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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배드 타이밍 (38/173)

38화. 배드 타이밍2021.11.10.

아우레아에서 제일 번화한 장소를 꼽으라면 새하얗고 커다란 분수가 세워진 넓은 광장일 것이다. 평소에도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그곳은 요즘 들어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분수를 둥글게 감싸듯이 만들어 놓은 화단에는 예쁜 꽃들이 가득했고, 광장 곳곳에 임시 테이블과 벤치가 열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수도는 물론이고 주위 도시에서도 축제를 구경하러 오기 때문에, 아우레아의 모든 상점은 사람들을 맞을 준비에 몰두했다. 레아의 가게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점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축제 기간 동안 날개 돋친 듯 치솟을 매출 생각에 모두 흥겨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심각한 건 오로지 두 사람,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로렐라와 르웬 백작 부인뿐이었다.

16550619570096.jpg“저, 정말인가요?”

로렐라는 고급스러운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 말고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곧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물었다.

16550619570096.jpg“정말로…… 가산을 탕진한 귀부인들이 그렇게 많단 말이에요?”

맞은편에 앉은 르웬 백작 부인은 크림이 가득 찬 뚱뚱한 조개 모양의 과자를 깨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6550619570105.jpg“그래요. 검은 뱀…….”

말을 하다 말고 그녀가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입 안에 남아 있던 과자를 차와 함께 얼른 삼키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은밀하게 말을 이었다.

16550619570105.jpg“그 길드의 의뢰비는 비싸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들이 모르는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제국의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의뢰가 아니면 만나 주질 않으니, 몇 번이고 연달아 의뢰하는 수밖에요. 가족 몰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영애도 한둘이 아니라더군요.”

16550619570096.jpg“오로지 길드장을 보기 위해서요?”

16550619570105.jpg“네. 어렸을 때부터 천사 같은 외모로 유명했대요. 고아원 출신이라는데, 어떻게 길드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면서 르웬 백작 부인은 무섭다는 듯 어깨를 떨었다.

16550619570105.jpg“길드장 자리를 꿰찬 게 2년 전인데, 그때 겨우 열여덟 살이었대요. 반대 세력을 자신의 손으로 모두 제거했다는 무시무시한 소문까지 자자해요.”

백작 부인이 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로렐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16550619570096.jpg‘나보고 누나라더니. 올해 스무 살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네.’

머릿속이 다소 복잡했지만 모르는 척 얼른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16550619570096.jpg“정말 무섭네요.”

그러고는 멈춰 있던 손을 움직여 차를 한 모금 홀짝인 그때였다.

16550619570105.jpg“그런데 설마…… 늦은 건 아니죠?”

16550619570096.jpg“네?”

백작 부인의 크고 둥근 눈동자가 그녀를 걱정스레 살폈다.

16550619570105.jpg“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로렐라. 혹시 이미 길드장에게 빠져 버린 것 아녜요?”

16550619570096.jpg“그, 그럴 리가요! 얼마 전 알게 된 영애가 하도 그 길드 이야기를 하기에 궁금했을 뿐이에요.”

로렐라는 행여나 의심을 살까 얼른 손을 휘저으며 덧붙였다.

16550619570096.jpg“후작 부인의 만찬회 때 만난 영애요. 제가 아니라!”

16550619570105.jpg“그랬군요. 하긴……. 요즘은 어느 모임엘 가도 이 화제가 빠지지 않으니까요.”

부인은 다행히도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듯했다. 그러더니 곧 안쓰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16550619570105.jpg“그 영애도 길드장의 초상화를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그러나요?”

16550619570096.jpg“네?”

16550619570105.jpg“설마 검은 뱀 길드장 추종 모임에 가입한 건 아니겠죠? 거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던데. 입회비부터 어마어마하대요. 회원들끼리 길드장 이름을 새긴 반지를 맞추기도 하고 그런다더군요.”

……아니, 무슨 아이돌인가? 로렐라는 어안이 벙벙해 입을 벌렸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외모에 꽂혀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은 이쪽 세계에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16550619570105.jpg “사람 일엔 장담하는 게 아니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런 위험한 인물과는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아요. 엮여서도 안 되고요.”

하지만 그 말과는 달리, 백작 부인의 입에서는 카셀 베스페라에 대한 이야기가 쉼 없이 터져 나왔다. 어느 귀족 가문 영애가 열아홉 살의 길드장에게 반해 약혼을 파탄 낸 이야기, 한 후작의 딸이 상사병에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시골로 요양 갔다는 이야기 등등.

16550619570105.jpg“심지어 어느 자작부인은 금고 열쇠까지 홀린 듯 넘겼다나 봐요. 길드장과는 그날 처음 본 사이였는데도 말이에요.”

16550619570096.jpg‘에이, 설마.’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로렐라는 어쩐지 자꾸만 목이 타는 기분이었다. 사교계의 마당발인 르웬 백작 부인의 이야기니만큼 아예 헛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역시 누나도 내 얼굴이 마음에 드나 보네.’ 하며 웃던 카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왜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16550619570105.jpg“그러니 우연이라도 마주쳐서는 안 될 사람이에요.”

