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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알려 줄게 (112/173)


112화. 알려 줄게
2022.07.27.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세이블을 다이닝 룸으로 안내했다.

그동안은 늘 차만 마시고 헤어졌는데, 오늘만큼은 꼭 함께 식사하고 싶어서 미리 음식도 준비해 놓았다.

아델리움으로 떠나면 당분간 만나지 못할 거고, 또 내게 있어 세이블은…… 이젠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니까. 한 번쯤은 이런 자리를 가지고 싶었다.

다행히 세이블도 내 제안에 흔쾌히 응해 주었다.


“어머나.”

다이닝룸으로 들어서자마자 세이블이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세이블을 위해 미리 준비한 테이블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것들로만 세팅해 두었다.

금빛 테두리를 두른 흰 접시들과 장인이 제작한 크리스털 와인잔, 그리고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잘 손질된 은식기까지.

테이블 가운데에는 연보랏빛 리시안서스가 꽂힌 꽃병과 마찬가지로 보라색 수정이 달린 은촛대가 놓여 있었다.


“정말 근사하네요.”

말투는 담담했으나 그녀의 표정은 한층 환해져 있었다.


“마음에 들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세이블과 무척 잘 어울렸다. 나는 뿌듯한 마음에 괜히 농담을 건넸다.


“릴리 가문의 실권자께서 오신다고 해서 내가 신경 좀 썼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세이블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윽고 조이를 필두로 한 하녀들이 예쁘게 담긴 음식들을 내왔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메뉴를 선정하긴 했는데, 혹시 입에 안 맞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내 기우가 무색하게, 세이블은 모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 주었다.

그제야 나도 안도해 준비된 음식을 마음 놓고 비울 수 있었다.

우리는 중간중간 와인 잔을 부딪쳐 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 처음 주식 창이 열렸는지, 그리고 여기에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나는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세상의 그 누구도 믿어 주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함께 겪은 친구였으니까.

레어넌을 처음 만났을 때 주접킹 때문에 육성으로 시끄럽다고 소리 질렀다가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를 이야기해 주자, 세이블은 보기 드물게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실례합니다, 로렐라 님.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그때 밖에서 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참. 이런 정신 나간(?)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순 없으니, 하녀들을 전부 물렸었지.

들어오라고 하자 조이가 미소 띤 얼굴로 문을 열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디저트를 내와도 괜찮을까요?”

“아, 그렇지.”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 가져다줘.”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이건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다. 세이블을 위해 특별히 레아에게 부탁해 놓은 것이니까.


“어머나……!”

아니나 다를까, 디저트가 나오자마자 세이블의 입에서 평소보다 큰 감탄사가 터졌다.

그녀는 설탕으로 만든 백합꽃이 가득 장식된 커다란 케이크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세이블이 이렇게 반응하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준비한 보람이 있네.


“저를 위해 일부러 만드신 건가요?”

“당연하지.”

나는 우쭐한 얼굴로 직접 케이크를 잘라 그녀의 접시에 놓아 주었다.

그녀는 그저 감탄에 그치지 않고 케이크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어 주었다. 내게도 조각이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은 왜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세이블이 이제 그만 가 봐야겠다고 몸을 일으켰을 때는 아쉬움마저 가득 차올랐다.

그녀를 배웅하는 길.

나는 현관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마차 앞에서 마지막으로 운을 뗐다.


“그러지 말고 자고 가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폐를 끼칠 순 없죠. 게다가 로렐라 님께서 아델리움으로 출발할 날이 머지않았으니, 준비할 것도 많으실 테고요.”

“그래도…….”

여전히 아쉬워하는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또 놀러 와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그 말 한마디에 아쉬움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아델리움에서 뭔가 알게 되거든 바로 소식 보낼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그 뒤로도 몇 마디 인사를 더 나누고 나서야 세이블은 마차로 다가갔다.

마부는 이미 문을 열고 대기하고 있었다. 마차에 오르기 위해 그의 손을 잡으려던 그녀가, 무슨 연유에선지 갑자기 멈칫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다시 내게로 다가왔다.


“로렐라 님, 그거 아시나요?”

“응?”

