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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30화 (30/217)

〈 30화 〉 복기­12

* * *

"돌아가시는건가요?"

"오래있었지."

너무길었다.

수도가눈앞에보일때만하더라도,당장일을마치고돌아갈수있을줄알았다.

적어도,용사파티의얼굴을보지않을수있을거라생각했다.

내예상보다더힘들었고,짧은기간이었지만많은사고들이있었다.

하지만,이제끝이다.

은발의메이드는못내아쉬운듯안절부절못하며고개를흔들고있었다.

"아쉽지않으세요?"

"전혀."

"그게,이대로간다는게...."

나는원하는게있었다.원하는게있는사람이라면,아마메이드겠지.

용사도,성녀도,궁사도각자원하는게있을것이다.그리고당연히,나는그요구를들어줘야할의무가없었다.

아니,의무는처음부터없었다.

여신이처음내게이세계를위해용사가되어달라고부탁했을때도,나는어떤의무도없었다.

그저,내가할수있는일이기에했다.내가줄수있는것이기에주었다.나라면,아주조금더버틸수있을것같아서버텼다.

"아무것도없잖아요.이대로는,아무것도남지않아요..."

"그걸로충분해."

처음부터무언가바라고시작한일은아니었다.나를위해한일은단하나도없었다.

"시간이된것같네.이만내려가볼게."

조금이나마,편한얼굴을할수있었다.나는,내가웃어본적이언제였는지꽤오랜시간을더듬어야했다.

결국그추억조차용사파티와만든추억이었다는것을깨닫고,회상을멈출수밖에없었지만.

/////

처음온날이떠올랐다.은은하게느껴지는피냄새,이곳저곳에서반짝이는푸른빛,그때는처음이었던,생소한신성력과마력의감촉.

이냄새를맡고서야,정말돌아간다는것을실감할수있었다.

"자네에게는정말미안하네."

그앞에선황제는,내게고개숙여사과했다.

쉬운일은아니었을것이다.여기있는마법사와성직자들도눈과귀가있다.

비밀은엄중히관리되겠지만,그의권위를떨어트리는일이라는것은자명하다.

"...."

상관없다고,괜찮다고,용서한다고말할수는없었다.그건명백한거짓말이었다.

하지만,이분위기에서그에게욕을내뱉고싶지도않았다.나는그저그를한번노려본뒤,길을따라마법진의중앙으로들어갔다.

구분을위한것인지,마법사들은회색,성직자들은갈색의로브를쓰고있었다.하지만파시어는그얼굴을드러낸채,피로한눈으로나를맞이했다.

이게신분을숨기기위해쓰는물건이라면,확실히그녀에게는의미없는물건이었다.

파시어의작은체구를생각하면,무슨로브를쓰건그녀라는것이들키고말테니.

"시작하겠다.그자리에앉아있으면된다."

그녀는별다른말없이,바로의식을시작했다.내게도편한일이었다.그녀와말을섞으면화를내고말테니.

끝난다.끝난다.끝난다.

정말많은일들이있었지만,어쨌든나는성공했다.

마왕을퇴치했다.그많은시간동안버텼다.

마지막까지첫마음을잊지않았다.나는,선한사람으로남았다.

성직자들이성가를부르고,사이사이로마법사들이주문을외웠다.성가는마치마법사들의주문처럼복잡하고미묘했고,주문은마치성직자들의성가처럼웅장했다.

마법진에서빛이뿜어져나온다.눈을감고있어도느껴지는거대한빛이.

온몸의힘이전부풀린다.나와이세계를묶는끈이느슨해지는것을느낄수있었다.

나는 간다.

그사실을다시한번실감했다.그제야웃을수있었다.

/////

"안,돼...."

네르웬은피를뚝뚝흘리며,황궁정원의나무를넘어다녔다.

분명고통스러웠지만,그고통을잊을정도로충동과욕망이더컸다.

자기살을반쯤찢어내며족쇄와수갑을벗어던지고,상태를보러온간수를제압해열쇠를빼앗을정도로.

죄가커질거라는생각은하고있었다.하지만,이미이것저것따질여유가없었다.

"제발,제발..."

감옥에갇혀있는동안,마음속으로그에게몇백번사과했다.그녀의목은지나칠정도로뻣뻣했었다.

적어도지금은,네르웬의자존심은모두찢겨나간상태였다.

이제어찌되든좋으니,한번만그를다시만나고싶었다.당장죽는것도나쁘지않았지만,고통으로인한자살충동마저네르웬이에네렐에대해느끼는충동을넘지못했다.

황실의경비는삼엄했지만,그녀는초인적인집중력과작은행운으로그안에들어오는데성공했다.

그가어디에있는지힘들게찾으려할필요는없었다.마치태어날때부터그를찾을수있는것처럼,엘프는그의흔적을따라갔다.

"..."

하지만,그것마저한계는있었다.

몸도성치않은데다,정식으로허가를받고들어온것도아니다.용사파티의일원이긴했지만,그녀가감옥에들어갔다는소문은알음알음퍼져있었다.

