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환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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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당신까지이런꼴이되고만겁니까..."
늙은기사의입에서침통한한숨이흘러나왔다.
"이걸바라고했던일이에요.뭐,다행히도목숨을거둘생각까지는없으셨네요."
"죽을수도있었습니다!"
"아쉽게됐죠."
셀리아는부드럽게웃으며,계속해서그녀의몸에난상처를치료하고있었다.
"상처가좀심하게난것뿐이에요.이정도는...내일까지치료하면나을수있겠네요."
"저는경황이없어상황을제대로보지못했습니다.대체무슨주문을사용하셨던겁니까."
피로얼룩진사제복을아직갈아입지않은셀리아의미소는,라인하르트에게묘한공포심을불어넣었다.
"저는...멍청이였어요.그분이얼마나아팠을지도모르고,에네렐씨가선하다는이유로몇번이고그상냥함에기댔으니까요."
"하지만,그건..."
늙은기사가본그의모습은,분노에몸을맡긴괴물과다름없었다.
"멋대로그분을판단하려하지마세요.제가더잘알아요."
"죄송합니다."
"엘레노어도,파시어님도,네르웬씨도그렇게얻어맞았는데저만빠져나가는건공평하지않잖아요?"
셀리아는억지로눈을떠보려했지만,아무리치료해도눈을제뜻대로움직일수없었다.
"당연한거예요.복수심을접어두고삶을끝내려는사람에게,억지로살아달라고애원한거니까요.살기로결정했다면,복수심도남아있겠죠."
"하지만...왜?"
"저는바보고,멍청이고,아무것도몰랐지만...그래도,제가한말은진심이었거든요."
"무슨?"
"행복해졌으면좋겠어요.저희가아닌다른사람이라도괜찮으니까,그선한마음이사랑으로보답받았으면좋겠어요."
라인하르트는안절부절못하고병상앞을이리저리맴돌았다.
"마탑주는거의죽을뻔했습니다."
"우리는마왕을죽이는여행중에,에네렐씨를죽였어요."
셀리아는눈을감을채기억들을회상하는것같았다.헤헤웃다가,갑자기얼굴을찡그리거나,슬픈표정으로늘어졌다.
"그가용사라는것은사실입니까?"
"저도몰랐어요.마법도신성주문도모르는그사람이결계를해제하는모습을보고신기하기는했지만...기껏해야가문에특별한힘이전해지는일반인일거라고생각했죠."
"사실...이었군요."
전후사정이어찌되었든,그는용사에게검을겨누었다.라인하르트의얼굴은순간,성녀만큼이나어두워졌다.
하지만,그는그죗값을혼자서앓고있을생각이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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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진짜저기가절대로안변하는곳이거든?일단수도안에들어와있긴한데,어디든빈민가는있잖아?
"아,알았어.괜찮다니까."
그러니까들어봐!어차피높으신분들은빈민가에관심이없고,적당히머릿수가줄어드는게꼭나쁜일은아니거든.도시안에틀어박힌고블린이빈민가를빠져나올정도로강해질리도없고.
성검은거기고블린소굴이없었다는게못내억울했는지,아침까지'자신의판단이틀릴리가없었던이유.'에대해열변을토하고있었다.
그래서저런빈민가근처에있는소굴정도는방치해둔단말이야.그런데왜...
"내상식으로는,그래도수도근처에몬스터가돌아다니는것자체가이해가안되는데..."
평시라면몰라도,전시잖아?지켜야할곳은많고,빈민가에신경쓸사람은없으니까.
"다좋은데,좀나중에하면안될까?"
고블린의초록색체액을가르면서정답게말을걸고있는말하는검은,조금그로테스크했다.
"찾아서왔으면됐지."
고블린소굴을찾기위해서는,수도를밖으로나와좀걸어야했다.
얼마전까지는행상인을습격하려고여기저기모여있는고블린무리도있었던모양이었다,
하지만,내가나올때는사정이좀달랐다.황녀의군대가근처를돌아다니고있다.전화를피해숨어있거나징집되어있던예비모험가들이모험가길드가입을위해고블린들을찾아다니고있다.
"어쨌든내힘으로는이런곳도못찾았을테니까."
수도와는조금거리가있는곳이었지만,용사파티의보폭에익숙해진나에게는산책하기딱좋은거리에불과했다.
"지금생각해봐도,미친듯이굴렸구나..."
하지만,이정도면막모험을시작한모험가들이오기힘들곳이기는하다.가까스로고블린을잡을수준이라면,체력분배까지생각했을때이런곳에올이유는없다.
내덕분이지?
"그래.네덕분이긴...하지."
하지만,조금아쉬운건어쩔수없었다.
용사파티에있었을때길잡이는궁사였다.그리고그녀가하는길안내는비정상적인속도를가지고있었다.
최단거리와도달하는데걸리는시간,만나게될적과피할수있는적을몇초만에정리해서길안내를시작했으니까.
