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36화 (436/526)

한국은 파주에 강도가 들이닥쳤다.

일본은 오사카에 강도가 들이닥쳤다.

한국의 강도는 사람들을 제압한 뒤 묶어두고 폭탄을 설치할 정도로 악질이었으며, 일본은 아예 폭탄을 아낌없이 써대며 건물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목표를 탈취할 정도로 흉포했다. 마치 무법지대에서 살아온 인간들로만 멤버를 구성한 것처럼 그들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고, 인명피해를 내지는 않되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무법자였고, 범법자였다.

아직 EMP에 의해 망가지지 않았을 적 찍힌 CCTV 기록만 보더라도 그들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고, 망설임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건물에 침입했으며, 건물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해충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정없이 때려잡았다.

한국에서는 하나하나 물리적으로.

일본에서는 연막 살충제를 터뜨려 벌레를 몰살시키듯.

게다가 현장에 남은 흔적들을 보라.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는 듯 움직인 흔적들을.

벽에 금이 가고, 터져나가고, 기둥에 철근까지 드러났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리라 확신을 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건물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모른다.

아직 그들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었으니까.

그들의 어렴풋한 외형만이 CCTV에 찍혔을 뿐,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의 진정한 정체?

당연히 모른다.

아주 악질적인 것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수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라거나, 붕괴 위험이 있거나 하는 그런 평범한 이유가 아니었다.

"제기랄! 이것들은 또 뭐야…!"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

"내가 EOD를 15년을 했는데, 이런 건 처음 봅니다. 그쪽도 그럽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건 처음 보는군요."

한국은 건물의 상태가 양호했다.

하지만 그 대신에 인질이 잡혀있었다.

투명한 유리문 안에 폭탄에 휘감겨 있는 인질들이 말이다.

"테러 현장에도 투입되어보고 그랬는데…. 이런 건 처음이군요."

방탄유리의 저 너머.

인질들이 있다.

저 투명한 문만 열어젖힌다면 저들을 구할 수 있다.

정신을 잃은 채 묶여있는 저들을 병원으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그럴 수가 없다.

"이건 일반적인 테러가 아닙니다. 좀 더 악질적인…무언가로군요."

인질들의 몸에 묶여있는 선.

곳곳에 매달려 있는 기계장치.

그리고 보란 듯 문에 달린 폭탄들까지.

이 건물에 침입했던 이들은 저 장치로 말하고 있었다.

간접적으로, 그 무엇보다 강렬한 수단을 통해 그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폭탄이 터질 거라고.

허튼수작을 부리는 순간 인질들이 모조리 죽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을 붙잡고 폭탄으로 협박하다니.

참으로 악질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더더욱 악질적인 점이 있다.

"일반적인 테러리스트들처럼 인질을 붙잡고 농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인질을 붙잡고 무언가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요구도 없이 사람 몸에 폭탄만 묶고 사라져버렸어요. 이건…정말 빌어먹을 놈들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일반적인 테러리스트들처럼 행동했다면 이해라도 가련만.

그렇다면 그냥 '미친놈들'이라면서 시원하게 욕이라도 쏟아내련만.

이 미치광이 놈들은 사람 몸에 폭탄을 묶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맹수에게 도망치는 길에 미끼를 흘려놓듯이.

전쟁터에서 퇴각할 때 지뢰를 깔고 부비트랩을 깔아서 추격을 늦추려는 듯이.

그냥 그렇게, 사람을 미끼로 그냥 내던져버렸다.

인질을 시간 벌이용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여기지 않은 것이다.

"사람 목숨을 뭐로 보고…."

이만한 악질이 얼마나 있을까.

하다못해 자기 목숨을 바치며 테러를 벌이는 테러리스트들도 이렇게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들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지언정 사람의 목숨과 그 가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녀석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람을 죽여가며 테러를 벌일 이유도 없으니까.

사람 목숨이 귀하고 가치가 있기에 그들을 죽이는 것으로 충격을,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확신을 해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미치광이 놈들을 보라.

사람을 그냥 자원처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가치는 이해하고 있으되 단지 그뿐.

그 가치에 제대로 된 공감도 없이, '상대방이 가치를 느끼는 것이니까 이렇게 부서질 것이라고 협박하면 신경을 쓰겠지?'라는 한없이 가볍기 짝이 없는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유쾌범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에 맛 들인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살인마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에 집착하고 강박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냥…저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한 거다.

이게 어떻게 사람인가?

사람이라기보다는 기계에 가까운 짓거리가 아닌가.

만약 저게 진짜 사람이 행한 것이라면, 그건 사람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정신이 마모된 존재일 것이다.

감정이 닳고 닳아서 효율만을 따지게 된…기계에 가까운 인간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신이 어디 한 군데 이상이 고장이 나 있을 것이다.

어쩌면…대부분 고장이 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 목숨을 뭐로 보고 이런 짓거리를 했는지 원…."

이러한 미치광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다.

같은 미치광이를 데리고 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광기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힘들 수도 있겠는데?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어….'

폭발물 처리반(Explosive Ordnance Disposal)에서 온 남자는 지금 이 인원들을 데리고는 자칫 잘못했다간 문제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고, 바로 자신의 옆에서 같이 상황을 확인하던 남자에게 요청했다.

