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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41화 (41/217)

〈 41화 〉 환속­4

* * *

"늦어서죄송합니다..."

지팡이를쥔성녀가들어오자,모두의시선이쏠렸다.

"...뭐냐,셀리아.눈이멀기라도한거냐?"

하얀안대가그녀의눈을감싸고있었다.

"하,그...아니에요.아직불편하지만,억지로뜨려면뜰수는있을거예요."

그녀의말을듣고서야,파시어는안도의한숨을내쉴수있었다.

"혹시나했는데...뭐본인이그렇다면야."

셀리아를기다리고있는사람은,파시어뿐만이아니었다.

엘레노어는조금기울어져조금이나마허리를세울수있는간이침대에누워있었고,네르웬은자신의활을되찾은채구석에서있었다.

마왕퇴치이후,공식적인자리가아닐때네명이모두모인것은처음이었다.

"오셨습니까,성녀.그럼슬슬대화를시작해보지요."

하지만그런신분의사람들이한데모였음에도,여기있는한늙은남자의권위를당해낼수는없었다.

늘입던장식이많은예복을입은것도아니었다.전에받았던충격이다사라진건아니었다.

젊었을적에쌓았던근육은세월과함께사라졌다.지금도몸이떨리고,눈에는피로가가득하다.

하지만여기꼿꼿이서있는그를무시할수있는사람은없었다.

"황제로서,묻겠다."

잘못에대한책임을나누고싶다는마음은,그도다른이들과다를바없었다.

당연히도.그걸표출하는방식중그에게익숙한방법은체념이나원망이아닌분노였다.

"성녀,마법사,궁사,그리고..."

그의눈에애틋한감정이조금섞여들어갔지만,지금은그사랑마저분노를덮을수없었다.

"내딸,엘레노어.당신들모두.그에게대체무슨짓을한거냐?"

/////

"물러서지마라!대열을갖춰!거기,모험가놈들도마찬가지다.한가롭게채집따위를하고있을틈이없다!"

장수로보이는이가오열하듯소리쳤지만,이미내주위에있는이들은신이나서전리품을수확하고있었다.

"저래도되는거맞아?"

­당연히안되지만...모험가들이이렇게백날천날병사들이랑같이싸울것도아니잖아?돈되는일을하는거지.

손도남았겠다,나는아직전투가한창인병사들이있는곳으로달려갔다.

"크와아아아악!"

"아,시끄럽네."

검을들어내리치자,오크는너무나도손쉽게잘려나갔다.

이건일종의일이었다.

나무를할때,나무꾼이나무에위협을느끼지는않는다.물론잘린나무에깔리는등안전사고를주의할필요는있지만,기본적으로는그냥육체노동이다.

용사의힘을얻기전에도,오크한둘정도는내손으로처리해야했다.물론궁사나마법사가도와줬지만,그들이흘린마물한둘정도는버텨낼필요가있었으니까.

당장돈이필요하긴했지만,잠자리정도는얻을수있을것이다.

“우익이정리되었어.조금만더버티면된다!"

채집에는능숙했지만,어떤부위가값진곳인지구별할능력은없었다.그건마법사의일이었다.

눈치를보며다른모험가들이챙겨가는부위를찾을수도있겠지만,이미벌떼처럼시체에달려든그들사이에끼고싶지도않았다.

"몰아붙여라!"

부대장은슬쩍옆을돌아보며다른모험가가더오고있나살폈지만,그들은올생각이없어보였다.

애초에그들에게맡겨진곳은우익이었으니,더도와주지않는다고그들을닦달할수있는입장도아니었을테고.

나는다시슬렁슬렁검을들어,영혼없는검놀림으로오크를베었다.

­짜릿하지않아?전장한가운데서서,영웅이되는거야!

"지루해..."

이런생각을하게될줄은몰랐지만,자극이부족했다.

용사가휘두르던검에비하면,이건싸움상대라기보다는그저허수아비에가까웠으니까.

­그래서,어쩔생각이야?

"불사조에대해찾고는있지만..."

불사조전설은이곳저곳에서등장했지만,대부분은불사조가'나타났다.'에초점을맞출뿐그서식지나행동양식에대해서술한자료는없었다.

이름높은정령사에게불사조가나타났다거나,비에젖어죽어가고있던선한기사에게불사조가나타나온기를나눠주었다거나.

"너도모르지?"

­음,알지도.어떠려나.일단불사조를본적은몇번있고...하지만,서식지?걔들이떼로돌아다니는건한번도못봤어.

"당장은막막하네."

결국은,황제의도움을받는게가장쉽고빠른방법이었다.

하지만한번준비된의식을치르는것과,처음부터재료를준비하는건다르다.

황제의태도를보면의외로순순히재료를모아줄수도있었지만,시간이얼마나걸릴지모른다.

한달이라는명확한기한도없었으니,여러사정때문에내귀환이후순위로밀려날수도있었다.

"더쫓아갈필요는없어!오크들이도망친다!"

부대장이다급하게나를불렀다.나는어기적어기적걸어,다른병사들이있는곳으로돌아갔다.

