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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53화 (353/526)

<353화〉스팀혼

!……

.....

일본의 화족 가문은 기본적으로 보수의 끝판왕을 달린다 해도 과언이 아

닌 이들이다.

당연하게도 화족 가문 사람들은 정치 성향이 우익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

다.

그렇다고우익이 아니라고해서 좌익 쪽인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거 상관없이 이득만을 좇거나, 제자리에 안주하고 있는 경우였

다.

즉,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이 있는 이들은 거의 드물다고봐도 무방했

다.

하지만 이런 이들조차도 당황하게 하는 의견이 모임에서 터져 나오고 있

었다.

그것은 한의원의 입에서 나온 의견이었다.

"우리 가 뭐 가 무섭 다고 한국에 굽신 거 려 야 합니 까? 그냥 간단하게 해 결

합시 다. 어 린아이 가 물건을 쥐고 떼를 쓰면 그것을 달랠 필요가 뭐 가 있습

니까? 어른이 라면 그냥 어린아이에게서 그 물건을 빼 앗으면 그만입 니다. 그

렇지 않습니까?’,

그 의원은 한국에 무슨 원한이라도 산 것처럼 극단적인 발언을 토해냈다.

문제는 그 극단적 인 발언이 …너무 극단적 이 어 서 다른 사람들마저 도 받아

들이기 힘들다는 것에 있었다.

" 아니,크흠. 무력 이 라니요. 지금 그게…."

"전쟁을 하자는 겁니까?’,

"아니 거 그럴 필요까지는 있나….’,

무릇 작은 불꽃은 큰불에 집 어삼켜지고, 가짜 광기는 진짜 광기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되는 법.

모임 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무슨 전쟁을…?,

'저사람 佝선 아니에요?,

'예. 佝선입니다.,

'아니 고작 佝선 주제에 무슨 전쟁을 입에 담아…? 전쟁광이에요?,

■아니, 그렇진 않은것 같은데….,

어찌나 당황했는지 주변 사람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 파악

부터 하고 있을 정도였다.

"여 러분. 잘 생 각해보십 시오. 제 가 남의 것을 빼 앗자는 것도 아닙 니 다. 그

냥 우리 것 들고 몰래 입 싹 닫고 있는 어 린아이를 조금 혼내주자는 것뿐입 니

다. 그것도 뭐, 좀 과하게 때리거나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그냥 꿀밤 한 대 놓고

,손에 쥔 내 물건을 다시 찾자는 겁니다.그게 뭐가 어렵습니까?’,

"아니, 잠깐. 잠깐진정합시다.’,

의원은 핏발이 선 눈으로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러한 의 원을 말리 기 위해 나이 가 지긋한 노인 한 명 이 나서서 그

를 만류했다.

백 작위 를 받은 화족 가문 출신 이 자, 세 계 에 서 유명한 기 업의 명 예회 장이

었다.

그리고 이 화족 모임에서 가장큰 어른이 기도 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 말

이에요.’,

그는과열된 의원을 진정시키려 입을 열었다.

"지금은 상황을 지켜봐야하는 시점이에요. 알게 된 거라곤 한국에서 천황

폐하의 이름이 새겨진 주물을 발견했다, 그것을 정부가 보관하고 있다, 언론

에서는 조용하다…뭐 이 정도 아닙니까?’,

"예.’,

"다르게 말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 이 말이에요.

진짜로 천황폐하의 이름이 있는 게 맞는지, 그걸 정부가 알고 있는 것은 맞는

지 … . 그 모든 것을 의 심 해 봐야 하는 시 점 이 란 이 야기 입 니 다.’,

"게다가 말이에요. 공교롭게도 말입니다. 지금 한국 상황이 그리 좋지 않

지요? 어쩌면 그 주물이 진짜 있는지조차 의심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요

?"

노인은 날카롭게 의원을 꼬집었다.

주물의 존재 여부조차 의심해야 한다고.

"본래 나라의 안이 혼란하면 밖에 칼날을 겨눠야 하는 법이지요. 잘 알고

계실 테지요.’,

"그렇지요.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상식이니까…."

"센코쿠 시대의 영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께서도 그 방법으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혹시 다시 타오를 수도 있는 내전의 불길을 잠재우

는 데 성공하셨지요.’,

노인의 말을 들은 다른 사람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르신, 한국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확언할 수는 없어요.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지금 한국의

정세가 어지럽잖아요?’,

노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천벌을 받았다 싶기는 합니다만…. 그쪽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겠지요. 천벌이라는 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지도자의 부덕 때문 아니겠

습니까? 게다가조선인들 성격을 보세요. 우리 일본인처럼 충성심이 가득하

기는커녕, 반항심이 가득한 사람들아닙니까? 아마 그쪽지도자들은 불안하

지 않을까요?’,

노인은 그렇게 논점을 흐려버렸다.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빼앗아 와야 한다., VS '무력은 과하다. 다른 방법으

로 가져와야 한다.,라는 구도를 아예 엎어버리고, '존재 자체 가 불분명하니 ,

좀 더 관망하는 것이 좋다.,라는 의 견을 심은 것이 다.

판 자체를 엎어서 진화시 키는 모습.

노회한 여우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었다.

…-

의원은 판이 엎어지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노인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도 있고, 노인의 권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

었다.

"좋아요. 그럼 다른 이 야기로 가볼까요? 요새 세계의 정세 가 요동치고 있

어서 그런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금값이 올라

가고, 외국 사람들이 엔화에 투자하는 것을 늘리고 있는데 …."

