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37화 (437/526)

일본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감히 최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처음 신고받고 소방관들이 연구소에 왔을 때까지는 평범한 화재인 줄 알았다.

그냥 '오사카 어디에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라는 짤막한 내용과 자료 화면만을 보여주고 끝날 수 있는, 평범한 화재에 불과한 줄 알았다.

소방관들은 건물 안쪽에서 토해지는 검은 연기에 긴장하면서도 언제나 그래왔듯 용감하게 호스로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려 했다. 그리고 물을 한껏 뿌린 뒤에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서 안을 확인한 뒤 진입할 예정이었고.

매우 정석적인 활동이었고, 절차였다.

그렇게 매뉴얼대로 무사히 화재가 진압될 줄 알았다.

그래….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아무 생각 없이 강력한 수압으로 물을 발사하는 그 순간.

건물 안쪽과 건물 바깥쪽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빛이 쏟아져나왔다.

소리?

소리는 일반적인 폭발과 비슷했다.

소방관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듣는 소리.

불이 난 건물에서 수도 없이 듣는 바로 그 소리다.

전자제품이 열을 받아서 터질 때, 부탄가스가 터질 때, 석유스토브가 터질 때, 살충제나 밀폐용기가 터질 때 날법한 바로 그런 소리였다.

물론 그것보다야 소리가 좀 크기는 했지만…그래도 소리가 비슷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소방관들에게 경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는 바로 그런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 익숙한 소리가 터진 다음 뒤따른 것이 문제였다.

"끄으…."

빛.

빛이 뒤를 따랐다.

"끄으윽…."

일반적인 빛이 아니었다.

사람의 눈을 멀어버리게 할 것 같은 어마어마한 양의 빛이었다.

등대의 불빛을 맨눈으로 바라봤을 때의 느낌이 그러할까.

섬광탄을 코앞에서 터뜨린 듯한 어마어마한 빛에 소방관들은 죄다 눈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별생각 없이 불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마저도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나마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그 뒤에 추가 피해가 이어져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피해는, 소방관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사람의 눈을 멀어버리게 할 것 같은 섬광이 지나간 후 소방관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개중에는 정말로 기절한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소방관들은 끝까지 호스를 붙잡고 있었다.

고압으로 뿜어지는 물이 사람들에게 향하면 큰일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한 소방관들은 고통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서 소방 호스를 똑바로 붙잡았고, 멀어버린 시야 속에서도 어떻게든 감각을 끌어올려서 건물 쪽으로 물이 뿜어지도록 만들었다.

사람에게 향하지 않도록.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뿜어지며 화재를 진화시킬 수 있도록.

그리하여 자신들의 뒤에 도착할 소방관들이 조금 더 쉽게 불을 꺼뜨릴 수 있도록.

그렇게 그들은 숭고한 정신으로 해야 할 일을 행했다.

하지만…안타깝게도 그 칭송받아 마땅한 숭고한 정신은, 누군가에게는 예측할 수 있는 변수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화재였다면 물로 끌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소방관이 올 것을 예측해서 설치해놓은 폭탄은 매우 악랄했다.

물과 닿으면 오히려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가연성 가스를 발생시키도록 금속분말을 사용한 폭탄을 설치해놓았다.

폭탄에 섞여 있던 알루미늄 분말은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는 그 순간 드론이 보낸 신호를 받고 터져버렸고, 물과 닿으며 어마어마한 화재를 일으켰다. 게다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소방관들이 고통 속에서도 방향을 유지한 소방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맞으며 계속해서 세를 불렸고, 열을 한없이 토해내며 넘실넘실 불꽃을 피워올렸다.

그 불꽃이란 참으로 강렬한 모습이라, 마치 불의 신이 강림해 세상을 불태우기 전에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화재는 점점 강렬해졌다.

역설적으로 물을 한껏 머금으며, 그렇게 크기를 불려 나갔다.

이 끔찍한 재난 상황에 오사카부의 눈이 뒤집혔다.

일본인 중에서도 화통하고 성격이 급한 편이라는 오사카 사람들답게 그들은 빠르게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방법을 찾아냈다.

마법사를 보내자.

많은 양의 모래와 마법사들이라면 충분히 저 화재를 진압할 수 있을 것이다.

오사카부지사는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했고,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와 함께 마법사들을 닥닥 긁어 연구소로 보냈다. 긴급 상황이라는 이유로 교통까지 통제해가며 최단 시간에 연구소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오사카부지사의 광기마저 서려 있는 지휘를 받으며 마법사와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를 실은 화물차가 연구소에 도착했고,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해 화물차에 실린 모래를 조종해 건물 안으로 쏟아내었다.

마법사들의 힘은 엄청났다.

그들은 여럿이 힘을 합쳐 모래를 물처럼 조종했다.

연구소 곳곳에 그들의 의지대로 흐르는 모래의 물결과 파도를 만들어 불을 덮었다.

모래의 물결은 중력을 거스르듯 거꾸로 벽면을 타고 올라가 불길을 덮었고, 모래의 파도는 격렬하게 몰아치며 건물 안쪽 깊숙이까지 이동해 곳곳에 난 불길을 덮고 지우며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그렇게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화재가 진압되었다.

