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양쪽 모두와 잘 어울려요2021.10.06.
레어넌 단장이 돌아가고 며칠 지나지 않아, 베르하르트 가의 전속 의상사라는 사람이 정말로 여러 명의 조수를 데리고 저택을 방문했다.
“아무 걱정 하지 마시고 제게 맡겨 주십시오. 그 누구보다 연회에서 돋보이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말한 의상사는 곧 조수들을 시켜 준비해 온 물품들을 들이기 시작했다. 웬만해서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값비싼 원단부터 시작해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짠 정교한 레이스, 단추와 브로치를 장식할 보석들, 그리고 그저 견본일 뿐이라는 설명과 함께 구두와 모자, 장갑이 든 수십 개의 상자가 쉴 새 없이 저택으로 들어왔다. 응접실 한쪽엔 간의 탈의실까지 마련되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야 했다. 그뿐이랴. 원단을 이리저리 대 보고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여러 벌 입어 본 다음, 기진맥진이 된 내 눈앞에 가득 펼쳐진 것은, 제각기 다른 형태로 세공된 붉은 루비와 은은하게 빛나는 천연 진주였다. 연회에 함께 가자며 제의해 준 것만 해도 충분히 고마운 일인데, 의상부터 시작해서 이런 고가의 장신구까지.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진짜 괜찮은 거냐고…….”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중얼거리자, 내 맞은편에 앉아 보석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던 의상사가 씨익 웃으며 화답했다.
“물론 괜찮고말고요. 요즘은 이렇게 레이스 장식에 전혀 다른 몇 가지 보석을 과감하게 섞어서 다는 게 유행이거든요. 장갑과 구두에도 같은 디자인으로 달면 통일성을 주면서도 화려함까지 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그는, 이윽고 은근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제게 다른 영애의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고 하시다니. 베르하르트가와 일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상관없으니 로렐라 님께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준비해 달라고까지 하시지 뭡니까.”
그러더니 슬쩍, 이런 말까지 덧붙인다.
“제가 이래 봬도 눈치가 꽤 빠른 사람입니다.”
아니, 그래서 그게 어떤 눈치인데요……. 하지만 나는 울상으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도 의상사와 그의 조수들은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내 얼굴과 머리카락에 이것저것 옷감과 장신구를 대어 보며 디테일을 정하기 바빴다. 정신없는 하루가 마무리되어 그들이 모두 돌아간 뒤. 나는 좀처럼 바로 잠들지 못하고 방 안을 서성였다. 드레스를 맞추고 장신구를 고르다 보니, 연회에 갈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안 그래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설레는 마음과 긴장감이 내 안에서 조금씩 크기를 키워 갔다. 나는 사실 황궁 무도회니, 중앙 사교계니 하는 것들에 내심 환상을 갖고 있었다. 당연하지. 그간 그렇게 많은 로맨스 판타지를 봐 왔는데. 어느 정도냐면, 공작저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면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었던 일이 바로 무도회 참석이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여기저기 쏟아지는 춤 신청에 즐거운 고민도 하는, 그런 광경을 얼마나 꿈꾸었던가. 게다가 무엇보다, 로판 여주가 반드시 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중앙 사교계 진출이니까! 무, 물론 난 아직 정식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리고 진짜 ‘로렐라 메이레드’면 모를까. 빙의하자마자 공작저에 갇혀 지내던 ‘나’로서는 이게 데뷔탕트다. 기대되어 잠 못 드는 것도 당연했다. 어쨌거나 나는 이 기회에 사교계에서 제대로 발을 들일 생각이었다. 각종 암투와 대립이 살벌하게 오고 가지만, 대신 어디서 돈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진귀한 정보 또한 넘쳐 나는 곳이 바로 사교계 아닌가. 메이레드 백작 영애로서 다시 서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그걸 위해서 이번 연회만큼 알맞은 기회도 없었다. 정말…… 레어넌 기사단장에겐 감사의 인사를 아무리 건네도 모자랄 지경이다.
‘당신이 제일 예쁘다고.’
또다시 그 목소리를 떠올리자마자 어김없이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얼른 창문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사람이 너무 깜짝 놀라면 진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다니.”
나는 일부러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척 떨쳐 버리려 했던 거였는데, 오히려 그때의 감정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당황과 자책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차례로 얼굴 위로 피다, 지다를 반복하던 그때의 레어넌도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론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젠 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은 느낄 수 있었다. 당황과 더불어 자책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니 내가 불쾌해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불쾌하긴커녕, 오히려 생각만 해도 이렇게……. 나는 창문턱을 양손으로 짚은 채 어깨를 쭉 펴고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비스듬히 열린 창의 유리 위로 한껏 위로 들린 입가가 보였다.
