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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내가 주인공 후보라니! (2/173)

2화. 내가 주인공 후보라니!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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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렐라 메이레드 님. 주인공 후보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디 더욱더 많은 주식을 팔아,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진짜 주인공이 되시길 바랍니다. 결코 망가지지 않는 세계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절대자.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의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복도.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그곳에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6550611000923.jpg“……이게 뭐야!”

물론, 내 것이었다. 충격으로 나한테 잠시 헛것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아까 그 자식이 찢어 버린 서류 조각이 눈에 들어갔나? 창문 아래로 길게 늘어진 레이스 커튼으로 눈을 벅벅 닦아 보았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총 판매 주식 : 300주.」 영문 모를 글씨가 상태창 위쪽에 고정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창은 계속해서 내 시선을 따라왔다. 나는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 경악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16550611000923.jpg“주식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창은 왜 안 사라지는 건데……!”

그때였다. 갑자기 슉,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더니 창이 사라져 버렸다.

16550611000923.jpg“어?”

나는 우두커니 선 채로 두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고도 믿기지 않아 양손으로 눈가를 힘껏 비비기도 했다. 창이 떠 있어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갑자기 사라져도 이상하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고 나서야 복도의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복도를 채운 장식장들과 고급스러운 그림. 펠리어트의 집무실 근처 복도였다. 내 발로 직접 걸어 나온 기억이 없는 걸 보니,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그에게 억지로 떠밀리다시피 해서 여기까지 쫓겨났나 보다. 그러나 나는 정신을 차리고도 여전히 못 박힌 듯 자리에 서서 멍하니 창밖만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띵, 하고 머리가 울린 탓이었다. 방금 그건 대체 뭐였지? 이곳에 빙의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현상이었다. 북부 대공이 나오는 로맨스판타지에 시스템 창이 나오는 건 본 적 없다고!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16550611000923.jpg“설마 이 미친 놈이 나한테 흑마법이라도 걸었나?!”

그래, 어쩌면 이게 정답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그와 대면한 순간 벌어졌으니까.

16550611000942.jpg‘난 조금도 이혼할 생각이 없어. 물론 당신도 절대로 여길 떠날 수 없고.’

  음산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등골까지 오싹해졌다.

16550611000923.jpg“어, 어떻게 해.”

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일단은 허둥지둥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복도를 마구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벌어진 입에서는 다급한 숨소리가 쏟아졌다.

16550611000923.jpg‘빨리 도망쳐야 해……!’

엄마, 이 자식 완전 사이코인가 봐! * * *

16550611000923.jpg“빨리, 빨리……!”

다급하게 벽장을 뒤져 가방을 꺼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야반도주라도 해야 하나 고민할 때 장만해 둔 것이라 크기는 비교적 넉넉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잠금장치가 뻑뻑한 건지. 한참 동안 낑낑대다 드디어 단단하게 맞물려 있던 가방의 고리를 푼 나는, 그 안에 옷가지 몇 개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남은 건…….

16550611000923.jpg“돈!”

나는 황급히 숨겨 놓았던 커다란 보관함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그걸 열려던 순간.

16550611030033.jpg“……지금 뭐 하는 거지?”

싸늘한 음성이 귓가에 내려앉았다. 두 손이 얼어붙은 듯 멈췄다.

16550611000923.jpg“…….”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 펠리어트 공작이 서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16550611000923.jpg“흡……!”

너무 놀란 나머지 터져 나오려던 숨이 다시 안으로 쑥 들어갔다. 표정이 어찌나 흉흉한지, 감탄이 나올 만큼 잘생긴 얼굴조차 기세에 묻혔다. 그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일갈했다.

16550611000942.jpg“또 이따위 걸 내 눈앞에 내밀다니.”

펠리어트의 손을 떠나 팔랑팔랑 바닥으로 떨어지던 것은, 다름 아닌 이혼 서류였다.

16550611000942.jpg“꿈도 꾸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내가 준 서류는 이미 갈기갈기 찢겨 바닥에 흩어졌는데. 저건 어디서 난 거며, 갑자기 날 왜 찾아온 거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으르렁대는 듯한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밖에 있던 누군가가 후다닥 들어왔으니까. 눈물을 훔치며 그의 팔에 매달린 건 시어머니 엠마였다.

