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화 > 플래시오버
이제순은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자신이 진짜 요정이라도된 것처럼 신출귀몰하게 움직였고, 요정의
힘으로 알아낸 윗사람들의 비밀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온갖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기사가 실리도록 만들었다.
이제순에게 약점이 잡힌 윗사람들은 그가 가져온 것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임을 알고도, 정부와 권력자의 심기를 강하게 거스를 것임을 뻔히 알면서
도 고민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통과시 킬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렇게 이제순의 기사는올라갔다.
그가요정의 힘으로 얻어낸 '영상,과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 기사가 올라오자…여론이 폭발했다.
퍼-엉.
쬞 쬞 쬞
『일본해상자위대, 독도 점거.』
『독도, 일본에 빼앗겨….』
눕 해군의 무능. 나라를 지 키는 군대 인가, 도둑에 게 꼬리를 흔드는 개 인가
?』
눕 침략자에게 손님 대접? 이것이 K-국방인가? 禳
터졌다.
뉴스가.
분노가.
터졌다.
이 제순의 기사와 영상이 올라간 후 미친 듯이 기사가 쏟아지 기 시 작했고,
방송사에서 앞다퉈서 긴급 속보라면서 이제순이 올린 영상을 자료로 사용
해서 난리를 피웠다. 몇몇 방송국은 아예 헬기를 띄워서 동해로 보내기까지
한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국민의 분노 역시 터졌다.
물론 바로 분노가 터진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의 심했다.
뭐 오보도 이 런 어 이 없는 오보가 있냐며 그냥 웃어 넘겼다.
하지만 영상이 뜨고, 모든 채널에서 긴급 속보라면서 영상을 띄우며 온갖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자 그들이 처음에 품었던 의심은 황당함과 황망함으
로 변했다.
일본?
일본이 갑자기?
독도에 쳐들어와서 점거했다고?
왜?
그리고 그걸 또 왜 안 막았는데?
그리고 곧 그 황당함은 분노로 변했다.
그들은 일본이 독도를 점거한 것을 진실로 받아들였고, 그와 함께 한국의
해군이 막는 시늉은커녕 그냥 멀뚱멀뚱 바라만 보면서 그걸 방관하고 있었
다는 사실 역시 함께 받아들였다.
당연하게도… 폭발했다.
■아직은오보일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제외 하고는, 이 상식 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믿어 야만 하는 빌어먹을 사건
에 미친 듯이 분노를 터뜨렸다.
그리고 이 분노는 정부에도 전달이 되 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국민의 감정이라.
참으로 모범적 인, 민주주의 사회의 본보기 가 아닐 수가 없다.
"내가 말입니다."
가장위의 자리에 있는 사람.
대통령이 말했다.
"참오래 살기는살았나봅니다.생전에 이딴 일도 겪고….’,
…
…-
"하하하. 한국 천지가 진짜 참으로복잡괴기합니다. 갑자기 일본이 쳐들어
오는 것도 기괴한데, 그 쳐들어온 일본을 해군이 막지도 않았어요. 이거 참…
.정말대단해요, 정말로대단해….’,
대통령은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돌연 표정을 싸악 굳히곤 해군 참
모총장을 노려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이 가능하겠지요?’,
"그것이 말입니다…."
해군 참모총장은 대통령의 매서운 시선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대통령은 미간을 좁혔다.
"왜 대답을쉽게 못 해요? 설마…. 정말생각도하기 싫은 일입니다만, 설
마술 먹고 뻗어 있었다거나, 술 퍼마시고 있었다거나, 골프장에서 놀고 있었
다거나….뭐 그런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책임소재 미루려고 회의하는 척이라도 했어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뭔데요? 그냥 자빠져 잤어요? 아니면 뭐 어디 오지에 훈련이라도
나가서 연락을 못 받나? 요트 타고 낚시라도 하고 있었어요? 대답해보세요,
대답을. 대답을…. 대답하라고-!’,
대통령은 말을 하다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버
럭 소리를 쳤다. 이마에는 핏대가 솟아 있었고, 뜨거운 물에 한 번 삶기라도
한듯 시뻘게져 있었다. 게다가목에 힘을 얼마나 주었는지 핏줄이 잔뜩튀어
나와 있었다.
게다가 한손에는 기다란 명패가들려 있었는데, 당장대답하지 않으면 이
걸로 머리통을 후려치 겠다는 듯 부르르 떨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것을 본 참모총장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그것이 , 기 사를 막기 위해서 거기에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응을하는 것이 늦었다고…!"
기사?
대통령은 해군 참모총장의 말이 이해되지 않아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되
물었다.
"기사? 뭔 기사 말입니까? 뭐 유럽 쪽무인 말할때 쓰는, 그 기사(삿士)?"
"아…닙니다. 신문 기사, 입니다.’,
"신...문기...사?"
