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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132/173)


132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2022.10.05.



“여긴 누구? 나는 어디……?”

아까부터 홀로 이상한 소리를 중얼대던 카셀의 눈동자가 일순 거칠게 흔들렸다.


“저건 또 뭐야!?”

‘여긴 어디 나는 누구’겠지!

하지만 로렐라에겐 정정해 줄 틈이 없었다.


“카셀!”

그녀는 눈을 비비는 카셀의 팔을 잡고 내리 끌었다.

카셀의 시선이 하얗고 보드라운 손에 꽂혔다. 파들파들 떨면서도 자신의 팔을 아프도록 잡고 있는 것을 본 순간 현실감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꿈은 아닌 모양이었다.


“미안해! 전부 다 나 때문이야!”

“응?”

대체 뭐가?


“어어……!”

그 순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발아래가 요동쳤다. 마물이 꿈틀거리는 다리로 두 척의 선박을 칭칭 감고서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갑판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으아악!”

비명이 들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마물의 몸이 수면 위로 불쑥 튀어 올랐다.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주둥이가 쩍 벌어지더니 붉은 이빨이 그대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씹어 삼켰다.

놈은 만족스러웠는지 거대한 빨판으로 수면을 마구 때렸다. 거센 물살이 로렐라에게로 향했다.


“위험해, 누나!”

“조심해, 로렐라!”

두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촤아악!

차가운 바닷물이 덮친 순간, 단단한 품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위너드보다 딱 한 발자국 더 가까이에 있었던 카셀이었다.

물론 몸이 젖는 걸 피할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거센 물 폭탄을 맞는 신세는 면했다.


“푸읍.”

로렐라는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얼른 뒤로 넘겼다. 물에 섞인 소금기 때문에 눈이 따가워 좀처럼 눈을 뜰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 잠깐!”

여전히 어깨를 안고 있던 카셀의 손에 일순 힘이 실린다 싶더니.


“……너, 너 이 새끼!”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위너드가 있었지, 참!’

카셀과 그가 마주친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때마다 서로 몹시 적의를 불태웠다는 사실도.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맞닥트리다니.


“잘 만났다, 이 자식!”

“……아차.”

위너드는 곤란한 듯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마치 도발하듯 한쪽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린 그의 표정은 조금도 곤란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로렐라가 황급히 얼굴을 훔쳤다.


“뭐? 아차아?!”

발끈한 카셀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때의 수모를 갚아 주겠……!”

하지만 카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우두둑!

로렐라는 소리가 난 쪽을 휙 돌아보았다.

맞은편 선박의 앞부분이 왕창 뜯겨 나가면서, 갑판에서 활시위를 당기던 사람들이 비명과 함께 바다로 떨어졌다.

마물은 몸을 꾸물대더니 입안에서 부서뜨린 것들의 잔해들을 뱉어 냈다. 그러고는 더 이상 배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망가진 것을 내버려 둔 채 눈을 돌렸다.


“키에에에에엑!”

철판을 긁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와 함께 입을 쩌억 벌리자, 또다시 송곳처럼 뾰족하고 흉측한 이빨이 드러났다.


“조금만 참아, 로렐라.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낮은 음성이 귓가에 스민 것과 동시에, 갑판을 내딛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위너드가 붉은 빛을 꼬리처럼 길게 단 채 어느새 저만치 날아갔다.

붉게 타오르는 빛 덕분에, 위너드의 현란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보였다.

여전히 구김 하나 없는 화려한 정복을 입은 채, 마물의 몸통을 거침없이 베어 내는 모습은 대단한 걸 넘어서서 아름답기까지 했다.

모두의 시선을 빼앗을 정도로.


“허.”

헛웃음을 흘리는 카셀과 달리, 로렐라는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와아…….”

그 순간, 카셀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는 말없이 허리춤에서 기다란 장검을 빼냈다. 특이하게도 검 면을 따라 커다란 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길드장님. 그, 그 검은……!”

카셀이 빼어 든 검을 본 그의 부하가 새된 비명을 내뱉었다.


“……반드시 내가 죽인다.”

살벌하다 못해 살기까지 느껴지는 목소리에 로렐라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로렐라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굳혔다.

여전히 예쁘지만 어딘가 모르게 반쯤 돌아 버린 것 같은 눈이 대활약 중인 위너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

“누나,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카셀은 한 자 한 자 짓씹듯이 내뱉고는 그대로 위너드를 향해 재빠르게 달려갔다.


“카셀! 잠깐!”

로렐라가 다급히 팔을 뻗었다.

주, 죽인다는 게 설마 위너드는 아니겠지!

하지만 그녀의 손은 아까 위너드가 그랬듯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로렐라가 미처 붙잡기도 전에, 카셀은 다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괴물을 향해 사라졌다.

그의 은발이 마치 샛별처럼 어둠 속에서 빛났다.


“로렐라 님, 이거 단단히 묶으세요.”

