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가지 마!
(110/173)
110화.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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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가지 마!
2022.07.20.
저택이 원래 이랬었나?
로렐라는 다소 당황하여 저택을 이리저리 살폈다.
얼마 전에 방문했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왠지 이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장식과 따뜻한 느낌의 벽지도 여전했으나 이상하게도 집안 곳곳에서 메마르고 황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응접실조차 벽난로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도 어쩐지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여기 앉지.”
그녀가 왜인지 모를 한기에 팔을 문지르자, 펠리어트가 벽난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자를 권했다.
일렁이는 불빛에 짙은 음영이 생겨났다. 야윈 얼굴이 그 빛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불꽃을 담아 더욱 빛나는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도, 펠리어트는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반대편에 앉았다.
그는 감정에 휩쓸려 쓸데없는 말을 꺼내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은 뒤에야 준비한 이야길 꺼낼 수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는 알고 있어.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하지.”
그러고는 두꺼운 서류 뭉치들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미리 전갈을 받아 그녀가 북부에 방문한 이유를 간략히 듣긴 했지만, 그는 그전부터 자세한 내용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일이니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펠리어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살펴보면 도움이 될 거야.”
내용을 살짝 훑어보던 로렐라가 일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움이 될 만한 서류일 거라곤 짐작했지만, 이 정도로 자세하게 적혀 있을 줄은 몰랐다.
펠리어트의 영지에서 일 년 동안 동안 원당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부터, 당장 사탕무를 재배할 수 있도록 개간을 끝마친 경작지 현황까지.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마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심지어 모두 최근에 조사를 마친 기록이었다. 분명히 펠리어트가 지시한 거겠지.
“고마워.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야.”
로렐라는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천만에.”
펠리어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영지민끼리 조합을 만들었더군. 원한다면 내일 조합장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지.”
“정말 고마워.”
아델리움으로 가기 전까지 일을 다 끝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펠리어트가 힘써 준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될 듯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이야기는 하나뿐이다.
“펠리어트.”
로렐라가 조용히 펠리어트를 불렀다.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부름에, 펠리어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께 들었어. 당신이 받아야 할 상을 내게 넘기겠다고 했다며.”
말없이 그녀를 보기만 하던 펠리어트가 낮게 한숨을 쉬더니 체념한 듯 조용히 답했다.
“그래.”
그 대답에 로렐라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대체 왜 그랬어? 난 아무것도 필요 없……!”
“그런 것밖에 없으니까.”
높아지던 로렐라의 목소리를 가른 것은 펠리어트였다.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그의 얼굴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로렐라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하, 하지만…….”
“그러니 부디 그냥 받아 줘.”
차갑고 음울하게 가라앉은 눈빛이 그녀의 얼굴 위를 스쳤다.
“겨우 그런 것들뿐이니까.”
한 자, 한 자를 힘겹게 내뱉은 펠리어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그대로 굳어 버린 로렐라를 남겨 둔 채 조용히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 * *
이전처럼 공작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방에 머물게 된 로렐라는, 잠자리를 봐주고 나가려는 베티를 붙잡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해 봐, 베티.”
“무, 무엇을요?”
단호한 명령에 겁먹은 듯한 눈동자가 그녀를 올려다봤다.
“펠리어트 말이야. 대체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잠시 주저하던 베티는 이내 결심했는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주인님께서는 마님이 떠나신 이후…… 줄곧 서재에만 계셨어요. 고용인들도 얼굴을 뵙기 힘들 정도였고요.”
“그리고?”
“식사도 제대로 안 하시고, 잠도 거의 주무시질 않다 보니 요즘은 몸 상태도 별로 안 좋으세요. 그런데도 약을 드시긴커녕 술만 계속 드시고…….”
“뭐?”
로렐라는 경악해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 얘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간 쌓였던 게 터지기라도 한 듯 베티가 울먹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늘 깔끔하게 관리하셨던 서재도 엉망이에요. 장식장 유리가 깨져 있질 않나, 서류가 바닥에 흐트러져 있질 않나. 저러다가 정말 큰일 나시는 건 아닌지…….”
로렐라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펠리어트가 왜 저렇게 폐인처럼 구는지 짐작 가는 바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꼭 해야만 했던 말이니만큼, 그 말을 뱉은 걸 후회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저 정도로 망가지는 걸 바란 것도 아니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사절단으로서 외국에 나가도 계속 신경 쓰일 게 분명했다.
