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그건 아닌 것 같아
(98/173)
98화. 그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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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그건 아닌 것 같아
2022.06.08.
제국 서쪽을 주름잡는 가문 중 가장 유서가 깊은 가문을 꼽을 때, 릴리 후작가는 늘 첫손가락에 거론되었다.
기나긴 제국 역사 속에서도 빛나는 선조의 이름과, 손에 꼽게 넓은 영지만큼이나 잘 알려진 것은 마치 거대한 성 같은 그들의 저택이었다.
고풍스럽고 커다란 저택은 가문의 명성에 위용을 더하는 데 한몫해 주었다. 몇백 년에 걸쳐 수도 없이 많은 증축을 거듭해 온 결과였다.
외관이 화려한 것은 물론이고, 내부도 무척이나 넓고 복잡해 새로 온 고용인들이 길을 잃는 일도 잦았다. 심지어는 길을 가장 잘 찾는 사람이 시녀장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저택 구조가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안을 훤히 꿰고 있는 세이블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에, 그녀는 산책 삼아 정원 대신 서쪽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선대들의 초상화가 줄지어 걸려 있는 이 긴긴 복도는,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어 세이블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곳이었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우아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를 따르는 건, 희미한 램프 불빛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발밑에 생기는 검고 긴 그림자뿐이었다.
“후후.”
그러다 문득, 세이블이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작게 웃었다. 일렁이는 불빛 아래 드러난 입술이 아름다우면서도 오싹한 호선을 그렸다.
어젯밤, 은밀하게 자신을 찾아왔던 누군가를 떠올린 덕분이었다.
에어리스 릴리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뉴시어스 공이 자신을 찾아올 줄이야.
원로회의 핵심 인물인 그는, 아주 오래 그 자리를 지켰던 만큼 영민하고 눈치가 빨랐다. 덕분에 에어리스를 둘러싼 환경이 아주 약간 변화한 것만으로도 일이 생겼음을 알아챘다.
발 빠르게 움직여 그녀의 신변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거란 정보를 입수한 뉴시어스 공은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
배가 기울 것 같으니 바로 탈출을 시도하는 잽싼 행동력에 세이블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시시해졌는걸.’
로렐라 메이레드가 잘해 줘도 너무 잘해 준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
세이블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뉴시어스 외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오직 그날만을 위해 모든 걸 걸고 움직여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원로회의는 이제 코앞으로 닥쳐 왔다. 준비는 끝났으니 그때까지 마음껏 상황을 쥐락펴락할 생각이었다.
‘원하는 만큼 날뛸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로렐라의 말처럼.
그녀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초상화가 걸린 복도를 걷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림 속 눈동자가 사람을 따라 움직인다는 괴담이 생길 만큼 을씨년스러운 곳이라 더욱 그랬다.
덕분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찾기 좋았지만…….
“세이블 님, 복수를 완성하고 나면 분명 주식이 엄청나게 터질 거예요!”
……그녀는 오늘 혼자가 아니었다.
“로렐라 님이 빼앗아 간 100만 주는 금세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요!”
아니, 정확히는 오늘뿐만 아니라 최근 계속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누군가’ 때문에.
세이블은 곁에서 계속 재잘거리는 그녀의 안내자를 조용히 불렀다.
“롯지.”
“네?”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왔지?”
그러자 어린 소녀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이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닌데.
세이블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그 두 사람이 롯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 모양이네.’
그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발걸음만 옮기는데, 목에 걸고 있던 동그란 구슬 모양의 펜던트에서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싶더니, 붉은빛이 반짝거렸다.
로렐라에게서 받은 마도구가 빛나는 것이었다.
그녀는 전서구로 소통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면서 짧은 설명문과 함께 펜던트를 보내 왔다.
세이블은 주위를 조심스레 살폈다. 준비는 다 끝났지만, 후작저는 아직 아버지의 손아귀에 있었다. 경계해 나쁠 것이 없었다.
조용한 복도를 몇 번이고 확인한 뒤에야 반짝이는 펜던트를 손으로 감쌌다.
“……네.”
[나야, 세이블! 잘 들려?]
“잘 들려요.”
정말로 신기한 마도구였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한 것도 모자라, 목걸이를 하고 있는 제게만 들린다니.
악행에 쓰고자 마음먹는다면 엄청난 일을 벌일 수도 있을 텐데, 놀랍게도 로렐라 메이레드는 이 귀한 마도구를 전서구 대용으로나 썼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린 세이블은 저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띠었다.
[내일이면 설탕을 실은 마차가 도착할 거래. 진짜 깜짝 놀랐지 뭐야. 적어도 일주일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군요.”
