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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73화 (473/526)

남자는 자신을 기자라고 밝혔다.

"기자?"

타부다이에게는 달갑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다.

타부다이는 퀭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자라기보다는 노숙자에 가까운 외형.

코가 막힌 사람조차도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체취와 악취들, 거기다가 뭔 짓을 하고 왔는지 몸 이곳저곳에는 알 수 없는 끈적이는 액체들이 가득 묻어있고, 입을 열 때마다 짙은 술 냄새가 풍기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손에 수첩과 펜을 쥐고 있기는 한데, 쓴 흔적이 거의 없어 방금 산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가슴팍에 달고 있는 보디캠도 이상했다.

기자가 보디캠을 달고 다니는 것이야 이상한 것이 없기는 한데, 딱 보기에도 저 보디캠에는 전원이 들어가 있지 않은 듯했다.

'이상하군.'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 전원 꺼진 보디캠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느낌이 든다.

진짜 눈알로 자신을 살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 카메라 너머에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는 것이다.

불법 개조를 해서 사용 중이어도 불이 들어오지 않게 바꾸기라도 한 것일까?

'이상한 작자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이상하다.

어떻게 보면 기자라고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납득하고 들여보내기에는 너무나 꺼림칙한 사람.

"딱히 인터뷰할 생각은 없으니 돌아가시오."

타부다이는 기자라고 밝힌 남자를 돌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무 일이 없을 때도 따로 만나기 꺼림칙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중요한 일까지 있지 않은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람이 안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거대한 몸으로 문을 가려 기자가 안을 살펴볼 수 없도록 만든 뒤, 남자를 지그시 쳐다보며 어서 나가라고 압박해주었다. 물론 일반인에게 위압할 수는 없으니 지그시 눈으로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지만,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것으로도 충분하리라 여겼다.

"흐흐흐흐."

하지만 기자는 타부다이가 노려보는데도 겁먹지 않았다.

도리어 무슨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흐, 하하하."

그는 웃었다.

자신보다 훨씬 큰…거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근육질의 무인이 노려봄에도 웃었고, 타부다이의 시선이 점점 미친놈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고 있음에도 웃었다.

웃고, 웃고, 웃었다.

그리고 이윽고 웃음을 뚝 그치더니 흐리멍덩한 눈으로 타부다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래요? 그럼, 그렇지요…. 그래."

타부다이에게 말한다고 하기에는 묘한 말들.

혼잣말 같기도, 횡설수설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것 같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남자는 초점 없는 눈으로 타부다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퀭한 눈으로 그와 눈을 마주치기를 몇 초.

그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좋은 기삿거리가 있을 것 같아서 왔는데, 그래요. 취재를 못 한다니 어쩔 수가 없지- 히히. 남의 집에 함부로 발을 들이면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니까, 상식이니까. 하하하."

그렇게 남자는 정신이상자 같은 행동을 보이곤 등을 돌렸다.

그리곤 절뚝이는 듯한, 혹은 너무 흥이 넘쳐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 같은 이상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탁.

탁.

발을 구르고, 뛰고, 옆으로 휘청인다.

춤을 추듯 어깨가 움직이고, 몸이 흔들거린다.

바람에 휘청이는 나무처럼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발이 일직선으로 나가다가 꼬이고 몸이 회전한다.

마치 춤을 추며 걸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남자는 저 멀리 사라졌다.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골목을 꺾어…사라졌다.

그렇게 이상한 남자가 사라진 후, 타부다이는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닫았다.

'별 미친놈이 다 꼬이는군….'

명백히 수상한 행동을 보였던 한국인 검사도 그렇고, 방금 만난 기자라고 주장하는 정신병자도 그렇고.

오늘따라 이상한 놈이 많이 꼬이는 재수 없는 날이라고 한탄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숨을 쉬면서 타부다이는 등을 돌렸고….

"아니?"

등을 돌리자마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없다.

그와 대화를 나눠야 할 한국인 검사가 없다.

기자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등장하기 전에 제압당해있던 한국인 남자가 있던 곳은 텅텅 비어 있었고, 도장의 창문 중 하나가 열린 채 밤공기를 안에다가 쏟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일본인 격투가는 한국인 검사에게 혈이라도 눌린 것인지 눈만 부릅뜨고 타부다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까지 했다.

"도망을 쳤다고…?"

도망.

그래, 도망이다.

한국인 검사가.

수상한 그 낭인이 도망을 친 것이다.

타부다이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짧은 틈에!

타부다이가 정신병자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신경이 쏠린 그 틈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부다이의 기감에서 벗어나서 밖으로 도주를 한 것이다!

혹시라도 격투가가 도망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혈을 짚어두기까지 하면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노호인 골로그(нохойн гөлөг)를 봤나…!"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타부다이는 자신도 모르게 몽골어로 '개새끼'라는 뜻의 욕설을 입에 담기까지 했다. 난폭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꿈틀.

그는 과다한 공격성을 근육으로 표출했다.

이제는 사용할 곳이 없어진 부푼 근육들은 얼른 그놈을 잡아다가 세게 한 대 후려치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그의 기는 근육에 호응하며 수증기처럼 폭발적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퍼진 기는 기감처럼 사방을 훑어보았고….

"…멀리도 도망갔군."

타부다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부풀어 올랐던 근육을 다시 꺼트렸고, 눈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격투가에게 다가가서 혈을 풀어주었다.

"허억, 감사, 합니다."

"쯧."

