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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정말 내려 줘? (53/173)

53화. 정말 내려 줘?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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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지도 못했던 펠리어트의 말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내게, 나와 펠리어트를 흘끔흘끔 바라보는 셰릴 백작의 불안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 그렇지. 인사, 인사! 나는 굳었던 표정을 얼른 풀며 예를 갖춰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16550622972228.jpg“처음 뵙겠습니다, 백작님. 로렐라 메이레드라고 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16550622972233.jpg“아닙니다. 참석해 주신 것만으로도 오히려 영광이지요.”

16550622972228.jpg“정말 근사한 저택이네요. 이런 곳에서 머물 수 있다니 정말 기뻐요.”

안절부절못하던 백작은 그제야 비로소 한결 편안하게 웃어 주었다. 오는 길이 험하지는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16550622972233.jpg“자, 안으로 들어오시죠.”

백작의 말에 펠리어트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는 현관문을 벌컥 열고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매우 느린 걸음으로 나와 보폭을 맞췄다. 뒤에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는 조이에게, 머물 방으로 짐을 옮기는 걸 도와주겠다는 백작가 시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작의 안내를 따라 저택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홀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나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한 채 둘러보았다. 여느 저택과 달리 여기저기 짐승들의 박제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홀을 가로질러 도착한 응접실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고급스러운 화병을 두는 자리인 모서리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곰이 위협적으로 앞발을 들고 있었고, 장식장을 두기 딱 알맞아 보이는 벽난로 옆 공간에는 커다란 뿔을 가진 사슴이 서 있었다. 거기다 액자 대신 벽에 걸린 저건 뭐지? 설마 저거…… 멧돼지인가? 위로 날카롭게 솟은 송곳니가 무척이나 사납게 느껴졌다. 그 커다란 짐승의 머리를 보는 순간, 마차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세상에. 저걸 화살로 잡는다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잘못하다간 오히려 내가 죽게 생겼는데?! 얼떨떨하게 자리에 앉자 이윽고 내 앞에는 진한 밀크티가, 펠리어트와 백작의 앞에는 커다란 얼음과 술이 든 잔이 놓였다. 셰릴 백작이 내게 친근하게 말을 붙여 왔다.

16550622972233.jpg“이렇게 가냘파 보이는 영애께서 사냥을 좋아하신다니, 솔직히 좀 놀랍군요. 조카의 말로는 대회에 꼭 가고 싶다 말씀하셨다는데, 솜씨가 무척 기대됩니다. 이번 대회에서 실력을 보여 주시겠지요?”

실력이요? 무슨 실력?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펠리어트마저 놀랐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1655062297225.jpg“당신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군.”

아니야! 난 당신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거라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 아니, 주식을 팔기 위해서! 물론 입 밖으로는 절대 꺼내지 못할 이야기였다. 나는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차를 말없이 홀짝거렸다. 잠시 어색하게 담소를 나누는데, 고용인이 들어와 손님이 도착하셨단 소식을 전해 왔다. 백작은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웠다. 대회를 주관하는 사람이니 바쁜 일이 많은 듯했다. 펠리어트와 단둘이 남은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푸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긴 시간 동안 마차를 타서인지, 그도 아니면 묘한 약초 냄새를 풍기며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짐승들의 박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속이 조금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밀크티 말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음료를 달라고 할걸……. 답답한 감각에 명치 위쪽을 꾸욱 누르던 때였다. 펠리어트가 갑자기 시종을 불렀다. 하녀 한 명이 깜짝 놀라 그의 곁으로 달려오다시피 했다.

1655062297225.jpg“탄산수 한 잔 가져다주면 좋겠군. 얼음 넣어서.”

16550622972233.jpg“네, 알겠습니다.”

펠리어트도 속이 좋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잠시, 나는 뒤돌아 사라지려는 시종을 향해 재빨리 손을 들었다. 나도 같은 것을 가져다 달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멀어지는 시종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팔을 스르르 내렸다.

1655062297225.jpg“당신 거야.”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던 펠리어트가 나지막이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가 레몬과 얼음을 띄운 시원한 탄산수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센스 있게도 내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내가 원하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증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걸 꿀꺽꿀꺽 마셨다.

16550622972228.jpg“하아…….”

비로소 살 것 같았다.

16550622972228.jpg“고마워.”

나는 펠리어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속이 한결 진정되고 나니 대화를 나눌 만한 여유도 생겼다.

16550622972228.jpg“당신이 사냥 대회에 올 줄은 몰랐어.”

1655062297225.jpg“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인데.”

펠리어트는 피식 웃으며 짙은 호박색의 위스키가 담긴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16550622972228.jpg“나는 그냥……. 사냥 대회엔 가 본 적이 없으니까 궁금해서 참가한 거야. 당신은?”

