못하는이들이다.성격좋은사람이있다면슬기롭게갈등을극복할수있을거라생각했다.

"이기록대로라면,모두미쳤다고봐야겠군.엘레노어.말해라.너는이임무를그에게수행시키면서,훈련을강요한거냐?"

"드릴말씀이없습니다."

"없어야지!없어야겠지!도대체평범한인간의몸으로그가이걸어떻게버틴...신성력인가?신성력을과도할정도로퍼붓기만하면..."

"그,그러고는싶었는데,그..."

"그럴여유는없었다.내지시였다.그녀에게화살을돌리는건올바르지않아."

파시어는이를꽉깨문채자신의행동을인정했다.

"어째서냐!"

"말했다.여유가없었다.죽을위기나실신,파티전체의이동속도가심각할수준으로저하될정도가아니라면그에게신성력을쓰는건비효율적이었다."

"...왜그런지,이유도알것같군."

"네가생각하는그게맞다."

"이딴여정을,성녀라고버틸수있을리없었으니까!"

성직자는신성력을타인에게부여하는것보다,자신에게씌우는것이일방적으로더쉽다.

용사나성기사에대한가호와신성주문은좀예외적이지만,그때까지에네렐은용사로취급받지않았다.

하지만그렇게버틴셀리아마저,한걸음한걸음걷는것조차어려웠다.추운황야를달리듯이이동하며,정신을잃지않으려면그녀도최선을다해야만했다.

당연히,누군가정신을잃어야한다면셀리아가아니라그가잃어야한다.그가정신을잃고쓰러지면셀리아가힘을짜내치료주문을걸수있지만,셀리아가정신을잃는순간파티는믿음직한회복수단을잃게될것이다.

"그런무리한일정을...대체왜!"

정신에여유가없을수밖에없다.선한이라도잠을못자고지치면서로다툴수밖에없다.

황제는분노하며,어떻게든이어리석은자살행위를누가시작했는지찾아내려했다.

"저희가빠를수록,한사람이라도더살릴수있었으니까요.북방의신민들을버리실생각이십니까."

엘레노어가나지막이말했다.

"황제폐하의신민이된이들입니다.더이상예전처럼방패로쓸수는없는인간들입니다."

"네가말했더냐?엘레노어,네가선택한계획이었나?너희모두를갉아먹고,가장약한이들부터희생시켜시간을단축시킨다는계획이?"

엘레노어는입술을깨물었다.

고귀한일이다.황제가뭐라고말하건,이건고귀한일이다.옳은일이다.당당하게말할수있는일이다.

하지만,엘레노어는그게자신이선택한계획이었다고말할수는없었다.

어쩌면,그때부터그를이상한눈으로보게된걸지도모른다.

지켜줘야할신민,어디선가떨어진외국인으로봐주었다면,그에게무리를강요할일도없었을텐데.

그에게영광과칭찬은주지않고,책무를다하지못한것을비난했다.

그책무를선택한것마저,그의고결함이었을지도모르는데.

"아닙니다."

"네가아니면누...그래,그랬지."

파시어는헛웃음을지으며입술을깨물었다.

"제가아니라,그남자입니다."

한사람이라도더구해야한다며,포기하지말고계속해보자며.

발언권도힘도없으면서,가장크게소리치던남자가있었다.

파티원모두,그빛에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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