그렇게 모임은 노인의 주도로 이 어졌다.

언제나 그렇듯, 평범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는 흐름 속.

구석진 곳에서 있을 꾹 다물고 있는 의원은 무엇을 생각하듯 가만히 허공

을 응시하고 있었다.

눕 어른은 어린아이에게 진심으로 화내지 않습니다. 이는 어른이 어린아이

보다훨씬 우위에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힘, 체격, 경험까지. 어린

아이는 그 무엇도 어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합니다. 禳

『 그렇기에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터뜨리는 분노는 떼에 지나지 않으며,

어른은 그 떼에 가벼이 훈계하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그 훈계에, 과한 진심

이 담겨 있지 않기에 그 체벌의 수위는 어른에게 행하는 것보다도훨씬 가벼

워야하며, 어른을 상대할 때처럼 후환을 걱정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밟는 행

위 가 배제되 게 되는 것이 옳습니다. 禳

눕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가 이와 같습니 다. 禳

그는 생각했다.

모임 에서 들었던 말을.

그는 얼마 전 별장에서 모임을 했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차기 신관이라는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축복,을 사용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 이 자, 대 체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훌륭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었다.

축복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람 자체 가 괜찮아서 그랬던 것일까?

그는 그 차기 신관을 만나자마자 큰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 야기를 나누면서 그 호감은 점점 커졌고, 말이 다.

눕 한국? 일본의 입장에서는 좀 거슬리지요. 대나무처럼 쑥쑥 커서 뒤를 따

라오고 있으니 거슬릴 법도 하지요. 하지만 잘 생 각해보십 시오. 일본은 거인

입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거인이 아니라, 기나긴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거인 말입니다.』

눕 한때는 미국조차도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게 일본입니 다. 그런데 한국?

흠.... 솔직히 말하자면, 체급이 안 맞지 않습니까? 禳

『 뒤 에서 쫓아오는 소리 가 조급함을 만들 수는 있겠지요. 뒤 에서 무언가

가 쫓아오는 데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정상이 겠습니까? 게 다가

뒤 에서 쫓아오는 사람이 가까워 질수록 그 그림 자가 슬슬 보이 기 시 작할 텐

데, 그럼 더 조바심을 느끼겠지요.』

눕 그런데 말이에요. 거기서 이제 고개를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제대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단 말입니다. 고개를 딱 돌려서 뒤를

돌려보세요. 그러면 다 자라지도 않은 어린애가 헉헉대면서 쫓아오는 게 보

일겁니다.』

차기 신관은 참 잘 맞는 대화 상대 였다.

식견도 넓었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투 덕분에 알아듣기도 쉬웠다.

게다가 그의 가려운 곳이나, 어렴풋이 윤곽만보였던 것을 또렷하게 만들

어주는 재주가 있었다.

말하면 말할수록.

대화하면 대 화할수록 재 미 있었다는 말이 다.

그런 사람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차기 신관은 단순히 '축복, 때문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만으로도 인재였

다.

나이나 직위를 떠나서 친해질 가치가 충분한 인재 말이다.

눕 그림자는 꼭 사물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거대한 산을 한 줌으로

만들 수도 있고, 조금 큰 돌덩 이 를 산더 미 처 럼 거대 하게 만들 수도 있어 요.

하지만그 실체를본다면….그 그림자의 허세에 대해 알게 되지요.』

『 그것도 이와 마찬가지 입 니 다.』

의원은 차기 신관과 대화를 나누며 깊이 공감했다.

한국?

대단하긴 하다.

솔직히 잿더미밖에 없는 나라가저렇게 된 건 대단한 게 맞다.

하지만, 딱 그 수준이다.

그냥 기특한 수준이라 이거다.

대나무가 빨리 자란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나무의 속이 꽉차 있던가?

그렇지 않다.

대나무의 속은 텅텅 비어있다.

아무리 빨리 자라도, 그 속은 텅텅 비어있다.

대나무가 길게 뻗어 다른 나무들과 높이가 비슷하게 되 었을지언정, 그 가

치는 수백 년 동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자라온 고목에 비하지 못한다.

고목을 보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굵고 꽉 찬 몸을 가지고 있으며, 사방에 제 영역

이라는 것처럼 가지를 뻗는다.

이 단단한 고목이 어찌 대나무의 가치와 비교할 수 있으랴?

한국은 일본보다 아래다. 이 건 확실하다. 하지 만 졸부들이 그렇듯이, 근

본도 없는 것들이 갑자기 성공하면 자존심만 강한 것처럼 한국 역시 마찬가

지겠지.,

그렇기에 의원은소리쳤다.

자의적으로.

오직 자기 생각만을 담아 소리쳤다.

무력으로 해 결하자고.

어른이 어린아이의 손을 비트는 것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체감하게 하자

고.

그렇게 주장했다.

그래.

그렇게 주장했는데 ….

'쯧. 노인네….,

하필 다른 사람이 판을 엎었다.

그것도 이 모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이 말이다.

'하지만뭐…. 다음기회가 있겠지.,

하지만 의원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예감이 들었으니까.

왠지 무의식에서 그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주 기 가 막힌 기회 가 있을 거라고.

곧 기회가올 거라고 말이다.

"한국 정부에서 은밀하게 접촉을해왔습니다.천황폐하의 언급이 있는,주

물이라고 합니다….’,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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