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 받아 줄 거지 (137/173)


137화. 받아 줄 거지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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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허락도 받았겠다, 나는 즉시 사그랑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의상실 사람들을 저택으로 불러들여 새로 드레스를 맞추고, 장신구를 주문하는 일이었다.

비록 의전은 처음 해 보는 일이지만, 적어도 차림새에 몹시 신경 써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떤 몸가짐으로 맞이하냐에 따라 손님들에게 주는 인상도 확실히 다를 테니까.

특히나 태황제 부부씩이나 되는 귀빈을 맞이할 땐 특사들의 옷차림도 몹시 중요했다.

응접실에 앉아 재단사와 보석 세공사들이 준비해 온 드레스와 장신구를 꺼내어 늘어놓는 걸 조용히 지켜보던 조이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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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사그랑에 가셔야 한다니. 이러다 또 쓰러지실까 봐 너무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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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동감합니다. 열심히 일하시는 것도 좋지만,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재단사나 세공사들이 가져온 물건을 옮기는 걸 돕고 곁에서 상황을 살피던 집사도 조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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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대도. 아델리움에서 돌아온 뒤에 쭉 쉬기만 해서 오히려 갑갑한걸. 그리고 사그랑에 갈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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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래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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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위너드가 좋아하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조이나 집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황궁에서 돌아오던 길, 위너드는 평소처럼 부르지도 않았는데 마차에 나타났다. 내가 황제에게 무슨 부탁을 했는지 훤히 알고 있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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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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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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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야. 나는 네 몸이 걱정돼.’

 
여러 번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는 위너드에게, 나는 괜찮다며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그가 아무 걱정 없이 기뻐해 주었으면 했다.

끝없이 같은 문답을 반복한 끝에야, 위너드의 입가에 소년처럼 환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복잡한 것도 같았다. 손가락으로 초조한 사람처럼 창틀을 두드리기도 하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묵묵히 창밖 풍경으로 시선을 옮기기도 했다.

늘 여유만만이었던 위너드가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혹시 그간 한 번도 부모님을 뵙지 못했던 걸까?

비록 그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안내자의 능력을 사용하면 언제든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아니지. 벨레드리안에는 에르헨이 있으니,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위너드의 모든 것을 빼앗고, 주인공이 된 위험한 사람이니 능력을 사용해 부모님을 멀리서 지켜본다 해도 들킬지 모른다.

갑자기 머릿속이 여러 가지 생각들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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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괜찮으세요……?”

너무 오래 말없이 있었나 보다. 걱정스러운 조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녀만이 아니라 집사도 걱정 어린 눈길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당황을 숨긴 채 웃는 얼굴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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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생각하니까 좀 긴장되어서. 그래도 기쁠 수밖에 없잖아. 벨레드리안의 태황제 폐하와 태황후 폐하를 곁에서 보필할 영광스러운 기회를 잡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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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맞아요. 저도 아가씨가 정말 자랑스러운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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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의전 경험이 없어서 특사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뽑힌 거야. 이건 황제 폐하께서 날 신뢰하고 계신다는 증거 아니겠어? 안 기쁜 게 더 이상하지.”

사실 뽑힌 게 아니라, 꼭 가고 싶다고 읍소한 거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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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하세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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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기뻐하실 만하군요.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조이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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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의 얼굴은 곧 세실리카의 얼굴이야. 날 믿어 주신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도 제국의 이름에 먹칠할 수는 없어. 그, 그러니까 의상에도 신경을 쓰는 거고…….”

왜일까. 전혀 변명할 일이 아닌데, 어쩐지 변명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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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렐라 님.”

그때, 끼어들 틈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재단사가 두 눈을 빛내며 잽싸게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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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시작할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려한 드레스를 주렁주렁 건 옷걸이를 양손에 가득 든 채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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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여 드릴 드레스는 이겁니다. 로렐라 님의 머리카락 색깔과도 잘 맞는, 강렬한 느낌의 짙은 가넷색 드레스지요.”

이미 내 옷을 여러 벌 만들어 준 적 있는 재단사는, 내 취향에 꼭 맞는 드레스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그때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확실히 그녀가 보여 준 드레스들은 정말 예뻤다. 무엇 하나 빠짐없이 색도 나와 잘 어울렸고,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전부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도 맞았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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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어쩐지 선뜻 고르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난 태황제 부부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다른 제국의 가장 높은 어른 아닌가. 가벼운 여행 중에 잠깐 들르는 것뿐이라 해도 중요한 자리였다.

게다가 두 사람을 보좌하기 위해 벨레드리안의 고위 귀족들도 몇 명 동행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을 위한 만찬과 무도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세실리카 황실을 대변하는 호스트 중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체 어떤 드레스를 입으면 좋을까?

이건 생각지도 못한 난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황실에 이야기해서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할걸.