대통령은 자신이 들은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신문 기사, 신문 기사…. 신문 기사라고…요….’,
"아니….그러니까 지금. 별 단 인간들이, 신문 기사 막는다고 거기 신경 쏟
아붓느라…. 옆 나라 놈들이 함대 끌고 독도 점거하는 걸 못 막았다고?’,
方 方
1 1 >
-4- -4- -4- -4-
으으으으.
대통령은 어이 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대통령은 웃음을 뚝 그치고는, 해군 참모총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곤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의 조인트를 강하게 발로
차버렸다.
”.••!"
갑자기 조인트가 까인 해군 참모총장은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 입술에 힘을 팍줘서 신음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은 조인트를 맞고도 신음도 내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해군
참모총장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리곤 꼬박꼬박 쓰던 존댓말도 집어치
우고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개소리 집어치워."
그 기세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다른 참모총장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고작 기사 하나 막겠다고 지금, 이 지랄을 내놨다고? 뭐 불륜 비디오라도
찍혔어?’,
대통령은 분노를 담아 해군 참모총장을 비꼬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비꼼에, 해군 참모총장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
다.
"•••예.’,
그대답은, 긍정이 었다.
대통령이 한 비꼼에 대한긍정.
"뭐? 지금나랑장난해?’,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진짜입니다."
"•••뭐?’,
!..
!...
......
"말씀하신 것처럼, 불륜동영상이 찍혔다고 합니다….’,
해군 참모총장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푹 떨궜
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내용이었던 까닭에 뒤로 갈수록 목소리는 점차 작아
졌고, 끝에 가서는음 이탈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하지 만 그런데 도 똑똑히 들렸다.
해군참모총장의 말이,똑똑히 들렸다.
"허, 허허허허."
대통령은 웃었다.
다른 이들은 귀를 의심한 채 입을 떡 벌렸다.
"찍혔다고. 동영상이."
"•••예.’,
"그런데 말이야. 하나가 아닌가 봐?’,
"•••아닙니다. 하나입니다.’,
"아,하나가찍혔는데 그 많은별이 다이렇게…. 예사롭지 않은동영상이
었나보군.하하하하. 이거 원, 미군한테 문란한 성생활도 같이 배웠나봐. 그
런 것도 다 찍히고 말이야. 하하하하하."
대통령은 허탈한 듯 웃었다.
"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웃고, 또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웃음과 함께 손에 힘을 팍 주었고, 늙은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
을 속도로 몸을 움직 여 명 패 를 휘 둘렀다.
빠악!
,.윽!,.
대통령이 휘두른 명패가 해군참모총장의 머리를 후려쳤다.
해군 참모총장은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
다.
주르륵.
명패에 맞은 곳이 찢어졌는지 피가 주르륵 흘렀고, 뜨거운 피가 그의 얼굴
을 타고 흐르며 피범벅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신에게 얻어맞은 사람이 피 칠갑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서도 분노를 가라앉히 지 못했다.
"어떻게 관리했길래-! 이 지랄이야!’,
대통령은 분화한 화산처럼 분노를 터뜨렸다.
분노를듬뿍 담은 폭력을 이어가지 않은 것이, 대통령의 마지막 인내심이
고, 마지막 붙잡은 이성의 끈이 었으리라.
"그딴 새끼들이 지휘권을 잡고 있으니까 이 지랄이지! 뭐? 동영상?! 아니,
그리고! 영상이 찍히건 지랄이건 그게 중요해? 일본놈들이 쳐들어왔는데 그
깟 영상이 중요하냐고! 이딴 새끼들이 지휘관이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있으니
까, 이딴새끼들이 위에 앉아있으니까맨날동네북처럼 처맞고 사는거야-!’,
하지만 이러한 마지막 인내심도 곧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똑똑똑.
"뭐야?’,
"주, 중요한보고가 있어서 왔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찾아온 보고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본 마게 시 마 자위 대 기 지 에 서 , 대 함 공격 기 관측되 었습니 다! 숫자는
으]=50!"
그 내용은 한껏 들끓어 오른 분노를 한순간에 가라앉히기 충분한 것이었
으며.
"대 함 공격 기 ? 일본 애들이 미사일 발사기로 사용하는, 그거 ?’,
"•••예!’,
"미일 미사일 협정 우회한답시고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그 미사일 발사기.
맞나?’,
"예!’,
"•••그래.’,
대통령은 잠시 눈을 감고는, 숨을 길게 쉬었다.
얼핏 본다면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행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행동을 하고 다시 눈을 뜬 대통령의 눈에는, 묘한 광기가 감돌
고 있었다.
입매는 한쪽만 올라가 있어 심기의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며,
목뒤를 만지작거리는 손은 감정이 한계까지 치솟아 목덜미가 뻣뻣해져 있음
을 무의식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대통령은 묘하게 광기가 서린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육군참모총장.’,
"예!’,
"미사일 사령관이 누구였지?’,
"김동관 중장입니다!’,
"그래? 김동관중장….그래. 김동관중장에게 말하게.’,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미사일, 일본 본토 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