대체 어찌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로렐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베티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로렐라 님. 이번에는 길게…… 머물러 주실 거죠?”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지금 펠리어트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저택의 모두가 알았다.
그녀가 공작저에 방문할 때면, 삭막한 저택에도 드물게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엔 냉랭하기만 한 공작님조차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늘 한기가 들고 조용한 체임버스 공작의 저택이 익숙한 고용인들이라 해도 기왕이면 그 따뜻한 광경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이왕 오셨으니 부디 오래 계셔 주세요, 네?”
베티는 로렐라의 손을 덥석 잡고 간절히 애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아델리움으로 떠날 준비도 해야 하고, 저택도 막 내놓은 참이라…….”
“……네?”
아차.
로렐라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사절단이 된 이상, 앞으로 황궁에 자주 드나들게 될 텐데 아우레아는 수도와 거리가 상당해 불편했다. 그래서 그녀는 곧장 수도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수도에 있는 저택이 워낙 비싸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모자란 돈을 보탤 생각이었다.
‘베티에게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그렇게 생각한 로렐라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베티의 어깨를 상냥하게 두드려 주었다.
“알려 줘서 고마워, 베티. 펠리어트랑은 내가 다시 한번 잘 이야기해 볼게.”
“하지만…….”
“그러니까 걱정 마.”
그러고는 베티에게 편한 옷을 준비해 달라 일렀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뜻을 읽은 베티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꾸욱 깨물었다. 그러고는 한껏 울상인 채로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 * *
다음 날.
화창했던 어제와는 달리 하늘에는 온통 잿빛 먹구름이 가득했다.
로렐라는 조합장을 만나기 위해 일찌감치 저택을 나섰다. 조합장은 찾아뵈러 공작저에 오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본인이 직접 가길 원했다.
말로 듣기만 하는 것보다 현장을 직접 살피는 편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펠리어트도 함께 따라나서겠다 했지만, 로렐라는 그럴 필요 없다며 만류했다.
막무가내로 동행했을 이전과 달리, 그는 얌전히 물러났다. 대신 기사 두 명을 보내 그녀의 곁을 빈틈없이 호위하게 했다.
배웅하기 위해 현관에 나와 있던 펠리어트는, 그녀가 탄 마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는 추위 따위는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로렐라가 떠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던 하늘에선 어느새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펠리어트의 입술 사이로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공작님, 금세 멈출 겁니다. 지금쯤이면 로렐라 님도 조합장의 집에 거의 도착하셨을 테고요.”
곁을 지키던 수하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기사들도 있고, 조합장도 틀림없이 아주 융숭한 대접을 할 겁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첨언한 말이었는데도, 펠리어트는 아까보다 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수하도 결국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펠리어트가 먼저 천천히 몸을 돌리자, 내내 곁을 지키던 수하가 꽁꽁 언 손으로 문을 열었다.
현관을 지나 집무실로 향하는데, 누군가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고, 공작님…….”
밤새 한잠도 못 잔 듯 퀭한 두 눈을 한 그녀는 다름 아닌 베티였다. 로렐라가 가장 아끼는 하녀.
“무슨 일이지?”
펠리어트가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저 싸늘한 눈초리에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용기를 내어 꼭 해야만 하는 말이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주제넘은 일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울먹거리면서도, 베티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로렐라 아가씨께서…….”
하지만 곧, 로렐라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자마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먼 곳으로 가 버리실지 몰라요……!”
결국 입에서도 와앙! 하고 서러운 울음이 터졌다.
펠리어트의 마음이 하얀 잿더미처럼 소리 없이 스러졌다.
* * *
덜컹덜컹.
바람이 불 때마다 두꺼운 창문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모든 걸 날려 버리겠다는 듯 거센 눈보라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그에 비해 집 안은 무척이나 아득하고 따듯했다.
안주인은 이런 보잘것없는 걸 대접해서 죄송하다며 차와 과자를 내왔다. 말과는 달리 무척이나 아기자기하고 예쁜 과자였으며 정겨운 맛이 느껴져 오히려 로렐라의 입에 딱 맞았다.
쾅!
따듯한 차를 한 모금 마시려는데, 무언가가 날아가다 부딪혔는지 밖에서 제법 큰 소리가 들려왔다.
