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42화 (42/217)

〈 42화 〉 환속­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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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없어요!"

셀리아가팔을붕붕돌리며소리쳤다.네르웬도그녀의말에대해의구심을품고있었다.

"엘레노어.그말은거짓말이아닐지언정,조금의진실도담고있지않구나."

황제는안타까운눈으로그녀를바라보았다.

"네가얼마나고된훈련을했는지안다.얼마나책무에진심인지도알아.그훈련이얼마나가혹했든간에,네가받은훈련에비할바는못되겠지."

하지만엘레노어의감각은,그가그녀를감싸려하는게아니라책망하려하고있다는사실을알고있었다.

"하지만너는그때이미마나를깨달았고,최소한의훈련을받은상태였으며,가장좋은음식들을먹고가장편한잠자리에누워수련을준비했다."

그녀의열정과희생을부정할수는없다.하지만,다른사람에게그걸강요한다면그건광기였다.

"심지어라인하르트는내가아는한최고의검술스승이야.거기목검을들고갔을리도없을테니,그에몸에닿은것은성검이겠지."

엘레노어는말없이고개를떨궜다.그녀가했던말은변명거리가되지못했다.

"말해보거라,엘레노어.그를가르칠때,정말한점의감정도넣지않았나?"

"한점의분노도품지않았습니다.하지만..."

엘레노어는어렵사리그훈련을떠올렸다.그의구겨진표정과거친숨,멍이든팔이생생하게그려졌다.

"조급함이라면...섞여있었습니다."

지금이공격도견뎌내지못할정도라면,다음싸움에서죽는다.

처음부터훈련을하라고강요했던것은아니었다.하지만용사파티의여정에서,후방은결코안전한자리가아니었다.

평소라면그저기회를엿보고있어야할고블린암살자들이나마기가깃든들개떼들이그나마만만해보이는그에게몰려간다.

팔을깨물리고고통스러워하던그의모습이눈에선했다.셀리아가바로치료해주긴했지만,팔이아니라목이깨물렸다면즉사였다.

먼저수련을청한것은그였지만,그가수련을멈추자고했을때도그녀는인정하지않았다.

죽을것같았으니까.어느날전투를마치고뒤를돌아봤을때,누군가가죽어있을것같았으니까.

"하지만,해야했습니다..."

항상선두에서는그녀는,뒤를돌아볼여유가없었다.그저앞을보고의심없이적을베고쓰러트릴뿐.

가끔은,악몽을꿀때도있었다.적을모두쓰러트린그녀의뒤에네구의시체가어지러이흩어져있는끔찍한악몽.

그나마,다른 파티원들은전투에참여한다.싸움중에도네르웬의화살,셀리아의신성주문,이따금쏟아지는파시어의마법을느낄수있다.

하지만그의존재는느낄수없다.격렬한전장에서평범한사람하나의생사를구분할수있을리없다.

만일그악몽이일부나마현실로이루어진다면,가장위험한이가누구인지는뻔했다.

불안함과조급함은그대로그녀의검에실려,무자비하게그를구타했다.

"해야했다.해야했다!언제까지그말을들어야하는거냐.네명이앵무새처럼그말만반복하고있지않으냐."

시름이깊어진황제는,다른이들을둘러보았다.

"그것만있을리없다.그가,겨우그정도에무너졌을리없다!"

황제와네르웬의눈이마주쳤다.네르웬은지루하다는듯이차가운눈빛으로그를보고있었다.

"길잡이는아마엘프인자네겠지.여행계획이대체어땠는지나알려주게."

"나와는관계없다.우리는파시어의계획에따랐으니까."

"큿..."

파시어는이를악물었다.

"필요한일이었어.리더인용사가원했던일이기도하고,우리모두가동의했던일이기도해.”

심지어는,그도이계획에동의했었다.어쩌면,그랬기에그거대한분노를그저속으로삭이고있던것일지도모른다.

“가능한한빠르게."

그녀는아공간포탈을열어책한권을그에게건네주었다.낡고거칠어진책이었지만,내용을보기에는부족하지않았다.

"...일지다."

황제는그걸받아선채,그자리에서바로술술책을넘겼다.

"그래.차라리이편이정확하지.내게오는정보는한계가있어.명료하지도않을뿐더러,대부분전공위주의기록이니."

말도안되는속도로다음던전을공략했다는승전보,지나가며마물의부대를쓰러트리고마을을지켜냈다는미담,지친몸을이끌고또다른적을찾아나섰다는이야기.

당연히,그들의관계도문제없을거라생각했다.용사파티가갈등을겪는일이없는건아니었지만,그런사소한갈등을겪고해소해나가면서이룰수있는업적과속도가아니었다.

초반을매끄럽게넘긴황제는,기록이중반부로들어서며서서히얼굴을굳혔다.페이지를넘기는데소모되는시간이늘어나고,그의표정이점점어두워졌다.

