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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어라? 어라! (83/173)


83화. 어라? 어라!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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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온통 새까만 물결로 가득했다.

저 멀리 드문드문 서 있는 고목들만 아니었어도, 내가 지금 검은 파도가 이는 바다 한가운데 선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검은 물결이 사실은 기괴하게 생긴 눈과 코를 지닌 그림자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전부 땅속에서 몰려나온 사령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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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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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살아 있는 것의 생기를 빨아 먹으니, 절대 접촉하지 마십시오……!”

앞에서 길을 터 주던 용병들의 입에서 계속 고함이 터졌다.

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절대 사령들과 접촉하려 들 일은 없었겠지만, 나는 더욱 긴장해 몸을 움츠렸다.

벌써 눈앞에서 말 몇 마리가 당한 걸 보았기 때문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넘어진 말 위로 기다렸다는 듯 검은 그림자들이 달라붙었고, 미라처럼 거죽만 남기기까지는 채 수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용병들은 팔이 빠져라 무기를 휘둘렀다. 날카로운 쇠붙이가 닿자마자, 그것들은 재가 되어 맥없이 파사삭 부서져 내렸다.

펠리어트도 활 대신 기다란 검을 들었다. 활로는 도저히 대항할 수 없던 탓이었다. 그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순식간에 다시 포위되고 말았다.

사령들은 마치 개미 떼처럼 끝도 없이 기어 나왔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잡아먹는 이놈들 탓에 맹수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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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질게요!”

나는 소리 높여 외치고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유리병을 앞쪽으로 힘차게 던졌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도적 두목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그것이었다.

연기가 퍼지자마자 사령들이 거짓말처럼 재로 변했다.

매캐한 연기가 걷히자, 사령들이 사라진 빈 땅이 눈앞에 확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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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시엘로 단장의 다급한 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 미친 듯이 말을 몰았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채 절반도 가지 못했는데 사령들이 또다시 우리를 에워쌌다.

나는 타는 듯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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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거야!”

옆에 있는 세이블의 앞머리도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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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여길 벗어나는 데 수 일이 넘게 걸리겠어요.”

그녀는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대로, 우리는 야영 지점에서 얼마 오지 못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사령들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지금이 나은 상황이라는 거였다. 비록 속도가 더디긴 해도, 어쨌거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밤이 되면 더 많은 사령이 나올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여길 벗어나거나, 적어도 휴식할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한데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만약 그전에 이 마법 약이 다 떨어져 버리면?

가면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에 걱정과 근심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부아가 치밀었다.

아오! 내가 진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지만 후회하고 있을 새가 없었다. 쉴 틈도 없이 다시 허리춤을 뒤적거려 마법 약이 든 병을 찾아 손에 꼭 쥔 그때였다.

저 멀리서 한 남자가 사령들을 베어 내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다름 아닌 위너드였다.

심지어 그는 말도 타고 있지 않았다.

말을 타면 오히려 말에 사령들이 달라붙는 것도 신경 써야 하니, 두 발로 직접 걸어서 앞쪽을 먼저 살펴보고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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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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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용병들이 또다시 놀라움을 가득 담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펠리어트의 시선도 위너드에게 고정된 상태였다.

사령들이 이번에도 위너드를 본체만체했던 것이다.

생기에 집착한다는 사령들로부터 오로지 위너드만이 자유로운 것은,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아 있는 시체라서…… 아니, 아마도 안내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계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서.

이런 걸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미약하나마 성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사령들이 맥을 못 추는 여러 힘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성력인데, 이는 일반인들도 간혹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 성력이 특별히 뛰어나고, 발현시킬 수 있는 재능까지 있는 사람들이 바로 성기사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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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자를 호위로 고용한 거군.’

 
그러자 펠리어트도 비로소 납득했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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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버려진 우물터가 있습니다.”

재빨리 내 곁으로 달려온 위너드가 나침반을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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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변에는 놈들이 접근하지 못합니다. 방향도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과 정확히 일치하고요.”

세이블은 그제야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반듯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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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여기저기에 신성력을 지닌 샘물이 솟는 곳이 있다더니, 그중 하나인가 보군요.”

그녀는 얼른 나침반을 받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내게 급히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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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법 약을 저 멀리 던졌다.

또다시 연기가 퍼졌다. 그사이 위너드가 재빠르게 내 말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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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가시죠, 주인님.”

그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내 손에서 고삐를 채 갔다. 등 뒤에서 숨결이 쏟아졌다.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역시 시체는 아니었다.

* * *

얼마 가지 않아 위너드 말대로 부서진 우물 하나가 보였다.

이미 오래전 폐허가 된 듯, 우물 주위에 둘러져 있던 기둥들도 모두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기둥의 형태와 주변에 흩어진 나뭇조각들을 보아하니 우물 위에 커다란 나무 지붕이 있었던 듯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그 기둥 안으로는 사령들이 쫓아 들어오지 못한다는 거였다.

용병들은 여기저기 털썩 주저앉아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그 누구도 별다른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다급히 물을 들이켜는 모습에서 지친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나와 세이블은 쉴 틈이 없었다. 바로 지도를 꺼내 우리가 가야 할 곳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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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도 끝도 없겠어.”

내 말에 한참 동안 심각한 얼굴로 지도를 바라보던 세이블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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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움직이면 기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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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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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을 대폭 줄여 빠져나가자 이거지?”