르웬 백작 부인은 차를 다 마시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16550619570105.jpg“아주 조금의 관심조차 절대, 절대로 두지 말자고요.”

그런데 어쩐지, 비단 로렐라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 * * 카셀과 약속한 날이 밝았다. 밤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현관에 서서 잿빛 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로렐라는 르웬 부인이 해 준 말을 떠올렸다.

16550619570105.jpg‘반대 세력을 자신의 손으로 모두 제거했다는 무시무시한 소문까지 자자해요.’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16550619570096.jpg“지금 그런 게 문제야?”

진짜로 무시무시한 건 주식 판매가 부진하면 진짜 소멸될 수도 있는 자신의 처지였다. 그러므로 설령 카셀이 열여덟 살이 아니라 여덟 살에 길드를 평정한 한 인물이라 해도 기꺼이 찾아갈 것이다. 그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잭팟이 연달아 터지는 사랑스러운 주식 머신이니까! 흉악한 의뢰도 서슴지 않고 받는다는 무서운 길드에 제 발로 걸어가는 상황인데도, 그 생각을 하니 그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16550619570105.jpg“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그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나와 있던 집사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되물었다.

16550619570096.jpg“네, 없어요.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엔 앞에서 망토 끈을 여며 주던 조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16550619570105.jpg“아가씨, 오늘은 언제쯤 돌아오세요?”

16550619570096.jpg“음, 글쎄.”

로렐라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16550619570096.jpg“아마도 늦게……?”

16550619570105.jpg“많이 늦으세요?”

16550619570096.jpg“응. 수도에 가는 거잖아.”

그 말에 조이는 더욱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지금 로렐라는 화려한 드레스는커녕, 일반 외출복이라 하기에도 지나치게 밋밋한 차림이었으니까. 이런 평범한 옷을 입고 수도에 가는 귀족 영애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16550619570096.jpg‘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길드장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눈에 띄는 화려한 차림새보다는 이게 훨씬 나아.’

카셀이 알려 준 접선 장소는 어이없게도 수도였다. 아니, 어둠의 길드장이라면서 수도를 버젓이 활보하고 다녀도 되는 거야? 덕분에 알게 된 거지만, 세이블이 찾아갔던 그 폐건물도 본부가 아니라 접선 장소였단다.

16550619570096.jpg‘세이블조차 길드의 진짜 본부가 어딘지 모르고 있다니.’

그날 폐건물의 문을 두드리던 그녀의 다급한 손길이 떠올랐다. 로렐라는 입술 끝을 깨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검은 뱀 길드가 모르는 정보는 없을 거라던 르웬 부인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건 사실일 것이다. 카셀은 이미 자신이 공작저에서 도망칠 때 벽을 부순 것까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16550619570096.jpg‘위험한 곳이긴 해도, 어쩌면 내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몰라.’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도 길드장인 카셀과 반드시 친해져야만 한다.

16550619570096.jpg‘게다가 주식까지 팔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야?’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빨리 카셀을 만나고 싶어졌다.

16550619570105.jpg“수도 서쪽 종탑까지 모셔다드리면 될까요?”

마부는 출발하기 전, 다시 한번 행선지를 확인했다.

16550619570096.jpg“네, 맞아요. 잘 부탁해요.”

로렐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차에 올랐다. 진짜 목적지는 종탑에서 조금 더 가야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갈 생각이었다. 마부에게라도 들켜 카셀에게 보복을 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녀는 마차 밖을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16550619570096.jpg“나 아주 아주 늦게, 어쩌면 내일 새벽에나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기다리지들 말고 먼저 자!”

16550619570105.jpg“네에?!”

집사와 조이가 깜짝 놀라 그게 무슨 소리인지 되묻기도 전에 마차의 문이 닫혔다. 수도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제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그 정도로 늦을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로렐라는 오늘 작정하고 주식을 팔아 볼 작정이었다. 긴 시간 동안 달라붙어 카셀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가 일을 하든, 밥을 먹든, 자신을 내버려 둔 채 자러 가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왜냐하면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해도, 주식은 무조건 팔릴 테니까.

16550619570096.jpg‘늘 위태로웠는데, 오늘로 드디어 숨통 트이겠구나.’

로렐라는 주먹을 꼭 쥐며 이를 갈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잔뜩 팔아 치울 테다. 반드시. 그리고 카셀에게 잘 보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 좋아, 가즈아! * * * 로렐라를 태운 마차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를 내며 백작가의 대문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어서 빨리 갔으면 좋겠다. 1초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로렐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윽고 마차가 시원스레 쭉 뻗은 커다란 대로변을 향해 점점 더 속력을 냈다. 그런데…….

16550619570105.jpg“죄송합니다, 아가씨!”

마부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마차가 급히 멈춰 섰다.