촉박한 시간에 쫓겨 뒤늦게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원통할 따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의상실 사람들도 함께 고민해 주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평소 위너드가 입고 다니는 옷을 떠올려 보았지만, 이 역시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적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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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위너드를 부를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게 하고 옆에서 같이 골라 달라고 하는 거야.’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일 뿐, 실행에 옮기기는 힘들었다.

혹시 그의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라 유독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

……그런 건 결코 아니라고!

결국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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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갖고 오신 것 중, 너무 화려한 드레스는 제외하고 전부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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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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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부.”

내 주문에 의상실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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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께서 이렇게 신경 써서 의상을 준비하시는 건 처음 아닌가요? 황실 무도회에 갈 때도 이러시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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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일을 맡으셨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드레스 룸에 옷장을 하나 더 들여야겠어.”

작게 소곤거리는 집사와 조이의 목소리에 자꾸만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졌다.

그저 의전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을 뿐이라고, 온 세상에 소리쳐 알리고 싶은 억울함 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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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촉박하니, 구매하신 옷들은 곧장 사그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의상실 사람들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많은 옷을 구매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도 물론 잊지 않았다.

비로소 한숨 돌린 나는, 바로 서재로 향했다. 떠나기 전,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처리해 놓고 갈 생각이었다.

따뜻한 차를 준비해 내 옆에 놓아주던 조이가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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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밤늦게까지 서재에 계셨지요? 오늘은 부디 일찍 주무세요.”

아무래도 쓰러진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았으니, 계속 걱정이 되나 보다.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조이를 내보냈다.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베티버와 백단향 냄새가 어우러진 고급스러우면서도 상쾌한 향기가 코끝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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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로렐라.”

위너드는 평소와 다름없이 싱긋 웃고는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나는 서류에 사인하다 말고 손을 멈춘 채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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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더듬더듬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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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게…… 너 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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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붕붕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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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굳이 대답하는 것도 입이 아플 정도였다.

위너드의 의상은 오늘도 무척 아름답고 화려했으며, 완벽했으니까.

평소에도 그의 패션 감각은, 사교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몇몇 귀부인들보다도 훨씬 더 뛰어났다.

그런데도 오늘은 어쩐지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은은한 푸른색이 맴도는 정복과 매끄러운 광택이 나는 하얀 실크 크라바트, 그리고 금빛 자수가 놓인 검은색 견장까지.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위엄이 풍기는 차림새였다.

평소라면 ‘우와, 오늘도 화려하네.’ 하고 넘겼을 옷과 장신구들이 하나하나 눈에 박혀 들어오는 듯했다.

위너드는 눈썹을 슬쩍 올리며 내 대답을 끈질기게 기다렸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벨레드리안 황실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화려하게 입는 걸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그러자 낭패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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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옷을 잘못 고른 거 같은데…….’

그때,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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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예쁘더라.”

위너드는 어느새 찡그렸던 눈썹을 곧게 펴고는, 근사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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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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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하나같이 전부 근사하던데.”

휴우, 다행이다.

고작 그 말 하나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쩐지 부끄러워서 황급히 시선을 피해 버렸다.

나답지 않게 엄청 신경 썼다는 조이의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난 탓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행사니까!

내가 잘못하면 자칫 국격이 떨어질지도 모르고…….

그렇게 혼자 마음속으로 변명을 이어 가던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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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이 한 가지만 더하면 완벽할 거야.”

그의 말끝에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자 눈앞에 갑자기 커다란 상자가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벌린 채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푸른빛의 드레스가 담겨 있었다.

색감도 색감이지만, 세실리카 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세련된 디자인도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레스를 들어 올리자, 그 밑에 가려져 있던 신발과 장갑, 그리고 드레스와 맞춘 듯 똑같은 색의 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것들도 아름답긴 했지만, 특히나 넓은 챙이 돋보이는 모자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몹시도 우아했다.

모자를 꺼내 들어 구경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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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드레스는 물론이고, 이 모자 또한 위너드가 입고 있는 정복과 똑같은 옷감으로 만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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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카에서는 모자를 잘 안 쓰지. 하지만 벨레드리안 귀부인들 사이에서는 필수라…….”

위너드가 겸연쩍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모자에서 시선을 떼고 바라본 그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말없이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내가 들고 있던 모자를 급히 가져가더니 머리 위를 덮듯이 푸욱 씌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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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커다란 챙 때문에 그의 얼굴이 가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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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드리안에서는 중요한 손님을 마중 나갈 땐 모자까지 신경을 쓰거든. 그 외에는 이곳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곧이어 턱 끝에 간지러운 촉감이 닿았다. 조금 서툴지만, 리본을 묶어 주는 손길이 다정하고 간지러워서 나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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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줄 거지?”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때 모자를 쓰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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