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63화 (363/526)

<363화 > 식인빌딩

노골적이다.

너무나 노골적이다.

또각.

또각.

아래에서 규칙적으로 들리는 하이힐의 소리.

점차 가까워진다.

또각거 리 는 소리 가 점 차 크게, 또렷하게,입 체 적으로 들려온다.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 가 없다는 듯 말이다.

무인들은 그러한 소리를 들으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위로?]

그들은 눈빛과 전음을 이용해 이 돌발상황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

다.

하지만 돌발상황이라는것은대 처하기 힘들기에 돌발상황인 법 .

게다가 매뉴얼에 따라서 훈련을 반복하며 살아왔던 둘이었기에, 이런 상

황에 대해서 대처는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그리고위로올라갔을 때 어떤 함

정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점 역시 그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잠깐기다려보지.]

그렇기 에 둘은 상식 적 인 결론을 내 렸다.

기다렸다가하이힐 소리를 내는 것의 정체를 깨달은 후에라도, 어찌 행동

해야 할지 결정해도 늦을 것이 없다고 말이다.

평범한 경비업체 사람이라면 제압을 한 다음 약물을 투여해 기억을 희

미하게 만들고 술에 취한 것 같은 상태를 만들어 현실감을 없애버리면 그만

이고, 여의찮다면 죽인 다음 어디 야산에 파묻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능력자일 경우도 마찬가지.

무인 둘이 모여 있으니 어 지 간한 실력 자가 아닌 이 상 처 리를 하는 데 는 문

제가 없으리라.

그렇기에 둘은숨을 죽인 채 하이힐을 기다렸다.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가까워 지기를 기 다렸으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 주인이 윤곽을 드러내 기를 기대했다.

그것을 위해 눈에 기를 둘러서 안력을 한껏 끌어올렸으며, 기감을 넓혀서

위치와그 형태를 알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

이상하다.

[ •••나만그런 건가?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는데.]

[ 아니. 나도 마찬가지다. 인기척은 물론이고, 사람인지조차모르겠군. ]

[ 하지만 분명히 소리는 가까워 지고 있는데 … ?]

인기척.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는다.

분명 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분명히 발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발소리가 곧 사람이 존재한다는 증거인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니 ?

[기계?]

[ 아니. 기계 특유의 잡음이나 기계 가 가동할 때 나는 소리 가 들리지 않는

다.]

그냥 일반적으로 내는 소리와 기계를 통과해서 내는 소리는 분명히 차이

점이 있었는데, 무인의 단련된 몸과 내공은 그 작은 차이점을 손쉽게 구별해

낼 수 있었다.

물론 고급 장비를 사용할수록 이러한 차이점은 줄어들고, 군사용으로 특

별하게 개발한 물건이나 기본이 억 단위부터 시작하는 최고급 음향기기 같

은 경우에는 이 러한 차이 점을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 기는 했지 만 말이 다.

[ 특별히 음향을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곳도 아니고, 군사 시설도 아

니고. 이런 곳에 우리의 귀를 속일만한 장비가 있을 리는 없다. 게다가 소리

가 계 속해서 이동하는 것을 생 각해보면 …. 만약 그런 장비 가 설치되 어 있다

고 한다면,이 계단 전체에 그게 깔려있다는 건데 …. 말이 안 되는 이 야기 다. ]

[즉, 저건 진짜라는 소리인데…?]

억 단위 물건이 이딴 계단참에 빼곡하게 있다고?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세 계 에 서 내 로라하는 최 고급 빌딩 에조차 계 단엔 그런 시 설을 만들지 않

는다.

한 층마다 한 개 씩 만 놓는다고 치 더 라도 천문학적 인 금액 이고, 빌딩 하나

를 따로 세워도될 정도의 금액이 나올 것이다.

중동의 석유왕도 이딴 돈을 땅에 버리는 짓거리는 하지 않으리라.

군사장비?

그 역시 마찬가지다.

군사 장비 특성상 시중에 돌아다니는 제품보다 단가가 훨씬 비쌀 수밖에

없으니, 그 군사 장비 가 이런 곳에 깔려 있으리 라고는 더더욱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아주 만약에 그런 시설이 정말로 필요했다고 할지라도, 이딴 낡아빠

진 빌딩 이 아니라 대통령 같은 중요한 인물들이 머무르는 장소에만 설치 가

되어있으리라.

선진국인 한국조차도 허리가휠 정도의 예산을 쏟아부어야할 테니까.

그러니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저 소리는 스피커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람 소리라는 소리인데 ….

[인기척뿐만이 아니다.아예 생물의 기척이 느껴지질 않아.]

[ 기계 특유의 소리도들리지 않아….혹시 소환수인가? ]

[가능성은 있긴하지만….]

인기척을 넘어서, 아예 생물의 기척조차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

다.

생물이 아니라면 기계라는 소리인데, 기계 특유의 소리나느낌도 나지 않

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지구의 생물과는 이질적인 존재인, 소환수일 가능성밖에 없다.

[ 소환수라면 변수가 좀 많기는 할 텐데 ….]

[ 그래도 우리 실력이 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

둘은 몸에 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언제든 모습이 보이면 튀 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와는 다르게, 제압이 아니라 아예 힘을 단번에 쏟

아부어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소환수는 개체마다 그 특징이 천차만별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의 생물과 닮지 않은 것들도 많았고, 아예 생물인지 의심스러운 것들

도 넘쳐났다.