1655062297225.jpg“반드시 와야 할 이유가 있었으니까.”

평소 같았으면 그 이유가 뭐냐며 자세하게 물었겠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16550622972228.jpg“셰릴 백작님의 이름까지 빌려서 마차는 왜 보낸 거야?”

1655062297225.jpg“이곳과 아우레아는 꽤 거리가 있지. 당신이 전에 타고 있던 마차로 여기까지 오려면 불편하겠더군.”

……물론 우리 마차가 썩 좋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내부는 나름대로 아늑하게 꾸몄다고! 항변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인 그때,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1655062297225.jpg“하지만 내가 보낸 마차라는 걸 알았다면 당신은 절대로 타지 않았겠지. 우리는 영원히 남남일 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와 엮이는 걸 싫어하니까.”

나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레아의 가게에서 내가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16550622972228.jpg‘내가 아는 건 딱 하나야. 우리는 이제 남남이라는 거.’

  원하는 대답을 유도해 주식을 팔려고 던졌던 말이었다. 나의 진짜 속마음과는 상관없는. 솔직히, 펠리어트의 마차임을 처음부터 밝혔더라도 나는 순순히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쩌면 백작이 보냈다고 생각할 때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북부에서 도망치던 때와 지금, 내가 펠리어트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이나 달라졌다. ……그걸 그만이 모르고 있다. 그래서 크고 좋은 마차를 이미 몇 대씩이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굳이 다른 마차를 수배하고 처음 보는 고용인을 붙였으며, 일부러 백작에게 서신을 써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생각만 해도 귀찮은 이 일련의 과정을, 오로지 내가 편하게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몰래 준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저 펠리어트가.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나를 향해 그는 진지한 얼굴로 가만히 말을 이었다.

1655062297225.jpg“반드시 내게 돌아오도록 만들겠다고 했잖아.”

그의 입술에는 어느새 나른하면서도 유혹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펠리어트는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검은 맹수처럼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위스키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빈 술잔 안에 들어 있던 커다란 얼음이 소리를 내며 갈라진 순간,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1655062297225.jpg“이건 시작일 뿐이야.”

  * * * 그 후로도 간간이 이어진 대화를 통해, 나는 펠리어트도 대회 내내 백작저에서 머물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주식을 팔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며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기는커녕 펠리어트의 눈조차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그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무언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대체 왜 그러냐며 몇 차례나 물어 왔다. 결국 나는 숨겨 왔던 다른 사실을 실토하기로 했다.

16550622972228.jpg“실은 나…… 활을 쏴 보기는커녕 화살을 만져 본 적도 없거든. 동물을 직접 사냥하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고…….”

1655062297225.jpg“그런데도 대회 참가자에 이름을 올리다니. 정말 대책이 없군.”

가볍게 핀잔을 던진 펠리어트는 지금 활을 한 번 쏴 보겠냐고 제의했다. 잠시 고민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그가 승마복으로 갈아입고 만나자고 하더니, 곧장 몸을 벌떡 일으켰다. 채비를 마치고 저택 밖으로 나가니, 그새 펠리어트가 부탁했는지 시종이 두 필의 말을 데리고 있었다. 말에 올라탄 나는 그가 이끄는 대로 백작저 뒤쪽에 나 있는 길로 향했다. 얼마 안 가 펠리어트가 말을 멈춘 곳은 사방이 탁 트인 곳이었다. 바로 근처엔 강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1655062297225.jpg“진짜 대회가 열리는 숲은 험하고 어두워. 하지만 여기라면 연습하기에 딱 좋지.”

그는 내가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며 말했다. 땅을 딛자마자 손에 무언가 쥐어졌다. 무척이나 가벼우면서도 유려한 곡선이 일품인 활이었다. 붉은 깃털이 달린 화살이 여러 개 담겨 있는 통도 있었다. 하나를 꺼내 살펴보니 뭉툭하고 둥근 화살촉이 눈에 띄었다.

1655062297225.jpg“혹시라도 나를 쏘면 안 되니까.”

나는 짓궂은 농담을 던지는 펠리어트에게 눈을 한 번 흘기고 팽팽한 활시위를 당겨 보았다. 드레스와 달리 움직이기 편한 승마복에 긴 가죽 부츠를 신고, 손에는 활까지 들고 있으니 전생의 DNA가 내 안에서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내가 바로 주몽의 후예다……!

1655062297225.jpg“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활시위를 턱 끝까지 당겨. 표적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호흡을 천천히 내쉬면서 손을 놓는 거야.”

