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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18화 (318/526)

<318 화 > 사술사 신주

별장은 호수를 바라보는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산 중턱을 잘 깎은 뒤 세운 것인지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었고, 나 있는 창

은 전부 호수를 바라보게 만들고 있었다. 햇빛을 한껏 받기 위함인지 창이 하

나같이 큼직큼직했으며 , 수십 명은 너끈히 소화할 정도의 야외 테라스 또한

존재했다.

일본 전통과 모더니즘의 결합이 이러할까.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과 밝은 갈색, 붉은색과 하얀색 등이 어우러

지며 하나의 성 같은 분위기를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렇게 성 같은 형태 임 에도 별장의 분위 기는 웅장함보다는 음산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묘한 느낌을 주는 별장이 었다.

깨끗하다.

웅장하다.

깔끔하다.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터뜨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 솜털이 곤두서고,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음에

도 더럽고 불결하다고 느껴지고, 감탄보다는 꺼림칙함에 한숨이 나온다. 사

는 것은 고사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도 꺼 려 지는 느낌 .

이러한느낌을 주는 집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흉가(凶家) 라고.

사람을 지키는 대신에 머문 이들을 죽이고 액운을 불러오는 집 이라고.

"이게 그 유명한 0엔 별장이군요."

"0엔도 아닙니다.오히려 이 집을 사면 100만엔을주겠다고하더군요.’,

그리고 이 별장은 흉가 중에서도 꽤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집이 었다.

공식적으로는 0엔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세금이 비싼 집,이었으며, 비공

식적으로는 일가족이고 손님이고 시도 때도 없이 죽어 나가는 바람에 돈을

주고서 라도 팔아치우고 싶어 하는 ■흉가,로서 말이 다.

『액살의 집(厄殺澠家).』

심령 스폿에서 귀신을 보겠다고 설치는 철없는 사람들이나 오는, 악명 높

은 집이었다.

그나마도 진짜로 심령 체험을 온 사람들이 죽어 나간 이후에는 발걸음이

뜸해졌고.

그런 악명 높은 집에.

흉가라고 부르기조차 부족해 보이는 이 끔찍한 집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

었다.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타고 있는 이들이

었다.

이름 있는 호텔이나 최고급 료칸(旅館)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었

다.

"들어가 볼까요.’,

"그럽시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요.’,

게다가이들은 하나같이 입고 있는 값비싼옷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를 가

진이들이었다.

사업가,예술가, 정치인, 방송인….

각자 자신의 분야에 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장소에 성큼성큼 발을 디뎠다.

흉가라고 불리는 악명을 가진 별장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을 열고 들어

갔으며, 별장이 풍기는 음산한 기운에도 살짝 인상을 찌푸릴 뿐 과하게 겁을

먹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아는 사람의 별장에 들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

게 별장에 들어갔다.

하지 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 었다.

"하,하하. 다들 겁이 없으시군요.’,

단한명.

별장에 발을 디디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에 '축복1을 받고모임에 끼어들게 된 사람이자, 연예기획사의 사장으

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 었다.

야사키 토키타카(掾都敏高).

연예 계에서는 황금손 야사키 , 미 다스의 손 토키 타카라고 불리는 인물이

었다.

유능한 프로듀서로서의 면모와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모습, 그리고 방송

에 종종출연해서 친근한이미지를심어줌으로써 연예인이 아님에도인지도

가 꽤 높은 인물이 기도 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사생활은 꽤 지저분했다.

여자 여럿을 끼고 노는 것은 일상이었고, 부와 명예를 위해서 온갖 더러운

방법을 사용하고 다녔다.

유언비 어를 퍼뜨리는 것은 기본이고, 해당 연예인이 소속된 소속사의 직

원을 매수하거나 외부에서 흔들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거나, 필요

하다면 야쿠자를 고용해서 해코지하기도 했다.

그렇게 뒤흔든 다음에는 적대적 M&A를 해서 회사를 흡수하거나, 알짜

배기로 분류되는 연예인만 어떻게든 빼돌려서 자신의 회사에 소속시키거나

, 그것도 아니면 본보기로 아예 연예계에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망가

뜨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미지 메이킹으로 만들어낸 선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업

계 사람들에게 야사키 토키타카라는 인간에 대한 악명은 상당히 높았다.

다만그런데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그에게 원칙이 있었기 때

문이다.

장사하는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

높으신 분들에게는 허리를 얼마든지 굽히되, 장사할물건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는 원칙.

그렇다.

야사키 토키타카는 자신이 관리하는 연예인과 직원들만큼은 손을 대지

않으며, 오히려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켜주었다.그 덕

분에 소속 연예인과 직원들에게는 나름대로 평가가높았고, 다른 이들 역시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야사키 토키타카는 자신만의 성을, 권역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연예계에서 권력의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퇴폐적인 쾌락을 즐겼다.

