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다 죽는 거야
(126/173)
126화. 다 죽는 거야
(126/173)
126화. 다 죽는 거야
2022.09.14.
스산한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깊고 어두운 밤.
로렐라는 그대로 창가로 다가가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달칵 소리와 함께 창문이 열리고, 찬 공기가 그대로 안으로 밀어닥쳤다.
바깥공기를 맡았는지, 손안에 얌전히 안겨 있던 작은 새가 갑자기 날개를 파닥거렸다.
새의 발목에 통이 제대로 잘 묶여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로렐라가 그대로 조심스럽게 손을 폈다.
푸드득.
고요한 창공을 가르며 작은 새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게 마지막 서신이었다.
부디 몸조심하라는 당부를 연달아 적은.
짧은 서신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제 준비는 전부 마친 셈이네.”
몇 발자국 떨어진 뒤에서 로렐라를 쭉 지켜보고 있던 위너드가 다가왔다.
“그래.”
로렐라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 위로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새들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위너드도 로렐라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작게 감탄했다.
모두 에라주리스 백작 덕분이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로렐라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백작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왕국에서 가장 빠르고 날쌘 전서구들을 여러 마리 준비해 주었다.
덕분에 로렐라는 긴급히 ‘그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바로 서부의 릴리 후작가와 북부의 펠리어트 공작저, 그리고 검은 뱀 길드에게 말이다.
바이올렛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발 빠르게 취한 조치였다.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연락 달라는 말과 함께, 경호를 늘리고 주변을 경계할 것을 단단히 일렀다.
그러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히려 로렐라를 걱정했다. 여기가 아델리움이 아니라 대륙의 반대편이라 해도 상관하지 않고 당장 사람을 보낼 기세였다.
로렐라는 그런 그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퍽 애를 썼다.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걸 절대 티 내선 안 되었으니까.
모두는 그녀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부탁한 대로 움직였다.
특히 후작가와 공작가는 휘하에 부리는 기사단까지 동원해 호위에 나섰다.
릴리 후작가의 기사단은 북부 기사단에 비하면 규모가 좀 작긴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그 ‘세이블 릴리’ 아닌가.
냉정하면서도 철두철미한 여자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검은 뱀 길드가 표적이 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철두철미한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자, 제국 최고의 암흑 길드다. 목숨이 서너 개쯤 되는 게 아니라면, 감히 그런 곳을 건드릴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지.’
위너드는 딱딱하게 굳은 로렐라의 옆얼굴을 흘끔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에는 미처 털어 내지 못한 근심이 가득했다.
위너드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지금 제일 위험한 건 로렐라인데.
후보가 노리는 것은 로렐라의 목숨이지, 그녀의 주변인들 목숨이 아니니까.
“바이올렛 영애보다 먼저 그녀의 측근인 ‘신관’이 사라졌어. 애초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이야.”
낮게 읊조리는 로렐라의 목소리에 분노가 실려 있었다.
자신을 꾀어내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화가 치솟는 모양이었다.
“괜찮을 거야.”
위너드는 로렐라를 위해 평정을 유지한 채 입꼬리를 살며시 끌어 올렸다.
“‘네 친구들’은 다들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니까.”
“물론 그렇긴 하지만…….”
부드러운 위로를 건넸음에도 로렐라는 불안을 감추지 못한 채 입술을 사리물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잖아.”
로렐라의 머릿속에 몇몇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는 하녀 조이라든지, 좋은 사업 파트너이자 편안한 친구이기도 한 레아의 얼굴이.
만약 로렐라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누군가에게 접근한다면, 북부 공작이나 길드장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상대를 노릴 게 분명했다.
“그래, 그래서 검은 뱀 길드에게 정식으로 ‘호위’를 의뢰했잖아.”
위너드는 로렐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등을 덮듯이 감쌌다.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그러고는 그대로 토닥여 주었다.
“특히나 그 은발 꼬맹이 녀석은 네 부탁이라면 만사를 제쳐 놓고 뛰어드니까.”
위너드는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검은 뱀 길드의 수장이라고. 의뢰에 실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어, 잠깐……. 이러면 내가 꼭 그 애송이 자식을 대놓고 칭찬하는 것 같잖아…….
순간 밀려든 번뇌를 위너드는 애써 밀어 놓았다.
어쨌거나 로렐라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으니까.