16550619570096.jpg“왜, 왜 그래요?!”

로렐라는 깜짝 놀라 얼른 마부석으로 향하는 창문을 열었다. 그녀의 경험상 마차가 이렇게 갑자기 서는 건 대부분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공작저에서 도망쳤을 때, 레어넌과 타고 있던 마차가 두 번이나 멈췄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6550619570096.jpg‘첫 번째는 위너드가 나타났고, 두 번째로는 펠리어트의 수하들이 나타났지.’

그 생각에 어쩐지 더욱 불안해졌다.

16550619570105.jpg“정말 죄송합니다, 아가씨. 앞에서 커다란 마차가 이쪽으로 들어와서 잠시 기다렸다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곧이어 들려온 마부의 겸연쩍은 목소리에 그녀는 긴장으로 인해 꼿꼿해진 상체에 비로소 힘을 빼고 등받이에 기댔다.

16550619570096.jpg“네, 우리는 천천히 가도 상관없으니까 기다리죠.”

16550619570105.jpg“알겠습니다.”

대로로 이어지는 이 길은 잘 정비되어 있긴 하지만 폭이 조금 좁은 게 흠이었다. 따라서 반대편에서 마차가 오면, 어느 한쪽이 잠시 양보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16550619570096.jpg‘왜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

로렐라는 다시금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움직여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을 말발굽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기껏 물러갔던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16550619570096.jpg“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상함을 느낀 로렐라가 다시 한번 마부에게 묻자, 그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16550619570105.jpg“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아가씨를 찾는 손님 같으신데…….”

한껏 눈치를 살피는 듯한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손님이라니. 갑자기 나를 찾아올 손님은 없을 텐데? 똑똑.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창밖을 내다보려던 찰나, 문밖에서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16550619570105.jpg“실례합니다, 로렐라 님.”

정중한 부름에 고민하던 로렐라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마차 밖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낯선 남자들이 도열해 있었다.

16550619570096.jpg“누, 누구……?”

그녀는 겁에 질려 주춤주춤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눈앞에 불쑥 내밀어졌다.

16550619570096.jpg‘뭐지. 이 익숙한 장갑은.’

16550619711625.jpg“잡아 줄 테니, 내려.”

……심지어 이 낮디낮은 음성까지 너무나 익숙한데. 그저 기분 탓일 거라 생각했던 불길함이 갑자기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야 말았다.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에 로렐라는 저도 모르게 그 손을 잡고 마차 밖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16550619711625.jpg“오랜만이군.”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툭, 건드렸다.

16550619570096.jpg“펠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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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봐도 저리 봐도 그가 확실했지만, 두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남자가 왜 또 여기서 나와?!

16550619570096.jpg“여, 여기엔 어쩐 일로…….”

16550619711643.jpg“근처에 용무가 있어서 우연히 지나가던 중이었어.”

16550619570096.jpg“뭐?”

아니, 분명 북부와 여기를 오가는 다리가 모두 무너졌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북부가 무슨 옆 동네도 아닌데, 우연히 지나가다니?! 로렐라는 황당한 나머지 입술을 소리 없이 벙긋댔다. 그런 그녀를 잠시간 바라보던 펠리어트는 손을 슬그머니 놓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16550619711643.jpg“뜻밖이군. 이런 데서 마주치다니. 그런데 지금 어디 가나?”

16550619570096.jpg“아……!”

비소로 정신이 든 로렐라는 다급하게 자신의 마차와 길을 막고 선 커다란 공작의 마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16550619570096.jpg“미, 미안. 나는 급히 가볼 데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에게 붙잡혀 낭비할 시간도 없거니와, 펠리어트와 함께 있으면 카셀을 만나러 갈 수 없으니까. 얼른 몸을 돌리려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16550619711643.jpg“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데려다주지.”

16550619570096.jpg“어? 뭐?”

펠리어트는 평소처럼 무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재차 말했다.

16550619711643.jpg“데려다주겠다고. 내 마차가 더 빠를 테니까.”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지금 나더러, 검은 뱀 길드장과의 만남에 북부 공작을 데리고 가란 말이야?!

16550619570096.jpg“아니, 됐어! 괜찮아!”

로렐라는 자리에서 펄쩍 뛰다시피 하며 격렬하게 거부했다.

16550619570096.jpg“멀어! 그, 엄청 먼 곳이라서!”

16550619711643.jpg“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데려다주는 게 빠르겠군.”

16550619570096.jpg“정말 괜찮대도! 바쁠 텐데 나는 신경 쓰지 말고…….”

16550619711643.jpg“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침 나도 여유가 생긴 참이라서.”

그러고는 슬그머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조용히 덧붙였다.

16550619711643.jpg“……그 후에 뭐, 차 한잔할 시간까진 있을 것 같군.”

하지만 로렐라는 이미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아, 내 주식! 내 은발 주식! 반쯤 정신이 나간 그녀의 머릿속엔, 그저 애타는 외침만 가득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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