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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513화 (513/526)

루카스는 빌딩에서 떨어진 사람을 바라보았다.

온몸의 뼈가 뒤틀려 있어서 참혹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길가에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은 그런 참혹한 모습을 보고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피하는 듯 멀찍이 움직였다. 그러다가 차도로 나가서 차에 치일뻔한 경우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런 젠장, 이러면 빌딩값이 떨어진단 말이다…."

루카스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물론 그 안타까움은 빌딩 가격이 내려갈까 하는 걱정에서 오는 것이었지, 죽은 사람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꿀꺽.

그는 목이 타는지 밀크 셰이크를 한 모금 마시곤 진성을 바라보았다.

"…대충 내가 뭘 의뢰하려는지 감이 오나?"

"흐음."

진성은 루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막고 싶어 하시는 것 아닙니까?"

"뭐, 비슷하지."

꿀꺽꿀꺽.

루카스는 남은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곤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일단 첫 번째.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내 건물에 저주라도 걸었는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그걸 좀 처리해줬으면 좋겠군."

"어떤 이상한 일입니까?"

"고스트 버스터즈(Ghost busters)나 엑소시스트를 불러야 할 정도로 큰일은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닌데…."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려는 듯 눈동자를 위로 향했다. 그리곤 자신의 크리스털 팔을 쓰다듬으며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소소한 문제가 계속 일어나. 몇 차례나 쥐새끼가 전선을 갉아 먹어서 정전이 일어났고, 갑자기 수도관이 터져서 지하가 물바다가 될 뻔했던 적도 있었지. 하수구가 역류해서 건물 전체에 오물 냄새가 진동한 적도 있었고, 문이 고장 나서 절단기로 잘라내야 할 때도 있었어."

앞서 말했던 대로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재수 없다고 표현할만한 것들이기는 했다.

겪으면 '아, 진짜 엿 같네. 재수가 왜 이렇게 없지?' 하고 그냥 기분이 살짝 상한 채 하루를 보낼만한 일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이 재수 없는 일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큰 손실을 본 투자자가 건물에 쳐들어온 적도 많았지. 창문을 깨는 건 기본이고, 화염병을 던지거나 샷건을 들고 난동을 피우기도 했어. 물론 가드가 잘 막아주기는 했지만…. 당할 때마다 참 기분이 더러웠지."

그가 말하는 '재수 없는 일'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창문에 새가 계속 머리를 박고 죽었다는 이야기는 했던가? 이 빌어먹을 새대가리 놈들이 우리 건물을 고속도로인 줄 아는지 질주해서 머리를 박고 죽더군. 그 덕분에 창문을 수시로 닦아야만 했어. 게다가 대가리를 박고 쓰러지는 새를 맞고 다친 사람도 있어서 내가 물어줘야만 했다고. 빌어먹을."

"흐음."

"게다가 동물보호협회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와서 건물 앞에서 시위했고, 방송국에서 내 건물을 취재하고 가기까지 했어. 그래서 엿 같은 돈을 써서 조류학자를 부른 다음, 창문에 이상한 문양을 그려야만 했지. 뭐 새가 보기에는 '막힌 곳'으로 느끼게 만드는 패턴이라고 하는데…."

"…."

"어쨌든 그 빌어먹을 패턴을 그린 뒤에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 하지만 이 빌어먹을 동물보호협회랑 방송국 놈들이 잊을만하면 찾아와서 근황을 찍고 간다는 게 문제야. 그나마 대처를 잘했다고 말은 하는데…. 이놈들이 와 있을 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크게 이슈될 게 뻔하니, 참 곤란한 일이지."

루카스의 입에서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쉴 새 없이 나왔다.

그렇게 말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기라도 하는 듯 워딩이 점점 거칠어졌다.

"겨울에 노숙자가 주차장에 기어들어 와서 잠을 자다가 차에 깔렸던 일도 있었지. 다행스럽게도 노숙자 100% 과실인데다가 즉사를 한 덕분에 시끄러워질 일은 없었는데…. 주차를 하려다가 사람을 죽이게 된 큰손은 기분이 더러워졌는지 우리한테 오질 않게 되더군. 큰 손이 빠져나갔어…."

끝이 없다.

끝도 없이 나온다.

루카스가 겪은 일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아직도 한참 남아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도 많고, 아직 말하지 않은 것도 넘쳐나지. 이제 내가 왜 자네를 찾아왔는지 알겠지?"

"그렇군요."

충분히 이해됐다.

저 정도라면 주술사를 찾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늦은 감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루카스는 손가락을 두 개를 펼쳤다.

"금전운이 상승하는? 뭐 그런 걸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금전운이라."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보기엔 이 월 스트리트라는 곳은 합리와 이성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월 스트리트 전체에 흐르는 광기나 탐욕과는 별개로 말이야."

진성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네는 알아둬야 해. 돈과 얽혀있는 곳은, 자네 생각보다도 훨씬 미신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진성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돈을 버는 것은 합리와 이성의 영역이자, 신앙과 본능의 영역이라.'

돈이라는 것은 마성을 가지고 있다.

돈은 그 자체로 자신을 불리려 하는 욕망을 가지고 움직이며, 숫자를 불리기 위해 주인을 조종한다.

많이.

더 많이.

더더욱 많이!

숫자를 더 높게 바꾸기 위해.

자릿수를 늘리기 위하여.

돈은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자신을 보는 이에게 속삭이고, 유혹한다.