‘가슴이 뛰는데.’
순간 화들짝 놀란 나는 마치 들켜선 안 될 장면을 들킨 사람처럼 허둥지둥 창문을 닫았다. 하지만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던 시선과 다정한 미소를 띤 얼굴이 머릿속에서 도통 떠날 줄을 몰랐다. 안 되겠어. 이러다간 연회에 갈 때까지 줄곧 이 생각만 하게 될 것 같아. 나는 뜨거워진 얼굴을 서늘한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며 애써 다른 생각을 하려 했다. 그래. 이를 테면, 그때 터진 1만 5천 주의 주식과 보너스 쿠키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또 엉겁결에 써 버릴까 봐, 그래서 기사단 관저에서 그네를 망가트렸을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차할 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했다. 그래, 지금은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연회에 무사히 잘 다녀오는 것에나 집중할 때였다. 날 초대해 준 레어넌 단장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우레아에서 연회가 열리는 수도까지는 가깝지 않았고 준비할 것도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 저택으로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감싸인 상자들이 줄줄이 배달되었다. 바로 완성된 의상과 그에 맞춘 장신구들이었다.
“아가씨, 선물을 풀어 보셔야죠? 후후, 저희가 도와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조이와 하녀들이 오싹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문득 레어넌을 초대한 날이 떠올랐다. 꼼짝없이 잡혀서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머리만 수십 번씩 묶었다 풀었다 하던 그 날이. 나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소심하게 저항했다.
“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무도회 직전에 정하시려고요?”
“맞아요. 제일 잘 어울리시는 게 어떤 건지, 지금부터 미리 확인해 봐야죠!”
그냥 너희가 밤새 패션쇼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던 나는 결국 모두의 손에 이끌려 드레스 룸 의자에 얌전히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잠은 재워 주겠지……?
“빨리 열어 보세요. 네? 어서요.”
누군가의 애타는 외침에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풍성한 주름이 곱게 잡힌 보랏빛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어쩜……!”
조심스럽게 꺼낸 옷을 조이가 받아 들어 옷걸이에 걸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소 과감하게 파인 네크라인과 파니에로 한껏 부풀린 치마, 그리고 금사로 꽃문양을 수놓은 스토마커가 유독 돋보이는 우아한 드레스였다. 허리와 소매 끝부분에도 섬세한 금빛 레이스가 달려 있었고 스위트하트 모양의 네크라인 주변을 따라 반짝거리는 루비와 진주 장식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다른 상자에는 공단으로 만든 리본이 앙증맞게 달린 케이프와 레이스 장갑 등이 들어 있었다.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던 하녀들까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상자 주위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어머……!”
그런데 상자 안의 장신구를 살피던 조이의 입에서 갑자기 당혹스러운 듯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왜 그래?”
그녀의 손에는 호박과 수정이 가득 박힌 커다란 머리 장식이 하나 들려 있었다. 내가 특히나 마음에 들어 했던, 노란 달리아 꽃을 그대로 본뜬 장식이었다.
“아가씨. 이거 달리아 꽃 아닌가요?”
“응, 맞아. 왜?”
“저도 소문으로 들은 얘기인데요. 수도의 라이오넬 공작 부인께서 얼마 전에 공작저 소유의 숲에서 이 꽃을 꺾으시다가 그만 뱀에 물려 큰일이 나실 뻔했대요.”
“라이오넬…… 공작 부인?”
“네. 다행히 독은 없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셨지만, 아직도 그 충격이 남아서 이 꽃을 보기만 해도 공포에 벌벌 떠신다고 하더라고요…….”
‘라이오넬 공작 부인’이라면 티 파티에서도 몇 번이고 들은 이름이었다. 중앙 사교계를 주름잡는 가문 중 하나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척져선 안 된다고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했었지.
“이를 어쩌죠?”
조이가 울상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머리 장식을 하고 간다는 건,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공작 부인의 심기를 무척이나 상하게 하는 일이 될 테니 조이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한텐 다른 장식들도 있잖아. 그중에 가장 어울리는 걸로 바꾸면 되지.”
“하지만 너무 작은 것들뿐이어서요. 무엇보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드레스에 머리 장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안 하시는 것만 못할 거예요…….”
나는 당혹스러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녀들도 어떻게 하냐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화려하고 값비싼 드레스를 입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그만한 장신구가 필요할 거라는 예상 또한 못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 실수였다. 하지만 이렇게 성대한 무도회에 가게 될 거라고 어디 생각이나 했어야지.
“그럼 아예 머리 장식을 빼는 건…….”
“그건 절대로 안 돼요! 맨발로 연회장을 누비는 거랑 똑같다고요.”