한밤중에 태양이 뜬 것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의 빛을 쏟아내던 끔찍한 재난을 끝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검은 연기도, 끔찍할 정도의 빛도.

이제는 없다.

이제는, 화재가 끝났다.

이 끔찍한 재앙이 끝을 맺었다.

모두가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안타깝게도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방화 슈트를 입고 건물에 진입하려던 한 소방관 덕분에 알 수 있었다.

퍼어어엉-!!

소방관이 건물에 진입하려 하는 그 순간.

소방관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 폭발은 일반적인 화재에서 볼 수 있는 폭발이 아니었다.

망치로 후려친 듯한 강력한 충격과 강렬한 폭발, 그리고 두꺼운 방화 슈트 곳곳에 벌에게 쏘이기라도 한 듯 빼곡하게 못과 날카로운 파편들이 박히게 만드는 폭발이었다.

못.

"포, 포…."

그리고, 날카로운 파편.

이 두 가지를 품고 있는 것은 뻔했다.

"폭탄이다-!"

폭탄.

누군가가 명백히 악의를 품고 설치한 폭탄이다.

참으로 운 좋게 다치지 않은 소방관의 외침과 함께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끔찍한 재난 상황에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끔찍한 폭탄 테러로.

폭발.

폭탄.

그리고, 테러.

불꽃과 굉음과 함께한 공포는 사람들에게 번져나갔다.

그리고 그 공포 속.

어떻게든 공포를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이 투입되었다.

폭발물 처리반.

그리고, 일본이 자랑하는 대테러부대인 특수급습부대(特殊急襲部隊, SAT)였다.

* * *

누군가가 말하기를 폭발이라는 것은 화약이 피우는 꽃이라.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듯 폭발 역시 퍼져나갔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꽃잎이 떨어져 바닥에 널브러지듯 불꽃 역시 넘실거리며 사방에 자신이 피었음을 알리듯 조용히 그렇게 흔적을 남긴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향과 함께 자취를 그려내듯 불꽃 역시 타닥거리는 소리와 타들어 가는 냄새로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만들고, 그 기억 속에서 과거 화려했던 자기 모습을 추억 속에서 떠올리게 만든다.

보라.

저 폭발을 보라.

붉은색이 번져나가고, 주홍빛이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우며 자신의 색을 뽐내지 않는가.

사이사이 꽃가루와 같은 물건을 머금고, 피고 또 피어가며 무기질 한 콘크리트 건물을 꽃밭으로 만드는구나.

퍼어어엉-!

"으아아악!"

주홍빛이여, 순결한 백합이 황혼빛에 물들었을 적 보이는 주홍빛보다도 더 선명한 주홍빛이여. 가슴께에 글자를 그리며 아로새겨진 빛깔처럼 죄악을 불사르고 죄악으로 가득한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구나.

꽃잎 사이에 숨겨진 것은 꽃가루이자 가시.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사람의 몸에 꽂히고, 벽에 꽂히고, 장비에 꽂히며 사람을 홀리게 만드니, 그것이 마치 향긋한 내음으로 사람의 정신을 홀리게 만드는 꽃의 성질과 참으로 닮았으렷다.

퍼어어엉-!

"씨발(くっそ)! 조금만 걸으면 폭탄이 튀어나와! 어떤 새끼야! 어떤 미친 새끼들이, 뭐 이런 미친 새끼들이-!"

사람이 걸어갈 때마다 꽃은 피어난다.

씨앗에 물을 주었을 때처럼 단단한 갑옷에 둘러싸여 있던 폭탄은 빼꼼히 목을 빼 들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꽃을 피워내며 그렇게 사라진다.

퍼어어어어엉-!

그 뒤를 잇는 것은 귀를 멀게 만들 것 같은 폭발음.

방패와 역장을 두드리는 거대한 충격.

피어나는 불꽃.

그리고 불꽃 사이로 몸을 숨긴 채 사람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기 위해 날아오는 파편들.

퍼어엉-!

그뿐이 아니다.

폭발 후에 남는 향기가 있다.

맡는 것만으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눈이 풀리게 만들고, 시야가 흔들리게 만드는 향기.

산소가 부족한가 싶어 산소를 마셔보아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현기증은 점차 번져나가고, 시야가 좌에서 우로 흔들흔들 춤을 추는 것을 넘어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다가 무질서하게 이리저리 소용돌이치고 헤엄치고 여러 도형을 그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일그러진 시야 속에서 사람을 무릎을 꿇게 만들고, 넘실거리는 불꽃과 열기 속에서 그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죽도록 유도하게 만든다.

끔찍한 향기.

이것은 독이다.

"유독가스 때문이야? 이 새끼들 자재를 다 친환경으로 썼다고 들었는데?!"

"아니야! 유독가스가 아니다! 독이다!"

"이런 개새끼들! 폭탄에 독까지 쓴다고?! 뭐 하는 새끼들이야?!"

이것은 끔찍한 악몽이다.

"후퇴! 잠시 후퇴해! 이대로는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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