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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어서 들어와 (76/173)

76화. 어서 들어와2022.03.23.

마차에 오르기 전, 세이블은 우아한 손동작으로 살짝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16550627823622.jpg“오랜 시간 실례가 많았습니다.”

흠잡을 데 없이 예의 바른 모습이었으나, 날 바라보는 눈빛에선 불만이 가득 느껴졌다. 세이블이 왜 저런 눈으로 보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불안한 거겠지. 혹시라도 내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까 봐, 그래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봐. ‘원하는 날짜까지 용병을 구하지 못하면, 언제든 나침반을 가지고 고원에 가도 좋다’는 조건을 달았음에도 영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16550627823622.jpg“오늘도 차 맛이 정말 좋았어요. 늘 고맙습니다.”

세이블은 함께 배웅을 나온 내 저택의 고용인들에게도 친절하고 상냥했다.

16550627823622.jpg“별말씀을요, 세이블 님! 부디 또 오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덕분에 그녀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었다. 감격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 조이가 그녀가 떠난 뒤 ‘세이블 님 같은 좋은 친구가 생기셔서 정말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내게 몇 번씩 할 정도였다.

16550627823635.jpg‘도대체 어떤 게 진짜 모습이람.’

나는 점점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며 부질없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른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갔다.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다. 세이블에게 용병을 구해 오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나는 서재로 향하기 전, 방금까지만 해도 세이블과 함께 있던 응접실로 갔다. 허락이 있을 때까진 아무도 응접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명했던 탓에 찻잔들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저 한 남자가 유난히 불퉁한 얼굴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16550627823638.jpg“그 쪼끄만 녀석에게 보기 좋게 당할 줄이야.”

위너드는 롯지에게 허를 찔렸던 게 꽤 분한 듯 여전히 미간을 구긴 채로 혀를 찼다.

16550627823638.jpg“약속대로라면 오늘 바로 나머지 주식을 받을 수 있었어. 네가 고원에 갈 필요도 없고.”

그는 속이 타는지 식어 버린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아무래도 내가 고원에 가겠다고 결정한 게 롯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정확히는 롯지의 말을 들은 세이블이 마음을 바꿨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라고 말이다.

16550627823635.jpg“이미 결정된 일이잖아. 너무 마음 쓰지 마.”

나는 짐짓 그를 타이르며 아직 포트에 남아 있던 따듯한 찻물을 그의 빈 잔에 채워 주었다. 하지만 위너드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난 처음부터 고원에 갈 생각이었다. 그녀가 찾아와 자신은 무엇보다 복수가 더 중요하다며 주식 거래에 동의하던 때에 이미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먹었다. 그녀의 조력자로서, 복수를 도와주기로. 위너드가 한 말처럼 쓸데없는 동정 때문은 아니었다. 복수를 위해 목숨도 버릴 기세인 세이블이 가여워서 그런 것도 물론 아니었고. 그저 복수가 간절한 세이블만큼이나 내게도 주식이 간절했을 뿐이었다. 단 몇 주라도 더 팔기 위해선 레어넌이나 펠리어트, 그리고 카셀에게 그러했듯 세이블과도 어떻게든 잘 엮여야 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창피하지만, 예쁜 언니들 조합은 요즘 잘 먹히니까! ……하지만.

16550627823635.jpg‘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지.’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한껏 깔보는 기색이 역력하던 황후의 목소리가 또다시 귓가에 맴돈 탓이었다.

16550627823622.jpg‘아무래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 많을 테니까.’

  머리끝까지 열이 몰리는 것 같은 기분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약간 서늘한 기운이 정신을 다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16550627823635.jpg“후…….”

심호흡해 애써 감정을 가라앉혔다. 분노만 곱씹고 있기에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으니까. 서둘러 움직일 생각으로 위너드에게 이제 그만 가 보라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16550627823638.jpg“로렐라, 내 말 잘 들어.”

16550627823635.jpg“앗, 깜짝이야.”

위너드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소리 소문도 없이 곁에 다가온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16550627823638.jpg“필요한 게 뭐든 간에 빨리 준비를 마치자. 어차피 고원에 갈 거라면 반드시 그 여자와 함께 가야 해.”

16550627823635.jpg“뭐?”

16550627823638.jpg“당해 봐서 알잖아. 나중에 가서 또 말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우리를 두고 가게끔 하지 말자고.”

그의 어조에는 여전히 분함이 서려 있었다.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16550627823635.jpg“그건 맞는 말인데……. 그보다, 우리라니?”

