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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41화 (441/526)

독도로 향했던 모든 인원은 모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차갑게 식은 몸으로 안기지 아니하였고, 혼만이 남아 땅에 발을 디디지도 않았다. 그들 모두 살아 돌아왔으며, 큰 부상 없이 멀쩡하게 대지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니, 표정뿐일까?

그들은 패잔병이라도 된 것처럼 얼굴에 절망과 무력감이 가득 떠올라 있었고, 희미한 공포의 흔적 역시 찾아볼 수가 있었다.

저들의 얼굴을 보라.

공포의 잔영이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 저들의 얼굴을.

패전한 듯 얼굴에 절망과 굴욕감을 안고 있으면서도, 땅에 발을 디디고 사람들을 보자 묘하게 안도한 듯 풀어지는 저들의 얼굴을.

표정은 풀어지고, 몸의 긴장 역시 풀어진다.

사람들의 품에 왔음을 실감하고,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자 안도를 하는 것이다.

이 어찌 참담하지 않을 수 있으랴.

승전하고 돌아온 것도 아니요, 공을 세우고 돌아온 것도 아니다.

패잔병다운 몰골과 걸음걸이를 하고 있음에도 안전한 곳으로,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이라니.

저들을 두고 패잔병이 아니라고 하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독도로 향할 때의 용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참으로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들을 욕하고, 조롱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저들의 패배가 모두를 이해시킬만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리라.

지고 왔음이 당연한 것.

용맹함은 온데간데없이 겁쟁이가 집에 오자마자 덜덜 떨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꼴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

그것은 기록이었다.

그들이 독도에 가지고 있던 특수 장비들에 기록된 영상과 음성 말이다.

영상과 음성에 기록된 것은 차마 그들에게 용맹하게 싸우지 못했다며 비난을 퍼부을 수 없게 만드는 끔찍한 사투의 현장이었으니.

『 막아! 막아-! 』

『 씨발! 씨바알-! 이딴 귀신들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

『 어디긴 어디야! 북한이겠지! 이 미친 한국 새끼들, 위에 이런 거나 기르고 있어! 』

『 우리가 기르고 싶어서 길렀어? 아가리나 닥치고 빨리 저 새끼들한테 총이나 쏴! 』

무인들이 힘을 합친다.

해가 떠 있을 때에는 눈만 마주치면 싸움을 거는 양아치 같았던 한국 무인과 일본 무인이 힘을 합쳐서 악귀에 대항하고 있다. 역장 밖으로 나가서 싸우는 것은 만용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한 채 병사들이나 사용할법한 화기를 이용해 그들에게 사격을 쏘고, 쏘고, 또 쏘았다.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인한 신체 능력으로 악귀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지하며 악귀들을 계속해서 견제하고, 또 견제한다.

마법사는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고, 흙먼지가 된 몸을 이끌고 미친 듯이 왕복하며 역장을 만드는 기계를 보수하고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마법사를 잡아먹기 위해 역장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쩌억 벌린 입을 들이미는 끔찍한 악귀의 옆에서 수리하기 위해 장비를 뜯어보기도 한다.

거리가 어느 정도 될까.

역장이 사이에 있다고는 하나 cm로 따지자면 30cm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근접한 거리.

귀신의 썩은 살점의 냄새와 비린 냄새를 선명하게 맡을 수 있는 그 거리에서, 악취가 섞인 숨결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 거리에서 마법사들은 수리하고, 움직이고, 공포를 이겨내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영능력자들이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온 영능력자들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특이한 의상을 입고 각자 자신만의 힘을 사용한다. 데리고 온 귀신들을 어르고 달래서 역장 밖의 악귀에게 공격을 가하게 만들기도 하고, 가지고 온 물건들을 이용해 역장에 퇴마와 파사의 효과를 더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귀해 보이는 물건을 역장 밖으로 집어 던지며 악귀에게 영적 피해를 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피를 토하거나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기도 했다.

그 뒤에 있는 것은 음양사.

그들은 끊임없이 종이로 식신을 만들어 악귀들에게 보냈고, 식신을 움직여 악귀들을 유인하거나 그들이 역장에 온전히 힘을 쏟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거기에 역장에 오행의 중 토기(土氣)의 기운을 역장에 흘려 넣으며 악귀들이 품고 있는 수기(水氣)를 억제하였고, 화기(火氣)와 관련된 음양술을 사용하며 악귀가 가지고 있는 음기(陰氣)를 억눌러 그들을 약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음양사들은 기진맥진하고, 기절한다.

음양술이라 이름 붙였지만, 본질은 주술.

그들은 끊임없이 사용하는 주술의 대가를 감당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사투를 벌였다.

밤의 어둠이 사라질 때까지.

섬에 내려앉은 까만 그림자가 불살라지며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그 순간까지.