[네가 서두르라고 지시해 줬다며? 공장을 알아봐 준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직접 나서 주기까지 하다니. 정말 고마워. 크, 역시 세이블!]
추켜세워 주고자 하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웃음이 자꾸 새어 나왔지만 세이블은 굳이 표정을 관리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로렐라에겐 얼굴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말대로 세이블은 공장 책임자를 직접 불러 부탁했다. 금전까지 건네며 최대한 일손을 멈추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했다.
[정말 고마워.]
번거롭지 않은 일이라면 거짓말이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해 준 것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천만에요.”
마음과는 달리 세이블의 입에서는 무뚝뚝하고 짧은 대답이 뱉어져 나왔다.
혹시 이런 태도가 오해를 사는 건 아닐까.
어쩌면 부탁이 더 있어서 연락한 건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로렐라 님.”
그렇게 생각한 세이블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응?]
“더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앞으로도 북부에서 원당이 오면, 가장 먼저 작업할 수 있게끔 조치해 놓았으니까요.”
[……그래, 고마워.]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북부 이야기가 나오자 로렐라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풀이 죽었다.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어? 왜?]
“목소리가 평소랑 좀 달라서요.”
[아. 그, 그게 내가 요즘 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물은 건데 정곡이라도 찔린 건지, 로렐라는 쉬이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분위기에 세이블이 눈썹을 찌푸리기가 무섭게,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있잖아,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혹시…… 주식 때문에 징계당하는 거 본 적 있어?]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세이블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롯지가 징계를 당했었죠. 제가 주식에 관심이 없다고 하니 애가 탄 나머지…….”
그런데 이건 로렐라도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때를 틈타 자신을 염탐하러 온 적이 있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답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아니. 안내자 말고, 주식 사 주는 분이 징계를 받은 일은 없었어?]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뭐라고요?”
세이블이 되물었지만 로렐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 버렸다.
다시 한번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마도구의 불빛이 꺼졌다.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세이블 님, 누가 징계를 받았대요?”
내내 곁에서 조용히 있었던 롯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혹시 그 남자 아녜요? 로렐라 님의 안내자요!”
은근히 목소리가 들뜬 듯 들리는 걸 보니, 제발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에이.”
그러자 롯지가 아깝게 되었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 사람이야말로 징계를 받아야 하는데! 성격도 나쁘고, 인성도 완전 별로고!”
“…….”
“분명 은근히 규칙을 어기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롯지는 이때다 싶었는지 마구 그자의 흉을 보았다.
하지만 세이블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로렐라 메이레드는 왜……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지?
* * *
“후우…….”
나는 펜던트를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두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반응을 보건대, 세이블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하긴 이런 일을 겪은 후보가 얼마나 되겠어.
“하아아…….”
답답한 마음에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차.
그러다 곧 입술을 꼭 깨물었다.
반쯤 넋이 나간 채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한 남자 때문이었다.
나는 애써 그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려 애쓰며, 조용히 책상 의자를 빼서 앉았다. 그러고는 서랍에서 고급 편지지를 한 장 꺼내 빠르게 글귀를 써 내려갔다.
황궁으로 보내는 편지였다.
‘도매상 말로는 수도 쪽은 벌써 민심이 나빠지고 있다고 했지.’
레아의 가게에서 만났던 도매상이 전해 준 정보에 따르면, 황실에서 비축한 설탕은 사흘도 채 안 되어 전부 동이 난 모양이었다.
수도는 내가 사는 아우레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점과 빵집, 그리고 티 살롱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 많은 가게가 졸지에 강제 휴업을 하게 생겼으니, 생계를 위협받은 민심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지. 이 분위기가 들불처럼 빠르게 전국으로 번지는 것 또한 시간문제였다.
상황이 이러니 황실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리 없다.
나는 정중한 끝맺음 인사까지 단번에 써 내려간 편지를 봉투에 넣고 마무리했다.
집사에게 부탁하면 내일 중으로는 황궁에 도착하겠지.
평소라면 답신이 올 거라고 장담 못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나는 조용히 눈동자를 굴려 소파에 앉아 있는 위너드를 흘끗 바라보았다.
심각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아니, 아까보다 안색이 더 안 좋아 보이는 것이…….
‘이게 그렇게 상심할 일인가?’
나도 이런 상황이 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나보다 위너드가 더 충격을 받은 것 같아 섣불리 말도 꺼내지 못하겠다.
나는 갑갑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눈앞에 조용히 시스템 창을 띄웠다.
