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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405화 (405/526)

<405화〉그로스

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특히나, 죽음을 앞둔 인간의 눈은 더더욱 그러하다.

평소라면 평정이라는 이름 아래, 사회라는 방패 아래 숨겨왔을 감정이 여

과 없이 드러나고, 그 감정 이 눈이 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 바깥에 모습을 드

러 낸다. 아무리 마음을 숨기는 것이 능숙한 사람이 라고 하더 라도 죽음이 라

는 강렬한 위협 앞에서는 그 감정의 미약한 편린이나마 발현하기 마련이니.

진성이 군인의 눈을 보고 망설임 없이 총을 쏜 것은 바로 그러한 까닭이었

다.

군인은 말로는 굴복을 말하고 있지 만, 군인의 눈은 분명히 칼을 품고 있었

다.

날카로운 칼날.

역전을 노리는 전사가 품 안의 비수를 숨겨놓고 접근하듯, 숨통을 끊을 기

회만을 노리며 와신상담하듯 그렇게 눈에 칼을 품고 있었다. 그 칼의 날카로

움은 다 드러 나지 는 않았으나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이 었고, 그것이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흘러나왔다는 것은 필시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죽기 전

에 엿이라도 먹이고 가겠다.,라는 의도가 있음을 짐작할수 있게 만드는 것이

었다.

엿을 먹이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렇다면 자위대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비밀리에 전달할 생각이었

겠지.

어느 쪽이건 진성에게 유리할 것이 없는 미래다.

그렇기에 진성은 마지막 생존자를 죽였다.

■흐음.도움이 있었다면 더 편하기는했을 것인데….,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어쩌겠는가?

살려두면 해가될 사람이었는데.

점괘에선 겁쟁 이라고 나왔지만 본래 큰 사건을 앞둔 사람은 크게 변모하

기도하는 법.

군인에게 있어서 그 변화는 바로 지금이었을 뿐이다.

다만 그 변화가 목숨을 앗아갈 줄은 몰랐겠지 .

진성은 복도를 움직 였다.

그의 발은 미끄러운 물질을 바르기라도 한 것처럼 쭉쭉 나아갔는데, 그 모

습이 마치 얼음판에 서 미끄러 지는 것 같기도 했고, 미묘하게 뒤틀린 공간 속

을 거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공간이 뒤틀렸다거나 하는 거창한 것은 아니 었다.

그저 그의 신발이 이동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뿐.

그는 신발의 힘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여 배에 실려있는 병기를확인했다.

어뢰, 기뢰, 이름 모를 미사일들, 탄약, 수류탄….

그는 배 안을 돌아다니면서 어렵지 않게 무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구축함은 처음이기는 했으나, 뭐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배라는

것의 구조는 다 거 기 서 거 기 가 아니 겠는가?

무기가 있을법한위치를 알아내는 것은그리 어려운것이 없었다.

게 다가 그 안으로 들어 가는 것 역시 어렵 지 않았다.

생체인식이 필요한 곳은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인의 손가락과 눈알을 뽑

아다가 가져다 대면 열렸고, 열쇠가 필요한곳은 귀신에게 시켜서 가져오게

만들면 그만이 었다.

비 밀번호를 입 력하는 부분은 삼매 진화로 고열을 만들어 망가뜨리 거나,

주술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전기를 뿜어서 망가뜨렸다. 망가져서 열리지 않

을 때는 귀 신을 끌고 와서 힘으로 뜯게 했고, 힘으로도 뜯기 지 않으면 틈을

만든 다음 급조폭발물을 집어넣어서 몇 번 터뜨렸다.

과거 진성이 용병 생활할 때 폭발물을 특기로 한 용병들을 보며 어깨너머

로 배운 것이 있어 나름 흉내를 내는 수준은 되 었다.

그렇게 진성은 손쉽게 무기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쇳덩어리와 화약으로 만들어진 폭발물들.

하나하나가 배를 침몰시 키고, 건물을 터뜨리고, 사람을 죽이는 물건들.

진성은 그것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어마어마한 위용을 보이는 무기들.

자신들은 군대가 없다고 말하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물건들이 었다.

'작전을 위해서 보급받은 것일 수도 있겠지 ….,

딱 봐도 배에 한계 직전까지 꾹꾹 담아놓은 것이 보였다.

평소라면 이렇게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을 테니, 이번에 한국을 도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할지도모른다면서 채워놓은것으로 추정되었다 .

■끌끌. 생각이 보이는구나.'

기 본적으로는 그냥 도발로 끝내되 , 만약 한국이 공격 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전투하라는 뜻으로 주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은 곧, 일본 윗사람들의 머릿속에 전쟁을 벌여도 일본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것.

뭐, 실제로 틀리진 않은 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해군과 공군이 강했다.

해군은 꽤 압도적인 수준으로, 공군은 압도적이 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차

이 가 존재 하는 수준으로.

다만 한국은 일본과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육군이 강하긴 했지만….

그게 뭔 소용인가.