격투가는 자신을 풀어준 타부다이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물론 진짜 고마워서라기보다는, 감사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아까처럼 한 대 세게 얻어맞을 것 같아서 한 것이었다.

하지만 타부다이는 그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낭인의 흔적만을 살펴보았다.

'기척을 확 죽이고 창문을 열고 나갔다…. 암살자? 요원? 아무리 봐도 낭인이었으니 암살 관련된 무공을 익히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는 한데…. 거참.'

낭인의 흔적은 거의 남지 않았다.

타부다이가 짐작한 낭인의 경지를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낭인이 타부다이를 속일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거나, 암살과 관련된 쪽 무공을 주로 익힌 게 아니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데….

'아니지, 외부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혹은 외부의 조력이 있다거나.

하지만 외부의 조력은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렇게 타부다이의 눈을 피해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무인 하나를 빼내려면 꽤 강력한 능력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에너지의 흔적이 남을 가능성이 크니, 어지간한 타부다이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어야 가능하리라.

하지만 그런 사람이 뭣 하려 낭인 하나를 돕기 위해서 나서겠는가?

그것도 뭐 중요한 걸로 잡힌 것도 아니고, 일본인 무인 하나랑 시비를 걸다가 잡힌 것인데.

심지어 뭐 어디 고문실에 잡힌 것도 아니고, 그냥 축제와 관련된 위원이라는 사람에게 붙잡혀서 도장으로 끌려간 것뿐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다면….

'그 낭인 놈이 정말로 수상하군.'

타부다이는 혀를 차면서 일본인 무인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도 혹시?'

혹시 이 녀석도 이 수상한 일에 무언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경지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암살 관련된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담고 그를 한 번 훑어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 무인은 평범했다.

정말로, 평범했다.

"됐고, 어차피 자네는 시비가 걸린 입장이니 딱히 크게 할 말은 없고…. 아무한테나 시비 걸지 말고, 시비 걸려도 그냥 꾹 참도록 하게. 알겠지?"

"예, 예!"

"가게."

타부다이는 일본인 무인에게서 관심을 아예 거둬버렸다.

성가신 것을 쫓아내듯 격투가를 밖으로 쫓아내 버렸고, 도장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는 휴게실로 향했다.

복잡한 머리에 당분이라도 때려 박기 위해서.

* * *

타부다이에게서 벗어난 일본인 격투가는 도장에서 충분히 멀어진 뒤에야 빠른 걸음을 멈추고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큰일 나는 줄 알았네…."

그는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옷을 식히기 위해 옷자락을 잡고 펄럭였다.

그러자 밤공기가 안에 들어오면서 옷을 말려주었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기분 좋은 시원함을 주었다.

'맨손으로 곰을 두들겨서 돈카츠(豚カツ)처럼 얇고 부드럽게 만들었다는 인간이야.'

그는 자신을 붙잡았던 타부다이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몽골에 들어와서 허튼짓하려고 했던 중국인 무인을 맨손으로 30조각으로 찢어버렸다느니, 탱크의 내구성을 시험해본답시고 주먹질했다가 탱크에 구멍을 뚫어버렸다느니, 기를 두르지 않고 총알을 맞았는데도 멍조차도 들지 않았다느니….

믿기 힘든 흉흉한 소문들이 가득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공통된 것이 있다면, 불같은 인간이라는 것.

화가 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사람의 손에 걸려서 가볍게 한 대 맞고 빠져나온 것이니….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일본인 무인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연신 떠올리며, 다시는 저 위원과 얽히지 않도록 시비가 걸려도 꾹 참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아까 타부다이 위원이 하던 말로 봐서는 충주에서 시비를 걸고 다니는 놈들이 많은 것 같으니…. 아예 충주가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머물다가, 축제 전에 들어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격투가는 오늘 재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운이 아예 나쁘지는 않았다면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안녕하십니까?"

하지만 그가 숙소로 향하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왠지 익숙하게 들리는 목소리.

음침함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다.

격투가는 천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 십니까…?"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이상한 남자.

아까 문을 사이에 두고 타부다이와 대화를 나눈 것 같은 남자였다.

그는 기이한 악취와 코를 찌르는 술 냄새를 풍기며, 히죽 웃고 있었다.

"기자입니다."

"기자…?"

"아니, 아닌가? 기자가 아닌가?"

남자는 술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휘청였다.

하지만 남자의 눈은 격투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강렬한 빛을 내면서.

"아니지, 저는 기자입니다. 저는 순대-예. 순대라고도 하지요. 당신에게는 순대라고 불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자로서의 이름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순대, 순대, 순대…. 참으로 정감이 가는 이름입니다. 요정의 피를 이은 사람이 가지기에는 참으로 걸맞은 이름이기도 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조상님?"

남자는 귀까지 닿을 정도로 찢어질 듯 웃었다.

"아아, 순대. 나의 먼 후손아 너는 그 이름이 참으로 걸맞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한데 너는 그것을 잊고 있지 않은가 싶구나. 모름지기 요정은 은원을 잊지 않는 법. 은혜를 입었다면 목이 긴 구두에 금화를 가득 채워서 주고, 원한을 갚기 위해서는 새싹이 떡갈나무가 되고, 그 떡갈나무가 수없이 많은 세월과 함께 퍼져 숲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 아니겠느냐? 예. 조상님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조상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상님의 걱정과는 달리 저는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정신병자나 다름없는 행동.

격투가는 남자에게 느껴지는 광기에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래, 이봐요.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제가 일본인 무인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예.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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