바이올렛 후보의 안내자를 만난 이후 로렐라는 줄곧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얼굴에 짙은 그늘이 생겨났다. 당연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제 그만 눈 좀 붙이는 게 어때?”
이러다가 혹시 건강을 해치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지 않아도 신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안내자와는 달리, 로렐라의 얼굴은 나날이 수척해졌다.
하지만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렐라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어둠이 내린 바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의 입에서 결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어디 이제 어떻게 나오나 보자고.”
* * *
사절단의 일정 마지막에 열린 무도회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왕국의 귀족이 전부 참석한 건 아닐까 할 정도로 굉장한 규모였다.
그 파티에서 가장 주목받은 손님이었던 사절단은 덕분에 완전히 지쳐버리고 말았다.
가장 점잖고 말수가 적은 세실리카의 대주교조차도 이제 그만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가 바라는 대로 귀국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휘황찬란하고 아름다운 샹들리에 불빛이 가득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식탁 위에 호화로운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비록 조찬이긴 하지만, 음식 가짓수와 구성은 여느 만찬 못지않았다.
오늘 오후, 세실리카 사절단이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점심에는 미리 준비한 송별식을 치러야 하므로 왕실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건 지금이 마지막이었다.
“네?”
식사하는 동안 식기 부딪히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우아하게 움직이던 레어넌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순찰선에 함께 오를 병사들이 벌써 준비되었단 말입니까?”
“그렇소. 모두 바다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뛰어난 정예 병사들이지.”
아델리움의 왕이 냅킨으로 입술을 훔치며 으스대듯 말을 이었다.
“세실리카 제국과의 관계가 보다 더 돈독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오. 게다가 감히 아델리움의 바다에서 날뛰는 해적들에게 이 기회에 확실히 보여 주어야겠지.”
왕은 냅킨을 옆으로 밀어 놓더니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짐의 분노를 사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세실리카의 해안가 마을을 침략한 해적들을 단속하기 위해 양국이 함께 순찰선을 꾸리자는 협약은 비교적 초기에 논의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병사를 제공해 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왕은 이 제안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물론 그의 변덕에 관해서도 역시 잘 알고 있지만.
“하면 이후의 일정은…….”
“그래서 말인데, 레어넌 단장은 우리 쪽 병사들과 함께 승선하는 게 어떻겠소? 세실리카까지 같이 항해하면서 양국의 병사들과 세세한 작전을 나눌 수도 있고, 서로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도 정하면 좋지 않겠소?”
레어넌은 왕의 제안에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나머지 사절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가 닿았다.
그간 일정을 소화하느라 무리했는지, 어쩐지 조금 파리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로렐라에게 말이다.
“순찰선에 함께 오를 병사들의 명단을 미리 보았는데…….”
그때, 샬로네즈 왕녀가 살짝 홍조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들 실력이 출중한 자들뿐이더군요. 대단한 훈장을 받은 병사들도 여럿이고요. 폐하의 심사숙고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심사숙고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 아니겠느냐. 샬로네즈”
왕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자, 왕녀는 그 앞에서 얼른 손을 내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일을 가능케 한 것은 어디까지나 폐하의 빠른 결단 덕분입니다.”
“하하하, 참으로 겸손하기도 하지.”
왕의 호탕한 웃음을 시작으로, 교양 있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레어넌은 그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방금 전의 화제를 다시 꺼냈다.
“진심 어린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는 사절단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호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세실리카의 황제께 의견을 여쭙는 것이 순서인지라…….”
“어머, 내 정신 좀 봐.”
화들짝 놀란 듯한 샬로네즈 왕녀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재빨리 뒤쪽의 시종에게 눈짓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단장님. 가장 먼저 이것을 보여 드렸어야 하는데 그만…….”
그러자 시종이 다가와 돌돌 말린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펴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테두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세실리카 황실에서 쓰는 것이었다.
“이건…….”
레어넌이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
“세실리카 황제 폐하께 미리 서신을 드려 답을 받았답니다.”
왕녀가 곱게 눈을 접어 웃었다.
“이번 협약은 우리 아델리움에게도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함께 순찰선을 운행한다는 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니까요. 양국의 변치 않는 우정을 상징하는 첫걸음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아바마마께서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 일에 임하셨고…….”
그녀는 레어넌을 바라보며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왕녀로서 저 역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결정되자마자 바로 세실리카 황실에 급전을 띄웠지요.”