그는 개천가 기슭에 쓰러진 커다란 고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친절한 설명이었다. 곁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짚어 주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야심차게 첫 화살을 발사했다. 10점 만점에 10점! 빠르게 쏘아지는 화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위풍당당하게 외쳤지만, 현실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하늘 위로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물살 안으로 사라졌다.

1655062297225.jpg“잘했어.”

펠리어트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웃지 않은 걸 봐서 놀리는 건 아닌 듯한데,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6550622972228.jpg“처, 처음이라서 그래!”

나는 열의에 불타 더욱 신중하게 활을 당겼다. 표적이 저렇게 큰데, 한 발은 무조건 맞추겠지!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화살은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피웅, 하고 날아가 세찬 물살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통 안에 든 화살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었다. 결국 남은 건 마지막 한 발뿐이었다.

1655062297225.jpg“팔에 너무 빨리 힘을 빼서 그래. 각도가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쏘고 난 이후에도 힘을 주고 있어야지.”

미간을 찌푸리긴커녕 변함없이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몰래 표적을 향해 조금씩 발을 내디뎠다. 좀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치사한 방법을 쓸 정도로 한 발만큼은 제대로 명중시키고 싶었다.

16550622972228.jpg“어……?”

그런데 순간 고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진 네모반듯한 검은 대리석이 눈에 띄었다. 영지와 영지를 구분 지을 때 쓰는 경계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셰릴 백작의 영지는 펠리어트의 영지와 맞닿아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났다.

16550622972228.jpg‘그럼 저 건너편 땅은…….’

그 사실을 상기하니 괜히 긴장되었다. 그래서일까.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에 나는 팽팽하게 당겼던 시위를 실수로 놓아 버리고 말았다. 흔들리면서도 세차게 날아간 화살은 개천 너머로 날아가 건너편 기슭에 툭 떨어졌다. 그때, 펠리어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1655062297225.jpg“주워 줄까? 아니면 버릴래?”

웃음기가 스며 있지만 어딘지 묘하게 도발하는 듯한 어투였다. 당신 발로 직접 북부 영지를 밟게 할 거라고 선포했던 것을 그도 기억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주위를 살폈다. 홍수로 인해 다리가 다 떠내려갔다더니, 임시로 만든 듯한 징검다리가 개울을 가로질러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은 세찬 물속에 잠긴 상태였다. 깊지는 않았지만 들어간다면 허벅지까지 젖을 게 분명했다. 뭐, 드레스 차림도 아닌데 상관없겠지. 솔직히 이런 행동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어쩐지 쑥스러운 일이다.

16550622972228.jpg“내가 주워 올 거야.”

나는 일부러 더 크게 외치고는 개천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16550622972228.jpg‘하지만…….’

경계석을 보니 곧바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거 주식을 엄청 많이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쑥스러운 건 쑥스러운 거고, 주식은 별개의 문제다. 도망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북부로 ‘넘어가는’ 건데, 잘만 하면 대어가 낚일지도 모르니까. 좋아. 결심을 마친 나는 개천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물을 건너기 전, 어떤 상황을 끌어내 볼까.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깊은 고민이 계속되던 그때였다. 두 발이 갑자기 공중으로 들렸다.

16550622972228.jpg“꺅!”

펠리어트가 갑자기, 나를 한 팔로 가볍게 안아 올린 것이다. 그는 그대로 개천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16550622972228.jpg“뭐, 뭐 하는 거야. 내려 줘!”

나는 당황한 나머지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떨어질까 두려웠으나 창피함이 앞섰다. 하지만 펠리어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연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뜨겁게 타는 것만 같았다.

16550622972228.jpg“내려 달라니까?”

거의 애원하듯 외치자 단번에 개천 한가운데까지 걸어 들어온 펠리어트가 우뚝 멈춰 섰다. 그는 내 몸을 가뿐하게 한 번 추켜올리더니 눈을 맞추며 진지하게 물었다.

1655062297225.jpg“정말 내려 줘?”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미련 없이 손을 놔 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의 허벅지 근처에 놓인 발끝에, 세찬 물살이 아슬아슬하게 닿는 게 보였다. 키 차이를 감안해 보면 최소한 내 허리까지 잠길 게 분명했다. 간사한 마음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가 다 시리는 차가운 물살에 젖기 싫다며 외쳐 대고 있었다. 난감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웃음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펠리어트는 두 번 묻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의 어깨에 모른 척 양팔을 두른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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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쿵쿵 뛰는 심장 소리를 뚫고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구역 주접킹’ 님이 다정광공에 미쳐 30,000주를 구매합니다.」 「키스해! 짝! 키스해! 짝! 키스해! 짝! 키스해!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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