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521화 (521/526)

어째서 루카스가 악인인가?

어째서 루카스가 횔레의 표적이 되는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루카스라는 남자가 망가뜨린 인생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좋은 수식어를 자기 자신에게 붙인다면, 그 본질은 그것의 반대에 있는 경우가 많지.'

이는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긴 일이라.

가면을 쓰고, 자기를 포장하고, 사회에 녹아들기 위하여 '호감을 살 수 있는' 껍데기를 뒤집어쓰는 교활한 의태의 방법에 속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위험하고 더러운 것을 잘 아는 이들일수록 그것을 안으로 숨기며, 그 대신에 남에게 호감을 살만한 '안전한' 껍데기를 뒤집어쓰며 그들 사이에 녹아든다. 그리고 양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처럼 때를 기다렸다가 그들의 목을 하나씩 물어뜯으며 배를 채우니, 이것이 바로 그들의 사냥 방식이자 그들의 생존 방식이라.

루카스 역시 이와 같았다.

그는 양의 탈을 쓴 늑대이며, 양복을 입은 뱀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표현하기를 나쁘지 않은 사람이다.

악인까지는 아니고, 꺼림칙한 사람이다.

배신자다, 영웅이다…등.

여러 가지로 그를 평했다.

이는 사람이 여러 일면을 가지고 있기에 생긴 일이었지만….

동시에, 여러 일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했다.

일단 단언컨대, 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루카스의 도움을 받아 월 스트리트에게서 승리한 이들은 루카스를 '영웅'이라고 칭하며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거나 존경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월 스트리트의 다른 늑대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있었으니.

그들이 영웅이라고 말하는 루카스야말로, 미국 사람들을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게 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사태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전 세계 사람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겨준 사건.

사람들의 머릿속에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극에 달하면 이런 거대한 금융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노라고 각인시킨 거대한 참사.

루카스는 그 한복판에서 거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아니, 돈을 벌어들인 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채권들을 묶고, 포장해서 곳곳에 팔아치웠다.

게다가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욕망을 부채질해서 폭주하게 했으며, 나중에는 애완견의 이름으로도 대출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대충 하도록 만들었고, 그들이 벌어들일 달러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도록 만들었으며, 쉴 새 없이 치솟는 이득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루카스는 어마어마한 달러를 얻었다.

그가 번 돈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인지라, 이게 과연 '달러'로 표기할 수 있는 숫자인가 의심을 가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사태의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은 것은, 단지 그가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원한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이나 작은 집단과는 절대로 거래하지 않았다.

로비할 때도 자신이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을 되도록 피했고, 피치 않게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할 때는 최대한 우회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해야 할 때는 은근하게 암시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자신이 전면에 나섰다는 그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보를 얻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슬슬 위험하다 싶을 때 몸을 빼고 대공황이 올 것을 감지해서 또 한 번 이득을 얻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이득의 극히 일부를 '미국을 위해서 베푼다.'라는 말과 함께 사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챙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 금액이랑 타이밍이 아주 절묘하기 짝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지도 않고 완전히 묻히지도 않는, 은근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수작은 성공적이었다.

월 스트리트의 늑대들 몇몇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을 동안에도, 그는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루카스는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고통의 도가니로 몰고 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사태의 주역이면서도 그 죄를 치르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 도리어 '월 스트리트의 늑대들 사이에서도 나름 양심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까지 듣기까지 했다.

속내를 파헤치면 배부른 늑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라 불리는 IT 버블이 터질 때도 루카스는 중심에 있었다.

얼티메이트 플라워 버블(Ultimate Flower bubble)라 불리는 21세기판 튤립 버블이 터질 때도 루카스는 깊숙한 곳에서 관여하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은행이 파산할 때도, 유망한 회사가 박살이 나고 찢겨서 사방으로 팔려나갈 때도, 거대한 사모펀드들이 뭉쳐서 국가들을 뒤흔들고 다닐 때도.

전부.