더 많은 돈을 가지라고.

더더욱 많이 가지라고!

이러한 욕망에 감화되다 보면 이성은 흐릿해지고, 감정이 몸을 지배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미신이다.

행운을 가까이.

불운을 멀리.

길조는 가까이.

흉조는 멀리.

그렇게 돈을 만지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미신에 깊숙하게 연관이 되어간다.

사소하게 징크스라는 이름으로 그의 인생을 잠식하기도 하고, 점술에 푹 빠져서는 모든 것을 뒤로 던져놓기도 하지.

'마치 대마녀처럼 말이지.'

당장 진성의 근처에 그러한 사람이 있었다.

대마녀 오딜리아 A 라이히(Odilia A Reich).

미신에 한껏 심취해 있는 마녀.

심지어 회귀 전에는 그 미신에 너무 심취했다가 종교인 하나한테 걸려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했다. 기둥뿌리까지 뽑아다가 이상한 여자한테 들어다 바치고, 회사 직원들은 쥐어짜고, 마침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 할 정도로 시야가 흐려져서 용병에게 지불해야 할 돈까지 떼먹으면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 경우는 좀 심각한 편이기는 하지.'

물론 오딜리아의 예는 극단적인 경우에 속했다.

다른 부자들의 경우 저 정도는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미신과 함께하는 수준이었다.

그냥 운수가 좋아진다는 장식을 저택에 두거나, 운수를 좋아지게 만든다는 물건을 가지고 다니거나, 징크스에 구애된다거나, 뭔가 불길한 것을 보면 투자를 재고해본다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기도를 한다거나 하는…. 아주 평범한 수준 말이다.

그렇기에 진성은 루카스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음…. 뭐든지 상관이 없어. 의식을 해도 좋고, 주물을 만들어도 좋고, 그냥 운수가 좋아지는 우상(Icon)을 만들어놓고 가도 돼. 아, 물론 딱 봐도 너무 사악한 이교도의 물건 같으면 곤란해. 종교 관련된 인간들이 와서 또 귀찮게 할 게 뻔하거든. 몰래 훼손할 수도 있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오, 그거 다행이군."

루카스의 두 번째 부탁은 두 가지를 노리고 있었다.

실제로 금전운이 좋아지는 것, 그리고 '금전운이 좋아지는 주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이다.

돈에는 미신이 따라오는 법.

그렇다면 반대로, 미신에 돈이 따라올 수도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루카스의 회사인 메타트론 인베스트먼트의 직원들은 '금전운이 좋아지는 주술'을 직접 확인하고는 자신이 운이 좋아졌다는 확신하고 움직이게 될 것이고, 그것은 분명히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들 역시 '금전운이 좋아지는 주술'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겠지.

『 운이 좋아지는 주술이라. 그렇다면 주술의 효과가 끝날 때까지는 여기를 이용하는 게 낫겠군. 』

그냥 '이 회사가 운이 좋다'라는 소문이 퍼져도 투자가 몰려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단순히 운이 좋다는 풍문을 넘어서,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적어도 회사에 또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러한 인식은 루카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니, 어지간히 재수가 없는 일이 아니라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더욱 큰 사건이 일어날 뻔한 것을 주술 덕분에 이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세 번째."

그렇기에 이 세 번째 의뢰가 중요했다.

"내 빌딩에서 빌어먹을 놈들이 좀 죽지 않게 해줬으면 하는데."

재수 없는 일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것.

그것은 바로 피를 보는 것이다.

다치고, 죽어 나가는 것.

그것만큼 사람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것이 없다.

게다가 생물의 본능은 죽음에서 멀어지려는 성질이 있으니, 빌딩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은 일반적인 회사에 이로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루카스는 손가락을 세 개를 펼친 채 진성을 강렬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 거리에서 사람 죽어 나가는 걸 어떻게 해달라는 게 아니야. 아, 능력을 의심한다거나 하는 그런 건 아니라- 내 말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야."

루카스의 눈동자에 빛이 스쳐 갔다.

그 빛은 뱀의 눈동자와 아주 흡사한 것이라.

마치 루카스의 몸속에 차가운 피가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죽어. 그리고, 멍청하고 제 분수를 모르는 놈들은 더더욱 평등하게 죽지."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뱀이 나자빠진 시체를 보고 감상을 말하는 것처럼.

"분수를 모르고 자기 능력 한계를 넘어선 일을 하면 죽고, 자기 배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돈을 쑤셔 넣다가 죽고, 멍청한 투자를 했다가 죽고, 이득에 눈이 멀어서 영리하게 굴지 못해서 죽지."

항상 있는 일이고, 앞으로도 있을 일이야.

그는 슬쩍 시선을 빌딩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까 떨어져 사체가 있었다.

"그러니 사람 죽어 나가는 것 자체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자네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나도 신경 쓸 필요가 없지. 그건 그들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닌가?"

그 시체를 바라보는 루카스의 시선은….

무가치한 물건을 보는 것 같은 차가운 시선이었다.

"그러니 내 마지막 의뢰는 간단해. 내 빌딩에서 사람이 죽지 않게 해주게."

그는 그렇게 말했다가 무언가 떠올렸는지 테이블을 톡 쳤다.

"아, 실수했군. 내 빌딩이랑, 이 수제버거 전문점. 이 두 곳에서만 사람이 죽지 않게 해주면 되네. 가능하겠나?"

루카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질문을 던졌고.

"어렵지 않은 일이군요."

진성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답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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