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밤중에 일어난 공성전? 』
『 공성추까지 동원한 병원 보안 돌파 시도. 병원에서 일어난 놀라운 공성전. 』
『 …충주에서 일어난 병원 폭동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
…
…
A씨는 이날 있었던 병원의 소동에 대해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프랑스 혁명을 코앞에서 보았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생생한 동영상에 담긴 폭력행위는 정말 공성전을 방불케 하는 갖가지 도구가 사용되었는데, 급조해서 만든 공성추는 물론이고 부서진 벽돌 조각을 돌팔매로 날리거나 소화기를 사용해 시야를 가리는 등의 행위가….
…
… 』
밤중에 일어났던 광기의 현장은 끝을 맺었다.
공성전의 승자는 병원 측.
병원은 경찰이 올 때까지 버티는 데 성공했고, 경찰이 오자마자 눈이 뒤집혀 있던 기자들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흉흉한 기세를 풍기기는 하나 능력은커녕 제대로 체력단련조차 하지 않았던 기자들은 무인들을 제압하기 위한 장비를 잔뜩 가지고 있던 충주의 경찰들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물론 어렵지 않게 되었다는 것뿐이지, 기자들이 얌전하게 제압당하지는 않았다.
벽돌을 부순 뒤 돌팔매로 경찰에게 돌덩이를 던지거나, 화분을 집어던지거나, 유리병을 집어던져 깨뜨려서 바닥을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도배를 하는 등의 저항을 계속했고, 경찰은 결국 방패를 든 경찰을 앞세워 그들을 코너로 몰아넣은 뒤 제압용 그물총을 사용해 그들을 포획했다.
그리고 그물총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거나, 포획이 되었음에도 과할 정도로 저항하는 사람들에게는 테이저건을 쏘았다.
그렇게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고, 승자인 병원은 '미친 사람들이 쳐들어왔음에도 무사히 환자를 지켜냈다.', '이 병원은 보안만큼은 확실히 믿을 수 있겠다.'는 평가와 함께 병원의 가치가 수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그리고 패자인 기자들은….
"아니,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
"대답해보라고요. 기자나 되는 양반이 대체 왜 그런 거냐니까요? 아니 무슨 용한테 잡힌 공주 구하러 간 왕자도 아니고, 기자 한 명 만나겠다고 왜 그 난리를 쳤냐니까요?"
경찰서에 끌려가서 조사받았다.
하지만 끌려간 기자는 전부 짜기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고 경찰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좋을 게 없다고 반쯤 협박 섞인 말을 해도 입술에 접착제라도 바른 것처럼 꾹 다물었고, 뭐라도 말을 좀 해보라고 경찰이 윽박지르면 변호사가 올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느니만 못한 말을 했다.
경찰로서는 환장할만한 상황이었다.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이제순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까지 일을 벌인 것인가.
같은 기자라고 이런 것은 아닐 테고, 이 많은 기자 전부가 이제순이 없으면 못사는 사이도 아닐 테고….
대체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인 것인지, 가뜩이나 살인사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황에서 전국에 대서특필될만한 이딴 일을 벌인 것인지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죄다 짜기라도 한 것처럼 침묵.
경찰은 답답함에 가슴을 두들길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이 경찰의 심정을 알았기 때문일까?
경찰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경찰서에 잡혀 온 기자들이 아닌, 다른 기자들의 손으로.
『 충주에서 벌어진 병원 공성전의 주역들…알고보니 범죄자들? 』
『 불법 도박, 마약, 폭행 사주, 접대…. 그 끝은 공성전? 』
기자들이 경찰서에 잡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사가 줄줄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시간을 오래 써서 여러 번 다듬어서 올린 기사가 아니라, 일단 특종을 터뜨리고 보자는 의도가 담긴 허술한 기사들이 말이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올라간 기사는 익명을 쓰기는 했지만 명백히 밝힌 집단을 겨냥하고 있었다.
"허, 이거 뭐야…. 조폭 출신 소속사 사장에게 접대받고 기사를 써줬다…?"
"얼씨구. 이건 또 뭐야. 무슨 기자가 아니라 도박꾼이네, 도박꾼. 해외 취재를 핑계로 마카오에서 원정 도박에, 불법으로 일본 경마 베팅에, 하우스에서 불법 도박에…. 거기다가 돈 내기까지 했네? 얼씨구, 수천만 원이 걸린 골프 돈 내기?"
"허위로 기사를 올리겠다고 협박해서 돈을 뜯어낸 인간도 있네? 돈을 안 준 곳에 대한 허위 기사를 올려서 망하게 한 전적도 있고…. 이야, 쓰레기네 쓰레기."
기사를 본 경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명색이 기자들이라서 존중해주고 있었는데, 그 실체는 상상 이상의 쓰레기들이었다.
온갖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은 물론이고, 루머를 퍼뜨려 남의 사업을 망하게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고 가는 등의 악행을 행하기까지 했다.
쓰레기.
명백한 쓰레기들이었다.
『 범죄자를 협박한 범죄자…. 협박으로 만들어진 신성(新星), 이제순. 』
『 범죄자를 조종한 살인자, 이제순은 누구인가? 』
그리고 그 쓰레기들을 조종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자, 이제순이었다.
경찰들은 미친 듯이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이 기자들이 한밤중에 병원에서 왜 공성전을 벌인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말세네, 말세여. 무슨 살인범이 범죄자들을 협박해?"
"무슨 조폭이나 마피아도 아니고…."