16550611030056.jpg“나, 나는 온 힘을 다해 말렸는데 로렐라가 하도 간곡히 부탁하기에…….”

……뭐라고요?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곧 이해가 갔다. 아무래도 내가 펠리어트의 서재에서 나간 뒤, 엠마가 또다시 그를 찾아가 이혼 서류를 들이민 모양이다. 그런데 아들이 불같이 화를 내니 일단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고 발뺌하고 있는 거겠지. 황당해서 엠마를 뚫어져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내 시선을 피한 채 모르쇠로 일관할 따름이었다. 남몰래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때 관자놀이에 푸른 힘줄이 툭 불거진 펠리어트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언을 했다.

16550611000942.jpg“오늘부로 이 방은 폐쇄하지.”

16550611000923.jpg“뭐, 뭐라고요?”

16550611000942.jpg“부부다운 생활을 조금도 하지 않아서 자꾸 딴생각을 품는 모양이야. 부부 침실로 방을 옮기도록 해.”

엄마야, 이 남자 미쳤나 봐!

16550611000923.jpg“절대로 싫어!”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큰소리로 외쳤다. 당장에라도 그가 방 안으로 들어와 나를 마구잡이로 끌고 나갈까 봐 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 필사적인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화가 난 듯 거친 발걸음이었다. 펠리어트는 제 앞을 가로막고 있던 의자를 거세게 밀었다. 어찌나 힘이 셌는지, 의자 손잡이가 부딪친 책상까지 흔들린 그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보관함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쿠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뚜껑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안에 들어 있던 자루에서 무언가가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다름 아닌, 번쩍거리는 금화였다.

16550611000942.jpg“이게 뭐지?”

펠리어트의 눈빛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16550611000942.jpg“……내가 당신에게 이런 것을 줬던가?”

금화에서 나에게로 옮겨진 시선은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다. 흑요석처럼 까만 눈동자가 살벌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 뒤로 주춤 물러섰다. 평범한 사람이 이 정도의 금화를 소유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름만 공작 부인인 나 역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없는 틈을 타 공작가의 재산을 훔친 거라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오해가 더 커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입술을 열었다.

16550611000923.jpg“해명할게요, 전부 해명할 수 있어요! 사실 이 돈의 출처는…….”

내 시선이 엠마에게 닿은 그 순간이었다.

16550611030056.jpg“몰래 만나던 남자가 마련해 준 돈인가 보구나!”

그녀가 갑자기 황당무계한 말을 입에 담았다.

16550611000923.jpg“네?!”

놀라서 꽥 비명을 질렀지만 엠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을 이어 갔다.

16550611030056.jpg“펠리엇!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솔직히 말하마. 로렐라는 네가 없는 동안 외간 남자와 숱하게 밀회를 즐겼단다. 심지어는 어젯밤에도 으슥한 정원에서 웬 남자를 만나더구나.”

아니, 저 노인네가 무슨 헛소리야?! 내 턱이 아래로 떨어지든 말든, 그녀는 아들의 팔을 잡고 가증스럽게도 불쌍한 척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50611030056.jpg“저런 부정한 여자가 네 아내라는 걸, 난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구나. 체, 체임버스 가문의 이름을 더 더럽히기 전에 빨리 이혼하렴!”

주절거리는 와중에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말을 더듬는다. 그걸로도 모자라 계속 눈치를 살피는 걸 보니, 내게 돈을 주고 이혼을 종용했다는 게 알려지는 게 두려운 듯했다. 그러나 나 역시 이런 말도 안 되는 모함을 듣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16550611000923.jpg“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언제요!”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라서 어이가 가출할 지경이었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금화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16550611000923.jpg“어제 직접 이 자루를 건네주실 땐 언제고, 그새 노망이라도 드신 거예요?! 헛소리가 지나치시네요!”

16550611030056.jpg“노, 노망?!”