애초에여기까지들어온것도기적이었다.그녀가아무리유능하고강한엘프라한들,정말로철저하게섣불리들어갈수는없었다.

"네,네르웬!"

"읏!"

엘프는생각할틈도없이,소리가들린쪽에활시위를돌렸다.

그녀가원래쓰던활이아닌간수의조잡한활이었지만,그화살이빗나가지는않을것이다.

"어,어딜그렇게많이다친거예요?빨리나으세요!"

성녀의'명령'한번으로,네르웬의몸은완전히나았다.몸에묻은피는남아있었지만,속은완전히멀쩡해졌다.

"뭐...냐?"

마치마기에잠식이라도된것처럼흔들리는네르웬의눈동자에,셀리아는잠시주눅들었다.

"지금이러고있을때가아니에요!파시어님이에네렐씨를멀리보내버리겠다고..."

"그건,안돼...."

정신이이미너덜너덜해진네르웬이었지만,그말에는반응할수있었다.

그녀는터벅터벅,냄새를향해계속걸었다.셀리아는잠시당황했지만,곧그녀의의도를깨닫고

황궁에서쫓겨나지는않았지만,대책이없는건성녀도마찬가지였다.

"주,죽이면안돼요.제압만해두면,제가알아서치료할테니까..."

두명의무법자들은몸을숨기고,황궁의호위병들을쓰러트리기시작했다.

역소환의식은중요한의식이었지만,그만큼비밀리에이루어져야할의식이었다.그의식이존재한다는것을아는사람은,당연히엘레노어가아닌진짜용사의존재를알수밖에없으니까.

때문에,특별히더호위를많이투입하거나정예화시킬수는없었다.

평소에는사용되지않는지하실에물자를운송하고사람들을출입시키는것도위험한일인데,더의심을샀다간모두에게들키고말테니까.

"...거의다왔어."

"부,불안해요.어떡하지?무언가,거대한게이아래에서..."

지하실의바로앞까지다다랐을때,그녀들은느끼고말았다.

문틈사이로퍼져나오는거대한섬광을.신성력과마력이섞인위대한기적을.

"아..."

실이끊어진인형처럼,셀리아가그앞에서무너졌다.네르웬은아직상황을정확히판단하지못했지만,돌이킬수없는일이일어났다는것은인지하고있었다.

모든것이끝났다.

/////

"네가무슨짓을한건지알고있긴한게냐?"

파시어는,바로이것이꿈이라는것을인지했다.하지만,화를내는그녀의입은멈추지않았다.그녀는,과거의그녀가했던일을똑같이따라할수밖에없었다.

"지금넌내연구를60년정도늦췄다."

"애초에,불가능한일이었습니다.저들모두가죽는다해도구해올수없는물건이었잖습니까!조금더빨리말해줬으면,적어도세명은더살릴수..."

평소에는고분고분그녀의명령을따르던에네렐이었지만,이번에는달랐다.

"내가,귀환석을주지않았나.물건을얻고나면,너는그걸로돌아올수있잖아."

"다른사람은요?"

"어쩔수없는희생이다."

"뭐가어쩔수없는희생입니까!그게그렇게중요하면,차라리파티가들어가서..."

"그던전의규칙은너무위험하단말이다!아무리강한사람이가도,운이나쁘면죽을수밖에없어!"

한번했던말을똑같이내뱉으면서,파시어는끝없는후회에빠졌다.

"귀환석도,너처럼마나와관련없는이가아니면사용할수없는곳이란말이다!"

슬픈점은,아무리후회해도주저앉을수없다는점이었다.기억속그녀는에네렐에게소리치고있었으니까.

"그게사람목숨보다중요합니까?마법사님의수명은무한하잖아요!저에게는아니지만,당신에게는그깟60년따위..."

"네놈이,그짧은식견으로'눈앞에보이는사람'을과대평가하고있는거겠지!60년이다.60년동안시간이라는괴물이얼마나많은사람들을죽일것같으냐?"

과거의파시어는,배신감에치를떨었다.

"너는...이해하고있는줄알았는데!"

이야기가잘통한다고생각했던것은,그녀혼자만의착각이었다.

언젠가그에게도영생을주어,이위대하고아름다운일에동참할수있는영광을주려했는데.

마술은원래고독한작업이지만,혼자있는일이고통스럽고지루하다는것은변하지않았다.

그래도,그길에이해자한명이있다면버틸수있을지도모른다고,파시어는생각했었다.

"저는,이해할수없군요.더이상당신의성공이기대되지않습니다."

"너도알텐데!나는성공한다.어떻게든,반드시!"

"어떻게든성공하시겠죠.그래도..."

­당신이만들세상따위는,전혀기대되지않아.

회상은끝났다.파시어는어두컴컴한마법진의안에앉아,뜨고싶지않은눈을떴다.

"네가옳았구나."

성공과실패의문제가아니었다.삶과죽음의문제가아니었다.

마음을잃어버린사람이,모두가영원히사는세상을만들어봐야아무도기쁘게만들수없었다.

"나는,한번도,조금도,아주약간이라도..."

파시어의눈에서물방울이흘러나왔다.

"네게,감사하지않았던거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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