일본에 공격하려면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본의 해군과 공군이 더 강한 이상, 한국은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한쪽은 마음껏 때리고, 한쪽은 때리지 못하고 방어만 해야 한다.

당연히 전자가 더 강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국은 일본군이 상륙할 때만을 기다리며 거북이처럼 등딱지 속에 몸을

숨기고 기회 만을 노리거나, 자신보다 강한 해군과 공군을 뚫고 일본 본토를

공격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지도층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 었으리라.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일본은 치명적인 약점을 주렁주렁 달

고 있었다는 것이다.

회귀 전 일본은 그 약점을 제대로 찔렸다.

능력 자 단 4명에 게 당해서 본토가 아수라장이 되 었을 뿐 아니 라, 내 전의

씨앗까지 심어지게 되었다. 거기다가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던 전쟁의 판도

역시 완전히 뒤바뀌 어버렸으며, 결국 일본 본토가 불바다로 변해버리 기까지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일 것이다.,

진성은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본은 평화로워 야만 했다.

불바다속에서 유적이 타들어 가고 유물이 소실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되며, 음양술이라는 특이한 주술을 익히고 있는 음양사들이 전쟁에서 허무

하게 목숨이 스러지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전화 속에서 주술 자료와

주물이 소진되고 파괴되는 일 역시 막아야만 하는 일이 었다.

전쟁은 참으로 나쁜 것이라.

전화(戰火) 속에서 주술자원이 파괴되고, 인적자원이 스러지는 것만큼 허

망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직 진성은 일본을 다 연구하지 못했다.

일본의 특이한 주술들을 다 살펴보지 못했고, 저주에 특화된 주물들 역시

수집이 다 끝나지 않았다.

폐쇄적인 섬 특유의 환경 때문에 기형적으로 발전한 귀중한 주술과 주물

에 관한 연구를 끝마치지 못하였으며, 정부가 꼭꼭 숨기고 있을 주술과 주물

역시 확인하지 못했다.

그뿐인가?

가문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힘을 얻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일본이

다.

가문 대 대로 지 켜오고 숨겨왔던 주술과 주물이 라는 것이 존재 해도 이 상

하지 않다.

거기에 쓸모 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신사에서 모시고 있을 신체(神體).

신력을 사용하는 신관과 무녀.

일본제국 당시 각 나라에서 수집해왔을 유물과 주물, 주술 자료들.

버블경제 시절 돈을 뿌려가며 다른 나라에서 일본으로 가져왔을 물건들.

그 모든 것들이 잿더미로 변한다고?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

절대로.

그러니 지금 진성이 나서야만 한다.

오만과 만용으로 거 대 한 화재 가 일어 나 귀 한 물건들을 다 태 워 먹 기 전에 ,

착각속에 빠진 인간들에게 깨달음을 안겨주어야만 한다.

그 깨달음이라는 참으로 가혹하고 아픈 것이라.

자신을 특권층이라 여겼던 이들의 목이 여럿 달아나고 비명이 난무할 것

이 며, 힘 이 적당하게 소진되 어 전의 가 가라앉고 염세 적 인 분위 기 가 엄습해

올 것이 다. 그리고 그 후유증 역시 남아 그들을 괴 롭힐 것이 나….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 었다.

그건 박진성 이 라는 주술사에 게 는 별 상관이 없는 이 야기 였으니 까.

경제니, 군사니….

그런 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진성은 진성이 할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저 물건들을 작동시키는 방법도, 사용하는 방법도 알지 못하니 …. 협조하

는 군인이 있었다면 일이 조금 더 편해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리고, 그건 진성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것이며.

'뭐,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기는 하지….,

진성이 가장 많이 행했던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이며.

.폭발물은 폭발만 잘하면 그만이고, 배는 어떻게든 움직이기만 하면 그만

이거늘.,

진성의 경험을 토대로 행해지는 것이다.

"자아,귀신들아물에 둥둥 떠다니는밤것아.방울 소리에 맞춰 바다로뛰

어내려 둥둥 떠올라 머리를 내밀어라. 짧은 팔을 휘젓고 다리를 움직여 죽은

생선처럼 배를 까뒤집은 채 움직일 것이며, 몸뚱이를배에 붙이라.그리하여

뱃머리를 돌려 뭍이 아닌 곳으로 향하게 만들어 그들을 자신과 같은 처지로

만들도록 하라…."

그것은 불과 화약, 피를 동반하게 되리 라.

그리고, 귀신의 열렬한환호와 함께 진행되리라.

배는 둥실둥실 두둥실 파도에 떠밀려 움직였다.

수면 아래 배에 다닥다닥들러붙은귀신 덩어리들이 팔다리를노처럼 휘

저으며 움직이니 엔진이 없이도 잘도 떠서 잘도 갔다.

해초라도 되는 것처럼 머리 카락 길게 늘어뜨려 바다 아래로 뿌리를 뻗고,

그 뿌리 아래에 폭발물을 끌어안은 채 언제든 터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찌

기특하지 않으랴?

그렇게 배는 나아간다.

귀신의 것이 되어버린 유령선은 움직인다.

목적지는 독도.

독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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