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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263화 (263/526)

<263화 > 예언이이루어지리라

예언.

그 단어를 들은 아나스타시 아의 미소가 굳어버렸다.

그녀의 영민한 머리가 순식간에 상황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생 껬 제가음…. 실수를 한 것 같은데요…?’,

아나스타시아는 어색하게 엘라를 쳐다보았다.

아무생각 없이 행동한 결과 ■예언,이 실행되기 직전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

아버 렸으니, 당연하게 도 미 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엘라는 어색한 표정으로 미안함을 표시하는 아나스타시아의 손을 꼭 잡

아주었다. 그리곤 한숨을 살짝 쉬 었다.

"알고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누가 죽는 것도, 누가 다치는 것도 아니었

어요. 그냥 언니가 저 망나니를 구하는 것으로 끝나는 예 언이었죠.’,

"음, 하지만동생은 제가저 사람이랑 얽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그렇기는했죠. 저 사람이…. 네. 사람이라는 단어를사용하는 게 꺼려질

정도로 아주 끔찍한 성 격 이 었으니 까요."

엘라는 잠시 숨을 골랐다.

정 말 하기 싫은 말을 하기 위 해 각오해 야 한다는 듯.

"네. 정말죽여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고, 많은 사람이 저 사람을 죽여버리

고 싶거나 저 사람의 끔찍한 자연사를 원하고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죽어 마땅한죄를 지은 사람은 아니에요.’,

윌 리 엄은 망나니 였다.

사방팔방에 온갖 민폐를 끼치고 다닌 망나니.

물건을 때려 부수고, 폭력을 행사하고, 예의 없이 행동하며, 좋지 않은 언

행으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큼지막한 상처를 남기고 다닌 끔

찍한망나니.

게다가 여자에 미쳐서 온갖 여자를 꾀고 다녔고, 심지어 유부녀도 아랑곳

하지 않고 꼬시고 다니면서 가정 여럿을 파탄으로 몰고 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런데도 윌리엄은 일정 선을 넘어가지 않았다.

폭력을 행사하기는 하되 사람을 죽이 지는 않았다.

험하게 사람들을 대하기는 하되 어린아이는 친절하게 대했다.

유부녀를 꾀기는 하되 거절당하면 크게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여자를 꾀 기는 하되 강제로 취하려 하거나 비열한 방법으로 손에 넣으려

하지는 않았다.

건물을 부수고 물건을 박살 내고 다녀도 그 뒤에는 가문의 보상이 뒤따랐

다.

선.

아주 얇고 가느다란 선.

그 경계가 너무나 얇고 어둡고희미해서 언제 넘어갈지, 어떻게 넘어갔는

지도알수없을그런 얇은선.

하지만 그 선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고, 윌리 엄은 아직 그 선의 안쪽에 있

었다.

위태로이 선의 근처에서 돌아다니면서도 용케 그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엘라의 기준으로 윌리엄은 ,죽을죄,를 짓지는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는 것까지라면 모르되, 죽어 마땅한 사람은 아니었

다.

"동생 . 그건 동생의 입 장일 뿐이 랍니 다. 저 사람을 원 망하는 다른 사람은

저 사람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나스타시아는 엘라의 얼굴을 보며 그렇게 말을 던졌다.

그 말은 엘라의 말을 반박하는 것 같기도 했고, 엘라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던지는 말 같기도 했다.

"•••그럴지도 몰라요.’,

.

.......

엘라는 아나스타시 아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윌리엄이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은 오직 그녀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 만 그런데 도, 그녀는 윌 리 엄을 죽게 내 버 려 두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죽게 내버려 두고 싶다는 마음이 존재하기는 했지만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마음 역시 존재했다.

아나스타시 아가 윌 리 엄과 얽히 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 만 윌 리 엄을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내 키 지 않는다.

그 둘이 이 리 저 리 헤 엄치 며 그녀를 괴 롭혔으며, 거 기 에 아주 작은 요소 하

나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라는 의견에 아주 약간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동생.혹시나해서 묻는 건데.그냥저 사람을 내버려 두는 건, 내가저 사

람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 럴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미성숙한 엘라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것.

도덕과 윤리에 얽매였으며, 질서를 유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품고 있는 그것.

아주 작은 그 요소의 이 름은 바로 죄 책 감이 었다.

"으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언니는 저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답니

다〜 저 사람이 어떻게 살던, 어떻게 죽던 그건 제 알바가 아니니까요!’,

…-

"하지 만 동생과 얽혀 있다면 이 야기 가 다르죠. 그럼 그때부터는 제 가 신경

써야하는 일이 되는 거예요!’,

아나스타시아는 까치발을 들고 엘라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러니 말해보세요. 마법의 단어를붙여서.’,

엘라는 잠시 침묵했다.

오목눈이를 끌어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고, 발을 꼼지 락꼼지 락 움직 였

다.

그러 다가 고개를 푹 숙이 기도 하고, 입술을 달싹이 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것인지고개를 살짝숙인 채 아나스타시아를올려

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도, 도와주세요. 언니.’,

"좋아요. 이 언니가동생을 도와줘야겠어요!’,

"그...