전부 루카스가 관여하고 있었다.

중심에서.

때로는 바깥에서.

어떨 때에는 저 멀리에서.

그리고는 자신은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듯, 시치미를 뗀다.

그야말로 사람의 탈을 쓴 악마와도 같으니.

천사의 이름과 그 별명을 두른 채 살아가는 이로는 보이지 않는 끔찍한 소행이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악인이었고, 횔레에게 수확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탐욕.'

게다가 더더욱 질이 나쁜 것은, 루카스는 딱히 거창한 목적이 있어서 악행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오직 돈을 탐하고 있었다.

돈.

달러.

황금의 가치를 지닌 지폐들!

숫자에 불과하고, 종이에 불과한 물건들!

오직 그것을 늘리기 위하여 그는 움직인다.

사람들을 짓밟고,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만들고, 그들의 시체가 썩는 냄새를 인세에 다시 없을 감미로운 향수라도 되는 듯 맡으며.

그는 오직, 돈을 번다.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자 결론이었으니까.

어떤 이는 돈을 벌어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고 움직이고, 어떤 이는 돈을 벌어서 권력을 얻겠다고 다짐하고, 어떤 이는 돈을 얻어서 기업 국가를 탄생시키겠다고 다짐하는 와중에-

루카스는 오직, 그저 숫자를 불리기만 할 뿐이다.

이 모습은 배가 터질 때까지 음식을 욱여넣는 미련한 짐승을 보는 것 같음이라.

당연하게도 횔레가 방문해 마땅한 이의 모습이다.

절제를 모르고 목적도 없이 악을 행하는 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이며, 횔레가 수확해 마땅할 악인.

그것은 역병을 뿌리는 걸어 다니는 시체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인세에 해를 끼치는 역신이라.

하지만 미래는 바뀌었다.

수확 당해야 할 자는 목숨을 부지한 채 이곳에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생사(生死)의 변수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가장 거대한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겠다.

'다만 같은 것을 보아도 누군가는 수확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그저 일상의 풍경처럼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라.'

진성은 나비효과의 원인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고, 궁금증을 해소하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의뢰를 맡긴 이가 악인에 속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의뢰가 악인을 돕는 것이라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그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다.

루카스가 악인임을 알았다?

그래서 뭐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루카스는 루카스고, 진성은 진성이다.

루카스가 진성에게 참견하지 않는 이상 그는 철저한 타인이었다.

그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나 그의 옛 동료들, 진성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혹은 열심히 전쟁을 막아놓은 한국과 일본에 개수작을 부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는 딱히 루카스에게 손을 댈 이유가 없었다.

루카스는 악인이 아니냐고?

악인에게 의뢰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애초에 회귀 전, 그는 용병이었다.

그리고 용병은- 악인에게 의뢰받는 것은 기본이고, 스스로 악행에 가담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기에 고용주가 악인이라고 해서 거부감이 있거나 꺼림칙한 마음이 들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의뢰의 내용을 보라.

평온하고, 평화로운 일이 아닌가.

악을 창궐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악을 행하는 것도 아니며, 손을 악으로 물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의뢰들이다.

그러니.

그냥 하면 된다.

게다가 평범한 의뢰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해야만 했다.

계약했으니까.

계약한 이상, 그는 그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었다.

이것은 용병의 철칙이며, 용병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존속할 수 있도록 해준 원칙이었다.

그리고 그 원칙은 긴 시간 동안 그와 함께하며 그의 정신에 각인되었다.

그러니, 그는 계약을 지켜야만 하고-

이행하였다.

* * *

알마델의 태블릿, 알마델의 태블릿.

순수한 백랍으로 만든 알마델의 태블릿.

신비의 기호, 마도의 문장, 아름다운 펜타클.

순금으로 새겨진 문장.

세 개의 이름 HELL, HELION, ADONAIJ.

네 모퉁이에 세워진 양초에 불을 붙이고.

방위의 천사들에게 기도하옵나니.

천사여 이곳에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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