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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89화 (489/526)

북을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튕겨 오르며 솟은 팔.

채찍을 연상케 하는 길게 늘어진 팔은 시퍼런 날을 가진 재단용 칼을 든 채 뱀처럼 움직이며 허공을 갈랐다.

뱀이 위협을 하는 듯한 쐐애액 소리와 함께 그것은 징그럽게 꿈틀대며 진성을 향해 움직였고, 마침내 진성에게 다다랐을 때 격렬한 변화를 일으키며 음속을 돌파했다.

파아앙-!

음속을 돌파했을 때 나는 파공성.

귀청을 떨어뜨릴 것만 같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주먹이 진성의 몸에 부딪힌다.

주먹 쥔 손에 들린 날은 진성이 걸치고 있는 갑주에 틀어박히고, 움직임에 따라 근육과 뼈마디를 걸레처럼 만들어버리려 발악한다.

그 모습은 마치 사악한 뱀이 독을 품고 덤비는 모양새와 같음이라.

참으로 지독하고, 또 지독하였다.

게다가 그 지독함에는 만족이란 없어서.

송곳니로 물어뜯고, 걸레처럼 자르고, 온몸의 뼈마디를 분질러도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있어서.

뿌드드득-!

그래서 이제순의 탈을 쓴 그것은 다시 허리를 비틀며 또 다른 팔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먼저 후려쳤던 팔이 갑주를 후려치며 만들어낸 반동을 신호로 반대편의 팔이 움직인다.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튀어 오른 뱀은 꿈틀대며 허공을 유영하며 나아간다. 허공을 찢어발기듯, 혹은 먹이를 발견한 뱀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몸을 날리듯 그렇게 움직인다.

그리하여 목표에 도달한 채찍이 다시 한번 음속을 돌파하니.

파아아앙-!

음속을 돌파했을 때 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망치를 든 손이 진성이 두른 갑옷을 강하게 두들겼다. 앞서 송곳니로 살점을 찢어발긴 뒤 마땅히 해야 하는 것처럼, 뱀이 강한 힘으로 압박해 뼈마디를 부러뜨리는 것을 흉내라도 내려는 듯 망치로 뼈를 두들기고, 뼈를 분지르기 위해 발악하듯 움직인다.

갑옷을 두들기는 망치.

갑옷에 부딪혔을 때의 그 느낌.

그 느낌이 팔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신체 기관을 따라 움직여 머리까지 도달하고, 머리는 희열과 함께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라고 종용한다.

쐐애액-!

파앙-!

한쪽이 적중하면 다른 팔이 움직인다.

쐐액-!

파아아앙-!

다른 팔이 움직이면 먼젓번의 팔은 후속타를 위해 다시 똬리를 튼 채 목을 물어뜯을 준비를 한다.

뿌드득-!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허리는 뒤틀리고, 뒤틀리고, 또 뒤틀린다.

마치 채찍으로 상대를 후려치기 위해서 존재하는 부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장이 꼬이고 뼈마디가 분질러지고 척추가 뒤틀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껏 뒤틀리며, 허리는 다른 방향으로 꽈배기처럼 틀어졌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며 움직인다.

파앙-!

파아앙-!

오직 채찍을 후려치기 위하여.

자신에게 개소리를 지껄인 주술사에게 쓴맛을 보여주기 위하여.

쐐애애액-!

쐐액-!

파아앙-!

이제순의 탈을 쓴 그것은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자신의 것이 아니되 자신의 것이기도 한 몸을 혹사했고, 마치 망가져도 갈아 끼우면 된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몸을 막 굴려대며 팔을 휘둘렀다. 그 눈에 담긴 광기는 길게 늘어진 팔을 어떻게 돌려놔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혹사한 허리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격렬한 움직임 때문에 상했을 근육과 내장과 뼈에 관한 생각 역시 안중에도 없었다.

자신의 것을 쓰지 않기에 가질 수 있는 거침없는 면모가 가득 묻어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광기는 흉포한 공격으로 전환되었고, 어지간한 무인조차 압살할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파앙-!

파아앙-!

기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위협적인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졌다.

허리가 꼬였다 풀리는 속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짧아졌고, 팔이 휘둘러졌다 회수되는 시간 역시 점차 간격이 좁아졌다.

가속.

가속된다.

공격성이, 흉악함이.

폭압(暴壓)에 가까울 수준으로 변해간다.

맨눈으로 보이던 채찍질은 이제는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으며, 허공을 찢어발기며 내는 파공성 역시 이제는 개별의 것이 아닌 쭉 이어지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간격이 짧아졌다.

쐐애액-!

게다가 저 소리를 보라.

뱀이 쉴 새 없이 혀를 내밀며 위협을 하는 듯한 저 소리를.

어찌 사람의 팔에서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사람의 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형이 가해졌다고는 하더라도, 가죽밖에 남지 않은 팔을 한도까지 늘린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고는 해도 저것이 사람의 팔에서 날 수 있는 소리란 말인가.

마치 뱀을 부리는 사악한 주술사라도 된 듯 뱀의 소리를 한껏 내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작자를 보라.

오, 저 사악함.

사악함!

저 삿된 눈동자에 뱀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라니!