여자가 봐도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세이블은,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제가 복수를 성공했을 때 말이에요.”

“응.”

“정말 어마어마한 주식이 팔렸답니다.”

그 말에 나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하지만 세이블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덧붙였다.


“정말……. 엄청난 숫자였어요. 후보가 된 뒤, 그렇게 많은 주식을 판 건 처음일 정도로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그저 깊은 의문만이 차올랐다.

……뭐지?

어째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는 세이블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늘 그렇듯 당당하게 빛났고, 입가에는 여전히 우아한 미소가 가득했다. 나를 조롱하려 했다거나, 자신의 활약을 자랑하려는 듯한 느낌도 아니었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세이블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탄 마차는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를 내며 떠났다.

그러나 나는 그저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멀어지는 마차를 오래오래 지켜볼 뿐이었다.

* * *

서재에 홀로 앉아 그녀가 한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그렇게 많은 주식을 판 건 처음이라고……?”

소리 내어 중얼거려 보아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거지?”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야 한 가지 이유밖에 없지.”

“위너드?”

어쩐지 오랜만인 듯해 나는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하얀 달빛이 비치는 창문가에 서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화려한 옷……. 아니, 평소보다 훨씬 화려하게 차려입은 것 같은데?

황실의 무도회에서도 이렇게 화려하게 갖춰 입은 사람은 보기 힘들 것 같단 생각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데…….


“규칙을 잘 생각해 봐, 로렐라.”

위너드가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내 맞은편에 섰다.


“규칙?”

“그래, 우리가 처음 만난 날 확인했던 규칙 말이야.”

“그거라면…….”

지금까지 수백 번도 넘게 읽은, 그래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울 수도 있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인공은 주식을 가장 많이 판매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호칭이라는 거?”

“그다음은?”

“다른 후보들이 아무리 주식을 팔아도 1위를 이길 수 없다고 판정될 때 비로소 주인공이…….”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바로 그거야.”

위너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블 릴리가 아무리 주식을 많이 팔았다 해도, 아직 그녀가 압도적인 우승 후보라고 판정되지는 않았다는 거지.”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상태거나, 아니면 그녀보다 주식을 더 많이 판 후보가 존재한다는 거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위너드와 눈을 맞추었다. 한여름 숲의 푸르른 신록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로렐라. 이제 정말…….”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


“머지않았는지도 모르겠어.”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누구와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시스템 창은 이제 나와 한 몸과도 같았다.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지금은 언제, 어떻게 나타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였다.

세이블과의 거래 이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주식이 팔렸고, 덕분에 총 판매량은 자릿수를 한참이나 헤아려야 할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역시 내가 후보 하나는 잘 선택했다니까.”

위너드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예전부터 몇 번이고 들어왔기에 이젠 익숙한 말이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만큼은 조금 생경하게 느껴졌다.

능글대며 농담을 던지다가도, 주식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무섭도록 냉철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다정하고 상냥하다.

나와 시선을 맞춘 위너드의 입가엔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다정이 가득한 눈동자가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아주 사랑스러운 것을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뭐, 뭐지?’

순간 내 마음속에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안내자에게 후보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어쩌면 주식을 많이 판 내가 기특하기도 하겠지.

알고는 있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마치…….


‘아, 안 돼.’

나는 얼른 시선을 피했다.

가면무도회 때 있었던 일까지 생각나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그 일이 왜 생각나냐고, 왜!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지만, 이것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위너드의 시선을 은근슬쩍 피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화제를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나타났어?”

“응?”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던 사람이 갑자기 오랫동안 안 보인다면 누구나 걱정이 될 것이다.

물론 내가 먼저 그를 불러도 되는 일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는데 갑자기 불러 안부를 묻기가 좀 간지럽고, 쑥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해프닝’이 있은 뒤기도 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신경이 쓰였다.

설마 그 일이 기분 나빴던 걸까.

그래서 혹시 날 보기가…… 껄끄러운 걸까.

바쁜 와중에도 정말이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그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

괜히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뒤적거리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평범하게 말을 건넸는데.


“…….”

위너드는 대답 대신 그저 날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쩐지 불길했다.

그리고…… 얼굴에 그 만족스러운 표정은 뭔데?