또다시 왕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이렇게 영특하고 사랑스러운 왕녀가 짐의 곁에 있다니. 아무래도 하늘이 내게 큰 복을 내리신 게로군!”
“그렇습니다, 폐하.”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왕실의 신하들이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거 참, 귀한 손님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하지만 샬로네즈 앞에서는 그저 딸을 사랑하는 팔불출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다오.”
왕은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한 눈으로 왕녀를 바라보았다.
레어넌은 아무 말 없이 못다 읽은 서신을 펼쳐 들었다.
아델리움의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레어넌 단장은 아델리움의 병사들과 함께 항로를 답사하고 돌아오라는 명령이 쓰여 있었다.
틀림없이 황제의 친필이었다. 황제가 직접 쓴 칙서 밑에는 황실 인장도 찍혀 있었다.
“사절단의 호위는 걱정하지 마시오. 도착 후 배에서 내려 본국 땅을 밟을 때까지, 빈틈없이 지켜드리겠소.”
왕은 그러면서 자신의 왼편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러자 누군가가 절도 있는 걸음으로 다가와 경례를 했다. 레어넌 못지않게 많은 훈장을 제복에 달고 있는 그는 왕실의 경비 대장이었다.
“명 받들겠습니다!”
레어넌은 잠시 말없이 두 눈을 깜빡였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무겁게 열린 입술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이 머리 위에 가득 펼쳐진 망망대해.
바람도 불지 않아 수면은 잔잔하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그야말로 평화롭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지금 이 남자의 가슴에 돌풍처럼 불어 닥치는 초조함과 걱정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길쭉하고 둥그런 원형 모양의 망원경을 눈에 대고는 미간을 찡그린 채 먼 곳을 바라보던 남자가 또다시 뒤를 돌아다보며 소리쳤다.
“아, 더럽게 느리네, 진짜!”
눈부신 햇살이 그의 은발 위에서 반짝거리며 부서졌다.
“왜 이렇게 느리냐고!”
“느, 느리다니…….”
“차라리 달리는 게 이것보단 빠르겠다!”
미친놈아. 바다 위를 어떻게 달릴 건데…….
하지만 시드는 그 말에 토를 달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대신 잔뜩 인상을 쓴 채 갑판 아래를 향해 외쳤다.
“좀 더 빨리 저으라신다!”
그 말에 노를 잡고 있던 길드원들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지금도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빨리 저으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용을 썼다. 가쁜 숨을 쉴 때마다 땀이 턱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불행하게도 카셀의 눈에 차지 않는 듯했다.
“느려. 느려도 너무 느려!”
카셀이 짜증스러운 손길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몸을 돌려 선체의 뒤쪽을 향해 뛰듯이 다가갔다.
“아, 안 돼! 카셀!”
그가 무엇을 할지 눈치챈 시드가 잽싸게 그의 앞을 막아 보았지만 허사였다.
카셀은 보랏빛 연기로 가득 찬 병을 찾아 손에 쥐고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 던졌다.
근사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별처럼 빛나던 그 순간.
퍼엉!
신비로운 마력을 담은 병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눈부신 빛이 터지면서, 순간 돌풍이 몰려왔다.
그 바람을 받아 배가 앞으로 쭈욱 나아갔다.
“아…….”
시드는 탄식과 함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무려 저택 한 채와 맞먹는 비싼 마력 도구가, 또다시 공중분해 되는 광경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지금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답시고 쟤가 집어 던진 게 몇 개째더라?
결국 시드의 입에서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따라 왜 바람은 없어서…….”
빌어먹을! 태풍이나 몰려올 것이지!
하지만 카셀의 귀에 그런 것 따위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는 또다시 망원경을 눈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거라고는 그저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뿐.
그런 카셀의 머릿속에 얼마 전 일어났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
로렐라의 경고대로, 정말로 ‘그 일’이 벌어졌다.
솔직히 누나에게서 의뢰를 부탁받았을 때는 반신반의했었는데, 지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임무를 수행해 낸 카셀은 곧바로 길드원들을 데리고 커다란 배 한 척을 띄웠다. 이 역시 의뢰의 연장이었다.
물론 그녀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당연히 이렇게 할 생각이었지만.
“뭐,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그래.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누나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는 놈들은…….
새파란 바다 위를 응시하던 카셀은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 죽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