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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73화 (373/526)

<373화 > 식인빌딩

비상구의 앞에는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이미 한번 수색했던 사람이었다.

佝층이었던가?

툩층이었던가?

어쩌면 4층이었을지도.

아래층에 서 능숙하게 수색하고, 이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을 한 사람이

었다.

두꺼운 손가락.

옆에 착용하고 있는 일본도.

이 건물에 들어올 때와 똑같은 장비.

익숙한 사람이다.

그의 동료였고, 지금, 이 순간의 전우였고, 곧 7층을 같이 수색할 사람이 다

그래.

이상한 점이 없다.

그런데 왜일까?

왜 위화감이 느껴지는 걸까?

지금까지 느꼈던 의구심이, 이상한 점이 한군데 모여서 구체적인 형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일까?

무인은 비상구로 다가가는 것을 망설였다.

'비상구.,

비상구가 코앞에 있다.

비상구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문의 한쪽에 서서, 반대쪽에 어서 오라는 듯 그 사람은 서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고, 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하지 않고 뭐하냐는 듯 무언으로 그를 재촉하고 있었으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 채 빤히 쳐다봄으로써 그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어서 저리로 가라고.

어서 저 사람의 앞에 서라고.

어서 들어갈준비를 하라고.

이상한 것이 없는 모습이다.

아래층에서 계속해서 봤던, 익숙한모습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았으니 눈에 익을 만도 하지.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눈에 익어야하는 모습이.

저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상해.,

이상하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무인은 왠지 모를 이상함에 그들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아까처럼 재촉하기를 바라면서.

계단에 막 발을 디뎠을 때처럼 시답잖은 이야기를, 농담을 늘어놓기를 기

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때 문득, 무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사실이 있었다.

'잠깐만.,

그래.

농담.

계단에 처음 들어설 때만하더라도, 그들은 긴장을 적당히 풀기 위해서 이

것저것 이 야기했다. 중요한 작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 각했다면 군기 가 제

대로 들지 않은 모습이긴 했지만,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은그들로서는 나름

괜찮은 방법 이 었기 에 아무도 그것을 지 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공포에 잠식되지 않으려는듯쉼 없이 떠들었고,과도한 긴장에 몸

이 굳지 않도록 유머를곳곳에 섞어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주곤 했었

다.

그런데 말이다.

그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점점.

점점 말이다.

'언제부터였지?,

한 층을 수색하고 올 때마다 말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말을 하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처럼.

한 층을 지나면 줄어들고.

한층을지나면 또줄어들고….

그리고지금.

농담하는 이들이 없다.

음담패설을 섞어서 말하는 농담도 없고, 한국에 대한 혐오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녀석의 말도 없다. 일본의 맛집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녀석도

없었고, 숙소에 돌아가면 대충 누워 잘 것이 라고 말하는 귀 찮아하는 목소

리도 없다.

왜?

대체 왜?

게 다가 이 상한 점은 그것 하나가 아니 었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수상하게 느

껴지는점.

■기척.,

저들은 왜 전부 기척을 줄이고 있는 것일까?

무인의 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작전에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대체 왜 갑자기 기척을 줄이

면서 오버를…?,

이상하게 여겼어야만 했다.

한두 사람만 그러는 것이라면 모를까.

층을 수색하고 나온 사람들마다 기척을 확 줄이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말이나되는 소리인가?

아무리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남자들의 본능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

건…. 이건 명백히이상하다.

파르르.

무인의 입술이 떨렸다.

머리보다도 몸이 먼저 불길함을 감지했고, 그의 의혹을 확정된 공포로 바

꿔 그의 입술을 떨리게 했다.

[ 오케이. 잠깐만, 들어가기 전에 확인할 게 있어.]

무인은 마음속의 동요를 애써 감춘 채, 능청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것도 깨달은 것이 없다는 듯 그렇게 행동하

고는 품속에서 작은 장비 하나를 꺼냈다. 무전기와 비슷하게 생긴 장비였는

데, 크기가크지 않아서 그의 손안에 쏙들어오는크기였다.

자기장 측정기.

영적 존재가 주위 에 있는지 찾을 때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였다.

그는 떨리려 하는 손에 힘을 줘서 그것의 전원을 켰다.

'제발, 그냥 1단계나 佝단계만 떠라.,

민간에서 사용하는 장비이기에 군사용장비처럼 세세한 측정은 불가능했

다.

자기 장의 형태 나 그 변화도, 위 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군사용 장비와 달리

그가 들고 있는 장비는 오직 자기 장의 세 기 만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었다.

그마저도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쓸모가 있으리라.

만약그의 주위에 있는저들이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의 동료인 척을 하는 무언가라면…. 이 보잘것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

는 자기 장 측정 기 도 충분할 테 니 까 말이 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그는 속으로 제발 1 단계나 佝단계만 뜨라고 빌고

있었다.

자신이 그냥 착각한 것이 기를.

일상생활에서 흔히 찾아볼수 있는 수준의, 1단계나 佝단계가 뜨기를.

그는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삐-

전원이 켜지고, 비프음이 들린다.

자기장 측정기의 바늘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좌에서 우로.

빠른 속도로.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비프음의 뒤를이어서 들리는소리는귀청을찢어버릴 듯울려 퍼지는 고

음.

자기 장 측정 기 에 붙어 있는 작은 스피 커 가 터 져 버 리 지 않을까 걱 정 이 될 정

도의, 아주 격렬하기 짝이 없는 경고였다.

그리고 그 뒤를 잇듯, 바늘 역시 우측의 끝까지 움직였다.

덜덜덜덜.