­와,무아지경!검의성취가머지않았어!

"너랑대화하고있었던것뿐이잖아.보통이런건집중을못하고있었다고하지."

내몸은그런대로단정했지만,오크의피와살점이군데군데묻어있는건어쩔수없었다.

"용감히싸웠군.모험가앞에서이런말을하긴좀그렇지만...그들은좀,실력에비해신뢰성이부족했거든.내가추천해줄테니,제국군에들어오는건어떤가?"

"아뇨.절대."

그의제안을가볍게거절한다음,나는다시터덜터덜모험가들이있는곳으로돌아갔다.

/////

"처음에는,정말로내가약속을지키지못해그가화를내는줄알았다."

황제의몸깊은곳에서,흥분과분노가끓어오르고있었다.

아직은아슬아슬하게목을넘기며차가운이성이그감정을절제하고있었지만.

"화를낼만도하지.기한에서한달이나지났으면사람이좀분노할수도있지않겠나.그런데,아무리생각해도그건아닌것같더군."

네명의여자는다같이입을꽉다문채,서로눈치만보고있었다.

"나도기분이달갑지는않았네.한달이그리긴시간도아니고,함께했던전우들과마지막인사를나누고업적들을돌아보기에적당한시간아닌가.그렇게까지비난받아야할일인가싶었지."

"죄송합니다..."

성녀가먼저고개를숙였다.

"그런데,그는내상상이상으로이세상을혐오하고있더군.짐이납득할수있게설명하게."

"그게정말네진심이냐?"

파시어는불편한얼굴로,손에잡은마법구슬을이리저리만지작거렸다.

"그러면,내가들었던결혼얘기는그저헛소문이었나?용사의힘을놓고싶지않았을텐데."

황제는이를악물었다.다른이들에게정보를강탈하려면,그도자신의치부와욕망을드러내야했다.

"힘은필요없다.중요한건혈통이었지."

"그건더이상하군.황녀가따로명령받은것도아닌데왜에네렐과몸을섞을거라생각했던거냐?"

"...통계라네."

"하?"

말도안되는소리라며역정을내려던파시어는,잠시그말의의미를곰곰이생각해보았다.

이번마왕퇴치는3년이조금넘는시간이걸렸다.그리고이건,이례적으로짧은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는8년,길게는15년이걸리기도한다.용사의업적이란그만큼길고지루하며,달성하기힘든일이었다.

여신의가호가있어쉽게죽는일은없고,지금까지는다행히용사가완전히실패한사례는없었다.

하지만전투에서패배해몇년간기억상실상태로살아야했던용사나,동료에게배신당해새동료를찾을때까지시간을허비해야했던용사는차고넘쳤다.

"내가장친한친우는,누구보다도용사를좋아하는사람일세.계획을정리해달라했을때,그걸일이라고생각하지도않더군."

용사의나이도개인차가심했다.열살을겨우넘긴어린아이가용사로소환될때도있었지만,서른살이넘은성인이용사로소환될때도있었다.

당연히여정중에연인을만들기회는없었고,봐야하는사람들은매번봐야하는파티원들뿐이다.

같이고난과역경을이겨냈으니동지애도있고,좋든싫든서로의흐트러진모습을볼기회도많다.

한쪽의용모가심하게추하지않은이상,아니추하더라도어떻게든이성관계가만들어지곤했다.

"그렇다쳐도,그게어째서저딱딱한계집일거라생각했나?적어도자네가어렸을때는귀염성이라는게있었는데,저친구는좀..."

"너는나이차이가좀많이나는여자니어쩔수없더라도,다른여자들은전부그에게안길거라생각했다.물론,이것도통계다."

제국의역사는길었다.용사의역사도길었다.어느정도패턴화시켜다음용사의행보와결과를파악하는것이가능할만큼.

"미친놈이..."

파시어는대놓고자신을늙은이취급하는황제의조롱에이를갈았다.

"대답에는만족했나?"

"네놈은멍청이지만,이런허술한계획으로만족했을리가없어.어떻게든그의혈통이필요한거라면,더복잡한계획을..."

"아니,그게전부다!여행이끝난뒤까지황녀와그가맺어지지않았더라도,그에게명예와여자,안락한생활을약속하면이곳에남을줄알았어!"

하지만상황은생각이상으로참담했다.여정은성공적으로끝난게아니었다.

"이제너희들이말할차례다.무슨짓을한거냐?"

흔들리던여자들의시선이,누워있는엘레노어쪽으로쏠렸다.

"...훈련이었습니다.필요한일이었습니다."

"저선한사람이그렇게치를떨정도로?"

엘레노어는고개를떨궜다.

"압니다.제가실수한것.그는의무를질필요가없는사람이었고,저는그를'책임있는자'로여겼습니다.용사파티의일원으로서,용사로서."

"...진짜,죽일듯이팼으면서."

셀레네가툭내뱉었다.엘레노어는억울함에소리쳤다.

"그건,그건...제가15살때하던훈련이었단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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