로렐라는 불안한 눈으로 연신 창밖을 살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멈출 겁니다. 이맘때면 자주 이러거든요.”
“조금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합장에 이어 그의 아내가 안심시켜 주었지만, 그녀의 눈은 어느새 어두컴컴해진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
로렐라 역시 2년간 북부에 살았지만, 공작가의 저택과 평민의 집은 너무나 달랐다.
비록 그녀가 머문 곳이 공작저에서도 유달리 허름한 방이었다고는 하나, 어지간한 바람엔 꿈쩍도 하지 않았기에 이 시기에 이렇게까지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줄은 몰랐다. 외출하는 일조차 극히 드물었고.
하지만 이들에게는 평소와 같은 익숙한 날씨겠지.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로렐라가 밝게 말했다.
“그나저나 다들 의욕이 대단하네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주시다니. 부자가 되는 날도 머지않겠어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 조합장이 로렐라를 향해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로렐라 님. 이게 다 로렐라 님 덕분입니다.”
그러자 그녀가 온다는 소식에 조합장의 집까지 찾아온 다른 영지민들도 다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 담긴 인사도 따라붙었다.
“뭘요. 저야말로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로렐라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원들 모두 시키는 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듯 적극적이었고, 그녀는 세세한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몹시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중요한 화제도 마무리되었으니, 사람들은 로렐라에 대해 줄곧 궁금했던 질문을 꺼내 놓았다.
“로렐라 님, 최근에 아주 좋은 일이 생기셨다지요?”
“저희도 들었습니다. 사절단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녀의 소식은 이미 북부까지 빠르게 퍼져 있었다. 모두 제 일처럼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로렐라의 입가에도 웃음이 걸렸다.
사람들은 차를 홀짝이며 이야기꽃을 가득 피웠다.
“임무도 받으셨나요? 사절단이면 외국에도 나가시는 거죠?”
“네. 아델리움으로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군요! 제 친척이 거기에서 사업을 하는데, 사시사철 온화해서 무척 살기 좋은 곳이래요.”
“얼마쯤 머무시다가 오십니까?”
“글쎄요, 한 2주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던 그때, 창밖으로 까만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펄럭거리는 게 꼭 망토가 휘날리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어……?”
로렐라가 저도 모르게 눈을 비비며 다시금 창문을 바라보자, 조합장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뇨, 밖에 사람이 지나간 것 같아서…….”
“네?”
잠시 창밖을 살피던 조합장이 고개를 저었다.
“잘못 보신 게 아닐까요? 조금 있으면 눈보라가 그칠 게 뻔한데, 이 날씨에 굳이 외출을 감행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로렐라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거세게 몰아치는 눈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 내가 잘못 본 건가……?
“혹시 외지인인가?”
“그럴지도. 북부 사람 중에 그런 정신 나간 자가 있을 리가 없지.”
모두 한마디씩 말을 보태던 그때였다.
쾅쾅!
누군가 거세게 문을 두들겼다.
“어?”
조합장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역시 현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합장이 조심스레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로렐라!”
동시에 애절한 목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헉!”
“고, 공작님?!”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로렐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잔뜩 헝클어진 검은 머리와 옷 위로 얼음 결정이 가득 붙어 있었다. 거센 눈보라 속에서 미친 듯이 말을 달린 흔적이었다.
펠리어트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로렐라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눈 발자국이 생겨났다.
“부탁이야.”
잔뜩 갈라진 목소리만큼이나 그의 얼굴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가지 마.”
“……어?”
로렐라는 물론, 주위에 옹기종기 모인 조합장과 영지민들, 기사들도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펠리어트에게는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델리움에 가지 마…….”
“아, 아니…….”
대체 무슨 소리야. 황제 명령인데 어떻게 안 가.
로렐라가 단호히 고개를 젓자, 늘 똑바로 그녀를 응시해 오던 시선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제발…….”
결국, 그의 두 다리가 천천히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페, 펠리어트?!”
당황한 나머지 어깨를 다급히 잡았지만, 그녀의 힘만으로 커다란 남자를 일으켜 세우는 건 불가능했다.
이윽고 양 무릎이 바닥에 닿은 그 순간.
“제발 이렇게 부탁할 테니…….”
세상에서 가장 절절하고 비통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