나는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16550627823635.jpg“설마 너도 고원에 가겠다는 거야?”

16550627823638.jpg“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는데, 뭘.”

위너드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슬쩍 찡긋 해 보였다.

16550627823638.jpg“가보든 뭐든 간에, 반드시 찾아서 증명해 주지.”

그러고는 나침반을 꺼내 들어 바라보며 굳게 다짐하는 사람처럼 낮게 중얼거렸다.

16550627823638.jpg“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100만 주를 받아 내겠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하니 있는데, 나침반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그가 나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16550627823638.jpg“용병을 계약할 거랬지? 어서 가자.”

16550627823635.jpg“아, 그러니까…….”

16550627823638.jpg“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누굴 찾아가려고 하는 건지 이미 다 알고 있어. 자, 얼른 가자고.”

16550627823635.jpg“자, 잠깐 기다려. 일단…….”

나 역시 마음이 급해서 머릿속이 복잡한데, 옆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재촉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더욱 정신이 없었다. 나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

16550627823635.jpg“급한 건 알겠는데 준비할 게 많아. 고용인들한테 저택을 잠시 비우게 될 것 같다고 말도 해야 하고, 장거리 마차도 수배해야지.”

그러자 위너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16550627823638.jpg“자, 됐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응접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50627823622.jpg“아가씨, 저예요.”

반신반의하며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조이가 서 있었다. 양손에 큰 여행 가방을 들고서.

16550627823622.jpg“자꾸 이렇게 바쁘셔서 어떡해요. 부디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저택은 걱정하지 마시구요.”

16550627823635.jpg“어? 으…… 응.”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조이는 곧바로 마차를 수배해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필요하지 않은 듯했다.

16550627823638.jpg“가자고.”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위너드가 두 눈을 빛내며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대답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 * *

16550627823622.jpg“정말 잘 오셨습니다, 마님! 바로 공작님을 모셔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16550627823635.jpg“누가 마님이야, 누가! 절대 그렇게 부르지 마!”

16550627823622.jpg“앗, 네! 죄, 죄송합니다!”

문지기들은 화들짝 놀라 얼른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웠다. 나는 그 눈빛을 애써 외면한 채 남몰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16550627823635.jpg‘아니,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

위너드의 손짓 하나로 순식간에 북부, 그것도 펠리어트 공작저 앞에 도착했다. 나름 편하다면 편한 능력이겠으나, 지금부터 뭐든 변명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그것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갑자기 나타난 것도 모자라 마차도 보이질 않으니. 이걸 뭐라고 둘러대지? 큰 가방까지 들고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건 말도 안 되고, 또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신고 있는 하이힐에는 흙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았다. 내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문지기들은 나보다 더 창백한 안색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내가 문까지 부수고 도망간 사건을 모두 실시간으로 지켜봤으니까. 일단 안내를 받아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까지 걸어가는데, 마침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검은 셔츠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16550627823635.jpg“아, 펠리어트.”

나는 입술을 있는 힘껏 위로 끌어 올려 웃어 보였다.

16550627907183.jpg“……여긴 어쩐 일로?”

그러자 펠리어트가 평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황당하겠지. 전 부인이 미리 연락도 없이 아닌 밤중에 불쑥 들이닥쳤으니 얼마나 황당할까.

16550627823635.jpg“그게, 그러니까…….”

나는 말을 더듬으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16550627823635.jpg“부, 부탁이 좀 있어서 찾아왔어.”

하지만 고작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16550627907183.jpg“부탁?”

16550627823635.jpg“으, 응.”

16550627907183.jpg“이 밤중에, 갑자기?”

16550627823635.jpg“내가 마침…… 북부랑 가까운 곳에 머물고 있어서…….”

펠리어트는 잠시 생각하는 듯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아는 욕설을 모두 끌어다 속으로 위너드를 저주했다. 또 나만 곤란하지, 나만 곤란해! 이걸 진짜 죽여, 살려?!

16550627907183.jpg“마차는 어디 있지?”

16550627823635.jpg“그게…… 되돌려 보냈어.”

16550627907183.jpg“……되돌려 보냈다고?”

서늘하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내 얼굴과 손에 들린 커다란 여행 가방을 번갈아 훑었다.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차오르던 그때였다. 무뚝뚝한 펠리어트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16550627823635.jpg“아, 아니야!”

나는 화들짝 놀라 외쳤다.

16550627907183.jpg“어서 들어오지.”

16550627823635.jpg“눌러앉으려는 게 절대로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는 듯했다. 그저 몸을 돌려 손수 현관문을 열어 주더니 손잡이를 잡은 채로 그림처럼 웃을 뿐이었다.