“그야 안 불러 주니까.”

위너드는 나를 가두기라도 하려는 듯 책상을 양손으로 짚으며 천천히 상체를 숙였다.


“뭐……?”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이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불러 줘야 올 거 아니야.”

“하, 하지만 원래…….”

안 불러도 알아서 잘 나타났잖아.

그러나 이 말은 금세 위너드에게 막히고 말았다.


“내 후보께서 날 보고 싶다고 말해야지.”

 

 
평소처럼 농담하지 말라면서 고개를 저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평소와는 다른 탓이었다.


“나는 잠도 안 자고,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존재니까, 그냥 보고 싶다고 아무 때나 말만 하면 언제든 달려올 수 있는데…….”

짐짓 수줍은 척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이미 능청스러운 미소가 배어 있었다.

큰일 났다.

들키면 안 되는데, 심장이 제멋대로 소리 내어 뛰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띵동!

거기다 뭔 놈의 종소리까지 이렇게 요란하게…….

「‘일처다부제’ 님이…….」

「‘이 구역 주접킹’ 님이…….」

아니, 들어가 쫌!

위너드가 다 볼 거 아니야!

나는 황급히 창을 껐다. 그러는 동안에도 위너드는 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당황한 나머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던 계획도 잊은 채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 그러고 보니 내가 했던 질문에 아직 답을 듣지 못했어.”

하지만 그의 말 덕분에 줄곧 뇌리에 지니고 있던 궁금증이 떠올랐다.


“질문?”

“대체 네 정체가 뭐냐는 질문 말이야……!”

“아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윽고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로렐라.”

“그래.”

나는 대답하며 그 틈을 타 얼른 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궁금해?”

“응?”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말에 다시금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로 알고 싶어?”

장난처럼 던진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눈빛은 여전히 상냥했고 입술에 걸린 그림 같은 미소도 변함없었으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긴장이 엿보였다.


“그래, 알고 싶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신출귀몰한 남자의 정체를 드디어 알 수 있게 된다니. 생각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떨렸다.


“좋아.”

위너드는 환히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

나는 얼떨결에 그걸 맞잡으며 물었다.


“어디 가는데?”

“내가 말해 주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게 훨씬 나을 거야.”

말을 마친 위너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온 거센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마구 흐트러졌다.


“뭐, 뭐야?”

눈앞을 가린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허겁지겁 정리하던 그때였다.

쿵!

갑자기 땅을 뒤흔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발밑에 커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내 입에선 그만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억!”

나는 어느새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다. 아래로는 메마른 흙만 가득했고 멀리에는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황량한 들판만이 보였다.


“괜찮아.”

위너드는 덜덜 떨리는 내 어깨를 가만히 토닥이며 달랬다.


“전부 환상일 뿐이니까.”

“이게 화, 환상이라고?”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를 보여 주는 환상이지.”

그는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먼 길 끝에서 거친 흙먼지와 함께 수많은 병사가 달려오고 있었다. 아주 잘 훈련된 병사들인지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달리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적에게 쫓기는 것 같진 않았다.

병사들의 맨 앞에선 어느 한 남자가 맹렬히 말을 몰고 있었다.

바람에 커다란 푸른색 망토가 휘날렸다. 투구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늠름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에 절로 시선이 갔다.

병사들은 이윽고 낭떠러지 바로 아래까지 다가왔다.

남자가 말에서 내려 투구를 벗었다. 부드럽게 흩날리는 갈색 머리카락이 붉은 석양에 드러났다. 병사들도 그를 따라 말을 세우고 그 앞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했다.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젊은 남자인 듯했다. 병사들의 태도로 보아 저 많은 사람의 지휘관인 것 같았고.

그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어 이리저리 살피던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

뒤를 돌아보니, 낭떠러지 밑쪽 사람들과 똑같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갈색 머리 청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전하! 이쪽입니다!”

“이 부근이 놈들의 서식지가 틀림없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러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병사들을 발견한 남자가, 위를 올려다보며 활짝 웃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청년이 된 듯 앳된 느낌이 역력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위너드!”

본능적으로 터져 나온 목소리가 손 틈새에서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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