그때였다. 쿠웅! 갑작스러운 커다란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반으로 쪼개진 의자와 함께 번쩍이는 장검을 손에 쥔 그가 보였다. 장검 끝에 걸려 달랑거린 건, 여행 가방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옷가지들이 바닥으로 스르륵 떨어졌다.

16550611000942.jpg“……그래서 도망치려 했던 건가?”

안 그래도 살벌했던 그의 시선은 이제 거의 사람을 찔러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긴장한 내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사이, 엠마가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며 가식적인 탄성을 내뱉었다.

16550611030056.jpg“세상에, 로렐라…….”

그러고는 눈물을 꾹꾹 찍어 내는 시늉을 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16550611030056.jpg“설마 그자와 함께 도망갈 속셈이었니?”

가련한 척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들려 있었다. 이거 어째 상황이 불리하다. 나도 모르게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얼른 앞으로 나서며 반박했다.

16550611000923.jpg“어머니가 절 서재로 불러 이 돈을 줄 테니 여길 나가라고 종용하셨잖아요! 그, 그렇지! 그때 저와 서재까지 동행한 하인을 증인으로…… 꺅!”

그러나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그가 한 팔로 내 허리를 감싼 뒤, 막무가내로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한 탓이었다.

16550611000923.jpg“뭐, 뭐예요! 이거 놔요!”

16550611000942.jpg“……다른 남자?”

빠져나가 보려 발버둥 쳐 봤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 말은 듣고 있지도 않은 듯 굳은 얼굴로 계속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16550611000942.jpg“내가 전쟁터에서 그 고생을 하면서 이 악물고 있는 동안, 다른 남자라고?”

얼음장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내려앉았다. 분노가 확연히 전해져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니, 잠깐. 설마 지금 그걸 진짜로 믿는 거야, 북부 공작?!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쉽게 믿는 그가 황당하긴 했지만, 일단 그건 잠시 뒤로 밀어 놓기로 했다. 지금은 결백을 밝히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니까.

16550611000923.jpg“전부 다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16550611000942.jpg“얌전히 있어. 다치기 전에.”

해명하기는커녕, 말을 꺼내자마자 가로막히고 말았다. 부드득,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 아프도록 껴안은 그의 손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16550611084894.jpg“헉!”

16550611084894.jpg“고, 공작님……!”

속절없이 끌려가는 도중 여러 사람과 마주쳤다. 저택의 고용인들은 물론, 연회가 끝나 돌아가려던 몇몇 귀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서슬 퍼런 기세의 펠리어트를 막지 못했다. 그가 굳게 쥐고 있는 장검을 발견하곤, 다들 그저 벌벌 떨며 두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얼마나 끌려갔을까. 드디어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나는, 어두운 공간 속으로 마치 짐처럼 거칠게 떠밀어졌다.

16550611000923.jpg“아……!”

철문이 닫히는 쿠웅, 소리가 귓전을 강타했다. 깜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니 벽에 손바닥만 한 창문이 하나 나 있는 작은 방이었다. 침대와 푹신한 소파까지 갖춰져 있는. 위치상으로는 저택 뒤쪽의 탑이 분명한데, 여기에 이런 방이 있었나? 거기다 왜…… 곳곳에 가죽 줄이 달려 있어? 저, 저 수갑 같은 건 또 뭐고!? 굳게 닫힌 두꺼운 철문에 뚫려 있는 작은 창 너머로 싸늘한 두 눈이 보였다.

16550611000942.jpg“그래서 그렇게 이혼해 달라고 사정했던 건가? 공작가의 돈까지 들고 남자와 도망가려고?”

기가 차다는 듯 짧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16550611000923.jpg“아니라니까요! 그 돈은 이혼해 달라며 당신 어머니가 주신 거고, 다른 남자 따윈 만난 적도 없다고요!”

소름이 쫙 돋다 못해 몸서리까지 쳐졌다. 나는 손바닥이 아픈지도 모르고 철문을 마구 두들기며 외쳤다.

16550611000923.jpg“여기서 내보내 줘요! 누가 거짓말을 한 건지 밝혀 낼 테니까!”