저 형상을 얼핏 보니 참으로 요술사와 닮지 아니하였던가.

다만 보라.

맑은 눈으로 보라.

저 현란한 움직임에 속지 말고 보라.

저 귓가를 찢어발기는 절규와 위협의 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보라.

"미신에 현혹된 자들이여 보라. 저것은 오각형 모양의 왕관도 없고, 108개의 해골 모양 염주 목걸이도 없고, 사람의 뼈를 연결한 앞치마도 없고, 풀바도 차고 있지 아니하구나. 저것을 어찌 요술사라 부를 수 있을 것이냐? 하니 트리파들이여, 트리파들이여. 현혹되지 말고 본질을 보며 두려움을 떨쳐라. 축복을 기원하며 암송하듯 외치라."

기원하듯 소리쳐라.

천상의 기쁨을 머무르게 하라.

천국을 만들기 위해 축복하라.

"타시 쇼그."

번영이 있을지어다!

"타시 쇼그."

번영이 있으리라!

"타시 쇼그-!"

번영이 오리라-!

무궁(無窮)한 번영(繁榮)이 있으리라----!

* * *

박진성은 외쳤다.

이제순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 채찍으로 몸을 두들기고 있음에도.

날붙이로 갑옷을 찢고, 망치로 몸에 두른 갑옷에 금을 가게 하고 있음에도 진성은 그저 기원을 담아 외쳤다.

"ཨོཾ་མ་ཎི་པ་དྨེ་ཧཱུྃ་."

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연꽃과 같이.

모이면 모일수록 황홀한 광채를 뿜어내는 보석과 같이.

생명은 모여 숫자를 늘리고, 광채는 모여 아름다움을 뽐내고, 자연은 번성하고, 번창하리라.

"ཨོཾ་མ་ཎི་པ་དྨེ་ཧཱུྃ་"

무궁한 번영의 축언과 함께 읊어지는 진언은 참으로 길하디길한 것이니.

티베트인들은 이 진언 자체가 영험하다고 여겼고, 많이 외우면 외울수록 좋은 것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진성은 외운다.

"ཨོཾ་མ་ཎི་པ་དྨེ་ཧཱུྃ་."

주언(呪言)을.

진언(眞言)을.

외우면 외울수록 영험(靈驗)을 얻을 것이요, 번성하고 번영하고 번창하게 될 것이니.

이 어찌 좋지 않으랴?

이 어찌 기쁘지 않으랴?

이것이 바로 하늘 위에서나 맛볼 수 있는 기쁨이리라.

그리하여 진성이 말하노니.

생물이여, 번성하고 번창하라.

꽃이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흐드러지게 피어나듯, 마찬가지로 피어나도록 하여라.

빠직.

빠지직.

그리고 이러한 진성의 외침에 회답하듯 생명이 번성하기 시작하니.

그 시작은 망가지고 있는 갑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빠직.

빠지직.

열에 의해 갑각이 뒤틀리듯이.

혹은 기름에 튀겨지기라도 하듯이.

혹은 작은 흠집을 중심으로 갈라짐이 심해져 박살이 나기라도 하려는 듯이.

진성이 걸치고 있는 갑주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퍼지고, 채찍으로 후려쳤던 곳을 시작으로 사방으로 금이 번져나갔다.

빠지지지직.

금이 번져나간다.

큼지막한 덩어리들로 자신을 구별해가며.

이윽고 다시 번져나간 금은 그 덩어리들을 쪼개어가며.

덩어리들은 점차 작아지고, 작아지고, 또 작아지며 마침내 부스러기라도 되는 듯 금으로 뒤덮인다.

쐐애애액-!

그렇게 금이 간 갑주에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채찍이 도달하니.

파아앙-!

콰장창창-!

거대한 소리와 함께 갑주 역시 허무하게 찢겨나가며 사방에 파편을 흩뿌렸다.

이제순은 그 모습을 보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움직였다.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먹잇감을 요리하기 위해서.

갑옷을 잃어버린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위해서.

쐐애애액-!

이제순의 몸을 차지한 그것은 확신했다.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껍질을 잃어버린 게가 연한 속살을 뜯어먹히게 되듯이, 채찍 역시 갑옷 대신에 살점을 뜯고 뼈를 분지르며 또 다른 사망자를 만들어내게 되리라고.

앞서 무인이 그러했듯, 걸레짝처럼 변한 몸을 바닥에 뉜 채 싸늘하게 식어갈 것이라고.

그렇게 확신했다.

후우웅-!

하지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아간 채찍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의 몸뚱이를 치는 대신에 허공을 가르기만 할 뿐이었다.

"어?"

짜릿한 손맛 대신에 느껴지는 것은 공허.

비어버린 곳을 쳤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

"무슨?"

분명히 있어야 했다.

갑옷을 부순 지 1초도 되지 않았으니, 분명히 저 자리에 있어야 했다.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형체도 어렴풋이 보인다.

그러니, 때렸을 때 느낌이 와야만 했다.

그런데 왜 느낌이 오지 않는가.

어째서 손에서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것은 의문을 품은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진성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고.

부아아아앙-!

그의 의문을 해소하듯, 굉음과 함께 검은 안개가 그에게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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