"게다가 돈을 뜯거나 뭐 그런 것도 아니고…. 부려 먹으면서 기사 뺏고 그랬다는데? 이건 뭐…. 하하. 거참…. 어이가 없기도 하고…. 아니 살인까지 저지르는 놈이 협박까지 해서 한 짓이 겨우 이거야?"
"야, 이제순이 이놈 정신병 있는 것 같다는데? 이거 기자들끼리 실드치나?"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올라오는 영상들 보니까, 기자들뿐만 아니라 연예인이고 정치인이고 죄다 이제순이보고 정신병자라고 말하고 있네. 원래 정신에 좀 문제가 있긴 했나 봐."
"하긴 협박해서 시킨 게 기사 셔틀 짓이니…. 정신이 온전치 못한 거 같기는 해."
경찰들은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기사에 혀를 내둘렀다.
동종업계에 대한 존중이나 최소한의 실드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야…. 얼마나 쓰레기 짓 하고 댕겼으면 같은 기자들끼리 보호도 안 해 주냐?"
"이거 봐라. 벼르고 있다가 딱 기회 오니까 난도질하는 느낌이잖아."
그나마 이제순에 대해선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라는 최소한의, 있으나 마나 한 실드라도 있었다.
물론 철저하게 행적을 후벼파는 데다가 이제순과 엮인 사람들과 인터뷰한 영상을 올리는 등…. 이제순을 정말 철저하게 정신병자로 만드는 기사들을 보고 있자면 이게 실드가 맞긴 한 건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성전으로 잡혀 온 기자들에게는 그런 것도 없었다.
살아가면서 적밖에 만들지 않은 것처럼, 이때다 싶어서 모아놓은 증거들을 좌르륵 뿌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기자들까지 전부.
얼마나 원한을 사고 다녔으면 이럴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휴, 이거 궁금해서 못 참겠네. 이제순이한테 대체 이놈들이 뭔 짓을 하고 다녔는지 물어보기라도 하고 싶은데."
"아직도 혼수상태지?"
"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이 기자들 약점은 어떻게 퍼진 거야?"
"아 뭐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거 썼겠지. 내가 언제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보되도록 프로그램을 짜놨다, 믿을만한 사람에게 언제까지 연락이 없으면 제보하게 해놨다…. 뭐 그런 거 있잖아."
"거참…. 진짜 하는 짓도 그렇고…. 무슨 영화로 범죄를 배웠나…. 허, 참…. 진짜 어이가 없네."
첩보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지….
경찰들은 이 상황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 * *
박진성은 미소를 지었다.
"모든 일은 뒷정리와 청소까지 해야 깔끔하게 끝맺음을 할 수 있는 법…."
진성은 이때다 싶어서 모아놓은 증거들을 무기로 쓰레기들을 사회적으로 죽여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기사들을 보았다.
'원한 관계가 있는 기자들에게 제보하니 일이 참으로 잘 풀리는구나.'
경찰들은 이제순이 기자들의 약점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보가 되게 만들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성이 직접 약점을 제보한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마구잡이로 보낸 것이 아닌, 경찰서에 잡혀있는 기자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기자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당연히 원수나 다름없는 인간의 약점을 얻은 기자들은 기사를 써 내렸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언제 원한을 갚을 수 있을지 몰랐으니까!
'경찰서에 잡혀있으니 더더욱 그러하겠지….'
어지간히 멍청하거나 결단력이 없지 않고서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으리라.
동업자 정신이니 뭐니 하는 것은 원한 앞에서는 의미가 없는 법.
그들은 원한을 풀기 위해 진성이 보낸 정보를 보검처럼 휘둘렀고, 특종이라는 핑계 뒤에서 통쾌함에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우후죽순으로 터지는 특종들에 다른 기자들은 어차피 일이 터진 거 조회 수나 올려보자는 심정으로 그들을 따라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자료는 충분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다른 기자들에게도 '약점'이 갔으니까.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폭로가 터졌고….
그렇게 경찰서에 잡힌 기자들은 사회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박진성이 준비해놓은 후속타도 있었다.
'끌끌. 마약 검사를 해보면 재미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 그 원인이 있는 법.
기자들이 공성전을 벌인 이유는 바로 진성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진성이 벌레를 매개로 몸에 주입한 약물 때문이었다.
메닐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레보암페타민(Levoamphetamine).
덱스트로암페타민(Dextroamphetamine).
진성은 ADHD라고 불리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물질들을 기자들의 몸에 주입했다.
약물의 효과에 의해 기자들은 과할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약효에 취해 흥분하게 되었다.
'공성전까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물론 그 흥분이 너무 과해서 진성의 예상을 뛰어넘기는 했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기껏해야 난동을 부리는 정도로 예상했는데….
똘똘 뭉쳐서 공성전을 벌일 줄이야.
하지만 더 이슈가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뜨거운 이슈 속에서 이제순 역시 기자들과 함께 사회적인 죽음을 맞이했으니, 더더욱 좋은 일이었고.
'그래도 원한 관계였던 이들이 작성한 1보 덕분에 이들을 부려 먹었던 이제순에 대해서는 여론이 순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동정의 여지도 없는 완벽한 사회적 죽음보다 더 유익할 수도 있다.
이는 박진성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가 저 멀리로 사라졌고, 쥔 것이 땅에 떨어져 진흙투성이가 되었군요."
약속된 시일에 모습을 드러낸 빙의술사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죽은 뒤에 썩어버리는 것이 육신이라지만, 산 채로 썩어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그것은 고통이고 처벌이니…. 명예가 풍화되고 난도질당하는 것 역시, 죽음 이후보다는 죽음 이전이 더더욱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빙의술사는 가면을 쓴 박진성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당신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