도적들과 있었던 일 덕분인지, 나는 이제 세이블의 머릿속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물론 뭐가 또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 더 위험하긴 하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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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펠리어트가 거칠게 미간을 구기며 나섰다.

하지만 그는 말을 잇는 대신, 태세를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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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같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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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반드시 함께하겠습니다.”

시엘로 단장도 재빨리 말을 보탰다.

펠리어트는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을 테고, 시엘로 용병대장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기도 하니, 이쯤 되면 다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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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고원 밖으로 전서구를 보낼게요. 나머지 분들은 여기서 기다렸다가 구조대가 도착하면 벗어나세요.”

행여나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시엘로 단장을 통해 미리 구조대를 대기시켜 달라고 부탁해 두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뒤로 돌았을 때였다.

용병들이 어느새 주변에 잔뜩 몰려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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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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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이 가시는데 제가 빠질 순 없죠!”

여기저기서 서로 가겠다고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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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순 없어요.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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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만 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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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가 가야 한다니까요!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합니까!”

세이블이 나섰지만, 용병들은 조금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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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제안은 고맙지만…….”

그녀를 돕기 위해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손으로 급히 얼굴을 가렸지만 연신 콜록거리는 기침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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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죠.”

그때, 후드를 뒤집어 쓴 용병 하나가 내게 불쑥 물병을 내밀었다. 그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유달리 긴 망토 자락이 펄럭였다.

따끔거리는 눈과 모래 알갱이가 들어간 입 안을 얼른 씻어 낸 뒤, 그에게 다시 물병을 돌려주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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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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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요.”

어라? 잠깐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린데……?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용병들이 계속해서 성화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난처한 듯 한숨을 내쉬는 세이블 앞을 얼른 가로막으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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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변경된 계획을 따라 주세요.”

그러고는 허리춤에 달고 있던 가방을 보란 듯 열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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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마법 약을 벌써 이만큼이나 써 버렸기 때문에…… 어?”

잠깐만.

나는 두 눈을 쓱쓱 비볐다.

아니, 이게 왜 이렇게 늘어나 있지?

분명 치밀한 계산하에, 개수를 정확히 세어 가며 썼는데?!

다시 한번 세고, 또 세어 보았지만 분명 약병 수가 불어나 있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말하다 말고 입술만 뻐끔거리는 나를 세이블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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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명령을 따르세요.”

결국 세이블이 대신 싸늘한 목소리로 좌중을 향해 쏘아붙였다.

안 그래도 차갑게 생긴 그녀가 무섭도록 얼굴을 굳히니, 용병들도 그저 어깨를 찔끔할 뿐 더 이상 무어라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나와 위너드, 세이블, 그리고 시엘로 단장과 펠리어트 이렇게 다섯 명이 함께 떠나게 되었다.

용병들은 가장 상태가 좋은 말 다섯 필을 엄선해 골라 왔다.

나는 말을 타고 제일 먼저 천천히 기둥 쪽으로 다가섰다. 약병을 보다 멀리 던지려면 가능한 한 그들의 코앞까지 가야 했다.

그러자 사령들이 기다렸다는 듯 내 앞으로 우글거리며 몰려왔다.

차마 이쪽으로 넘어오진 못했지만, 만약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는 날에는 그대로 덮쳐 버리겠다는 듯 위협적인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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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어?”

옆에 있던 펠리어트도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유독 낮아져 있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인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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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외쳤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후드를 푹 뒤집어쓴 한 용병이 서 있었다. 아까 내게 물을 건네준 바로 그자였다.

그는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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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어쩔 수 없네.”

용병의 목소리를 들은 위너드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나는 위너드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못했다.

아까는 착각인가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용병이 너무 낯이 익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저 걸음걸이도, 몸짓도……!

남자는 모두의 이목 속에서 천천히 후드에 손을 올렸다.

언뜻 보이는 그의 입가에, 굉장히 예쁘고 익숙한 미소가 서려 있음을 눈치챈 그때였다.

쿠웅!

어디선가 큰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는 것 같은 강렬한 진동이 느껴졌다.

전방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마치 해일처럼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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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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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나와 세이블은 동시에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이윽고 천천히 손을 내렸을 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휘이잉.

거센 바람에 떠오른 모래 알갱이들만 공중에 마구 흩날렸다.

……방금 전까지 나를 향해 달려들 듯 위협을 가하던 사령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눈을 쓱쓱 비볐지만, 마찬가지였다.

마치 사령 같은 건 처음부터 신기루였다는 듯,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그저 거친 모래땅 위로 나 있는 작은 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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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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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뭐였죠?”

모두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던 찰나, 웅성거리는 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길 한가운데에서 누군가가 말을 타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커다란 후드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빛나는 검은 눈에 너무나도 명확히 들어왔다.

남자는 우리가 있는 곳 지척에서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훌쩍 안장에서 내려서 날 향해 지체 없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가 가만히 손을 들어 후드를 넘긴 순간, 잦아들던 바람이 반기듯 훅 밀려왔다.

눈앞에서 소리 없이 흔들리는 건, 찬란한 금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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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위너드가 다급히 숨을 삼키며 황급히 뒤로 돌았다. 아까와는 달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태도였다.

더불어 어디선가 뿌득 하고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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