이번엔 조이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하녀들까지 모두 합심하여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내일 아침 일찍이라도 보석상에 가야 할까? 하지만 이런 크고 화려한 머리 장식은 바로 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맞춤으로 주문하는 물건이니까. 즉, 원한다면 주문해 제작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건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그나마 남은 선택지는, 티 파티 때 안면을 튼 부인들을 이 늦은 시간에 염치 불고하고 찾아가는 것뿐이었다. 나는 골머리가 아파 와 이마를 쓱쓱 문질렀다. 새삼스레, 무조건 사교계에 발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공작 부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하녀보다도 늦게 안 것도 모자라, 심지어 이런 일이 닥쳤을 때 마음 편히 도움을 청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는 수 없다. 티 파티에 초대해 주었던 부인에게 지금 당장 서신이라도 보내야……. 그런데 그때였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문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건 집사와 여러 개의 상자를 아슬아슬하게 들고 있는 고용인들이었다.
“이게 다 뭐예요?”
“방금 배달된 상자들입니다.”
“배달이라뇨? 누구한테서?”
“수도에 있는 의상소에서 보냈다는데, 누가 보내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적혀 있지도 않습니다.”
“네……?”
수도의 의상소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나 대신, 조이가 반색하며 얼른 상자를 받아 들었다.
“아가씨, 열어 볼까요? 네?”
그녀가 다급하게 물어 와 나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머나, 세상에!”
상자를 열자마자 하녀들의 입에서 기쁨에 찬 환호성이 터졌다. 나 역시 시선이 닿자마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상자 안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안에 든 내용물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고상하면서도 강렬한 자줏빛 드레스였다. 포인트를 주기 위해 곳곳에 달아 둔 고혹적인 검은 실크 레이스가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른 상자에는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자수가 놓인 검은색 힐이, 또 다른 상자에는 윤기가 흐르는 벨벳 숄이, 작고 납작한 상자엔 다이아몬드가 줄줄이 박힌 장신구가 들어 있었다.
“……이게 다 뭐야? 누가 보낸 거지?”
“글쎄요? 하지만 아가씨한테 온 건 틀림없네요! 상자에 이름이 적혀 있는걸요.”
나한테? 조이의 말대로 상자에 쓰인 건 분명히 내 이름이었다. 정확히 메이레드 백작가의 로렐라 메이레드 님 앞으로 되어 있었다. 혹시 레어넌 단장이 보낸 또 다른 깜짝 선물인가? 나는 연보랏빛 드레스와 나란히 걸린 자줏빛 드레스를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레어넌이 보낸 드레스 같지는 않았다.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사랑스럽게 부풀려진 주름 대신 심플하지만 고혹적이고 우아한 라인이 돋보이는 치마. 둥글고 귀여운 스위트하트 네크라인 대신, 다소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데콜테 네크라인.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예쁘고 매력적인 드레스이긴 했다. 옷감이나 장식 하나하나가 척 보기에도 값비싼 것들뿐이어서, 일반 의상실이 미리 만들어 둘 만한 옷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색감이나 디자인…… 꼭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나한테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긴 한데……. 하필 검은색 레이스라니. 아무리 사교계를 몰라도 이런 색깔의 레이스 장식을 스스럼없이 쓰는 영애나 귀부인들이 많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하물며, 승전을 기념하는 연회에서는 더더욱. 순간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마음속에 훅 치솟아 올랐다. 마치 까마귀라도 되는 것처럼 만날 때마다 어두운 색 옷을 입는 누군가가 떠오른 탓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내가 연회에 가는 것도 모를 사람이 무슨 수로 옷을 보내겠어. 에이, 아닐 거야.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어디선가 다가온 손길이 나를 막무가내로 의자에 앉혔다. 어느새 커다란 빗을 꺼내 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조이였다.
“아가씨, 잠시 가만히 계세요.”
그녀가 빗과 함께 들고 있는 건,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힌 머리 장식이었다. 어찌나 화려하고 눈이 부신지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뭐 하긴요! 어서 머리 스타일을 정해야죠. 마침 양쪽 드레스와 전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장식이 들어 있어서 정말 살았어요.”
“잠깐만. 나한테 온 게 아니면 어쩌려고?!”
“상자에 분명 아가씨 성함이 적혀 있잖아요. 설마 이 저택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아니, 머리핀 끝에 혹시 도, 독이라도 발라져 있으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자자, 가만히 계시라니까요.”
저항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내가 또 움직일까 봐 신속하게 정리해 묶은 머리칼 사이로,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아름다운 머리 장식이 빈틈없이 얽혀 들어갔다. 정면의 거울 쪽으로 힐끗, 눈을 돌리니 옷걸이에 얌전히 걸려 있는 아름다운 두 벌의 드레스가 시선을 오롯이 빼앗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