"이런...정신나간...모두미쳤군.내가사람을잘못봤어.여기있는모두,정신나갔군."

황제는이를빠드득갈며여자들을한번씩돌아보았다.

"이런정신나간일정으로,마왕을퇴치했다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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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쓸데없이나대지않는게좋을텐데."

막약속된돈을받고기분좋게돌아가려던참에,한남자가내어깨를잡았다.

"...왜남의어깨에손을대십니까?"

그의얼굴사이주름에서거만함이흘러나왔다.편견일수도있지만,내안에서늙은모험가는좋은모습으로남아있지않았다.

정확히는,중간이없었다.

열정적인사람은노련함과수련,경험과마도구를통해끝없는여유와강력한힘을가지고있었지만,어중간한사람들은그냥적당히벌어둔돈으로일을그만두고다른일을하곤했다.

길드에아는사람이많다면길드지점장이되거나,대장장이나약초꾼,드물게는농부가되는이도있었지만,대부분직접몸을써싸움을하는일에서는손을떼곤했다.

그둘을제외하고남아있는이들은,대게소모적인이들이었다.재능과눈치,비열함이있어죽지는않았지만,그순간의행운을도박과여자,술로방탕하게써버리고다시의뢰를받는다.

하지만육체는유한하고,영원히같은일을하며같은돈을벌수는없다.그들은잔꾀와비열함으로떨어지는그들의수익을보충해야했다.

"어이,대장.너무뭐라하지마.고블린귀를어제구해온놈이뭘알겠어?"

창을든장년의모험가하나가그를달래고는,친한척거리를좁혔다.

"신참이라잘모르나본데,그런건따로돈을받아야하는거라고."

"왜죠?"

"암묵적인규칙이있어.그렇게'자발적인도움'을바라는놈들은인당2할은더준다고.저군인녀석이돈을아꼈는데,우리가도와주면버릇이안든다니까?"

이해할수는있었다.모험가와고용주는절대사이가좋을리없는관계였으니까.

"여기서평생일할건아니잖아?반대로우리가위험해지면,저놈들이우릴구해줄것같아? 전열이붕괴할수준이아니면신경도안쓸텐데."

그의말이옳을것이다.하지만,내입장에서는별로와닿지않는말이었다.

모험가일을얼마나오래할지는모르겠지만, 일이 길어지더라도 이런 돈몇푼에흔들릴것같지는않았다.

그들이받지못할돈몇푼보다,당장죽을지도모르는병사몇명의목숨이더귀했다.

"아,예."

그렇다고해도,지금싸움을하고싶은건아니었다.칼질도노동이고,주먹질도노동이다.괜한일에휘말릴이유는없다.

"너이자식,어른이말하는데그게무슨말버릇이냐!까마득한선배가인생에대한조언을주면,들은척이라도해야지!"

잠시빠져있었던늙은모험가가칼을뽑아들었다.길드건물에앉아있던모험가들이기대에찬환호를쏟아냈다.

"아니,여기원래이런분위기입니까?"

"버릇없는놈.칼은꽤쓰는것같았지만,네놈처럼버릇없는놈은손을한번봐줘야겠다!"

갑자기일어난함성에머리가어지러워졌다.

처음보는모험가들이야그렇다치더라도,함께간모험가들은저런반응을보여서는안되는것아닐까.

"아니,내가싸우는것못봤어요?"

그렇게손쉽게오크들을베어넘겼는데,그건그들에게그렇게인상적인일은아니었나보다.

"보아하니제대로된검을배우지도못한것같은데,뭐어디귀족출신이라서마력하나믿고나대는놈아니냐?"

"그게...꼭틀린말은아니긴한데."

주위사람들도,당연히저노인이이길것처럼생각하고있었다.

무슨독이라도쓰는걸까.단체로최면에라도걸린걸까.

"애초에,진짜실력자였으면진작에이름난파티에소속되어있거나,황녀가고용했겠지."

"애송이주제에자기가뭐라도되는양...혼쭐을내버려!"

­좋아!혼쭐을내버려!

"아니,넌그러면안되지."

은근슬쩍끼어든성검때문에,살짝입을가리고속삭이듯대답했다.

­주어랑목적어가다르잖아!적당히눈치껏알아들으라고!

"거참...아무튼,죄송합니다."

나는그장년의남자에게사과하려했지만,노인이끼어들어꽥꽥소리쳤다.

"지금누구에게사과하는거냐!"

논리에도맞지않고,이대로시간을끌면끌수록나를지치게만들것같았다.

"아,죄송합니다."

나는검을뽑았다.적당히때려도죽지는않을테니,이편이시간절약과편안한잠자리에도움이될것이다.

"덤비시죠.혼쭐을내준다고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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