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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23화 (323/526)

<323화〉사술사신주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도움을 요청하는 토키 타카를 지그시 바라보았

다.

그렇게 얼마나보았을까?

남자의 얼굴에 짜증과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

"하, 이런 빌어먹을.’,

그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중얼거리고는 토키타카에게 몇 발자국 더 다가

갔다.

퍼억!

그러더니 몸을 슬쩍 비틀더니 토키타카를 그대로 발로 뻥 차버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거세게 얻어맞은 토키타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대로뒤로 넘어가 버렸고, 그렇게 드러난그의 눈은 뒤집혀 있었다. 마치 방

금발에 얻어맞아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토키 타카의 표정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눈알 뒤룩뒤룩 굴리는 꼬락서니 하고는.’,

맥락이 없는 말.

폭언에 가까운 말.

보통 사람이라면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나 억울해하거나, 폭언에 겁을

먹으리라.

그렇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또르르르

거 •

토키타카의 눈이 돌아갔다.

말 그대로 돌았다.

마치 공을 굴리 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꺼풀이 열린 상태에서 미친 듯이 빙

글빙글 돌았고, 초점 없는 눈이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

렸다.

저렇게 돈다면 어지럼이라도 느껴야 하련만.

토키타카의 몸은 미동도 없이, 오직 눈동자만이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

다.

마치 누군가가 장난삼아 토키 타카의 눈알을 가지고 노는 것처 럼 말이 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는 눈알은 이윽고 멈추게 되 었다.

"어떻게 알았지?’,

토키 타카는 입을 움직 이 지 않고 소리를 내 었다.

복화술을 하는 것처럼 말이 다.

입술 대신에 눈꺼풀을 움직이 기라도 하는 듯 말을 할 때마다 눈을 깜빡거

렸고, 혀를 움직 이 기 라도 하는 것처럼 눈알을 이 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그렇

게 굴려진 눈알은 제 자리 를 찾기 라도 하는 것처 럼 움직 였다가 한 자리로 돌

아오기를 반복했는데, 그렇게 자리 잡은 눈알의 위치가 딱 남자를 노려보는

형상이었다.

그야말로 ,기괴하다,라는 말이 딱들어맞는 모습이었다.

"음양청에서 일하면 말이다. 너 같은 인간한트럭은본다고.’,

하지만 남자는 그런 기괴한 모습이 익숙한 듯 보였다.

두려움에 빠지기는커녕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으며, 태연하게 토키타카

와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흉가에 기어들어 갔다가 빙의되어서 나오는놈들이 꼭 나오더라고.그런

놈들보면 딱 너 같은 느낌이지.’,

사람이 라기 엔 뭔 가 어색 한 그 느낌 말이 야.

남자는그렇게 말하더니 담배를꺼내 물었다.

그리곤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몇 번 빨아들이는 시늉을 하더니, 그대로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그렇게 몇 번 씹자 독한 담배의 향이

그의 입 안을 가득 메웠고, 진액이 나오며 그의 침과뒤섞였다.

남자는 그 침 을 그대 로 모아 토키 타카에 게 뱉 었다.

퉤!

단순한 침 뱉기로 보이는 행동.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치이이익-!

침 이 토키 타카의 몸에 닿자마자 매 캐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 가 피 어올랐

다.

게 다가 무언가를 녹이 기 라도 하는 것처 럼 소름 끼치는 소리 가 났으며, 눈

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던 토키타카의 입이 탁하고 열리

게 했다.

"꼬아아악!"

남자는 토키타카가 입을 열고 비명을 지르자 서류 가방에서 하얀 종이로

감싸놓은 소금을 꺼 냈다.

"그리고 하는 짓 보면 어떻게 빙의되었는지도 감이 오지. 입을 열지 않는

걸 보니 입으로 기어들어 가서 빙의를 했나 본데, 그거 꺼내는 방법이야

매뉴얼에 잘 나와 있다고!’,

남자는 소금을 쥐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토키타카의 입에 털어 넣었다.

아니, 어쩌면 '털어 넣었다,라는표현보다는 '쑤셔 넣었다,라는표현이 걸맞

을지도 모르리라.

그만큼 남자의 행동은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보였으니까.

남자가 쑤셔 넣은 소금은 토키 타카의 입을 가득 메우고, 토키 타카의 목구

멍까지 꽉꽉들어찼다.

사람을 소금에 산채로 절여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끅, 끄웨에엑!"

토키타카는 입에 들어온 소금을 뱉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하지만 소금은 점성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의 입 안에 딱 달라붙어 있었고,

몸을 뒤틀 때마다 도리 어 목구멍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그를 고통스

럽게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목구멍 안쪽으로 소금이 들어갈 때마다 토키타

카는몸을 더 거세게 비틀었고, 그렇게 몸을 더 비틀면 소금이 더 들어갔다.

악순환이었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을까?

토키 타카는 무언가를 토해내 려는 듯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는 위 장과 식 도를 꿀렁꿀렁 움직 이 며 구역 질했는데 , 이 상하게 도 보통

의 구토와는 다르게 연기같이 희끄무레한 것이 그의 입에서 줄줄 새어 나오

고 있었다.

"하압! 멸(滅)!"

남자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부적을 꺼내서 강하게 휘둘렀다.

[꼬아아아아-!]

토키타카가토해낸 것이 그에게 깃든 영혼의 본체였던 것일까.

부적을 얻어맞은 연기는 푸른 불꽃에 휩싸여 순식간에 타올랐다.

영혼은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타버렸고, 이윽고 흔적

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후우.’,

남자는 귀신이 모습을 감추자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수인을 맺었다.