돌덩이나 다름이 없는데도 영양제를 빨아먹으며 성장하는 개체도 있었고

, 지구의 동물과똑 닮았음에도 배를 갈라보면 텅 비어있는 이상한 개체도 있

었다. 지옥에서 온 것 같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고열을 흡수해서 에

너지로 삼는 기괴한 식성을 가지고 있는 개체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이질적인 소환수의 특징은, 곧 변수로 이어진다.

몸을 토막 냈으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토막 난 몸체마다 재생해서

수가 갑자기 불어나기도 했고, 죽였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불을

빨아먹고 몸을 재생시키고 적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예도 있었고, 슬라임

이 라고 안심 하고 마법을 날렸는데 오히 려 마력을 먹 어 치 우고 몸집을 불리

는 일도 있었다.

그렇기에 소환수를 적으로 만난다면 반드시 경계하고, 온 힘을 쏟아붓고,

철저하게 처리를 해야 하며, 죽인 후에도 몇 번이고 확인해야만 한다.

무인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기 위해 힘을 끌어올렸다.

소환수가 오기 만을 기 다리 면서 말이 다.

또각.

또각.

하지만 이 둘이 간과한 것이 하나가 있었다.

또각.

이 세상에는 살아있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있다.

또각.

또각.

!..

!.

......

기 계 가 아님 에도 움직 일 수 있고, 육신이 없음에도 물리 력을 발휘 할 수 있

으며, 어둠 속에서 나타나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것.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사람은 아

니나 사람에게서 태어나는 것이며, 그 힘과위세가 강해지면 재앙이 될 수 있

는 것.

또각.

사람들이 귀 (鬼)와 영(靈)으로 구분해서 부르는 존재가 바로 그것이 었다.

또각.

그것은 하이힐의 소리와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둠 속에 파묻힌 채, 어둠을 재료로 삼아서, 어둠을 빚어서 형체를 만들어

윤곽을 간신히 드러낸 채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 었다.

그것은 기괴하게 비틀린 몸으로 계단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사람의 몸 여러 개를 빚어서 만든 듯 아주 흉하기 짝이 없는 몸체였는데,

그것은 마치 자신이 민달팽 이 라도 되 는 것처 럼 육중한 몸을 꿈틀꿈틀 움직

이며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몸체에서는 가늘고 길게 뻗은수많은 팔이

있었는데,그것의 관절은벌레의 것처럼 징그럽게 꺾여진 채 벽과천장에 닿

아 있었다.

비틀린 몸이 기어 다닐 때마다그몸에서 뻗어 나온팔역시 같이 움직였고,

벌레가 소리 없이 벽면을 기어 다니듯 구부러진 관절로 그 위치를 계속 이동

했다.

또각.

그리고 그 구부러 진 팔 중 가장 앞쪽에 나 있는 팔은 하이 힐 하나를 들고

있었다.

단하나.

누군가가 술을 먹고 흘린 듯한 낡은 하이 힐을 든 팔은 몸이 꿈틀대 며 계 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마땅히 그래 야 한다는 듯 팔을 움직 여 돌계 단에 하이힐

의 뒷굽을 부딪쳤다.

또각.

[이...런.]

몸이 꿈틀대 며 계 단을 오른다.

또각.

팔을 움직 여 돌계 단에 하이 힐의 뒷굽을 부딪친다.

또각.

또각.

계단한칸에 소리 한번.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뒤틀린 몸은 민달팽이처럼 꿈틀댄다고는 믿기지 않을 속도로 계단을 오

르고 있었고, 그 속도에 맞춰 하이힐은규칙적으로 소리를 내었다.

마치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평범하게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또각.

또각.

소리 가 퍼 질 때마다 계 단 한 칸만큼 거 리 가 가까워 진다.

살아있는 사람과 가까워 지고 있다.

그것은 관절을 기괴 하게 뒤틀며 팔을 움직 이고 있었고, 몸통에 서 팔을 몇

개 더 만들어내 며 허공에 그것을 휘젓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벽 에 뻗 지 않은 이 팔을 쓸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듯.

너무나 기 대 가 된 다는 듯한 움직 임을 보이 면서 말이 다.

- 히히히히.

그것은 웃었다.

손바닥에 나 있는 입을 히죽이 며 소리를 내 었고, 길쭉한 몸에 세로로 나 있

는 거대한 입에서 혀를 날름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리고 더더욱 박차

를 가하려는 듯 더 크게 크게 움직이며 계단을 계속해서 올랐다.

[악귀, 악귀다!]

[위로 올라가-!]

악귀 (惡鬼).

물리력을 발휘할수 있는 귀신.

일반적인 능력자로는 상대하기 힘든 괴물이다.

탓-!

둘은 아래층에서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악귀임을

깨닫자 재빨리 몸을 돌려서 위쪽으로 튀어 올라갔다. 몰래 잠입한다는 생각

조차 버린 채, 신법을 한껏 구사하면서 뛰어 올라갔다.

악귀에게서 멀어지기 위해서 말이다.

[ 빌어먹을, 사람의 형태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악귀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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