16550627907183.jpg“잘 왔어.”

  * * *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무척이나 낯선 광경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 게 아니었다.

16550627823635.jpg‘아니, 저기에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나?’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두리번거렸다. 정말 많은 곳이 변해 있었다. 몹시 고풍스럽지만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던 벽지는 전부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문양이 잔뜩 그려진 것으로 교체됐다. 장식이랄 것도 없이 휑했던 홀엔 파릇파릇한 생화가 꽂힌 화병이 곳곳에 놓였고,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그림도 걸려 있었다. 절대 펠리어트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그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겠는가. 화려한 걸 좋아하는 엠마조차 펠리어트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응접실과 본인이 쓰는 방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손도 못 댔다. 그렇다면 역시 펠리어트가 지시했다는 소리인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후원 쪽에 붙어 있는 응접실 앞이었다. 우연히 들어갔다가 엠마에게 호되게 혼이 난 이후, 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 응접실. 홀에서 훨씬 가까운 곳에 응접실이 있는데, 왜 하필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까. 어쩌면 마음대로 들어가 본 적 없다고 고백했던 내 말을 그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6550627907183.jpg“앉지 그래.”

16550627823635.jpg“으응.”

나는 소파에 엉거주춤하게 몸을 붙인 채로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비록 해가 져서 후원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사방에 걸린 그림들은 물론이고 살아 움직일 것처럼 정교한 조각품들이 주는 압도적인 분위기는 황궁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아, 이래서 엠마가 그토록 유난을 떤 거였구나……. 나도 모르게 수긍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

16550627823622.jpg“마님……!”

작게 울먹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공작저에 있을 때 나를 제일 잘 따르던 하녀였다.

16550627823635.jpg“베티! 잘 지냈니?”

16550627823622.jpg“네에, 그럼요! 건강해 보이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웃는데,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16550627823635.jpg‘베티는 차를 내오는 하녀가 아닌데……?’

나는 슬쩍 눈을 돌려 맞은편에 앉은 펠리어트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을 지우고 내게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잠시 시선을 피하던 펠리어트가 하얗고 기다란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자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던 머리칼이 이마 위로 흐트러졌다. 갑갑한지 목에 맨 크라바트까지 풀어헤치듯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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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티와 짧은 안부 인사를 나누고, 그녀가 응접실을 떠나고 난 뒤에야 다시 나를 바라본 펠리어트가 입을 열었다.

16550627907183.jpg“부탁할 게 있어서 왔다고?”

16550627823635.jpg“응.”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본론을 꺼냈다.

16550627823635.jpg“펠리어트, 전장에서 같이 싸운 용병단장이 있지? 연회에도 왔던 걸로 아는데.”

내가 펠리어트를 찾아온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기나긴 전쟁을 마치고 무사 귀환한 펠리어트를 위해 저택에서 큰 연회가 열렸었다. 내가 공작저를 도망치던 그 날에. 그때 찾아왔던 손님 중, 유달리 몸집이 큰 사람이 있었다. 엠마는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공작 부인과 인사하고 싶다는 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내게 소개해 주었다. 그는 자신이 펠리어트와 기사단을 엄호하는 용병단의 단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사실 그때는 이혼하자고 말할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는데, 세이블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펠리어트는 차 대신 내온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16550627907183.jpg“시엘로 단장 말이군.”

16550627823635.jpg“그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없을까?”

16550627907183.jpg“용병단장을?”

16550627823635.jpg“응. 실은 그것 때문에 당신을 찾아온 거야. 용병이 필요해. 믿을 만한 사람이 소개해 준 용병이.”

그러자 무심하던 펠리어트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나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카셀에게 한 것처럼 이번에도 굳이 말할 필요 없는 부분은 전부 빼고서. 이야기가 끝난 뒤, 펠리어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얼마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6550627907183.jpg“이미 결심을 굳힌 모양이군. 하지만 로렐라, 고원은 당신 생각보다 더 위험한 곳이야.”

16550627823635.jpg“알아. 그래서 용병을 고용하려는 거야.”

나 역시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16550627823635.jpg“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거든. 당신이 날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펠리어트는 대답 대신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수하를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그에게 짧게 명령했다. 수하가 물러가자마자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16550627907183.jpg“국경 쪽에 머물고 있으니, 답이 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16550627823635.jpg“그래?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

16550627907183.jpg“늦어도 이틀 안엔 답신이 올 것 같군.”

하지만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다음 날 오전, 시엘로 용병단장의 답신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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