소리 없이 입술을 벙긋거리고 있는데, 길드원이 로렐라의 허리에 무언가를 감아 주었다. 다름 아닌 굵은 밧줄이었다.


“저 검에는 엄청난 마력이 실려 있어서, 잘못하면 돌풍에 휩쓸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에도 밧줄을 둘둘 감아 대는 그녀의 눈빛은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 * *



“꾸에에에에엑!”

위너드는 연신 몸부림치는 놈의 공격을 피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의 이마에서 어느새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하, 이거 엄청 질긴 놈이네.”

그는 짜증 섞인 혼잣말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라를 실은 검으로 있는 힘껏 베어 내고 또 베어 냈지만, 놈은 끈질기게 버텼다.

게다가 등 쪽엔 갑옷처럼 딱딱한 뼈까지 있어서 급소까지 닿으려면 뼈를 부수어야 할 듯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검을 휘둘러야 할는지. 가늠해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뻐근해졌다.

과거에는 수많은 부하의 엄호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였다.

위너드는 그 사실을 상기시키며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었다.


“끼에에에에엑!”

그때, 긴 다리 하나가 거대한 갈고리처럼 날아왔다.

재빠르게 피하긴 했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지독한 피비린내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풍겼다.

마물 주제에 영악하게 함정을 판 놈이 시커먼 아가리를 쩍 벌렸다.

이미 방향을 바꾸기엔 늦었다.


“젠장!”

검을 치켜들 새도 없어 손에 급히 붉은 기운을 모은 그때였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등 위에서 날카로운 도끼 하나가 날아왔다.

단단한 쇠붙이가 회전하면서, 크게 벌어진 아가리에 그대로 박혀 들었다. 이빨이 으스러지고, 목구멍 안쪽까지 삽시간에 찢겼다.


“끄으윽!”

고통에 차 사납게 비틀리는 몸통 위로 연이어 날카로운 검이 파고들었다.

일렁이는 보랏빛 연기가 안쪽으로 빠르게 흘러들어 간다 싶더니, 이윽고 큰 폭발음과 함께 허연 살점이 공중으로 터져 나갔다.


“끄그그그그극!”

사방에 울려 퍼지는 괴성과 함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력한 돌풍이 불었다.

위너드는 재빨리 자세를 낮추어 버텼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주먹만 한 덩어리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날아드는 덩어리들을 검으로 쳐낸 뒤 고개를 들자, 검을 쥐고서 갑판 난간 위에 가볍게 올라선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카셀이 보였다.

아름다운 은발이 바람에 고고하게 흩날렸다.


“……뭐야.”

대답 대신,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동자가 위너드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고 지나갔다.


“…….”

고요한 침묵 속에서 시선이 맞부딪힌 순간, 좌우 대칭이 완벽한 카셀의 입매가 위로 매끄럽게 들려 올라갔다.

반면, 위너드의 입술은 가볍게 비틀렸다.


“하.”

위너드는 낮게 웃고는 휘청대는 마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카셀도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갔다.

마물을 가운데 둔 채 두 사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위너드는 오라를 박아 넣으며 단단한 등뼈 위로 올라갔고, 카셀은 마구 꿈틀대는 다리를 타고 몸통 앞쪽에 가볍게 착지했다.

두 남자는 동시에 머리 위로 크게 검을 휘둘렀다.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합이라도 맞춘 듯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콰아앙!

붉은 빛과 보랏빛 섬광이 격돌하듯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배가 흔들릴 만큼 거센 진동과 함께 마물이 기괴하게 울부짖었다.


“끄에에에에에에엑!”

마물은 쓰러지기 전, 혼신의 힘을 다해 발악했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게 분명한 거대한 다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뭐든 걸리는 것들은 다 찢어 버리겠다는 듯 날카로운 이빨로 여기저기를 물어 댔다.


“위, 위험해!”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로렐라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잽싸게 몸을 피했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더불어 또다시 찬란한 빛이 번쩍이더니, 엄청난 돌풍이 불어왔다.


“끄……윽…….”

이윽고 마물의 눈이 혼탁해지더니, 몸통과 다리 할 것 없이 몸 여기저기에서 거품이 이는 진액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비로소 두 사람이 보였다.

비슷한 높이에 매달려 있던 카셀과 위너드는 아래로 조용히 미끄러져 내려왔다.

탁.

갑판 위로 내려서자마자 두 사람은 가볍게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곧바로 서로의 등이 맞닿았다.


 
그와 동시에 마지막까지 갑판을 칭칭 감고 있던 마물의 다리가 스르륵 풀렸다.

커다란 몸이 시커먼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조용히 가라앉았다.


“와아아아!”

“살았다, 살았어!”

운 좋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몇몇 해적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씨근덕대는 숨을 내쉴 때마다 거칠게 꿈틀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상대의 등만이 느껴질 뿐.


“……제법인데, 애송이.”