「‘후회남 처돌이’ 님께서 로렐라 님의 주식을 10만 주 구매합니다!
밤이 왔습니다. 동지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주세요.」
펠리어트와 이야기를 나눌 때,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끄럽게 종소리를 울려 댄 분이다.
공작저에서 나와 마차를 타던 순간까지도 계속 주식을 사 주었건만,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펠리어트의 얼굴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물론 그에게 솔직히 이야기한 사실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펠리어트의 마음에 진지하게 답하기 위해서라도, 언젠간 분명히 한 번쯤은 꺼냈을 이야기일 테니까.
하지만 차갑게 굳어 버린 그의 눈빛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뒤늦게 창을 확인하고는 너무나도 노골적인 이름에 솔직히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후회남 처돌이’ 님께서 싱글벙글하며 또다시 10만 주를 추가 구매합니다.
사랑해요, 언니. -펠리어트 데굴데굴 구르게 만들기 협회 일동-」
「‘저 새끼 남주 아니죠?’ 님이 격분하여 로렐라 님의 주식을 20만 주 삽니다.
후회남은 개뿔. 좋은 말 할 때 우리 언니랑 그 새끼 엮지 마라.」
「‘후회남 처돌이’ 님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10만 주를 추가 구매합니다.
ㅎ 이 바닥에서 취존은 국룰인 거 모름?」
「‘그 새끼 남주 아니죠?!’ 님도 코웃음 치며 10만 주를 추가 구매합니다.
응~ 쟤는 취존 할 필요 없음~ 님 취향 신발 밑창에 달림~」
나는 계속해서 화면을 내렸다.
「‘후회남 처돌이’ 님이 벌컥 화를 냅니다.
어이없네. 주식 계좌 있으면 입으로 똥 싸도 되는 거임????」
「‘그 새끼 남주 아니죠?!’ 님이 지지 않고 응수합니다.
ㅋㅋ 눈깔 삔 것보다 입으로 똥 싸는 게 나음. ㅇㄱㄹㅇ ㅂㅂㅂㄱ.」
그렇다.
누군가의 소나무 같은 취향은 때론 누군가의 발작 버튼이 되는 법.
「XX하지 말고 제발 하차해라, XX아.」
「어, 법규 머겅, 두 번 머겅. 너나 잘 가라ㅋㅋ 멀리 안 나감.」
급기야는 서로를 향해 쌍욕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서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 하면…….
「초록 창의 깔끔봇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깔끔봇이 대체 뭔데!
「욕설뿐 아니라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메시지는 깔끔봇이 자동으로 차단합니다.」
「주식 거래 규정을 위반한 두 분의 주식 계좌가 일정 기간 동결됩니다. 징계가 누적되면, 계좌 이용이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으니 에티켓을 지켜 주세요.」
내가 그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초록색 빛이 창 위를 파도처럼 뒤엎었다. 시스템 창에서 그렇게 밝은 빛이 쏟아지는 건 처음 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주식을 사 주던 두 분은 그 메시지 이후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나의 소중한 주주분들이!”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시스템 창이라도 잡아 보려 손을 뻗어 봤지만, 당연히 잡히는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아니, 그러게 왜 키배 뜨고 그러냐고!
그것도 내 창에서!
안 그래도 머릿속이 펠리어트와 레어넌 생각으로 정확히 양분되어 터질 것 같은데.
나는 일어선 채로 한참이나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하다가 위너드 곁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내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허공만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가까이 다가가자, 중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도 아니고, 어떻게 두 명이 동시에 이런…….”
역시, 한 번에 두 명이나 주식을 못 사게 된 데에 상심이 큰 모양이었다.
나는 얼른 그의 옆에 앉아 어깨를 두드려 주며 일부러 더 밝게 말했다.
“걱정 마, 위너드. 비록 두 분은 당분간 주식을 못 사겠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더 열심히 팔면 되지!”
“뭐?”
어쩐지 위너드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그는 나를 돌아보더니, 띄엄띄엄 말문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내 말은 그러니까…….”
차마 마무리 짓지 못한 말끝에서 그의 깊은 수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알지, 알지. 너는 그 무엇보다 주식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잖아!”
나는 최선을 다해 그를 위로했다.
“아무튼, 내가 최선을 다할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
그러다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이 멈췄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진 그의 표정이 두 눈에 확연히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위너드.”
“……왜.”
“너 울어?”
“……설마.”
위너드가 마구 얼굴을 쓸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 틈으로 애달픈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 나도 설마라고 생각한다. 에이,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위너드가 울 리 있겠어?
아니, 근데…….
아무래도 진짜 우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