16550611000942.jpg“그 자식, 지금 어디 숨어 있지?”

미치고 팔짝 뛰겠네!

16550611000923.jpg“숨어 있긴 누가 숨어 있다고 그래요!”

쾅쾅! 몇 번이나 내리쳐도 철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발로 차 보기도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16550611000942.jpg“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니까.”

16550611000923.jpg“아니, 사람 말을 좀……!”

16550611000942.jpg“그놈의 목을 베어 이 안으로 던져 주지.”

계속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보기 드문 미소가 떠올랐지만, 기쁘지 않았다. 무표정보다 오히려 더 서늘해 보였다.

16550611000942.jpg“문이 열리는 건 그때뿐일 거야.”

음산한 목소리로 던진 그 말이 끝이었다. 펠리어트는 저벅저벅 빠르게 멀어졌다.

16550611000923.jpg“펠리어트……! 잠깐 내 이야기 좀 들어 보라니까요!”

목이 터져라 불러 보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발소리는 점점 더 멀어졌고 종국엔 적막만이 찾아왔다.

16550611000923.jpg“허.”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갇혔다. 진짜로 갇히고 말았다!

16550611000923.jpg“문 열어, 빨리 이 문 열라고!”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또다시 주먹으로, 그리고 발로 철문을 마구 때렸다. 물론 단단한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릿한 통증뿐이었다. 이만하면 너무 시끄러워서 누구라도 찾아올 만했는데, 작은 창틈으로는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16550611000923.jpg“야, 이 미친 새끼야!”

다시 한번 쿠웅! 하고 내리치며 욕설을 내뱉은 그때였다. 띵동! 귓가에 맑고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죠?’ 님이 또다시 당신의 주식을 구매합니다. 100. 200. 300…….」 미처 읽을 틈도 없이 빠르게 글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16550611000923.jpg“뭐, 뭐야?”

나는 두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외쳤다.

16550611000923.jpg“너무 빨라!”

그러자 미친 듯 올라가던 숫자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딩동!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다. 「‘저 새끼 남주 아니죠?’ 님이 분노하여 모든 코인을 당신에게 몰빵합니다.」 「700주 판매 완료. 총 누적 1000주 달성.」 「신기록입니다!」 또다. 또 그 창이 떴구나! 나는 행여나 화면이 사라질까 두 눈을 부릅뜬 채 글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내려갔다. 「보상으로 두 개의 보너스 쿠키가 구워졌습니다. 첫 번째 쿠키를 받으시겠습니까? 1.네. 2.아니오.」 쿠키라니? 갑자기 무슨 쿠키를 구웠다는 거야?

16550611000923.jpg“그게 대체 뭔데!”

허공에 대고 외쳐 보았지만, 대답 대신에 같은 내용의 메시지만 계속 깜빡거렸다. 「첫 번째 쿠키를 받으시겠습니까? 1.네. 2.아니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보너스라고 하니 좋은 거겠지? 나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0611000923.jpg“받고 싶어요! 받을게요!”

그러자 ‘쿠키 지급 완료’라는 글씨와 함께 반짝거리는 막대기가 생겨났다.

16550611000923.jpg“응……?”

뭔지는 몰라도 시간 제한이 있는 모양이다. 그 안을 채우고 있던 금빛 게이지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16550611000923.jpg“이, 이거 뭐 어떻게 쓰는 건데?”

순간 당황한 나는 우왕좌왕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무심코 발을 헛디뎌 나도 모르게 철문을 두 손으로 탕, 하고 짚었다. 그때였다. 우지직! 소리와 함께 갑자기 내 몸이 앞쪽으로 확 쏠렸다.

16550611000923.jpg“으악!”

쿠웅!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철문이 바닥에 종잇장처럼 나뒹굴었다. 그토록 두드려도 꿈쩍하지 않던 철문이. 「첫 번째 쿠키가 사용되었습니다.」 비틀거리며 바닥을 짚은 내 눈앞에, 또 다른 메시지가 추가되었다. 「북부 공작의 감금으로부터 탈출.」 다른 것과 달리 테두리가 반짝반짝 빛이 나,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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