"아, 부담 갖지 마세요! 그냥 보답으로 꿈 산책 몇 번 같이 하고, 꿈을 돌아

다니 면서 쓸만한 걸 찾을 때 도와주고, 꿈속에서 옷 같은 거 많이 있는데 그

거 입고 패션쇼 좀 해주면 된답니다!’,

"네?’,

"아, 그리고 아-린이 주문한 민트 초코 바나나 찹쌀떡 이랑 민트 두리 안 미

트파이 먹을 때 같이 먹어요!"

"네?!’,

엘라는 아나스타시 아의 입에서 나오는 요구사항에 경 악했다.

꿈속을 돌아다니면서 온갖고생을 해야하는데다가, 아린이 시킨 괴식을

같이 먹어야한다니?

참으로 끔찍 한 요구사항들이 었다.

하지 만 엘라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 를 끄덕 였다.

그리곤 아나스타시 아의 손을 꼭 붙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정말고마워요. 그리고, 꼭 무사히 돌아와주세요.’,

그러 자 아나스타시 아는 고개 를 갸웃거 렸다.

"뎅?’,

"네?’,

"동생도 같이 가는건데요?’,

"네?’,

아나스타시 아는 배시시 웃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엘라의 손이 빠져나갈 수 없게.

"그, 네. 같이 가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제 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나요…?’,

엘 라는 조심 스럽 게 아나스타시 아에 게 물었다.

아나스타시아를 돕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

해도 자신은 아나스타시아만큼 신비하고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으

니까.

그러니 오히려 자신이 도움은커녕 방해만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분명히 방해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꿈에서 가져온 것들을 사용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아나스타시 아와

는 달리 , 그녀는 기 본적 인 위 치 크래 프트도 낑 낑 대 는 둔재 였으니 까E

그렇기에 당연히 아나스타시아가 자신을 버려두고 갈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도움이 된다니 ?

엘 라는 눈을 깜빡이 며 아나스타시 아를 바라보았다.

"네에. 도움이 된답니다."

아나스타시아는 엘라의 자신감을 높여주려는 듯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게이밍 오목눈이가동생을 도와줄 거랍니다!’,

"게이밍 오목눈이….’,

엘라는 자신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명칭이 어느새 정식 이름이 되어버

리고만, RGB 색 상의 빛으로 반짝이는 오목눈이 를 바라보았다.

오목눈이는 고개를 슬쩍 들어서 엘라와 눈을 맞췄고,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해결할 것이라며 자신감 넘치게 짹 하고 울었다. 그리곤 어서 가자는 듯 몸

을 들썩들썩 움직이더니 날개를 꺼냈다.

털 뭉치 속에서 날개를 꺼낸 오목눈이는 손으로 북을 치듯 번갈아 가며 엘

라의 팔을 툭툭 쳐댔고, 어서 앞으로 가자는 듯 고개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모습이 마치 신나는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것 같이 보이기도했다.

"자, 그럼 가볼까요!"

아나스타시 아는 모험을 떠 나는 것 같은 말투로 소리 쳤다.

그리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반짝이는 망토를 몸에 둘러 자기 몸을

꽁꽁 싸맸다. 그리고 몇 초 뒤 마술사가 하는 것처럼 거칠게 망토를 걷어냈다

그렇게 망토가 사라지자 보인 것은 화려한 색상의 옷.

엘라는 절대 입지 않을 것 같은, 노출이 가득한 옷차림 이 었다.

"짜잔-!’,

좋게 말하면 활동적 인 옷이고, 나쁘게 말하면 노출이 많은 옷.

어디 따뜻한 휴양지에서나 볼 법한 알록달록한 색감이 가득하고, 거기에

곳곳에 반짝이 가루를 뿌리 기 라도 한 것처 럼 반짝거 렸다. 게 다가 활동성 에

만 중점을 둔 것인지 노출이 상당히 많았다.

마치 더운 지방에서 조깅을 할 때 입을법한 옷 같았다.

아나스타시아는 자랑하듯 자신의 옷을 당당하게 엘라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곤 한 손에는 망토를, 다른 손에는 엘라의 손을 쥔 채 그대로 구멍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펄럭.

그녀는 망토를 마술사처럼 휘둘러 구멍을 덮었다. 그리곤 몇 초 동안 기를

불어넣기 라도 하는 것 같은 시늉을 하고 망토를 거둬들였다.

"짜잔!’,

그러자놀랍게도구멍이 커져 있었다.

두 사람은 너끈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자, 가죠!’,

"네? 네….’,

"자, 갑시다! 모험의 세계로!"

* *

두 사람은 윌리엄의 악몽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둘이 나타난 곳은 폐병원의 내부가 아니라 망망대해

의 한복판이었으며, 붉은 볏을 가진 고래가둘의 존재를 깨닫고 미친 듯이 거

품을 일으키 며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그대로 내 버 려 뒀다간 저 고래 가 한입 에 둘을 삼키 리 라.

"엘라! 게이밍 오목눈이를 들어요! 저 고래를 향해서!"

"네, 네!’,

"그리고 절따라 하세요!’,

아나스타시 아는 비 장한 표정으로 소리 쳤다.

"RGB 브레스! 발사!’,

"RGB 브레스,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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