어쩌면,그몇초마저도그녀가그걸알아내는데걸리는시간이아니라,알아낸정보를우리에게설명하기위해걸리는시간이아닐까생각했었다.
물론,그여자의차가운표정을생각하면그냥시간이좀더걸리더라도혼자다니는게나았다.
"귀가한개,두개..."
용사파티를따라다니면서가장크게성장했던능력이있다면,뭐니뭐니해도도주와해체일것이다.
나,나를도축용으로쓰는거야?
"아까까지잘만썰고다녔으면서뭘또그래."
그래도이거랑그건다르지!
"단검도다돈이야.당장은포기해."
애초에,돈을많이벌생각은없었다.
검을다루는능력도,용사의힘을사용하는방식도엘레노어보다는훨씬어설프고미약하다.실전경험이다르니,어쩔수없었다.
하지만,내게는마왕을죽일정도로성장한,여신의가호를모두받은용사의힘이있다.
어디서용이라도죽이겠다고달려들지않는한돈을벌방법은얼마든지있었다.
"아,용도잡긴잡아야하는구나..."
용은왜?드래곤슬레이어?역시,로망을아네!
"아니,필요해서."
하지만마룡이란게존재하지도않는세상이다.언제등장할지짐작조차할수없었다.
그것과싸우니,언제죽이니하는일도너무먼미래처럼느껴졌다,
유니콘의피도마찬가지다.유니콘이어디있는지는둘째치고,살아있는유니콘을멋대로죽이기도뒷맛이썼다.
만일그런일을저지른다하더라도,황제의말에의하면의미없는살해에불과했다.유니콘이늙어죽기를기다리자니,나는그말의수명이얼마인지도모른다.
그나마가능성이조금이라도있는물건은불사조의유해였다.그건적어도,그게존재하는위치라도알면찾아올수있었으니까.
지금하고있는일은,어느새 성검으로잘라낸고블린의귀를자루에담는일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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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은없다.이일은비밀에부친다.이건명령이다."
병상에누워있는황제였지만,그의눈은불타고있었다.
"하,하지만폐하.어떻게다른이들에게이걸설명할지..."
"설명할필요도없다.모든이들의입을단속할수는없겠지만,공식적으로어떤대답도하지않는다."
뒤늦게달려온기사들은,이끔찍한습격사건의범인이누구인지알아내려했다.
용사파티전원과황제가죄다병상에들어갔다.당장제국귀족의반이사라져도이상하지않은사건이었다.
하지만,늙은기사의목소리에는그도고개를돌려야했다.
"안됩니다.황제폐하."
"...라인하르트?"
그의오랜친우앞에서는,황제도납득할만한설명을해줄수밖에없었다.
"제가어째서용사에게검을겨눠야했는지,모두가알아야합니다.저는이사실을숨길생각이없습니다."
"조금만기다려줄수있겠나?"
"폐하."
라인하르트의눈에는아슬아슬할정도의긴장이서려있었다.한발짝만더나가면,황제에대한증오로해석될수있을정도로위험한농도의긴장이.
"아시잖습니까."
용사에대한라인하르트의집착은비정상적이었다.그는어린시절부터지금까지,자신이용사파티의검사라도된것처럼행동했다.
어지간한학자도그의앞에서는섣불리고대용사에대해입을열수없었다.
황궁도서관까지파고들어용사에관한책을몇번씩정독하고,가끔은용사전승이남아있는마을이나유적지를찾아가기까지한그였으니까.
젊고치기어리던나이에서십년이지나고,이십년이지나고,삼십년,사십년,그이상의세월이지난지금도,그는그때의순수한열정과의지를잊지않았다.
그래서,황제는이일이그에게어떤일보다도중요하다는걸알고있었다.
"저는알겁니다.진짜용사가누구인지,어떤대우를받았는지,왜저리분노했는지알아내고말겁니다."
"원한다면,알려줄수는있네."
"그걸로는부족합니다.그가진짜용사고,마왕을퇴치한이가바로그인데,누군가가그영광을도둑질했다면..."
용사에게검을겨누고한낱무뢰배취급했던그의과거가,누구보다거칠게자신을채찍질하고있었다.
"그사람은대가를치러야합니다."
황제는잠시눈을감았다.
이미목격자가너무많다.무슨변명을한다한들,더이상엘레노어가용사의힘을쓸수없다는건기정사실이었다.
끔찍한일들이있었지만,전례에비추어보면이정도는일어날수있는사고에불과했다.그것도,그의비인간적인자비에기댄결과지만.
섣불리저늙은기사를방치했다간,어떤소문이흘러나올지몰랐다.
하지만진실이그의입에서흘러나온다면,어떤호사가도쉽사리입을열지못할것이다.
라인하르트는에네렐사건의목격자이자,누구보다오래용사모험을탐구한자이자,신뢰받고있는기사다.
피해를인정해야한다.더욕심을부려선안된다.판단을끝마친황제는,조용히입을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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