죽음을 가장하고 어디 숨은 게 아닌가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 만 수인을 맺 어도 기척 이 느껴 지 지 않자 귀 신을 물리 쳤다고 확신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쯔"

어、•

남자는 귀신이 떠나간 뒤 기절하듯 바닥에 쓰러진 토키타카를 바라보고

는 혀를 찼다. 그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경찰에 연락

해 현재 위치와 쓰러져 있는 사람에 대해 대강 설명하고는 서류 가방을 챙겨

서움직였다.

뭣도 모르고 귀신에게 홀려버린 멍청이가 온 장소.

액살의 집을 조사하기 위해서.

*

*

*

"예? 안된다고요?"

[그래. 그 집에들어가면 안돼.]

남자는 액살의 집을 조사하고자 했다.

음양청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언제나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에 게 돌아온 것은 단호한 거부의 말이 었다.

"위험도가…그렇게 높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혹시 위험 등급이

올랐습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리고 그 거부라는 것은 귀신이 증가했다느니, 악령이 있는 것 같다느니,

그의 실력이 부족할 것 같다느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이유는바로.

[들어가면 불법이야.]

들어가면 법을 어기게 된다는, 아주 평범한 이유였다.

"예?"

남자는 선배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불법.

불법이라니?

액살의 집은 분명 흉가였고, 음양청은 흉가를 재량껏 조사할 수 있는 권한

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법이라니,그게 무슨 소리인가.

[ 우리가들어갈 수 있는 건 법적으로 흉가,로 지정된 곳뿐이 야. 흉가에 대

한정의는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음양청에서는 흉가(凶家)에 영장 없이 마음대로 들어가 조사를 할수 있

는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 흉가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사람의 거주가 일정 기간 이상 없어야하고, 집이 관리 없이 방치되어 있어

야만했다. 거기에 자기장의 수치가주변 지역에 비해서 높아야하며, 음양사

나 법적으로 ,영능력자,로 분류된 사람 여럿이 흉가라는 판정을 내려야만 했

다.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자잘하고 복잡한조건까지 더해진다.

그렇게 해야만비로소, 법적으로 ■흉가,로 지정을 할수 있게 된다.

게다가난관이 법적인 것뿐인가?

그렇지 않았다.

흉가로 지정되 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있다.

땅값의 하락.

흉가라는 것은 정부에서 ■이곳은위험하다.,, ,이 집은흉물(凶物)이다.,라

고 딱 못 박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그 집 주변의 주민이나,그 지역에 사는사람들은 입에 거품을물고

흉가로 지정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자신의 근처에, 자기가 사는 지역에 저런 것이 있다고 알려지면 좋을 것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 까 말이 다.

그 때문에 흉가로 지정하는 것은 어지간히 확실하지 않은 이상은 힘들

정도였다.

조금만 트집 잡을 것이 있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그것을 물고 늘어졌으니

까말이다.

액살의 집은 이러한복잡한 과정을 가뿐히 통과해서 흉가로 지정된 곳이

다.

그런데 갑자기 흉가가 아니니 들어갈 수 없다니 .

이해를 할수 없는 말이었다.

[그곳, 흉가지정이 취소되었다.]

"아니, 그 무슨…?’,

남자는 선배의 말을 듣고 눈을 끔뻑 였다.

그가 이 지 역에 파견을 온 건 최근이 었다.

파견을 을 당시만 하더 라도 이 지 역의 흉가가 어디고, 위치 가 어 디고, 위 험

도가 어떻고 하는 것을 달달 외웠었는데 ….

그런데 그길지 않은 시간만에 흉가가취소되었다고?

"흉가는 지정도 어렵지만, 지정 해제도 어렵지 않습니까?’,

흉가라는 것은 집 자체 가 위험물, 혹은 잠재 적 위험물로 지 정되는 것이 다.

당연하게도 그것을 해제하기 위해서도 복잡한 과정이 들어간다.

자기장수치의 조사, 영적 존재 탐사, 주술적 조치, 정부에서 인정하는 전

문가의 확인,물리적인 토지와집의 정화등….

해야할 것이 산더미였다.

[그래. 그렇긴 한데, 여기는…. 흐음. 좀 특이한 경우긴 하지.]

"특이한 경우면…?’,

!..

........

[ 얼마 전에 액살의 집, 여기를누가구매를 했는데 말이야.그거 구매자가

신사 쪽이더라고?]

"신사, 말씀이십니까?"

신사(神社).

신을 모시고, 신력(神멪)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 곳.

일본에서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집단이자, 영능력의 프로들이

잔뜩 모여있기도 한 집단.

다만 음양사와 차이 가 있다면, 음양사는 정부에 소속되 어 있고 신사는 그

렇지 않다는 것 정도일까.

[액살의 집의 전(前) 소유주에게 별장을 건네받을때,신사에서 정화작업

과 지 속적 인 관리 를 약속했다고 하더 라고. 그리 고 실제 로 별 장을 구매 한 후

자기장이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온 것까지 지역 공무원들이 확인했어. ]

"확인, 이요?"

[ 흐음. 서류를 보니까…. 팩스를 잘못 보냈는지 글씨 가 조금 뭉개져서 읽

기 가 힘드네 . 하지 만 대충 읽 어보니 만족스럽고, 자기 장 수치 가 어떻고, 지 역

의 안전이 어떻고 하는 내용이 야. 잘 해결이 되 었다는 이 야기지 뭐 . ]

"아니 그러면.’,

남자는 선배의 말에 이상하다는듯한표정을 지었다.

"잘해결된 거면 액살의 집에서 귀신들려서 튀어나온 멍청이는뭡니까?’,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상했다.

잘 정리 가 되 었고, 자기장 수치 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면-.

자신을 야사키 토키 타카라고 소개한 남자는 대체 왜 빙의 가 되 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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