그들은 싸우고, 또 싸웠다.

"…"

"…끔찍하군."

해가 뜬 후에야 영상 속 인원들은 움직였다.

밤중에 무엇을 발견한 것인지 사라져버린 둘을 찾기 위해 샅샅이 섬을 뒤졌고, 마침내 찾아냈다.

바닷물 위에서 타오르는 불꽃의 장벽을.

불꽃.

일본의 일부 불교 종파에서 행한다는 호마법(護摩法)이라 불리는 밀교의 수행과 같은, 거대하고도 강렬한 불꽃이었다.

사람들은 불꽃으로 가로막힌 동굴 안에 소리를 질러 안에 있는 사람들을 끄집어내었고, 일본의 신관과 한국의 주술사가 동굴 밖으로 나오며 모든 인원이 생존했음을 알렸다.

불꽃의 장벽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주술사는 몸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일본의 신관 역시 피곤한지 조금 휘청이는 걸음걸이였으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밤이 얼마나 그들에게 가혹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생존자는 모두 모였다.

그렇게 모이고, 움직여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배를 타고 둥실.

악귀들이 점령한 섬에서 멀어지기 위해 그렇게 두둥실 움직이며….

그렇게 자료들을 들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말하는 사실은 단 하나.

실패.

독도 원정은 실패했다.

* * *

"…세상 모든 불행이 다 저에게 오는 것 같습니다."

[ 우연이군요. 저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참담한 실패의 보고가 올라온 뒤.

대화를 하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은 한국의 대통령.

다른 한 명은 일본의 총리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얼굴을 서로 붉혀가며 한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켜주겠다, 일본에 미사일 폭격을 하겠다 서로 고래고래 외치던 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밀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친밀하다기보다는 동질감을 느끼고 조금 더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안타깝고, 끔찍한 일을 겪은 이들 사이의 동질감 말이다.

이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같이 싸우고 난 뒤 사이가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

그들은 마치 철천지원수가 전우가 되어 싸운 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 실패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실패를 할 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요. ]

"…그것참.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시는군요. 저도 똑같이 생각했어요."

[ 하하하…. ]

무인.

마법사.

영능력자.

음양사.

주술사.

신관까지.

실패해서는 안 되는 라인업이었다.

게다가 저들이 쭉정이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실력이 검증된 이들에, 유망주까지.

꽤 신경을 써서 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결과는?

실패다.

[ 그나마 사상자가 없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마법사들은 마력을 너무 써서 지금 골골대고 있고, 귀국의 주술사는 불꽃의 벽을 만든 후 대가 때문에 온몸에 화상까지 입었다지요? ]

"일본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음양사들 역시 대가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요. 무인들 역시 PTSD라도 생긴 것인지 정신 상담도 받고 있고…. 게다가 박진성 주술사와 동행했던 신관 역시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피해는 경미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이들은 없었으니까.

팔다리도 다 붙어있고, 흉터가 생기지도 않았으며, 능력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물론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 무인들은 아직 악귀에 대한 두려움을 다 떨치지 못하기라도 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PTSD라도 생긴 것인지 며칠째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한다.

마법사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무인들처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게다가 마력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 쓴 반동 때문에 일종의 과부하 상태가 되어서 골골대고 있기까지 했다.

음양사들은 아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주술의 대가라는 것이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몸에 곳곳에 염증이 생긴 것은 기본이었고, 피부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다반사.

거기다가 토기(土氣)와 화기(火氣)와 관련된 음양술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장기 한두 군데에 문제가 생기기까지 했다. 화(火)에 해당하는 장기인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혈압에 변화가 생기는가 하면, 토(土)에 해당하는 장기인 췌장에 문제가 생겨서 혈당 수치가 미친 듯이 변화하기도 했다.

토기(土氣)와 화기(火氣)가 너무 강한 나머지 상승(相乘) 현상과 상모(相侮) 현상이 일어나며 다른 오행에 해당하는 장기를 망가뜨리기도 했고.

그리고 영능력자들?

그들 역시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귀신을 부리던 이들은 귀신이 도망쳐버리기도 했고, 몇몇 영능력자들은 주기적으로 피를 토하고 있기까지 했다. 몸 안의 생기(生氣)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도 했고, 음기(陰氣)가 너무 강해져서 따뜻한 방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질뻔하기도 했다.

한국의 주술사는 화상약을 처방받고 요양하고 있었고, 신관은 신사로 돌아가서 두문불출하고 있기까지 했으니….

그들이 원상태로 돌아오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게다가 더더욱 뼈아픈 것은 그들이 전쟁이 일어났을 때 큰 힘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는 것.

기둥이라고 보기에는 모자람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전력.

충분히 변수가 될만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좋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불행.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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