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환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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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병상에서일어나지도못한엘레노어였지만,분위기가달라졌다는건느낄수있었다.
치유사들이멀리서그녀를지켜보며무언가를속삭였다.어제까지밝게웃던이들이,복잡한표정으로그녀를보고있다.
용사의힘이있었거나,적어도그녀의몸이멀쩡하기만했다면무슨말을하고있는지정확히들을수있었을것이다.
하지만아직도팔하나제대로들어올리지못하는그녀의상태로는,그저그걸견디는것외에아무것도할수있는게없었다.
하지만그녀의귀에들리는짧은단어만으로도,그부정적인감정을유추할수있었다.
'결국,숨기지못했나,'
후회는없다.황제는안타까워하겠지만,애초에숨길필요도없는일이었다.명령이아니었으면숨기지도않았을것이다.
그의분노나자신의실수를제쳐두고서라도,그는적어도축하연에올자격이있는사람이었다.
그걸이상하게여기지않은것은,황궁입성과동시에그가떠났다고생각했기때문이었다.
처음부터,자신의것이아니었다.너무익숙해졌기에잊고있었던것뿐이었다.
병동의문이거칠게열렸다.멋들어진옷을입은귀족몇명이무리를지어들어오고있었다.
분기탱천한것이,누가봐도환자로는보이지않았다.엘레노어는초점잃은눈으로천장을보고있었다.
"여긴병실입니다.황녀님이계시는병실이라고요.무슨용건으로오셨는지는모르겠지만,돌아가주...으읏!"
"비켜라.긴급히상의해야할일이있으니."
선두에선귀족이가볍게치유사를밀쳐냈다.거친행동과는별개로,그의행동에는여유가넘쳤다.
엘레노어는그의얼굴을보자마자,좋지않은의도가있음을느꼈다.
"병중에죄송합니다,황녀전하."
"실례했습니다.일어나서맞이하고싶었지만,몸이이런지라.부디양해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형식적으로는예의를차리고있었지만,황녀는그의눈이탐욕으로불타오르는것을느꼈다.
"하지만,저희는매우충격적인사실을듣고왔습니다.적어도황녀전하께서...이사실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정도는듣지않으면,논란을잠재우기어려울것같습니다."
황녀는그의말을믿지않았다.저수염짙은남자,귀족파의수장인크레온이정말사태를잠재우기위해그녀를만날리없었으니까.
황제는적어도,진심으로제국을생각하는사람이었다.빈민들을구휼하고,진심으로백성들을생각하는사람이었다.
그러나그런개혁에반대하는이들은있었다.귀족들은자신의기득권을놓지않으려발버둥쳤다.그리고,황제는그의우월한권위로그들의반발을묵살했다.
하지만그에원한을품은이들도적지않았고,크레온도그들중하나였다.논란이퍼지고있다면,아마뒤에는그의손길이닿아있을것이다.
"아주단순한일입니다.몸에무리가되지않는선에서,아주약간만.그용사의힘을보여주실수있으십니까?"
능글맞은미소에소름이끼쳤지만,지금우위에선이는그였다.
"몸하나움직이지못하는분에게,대체무슨요구를하시는겁니까!"
황가의치료사는거세게항의했다.하지만,크레온은조금도흔들리지않았다.
황가에대한특별대우는차츰차츰줄어들어,지금은거의없다고봐도될정도였다.심지어는그엘레노어조차전담주치의없이,그냥황궁병실에서황궁의사의치료를받아야할정도였으니까.
정식으로후계임을인정받고황태녀의자리에오르게된다면좀달라지겠지만,당장은황궁의사수준의권위로크레온을몰아낼수없었다.
"아주잠깐이면됩니다.의심하고있는이들이보이지않으십니까?"
"...그힘은,이제쓸수없습니다."
"그렇다면혹시...전에있었던황궁습격사태때문입니까?거기에있던'누군가'가,진짜용사였기때문에?"
그의입에걸린비릿한미소가엘레노어를자극했다.
하지만,지금이상황은그로서는매우드물게진실을가지고누군가를추궁하는상황이었다.
벗어날방법이없었다.
"...저는황제폐하의명령을받은몸.제가말씀드릴수있는것은없습니다."
"그것참,아쉽게되었군요.황녀전하의말이라면,여기있는누구도가볍게듣지않았을텐데."
엘레노어는,그와대화하는것에서피로를느꼈다.뱀같은혀를가진사람이다.
아무리그녀가노력한다한들,검이아닌분야에서엘레노어의성취는그저그런수준이었다.
황제의무한한총애,그녀의압도적인무력과지지세력을통해그단점이부각되지않는것뿐이다.평생을궁정예의와사교술,정치력에바친이들에비하면한참모자랐다.
그리고,크레온은그중에서도재능있는남자였다.