"소령님? 연락 좀 해줄 수 있습니까? 이거 지금 있는 인원만으로는 해결 안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707특수임무단.

대테러부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에서 온 남자였다.

"팀장님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현장에는 팀장으로 파견된 것이니까요."

"아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알았어요, 그럼…. 팀장님? 그 소속이 어디십니까?"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707 특수임무단에서 왔습니다."

"아니, 그건 알고요. 임무단에서도 소속이 있잖습니까?"

"기밀입니다."

팀장은 단호하게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기밀이라고.

절대로 답해줄 수 없다고 말이다.

"아…. 이거 진짜."

단호한 대답에 두꺼운 슈트를 입고 있는 남자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폭발물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슈트인지라 별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짜증을 해소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제가 소속 물어본 건 말이에요. 그 특정 소속 인원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래요."

"특정 소속이요?"

"예. 우리가 그, 특수전사령부 쪽 사람들이랑 교류가 좀 있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그쪽 소속에 대해서 조금씩은 귀동냥으로 들었거든요. 707, 거기 초능력이랑 마법사로만 구성된 곳 있죠?"

"…."

"거기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알아만 두시라고요. 염동력만 전문적으로 갈고닦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그냥 알아두시기만 하면 된다 이 말입니다. 예."

팀장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특수 장비를 이용해 연락했다.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 염동력에 숙련된 인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어…."

염동력을 쓰는 인원을 요청하는 무전이었다.

'후우. 염동력이라면 어떻게든 해체할 수 있겠지….'

폭발물 처리반을 이끄는 남자는 팀장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폭탄을 설치한 놈들은 미친놈들이야. 그런 놈들이 단순히 문이 열리면 터지게만 했을 리가 없지.'

잘 보이는 장소에 인질과 폭발물을 두고 간 인간들이다.

게다가 폭발물 역시 딱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설치가 되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단순히 문이 열리면 폭발하도록만 만들어놓고 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문이 열리면 터지게 만드는 방식은 대처할 방법이 많았다.

벽면을 뚫거나, 문에 구멍을 뚫거나, 작은 소환수를 보내 선을 붙잡고 있게 만들거나….

707 특수임무단이 아니라, EOD 들만으로도 해체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여기서 의심을 해봐야 한다.

순식간에 CCTV를 죄다 불태우고 건물을 털었던 인간들이 그렇게 손쉽게 함정을 만들까?

그냥 부비트랩을 설치한 것도 아니고, 제압한 인질들을 모아놓은 뒤 폭발물을 칭칭 감아놓기까지 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저기에는 무슨 함정이 있다.

무조건, 함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유리문 뒤에다가 저런 걸 설치해놓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저건 그냥 주의를 끌기 위한 함정이고, 분명히 센서로 작동하는 녀석이 있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일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아니라면?

안에 감지 센서 장치가 있다면?

유리문에 변화가 생기는 순간 터지는 폭탄이 있다면?

선을 건드리는 순간 감지한 뒤 즉시 터지게 만드는 장치가 있다면?

그럼 인질은 다 죽는다.

덤으로, 폭발물 처리반과 대테러부대 역시 무사하지 못 하리라.

물리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후우…. 빨리 추가 인원들이 왔으면 좋겠군. 저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잠깐.

저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이런 젠장. 팀장님. 여기로 오는 인원들이 가져와야 할 장비들이 있습니다."

"예? 또 뭡니까?"

"특수부대에서 제압용으로 사용하는 장비들 있잖습니까? 찔리는 순간 잠들게 만드는 성능 좋은 수면제를 사용한 마취총이라거나, 밀폐된 공간에 던져서 사람을 기절시키는 연막탄이라거나, 마시는 즉시 정신을 잃게 만드는 연기를 내뿜는 장비라거나…."

"그런 건 왜…. 아!"

팀장은 갑자기 심부름이라도 시키듯 장비를 요구하는 남자의 말에 잠시 기분이 상했으나, 남자가 하려는 말을 깨닫고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폭탄 해체할 때 인질이 깨어나면 좋을 게 없겠군요."

"예. 패닉 상태에 빠져서 몸부림치다가 폭탄이라도 터지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한두 명이라면 염동력으로 기절시키면 되는데, 인원수도 꽤 되고…. 장비를 쓰는 게 낫겠죠. 연락하겠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는 시간이 계속해서 흘렀다.

폭발물 처리반과 707 특수임무단을 현장에 파견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인질과 폭탄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윗선에 연락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출동한 인원들을 다시 돌려보내고 장비를 들려주느라 또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 인원들이 장비를 들고 이곳까지 도착하기까지 또 시간이 걸리게 되겠지.

그렇게 그들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현장에 남아있는 흔적이 점차 희미해지고, 주술흔과 마력흔 역시 미리 안배해놓은 대로 휘발되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인질에만 정신을 쏟으며, 그렇게….

그렇게 그들은 누군가의 의도대로 충실하게 움직였다.

* * *

한국은 조용하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은 그 반대였다.

퍼어어엉-!

그들에겐 거대한 폭발이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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