늘 여유로웠던 목소리에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카셀이 한쪽 입술을 비스듬히 끌어 올렸다.


“누가 할 말을. 네놈, 흑마법사가 아니었네.”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 친 것과는 달리, 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준 데우스 에번 씨가 사실은 오라 능력까지 쓰는 검사였다니.”

“뭐? 누구?”

그 말에 위너드가 눈매를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곧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아아.”

예전에 바자회 사건 때, 레어넌 단장을 속이기 위해 이 애송이가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데우스 에번’은 바로 그때 썼던 이름이었다.


“그때 분명히 약속했을 텐데. 감히 그걸 어기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봐?”

“내가 너랑 무슨 약속을 했던가?”

일부러 능청스럽게 되묻자, 카셀의 등이 또다시 꿈틀거렸다.


“……두 번 다시 누나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영영 사라지겠다는 약속.”

“아, 그거.”

위너드는 나직이 웃었다.


“없던 일로 하지. 마음이 바뀌어서 말이야.”

휙!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카셀이 거칠게 몸을 돌렸다.

그에 맞춰 함께 몸을 돌린 위너드가 저도 모르게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

시선이 맞부딪힌 순간, 위너드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애송이 주제에 두 눈에 살기가 넘실거렸다.

……하마터면 뽑을 뻔했네.


“너 이 새끼, 진짜 정체가 뭐야.”

잠깐이지만 진심으로 검을 뽑을 뻔했다는 사실도 자존심 상하는데, 거침없는 욕설까지 쏟아졌다.


“뭐든 간에 내가 밝혀 주겠어. 네 녀석은 레어넌 베르하르트나 펠리어트 공작보다 훨씬 더 마음에 안 들거든.”

게다가 대놓고 적의를 활활 불태우네, 이 망할 애송이가.

사실 그렇게 치면 위너드도 할 말이 아주 많았다.

로렐라의 곁을 지키는 남자 중, 이 녀석이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레어넌 베르하르트와 펠리어트 공작은 그래도 나름대로 점잖은 편이었다.

둘 다 고위 귀족다운 품위와 예의가 있었다. 물론 로렐라를 가운데 두고 서로 각을 세우느라 무너질 때도 있긴 했지만.

위너드 역시 뼛속까지 황태자로 자란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삼인방(?)은 로렐라와 단둘이 있을 때도 어느 정도 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애송이는 달랐다. 자유분방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었다.

로렐라를 작정하고 꼬시기 위해 미남계를 쓴다든가, 연하라는 점을 어필한다든가, 감히 재워달라는 수작을 부린다든가…….

불길과도 같았던 질투에 휩싸였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위너드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밝혀 내고 싶다면 어디 네 마음대로 해 봐. 그런데 감당할 수 있겠어?”

물론 안내자로서, 자신은 이런 견제와 도발에 대응할 위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로렐라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 이상, 좀처럼 평정을 지키기 어려웠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이 따라 주지 않는다고나 할까.


“내 정체를 알고 나면, 감히 내게 그런 품위 없는 욕을 지껄인 걸 후회할 텐데. 너도, 그리고 네 길드도.”

그 말에 카셀이 재미있다는 듯 위너드를 다시 한번 위아래로 훑었다.


“후회라…….”

예쁜 입술이 심술궂게 뒤틀렸다.


“혹시 황태자 전하라도 되시나?”

순간 위너드가 흠칫 굳었다.


“아니면 뭐, 가족 중에 황제라도 있으신가?”

카셀이 비아냥거리며 어깨를 으쓱 치켜올렸다.


“…….”

그러나 위너드는 드물게 말문이 막혔다.

물론 그냥 던진 말이라는 건 잘 안다. 얼굴을 아는 것도 절대로 아닐 테다. 이제 이 세상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단순히 촉이 좋은 걸 넘어선 수준인데.

혹시 이 애송이 자식…… 제3의 눈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별의별 황당한 생각이 위너드의 머릿속을 점령했다.

반면 카셀은 조금 의아했다.

후회할 거라고 하기에, 순간 길드의 천적인 황실을 떠올렸을 뿐인데.

안 그래도 세실리카 황실에서는 매해 현상금을 높이고 있지 않나.

그러니 나와 맞붙으려면 네 놈이 황태자 정도는 되어야 할 거라는 비아냥을 담아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놀라는 거지?

그때였다.


“왜들 그러고 서 있는 건데!”

얼마나 꽁꽁 묶었는지, 간신히 밧줄을 풀어 낸 로렐라가 후다닥 달려왔다.


“싸, 싸우는 거 아니지?!”

다급한 목소리 뒤로, 저 멀리 하늘에서 무언가가 큰 소리를 내며 터졌다.

공중에 밝게 타오르는 빛.

틀림없는 구조 신호였다.

하지만 두 남자는 빛에 잠깐 드러났다 다시 어둠 속으로 잠긴 그녀의 아름다운 옆얼굴에 그새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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