"지치셨다는건압니다.하지만,아주조금이라도보여주실수없겠습니까?"
한번의대화를위해만반의준비를마치고,전력으로만남을준비해도모자라다.엘레노어는이를악물었다.
대화가길어지면좋을게없었다.지금은,대화를끝내야한다.
"이미,다듣고오신것아닙니까?"
가만히치료에전념해도,언제다시검을들수있을지모른다.
믿을수있는이에게기사단을맡겼지만,결국그기사단의무력과통솔은그녀가맡았던일이었다.제역량을다할수있을리가없었다.
마물의위험은끝나지않았다.지금이순간도,어떤마을이위험에처해있을지몰랐다.
"라인하르트경께서충격적인소식을전해주긴하셨습니다만,워낙여러말들이오가다보니확신하기가힘들더군요.라인하르트경의충심은모든제국민들이알고있으니..."
“그러면,그대로믿으시지요.”
"하지만돌아다니는말들중에서는,차마제입에담기어려운것들도있는터라."
하지만그는살살그녀를꾀며어떻게든입을열게유도했다.
"사람들이불안해하고있습니다.만약에,최악의경우에...우리가알던용사가사실용사가아니었다면,당연하다고생각했던모든전제들이무너지니까요."
엘레노어는,오랜만에무력함을느꼈다.
"어디서부터진실인건지,어디서부터거짓인건지.용사의편에서있다는생각이저희의착각이었다면,제국내부에도사악한손길이뻗어있는건아닌지..."
부드러운그의목소리가서서히그녀의심장을조여왔다.
"그걸숨기기위해강제로역소환의식을거행했다가,실패해서용사가분노했다는소문도있고..."
말도안되는가정이었지만,다른이들이얻을수있는정보는너무한정적이었다.
"그말,책임질수있겠나?"
발언의수위가그답지않게강했다.반역으로해석될수도있는말이다.
마왕퇴치축하연은황제의권위로이루어지는행사이고,그가쓰러트린이들중에는황제가섞여있었다.
"저는아무것도믿지않고있습니다.여기있는귀족들도,그런헛소문에흔들릴정도로어리석지는않습니다."
하지만그도손쉽게걸려들지는않았다.유들유들하고여유로운미소를지으며,진심으로그녀를걱정하는것처럼가식적인미소를지을뿐이었다.
"하지만,백성들은다릅니다.다소...교육수준이낮고신분이천한이들은,이일의전말을제멋대로상상하곤하니까요."
아무리목격자가많다고한들,순식간에저잣거리로퍼질일은아니었다.애초에,황실의호위병을상대로정보를캐낼수있는사람이많을리없었으니까.
소문의근원지는,보나마나크레온일것이다.
엘레노어는입을다물었다.그녀가무슨말을하든그와그를따르는사람들은,제멋대로그말을해석할게뻔했다.
에네렐을상대로라면백번도사과할수있었다.하지만,다른악한자들이이사건으로이득을보게할수는없었다.
저들에게말을거는건의미없는짓이다.사사건건제국을방해하고,자신의이권만을챙기려드는무뢰배들이니까.
얼굴도기억하고있다.늘그를따라다니던세명.그리고남은사람은...
"크읏..."
따라온이들하나하나이름높은귀족이다.얼굴도기억하고있었다.
하지만맨뒤에서걱정섞인얼굴로이곳을바라보는젊은귀족두명은,그들의일부가아니었다.
굳이따지자면중립,조금더깊게따지면충성파의일원이었다.
반대의견을낼때도있었지만,적어도그들은영지민을사랑하고작위에대한책임을지는사람이었다.
그런사람들이,의구심가득한얼굴로그녀를보고있다.
제발이모든게거짓말이라고말해달라애원하는것처럼,처절한얼굴로엘레노어를바라보고있다.
황녀는얼굴을굳혔다.
진실이밝혀지는것은두렵지않았다.해명해야할일이많겠지만,그건당연한일이었다.
진짜용사가에네렐이었다는사실은,의심의여지없는진실이었으니까.
하지만악의적인소문이퍼지기시작한다면그녀는어떻게해야하는걸까.당장방금전에크레온이문제를제기한것처럼,황제에반기를드는세력이용사라는이름앞에뭉칠수있었다.
에네렐에대한진상규명을방패삼아크레온이제국을위험하게한다면,어떻게대응해야하는건가.
그녀가실수했다는자각은하고있었다.에네렐의분노에맞서대응하고싶지는않았다.
성녀와마법사가그랬던것처럼자신을온전히내어줄자신은없었지만,검을꺼내맞서고싶지않았다.
하지만,그것마저그녀의욕심이라면.
"이만돌아가겠습니다."
그는목적을완수했다는것처럼,여유롭게다른귀족들을이끌고병실에서나왔다.엘레노어는여전히몸하나까딱하지못하는상태로,천장을보며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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