어찌나격렬하게 움직이는지 바늘은 미친듯이 흔들리면서 자신이 갈수

있는 곳의 끝까지 다다랐음에도 더 우측으로, 더더욱 우측으로 가려고 요동

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아래.

숫자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5.

꽤 강력한 영적 존재가바로근처에 있을 때 뜨는숫자.

당장 도망치 라는 경고.

[하.]

삐이이이이이----

기계에서는 고음이 계속해서 나오며 경고를 알렸다.

당장도망치라고.

강력한 영적 존재가 근처에 있으니, 도망가야만 한다고!

하지 만 무인은 움직 일 수가 없었다.

저들이, 그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층마다 동료를 붙잡고, 동료인 척을 한 채 합류한 저들이.

생존자를 단 한 명만을 남겨두고 있는 저들이 ….

[ 자, 잠깐만. 나 장비에 뭔가 이상이 생긴 것 같은데. 먼저 올라가고 있어.

나는 이거 빨리 수리하고 갈테니까.]

후들거린다.

다리가, 떨린다.

꽁꽁묶인 채 사자우리에 집어 던져지면 이런 기분이 들까?

무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저 귀신들에게 변명하듯 말을

꺼냈다.

먼저 가라고. 곧 뒤 따라가겠다고.

그리고 자신이 꺼 낸 것이 별다른 것이 아니 라 그냥 고장 난 장비 라고 말하

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여 전원을끄고, 한손에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그들을 향해 가라고 손짓하고는 힐끔 아래를 바라보았다.

■도망가야 한다.,

지금 그는 위 기에 빠져있었다.

절체절명의위기.

저 귀신들을 어떻게든 방심시 키고, 계단을 내려가서 도망을 쳐야만 흔한다.

무인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계단을 의자로 삼아 앉았다.

마치 편하게 앉아서 장비를 수리하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 만 편안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의 하체 에는 힘 이 잔뜩 들어

가 있었다.

언제든 근육을 폭발적으로 움직여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바짝 긴장한 상태

였으며, 내공까지 운용해서 언제든 신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

고 있었다.

그리고 기감과 육감을 활용해서 그들이 위로 올라가기 만을 기다렸

으나….

'이런, 젠장.,

그들은 계 단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계단위로 올라가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아무런 인기척도 내지 않았다.

그가 장비를 수리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숨을 죽인 채 그를 바라보고

있을뿐이다.

바라보고…있다.

'시선이, 시선이 느껴져.,

그들은 보고 있었다.

계 단에 걸터앉아 있는 무인을.

그의 뒤통수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기척도 없이.

그러면서도 살이 뚫릴 것 같은 강렬한 시선으로.

'의미가 없어.,

무인은 더 이상 연기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저들은 그가 아무리 장비를 만지작거려도 저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가 자발적으로 문 앞에 서고, 수색 이 라는 명목하에 늳층으로 들어 가기

를 고대하리라.그리고 그렇게 발을 디디게 되면 본색을 드러내서 그를 잡아

먹으리라.

이 아래에서 그의 동료에게 행했듯 말이다.

아니, 차라리 계속 기 다리고 있기만 하면 다행 이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다면?

눈치를 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저들은 동료 흉내를 내는 것을 멈추고 본색을 드러내 그를 덮치겠지.

그러니.

타앗!

.

.......

'지금도망쳐야 한다!,

무인은 손에 들고 있는 측정 기를 집 어 던지고 아래를 향해 뛰 었다.

정말 반쯤 정신을 놓은 채 온 힘을 다해서 신법을 운용했고, 벽을 밟고 난

간을 밟으며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미친 듯이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아래로.

그는 계속해서 뛰었다.

저 귀신에게서 멀어지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의 도주는 애초부터 성공할 수가 없었다.

[어?]

쿠웅-!

그가 신법을 펼친 지 몇 초나 되 었을까?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엄습해왔고,그때문에 집중이 깨졌다.

몸이 휘청거리면서 균형을 잃었고, 벽을 밟고 가야 할 발은 갈 곳을 잃었다

그리 고 빠른 속도로 움직 이 던 몸은 그대 로 벽 에 충돌해 버 렸다.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그의 팔과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려버렸

고, 그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 역시 충격에 부서지거나 벗겨져 버리고 말았다.

무인은 충돌의 고통에, 그리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어

지 럼증에 신음하며 바닥을 굴렀다.

엘리베이터 팀이 그러했듯, 소뇌에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약물이 그가 제

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으며, 금이 간 벽면에서는 그를 잠재우

려는 듯 강력한 향이 흘러나왔다.

"끄, 끄윽."

그리고 조금 전 그들이 비웃었던 거울처럼 되어버린 창문에서는 틈새에서

걸쭉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공기와 만나기 무섭게 연기로 변한 뒤 공기

와 뒤섞이며 그를 중독시켰다.

몸 안의 오행의 균형을 일시적으로 일그러뜨리는 효능의 약물.

내공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약물이었다.

"안, 돼….’,

무인은 바닥에 쓰러진 채 발버둥을 쳤다.

신음을 흘리면서도 이 빌어먹을 함정으로 가득한 곳에서, 이 위험천만한

빌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진즉에 알아봤으면 좋았을 것을.

이 빌어먹을 빌딩에 발을 디디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 佝층에서라도 눈치를 챘더 라면.

하다못해 중간에라도 눈치를 챘었더라면 ….

그는 쉼 없이 후회했다.

끊임없이 저항하면서도.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뜨게 하려고 발버둥을 치면서도.

그리고, 소리 없이 위에서 내려온 이들이 동료 흉내 내는 것을 그만두고

기괴한괴물의 형태로 변해 자신을 감쌀 때까지.

그는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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