그리고 이러한 퇴폐적인 쾌락에 동참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몸

에 활력이 넘치게 만들고 성적인 능력을 강화하는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 역시 그가권력을 얻지 못했다면, 명성과 명예를 쌓아올리고 인맥을

쫙뻗지 못했다면 얻지 못했을 일이었다.

그러니 그 인맥들이 말하는 대로, 한국을 욕하는 것에 동참하고 좀 더 공

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었다.

자신에게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사람들이기도 했으며, 그와 함께

어울리며 친분을 쌓은 관계 이기도 했고, 그들의 인맥과 권력은 상당했으니

까말이다.

하지만.

■그때 부정적으로 말했어야 했나…?,

누가 알았으랴.

인맥을 위해서, 친분을 위해서 그들의 의견에 찬성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

을 줄이야.

그저 친분 있는 사람의 의견에 찬성했을 뿐인데, 이런 불길한 장소에 초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만약 알았다면 그 자리 를 어 떻 게 든 핑 계 를 대 고 빠져 나왔으리 라.

'아니야. 알았다고 하더라도 맞장구를 쳤겠지 ….,

토키 타카는 한숨을 살짝 쉬 었다.

알았든 몰랐든 결과는 변함이 없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무슨 란도셀 (립 砒 E 汗 굄)을 메고 다니는 초등학생도 아니 고, 고작 흉가

에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나이는 지나 있었다.흉가니, 귀신이니 하는

것에 겁먹는 것보다는, 자신의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물들과 사이

가 틀어 지 는 것을 더 무서워 해 야만 했다.

그렇기에 흉가가 아니라 지옥문 앞에서 만나야 한다고 해도 그는 그들의

말에 찬성하고, 맞장구를 치고, 앞장서서 그들의 불만을 살살 긁어주었으리

라.

■후우. 들어가야지.,

토키타카는 팔뚝에 엄습하는 소름 끼치는 서늘함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들어가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곳에 보이는 것은 줄을 서서 차례대로 별장에 입장하는 사람들

이었다.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고 예의를 잘 지키는 일본 민족 아니랄까 봐 깔끔하

게 한 줄로 선 채,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절도 있는 동작으로 안에 한 사람씩

들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통으로 문지방을 발로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

으며, 그렇게 들어간 다음에는 자유로이 움직였다.

한명.

두명.

그렇게 사람들은 유명 음식점에서 줄을 선 사람들처럼 별장에 발을 디

뎠고, 이윽고 줄의 꼬리에 서 있는 토키타카의 차례가 되 었다.

토키타카는 앞서 다른 사람이 그러했듯 문지방을 밟고 지나가려다가, 문

득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옛날이 야기를 떠올렸다.

눕 얘 야. 문지방은 함부로 발을 밟아서는 안 된 단다.』

눕 밟는 것은물론이고 거기 위에 뭘 올려서도 안돼.』

눕 문지방은 밖과 안을 구분하는 경계의 일종이고, 문을 이루는 요소란다.

『 그러니 그것을 밟는 순간 안과 밖의 경계가흐릿해져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드나들 수 있게 될 거야.』

토키타카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일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장사

를 해왔다.

그중에는 오키 나와도 있었는데,거 기 서 할머 니는 유타(그 럭 )라고 불리는

오키 나와의 무당 한 명과 친해져서 이것저 것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토키타카에게 해준 문지방이야기도그 유타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지금와서 들으면 미신이나 괴담 수준의 이야기도 많았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것을들으면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 그것이,그,괴담,에 지나지 않는것이 지금떠오른것일까?

.

.......

마치 죽은 할머니가 수호령이 되어서 그에게 경고라도 하는 것처럼, 갑작

스럽게 그 이야기가왜 지금 떠오른 것일까.

토키타카는 괜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

그의 '직감,은 다른 사람의 직감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직감이야말로 그의 밥줄이며, 그가 성공할수 있게 도와준그의 보물이었

으니까.

그렇기 에 토키 타카는 직 감을 따라 문지 방을 밟지 않고 별장으로 들어왔

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오자마자 그 꺼림칙한 느낌은 어느새 사라지고, 왠지

모를 민망함이 그를 감쌌다.

'크흠.,

문지방을 밟느니 밟지 않느니.

생각해보면 그런 것에 뭐 커다란의미가 있을까싶었다.

왠지 모르게 초등학생이 된 듯한기분이기도했다.

초등학생 시절 하얀 선만 밟고 지나가는 놀이를 할 때, 진지하게 흰 선 밖

으로 떨어지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기도 했었다.

왠지 모르게 지금 상황이 그것과 비 슷하다고 느껴 지 는 것은 그냥 착각일

까?

토키타카는 괜히 민망해져서 헛기침을 가볍게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앞서 들어왔던 사람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창가 쪽에 붙어서 이 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하고, 식 당으로 보이는 곳으로

향하고 있기도 했으며, 계단을 올라가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 위 화감이 느껴 지는 것은 왜 일까.

'저 사람들 분위기가, 원래 저렇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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