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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261화 (261/526)

<261화 > 예언이이루어지리라

구멍은 마치 영화처럼 카메라를 움직였다.

폐병원의 안을 보여주었고, 줌 아웃을 하는 것처럼 서서히 영상을 변화시

켰다.

그리고 시야가 병원의 옥상을 뚫고 하늘 높이 올라갈 때쯤이 되 어서야 더

이상의 움직임을 멈추고 담담하게 그 풍경을 보여주었다.

끔찍하면서도 역겹고, 두려우면서도 환상적 인 모습.

엘라가 언젠가보았던 '폐병원,의 참모습을 말이다.

그것은꿈의 환상에서 비롯된 부스러기 같은형상이었다.

폐병원은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솟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에 병원 하나만 우뚝 솟아 있는 것 같은 모습처

럼 보이기도 했고, 어쩌면 육지였던 곳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병원을

남기고 모조리 물속으로 파묻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그 모습은 참으로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했으며, 묘하

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면모가 있었다.

새까만 창문.

칠이 다 벗겨져 흉해진 외관.

따개비가가득들어차 징그럽게 보이는 1층의 벽면.

오물이 묻어서 미끈미끈할 것 같은 돌계단.

바닷바람에 녹이 슬어 새빨갛게 변해버린 비상탈출용철제 계단.

굳게 닫힌 철문.

그리고 불청객들이 그려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겨운 욕설과 그림.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었다.

게다가이 병원의 두려운 면모를 더더욱 부각하는 요소가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의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노랫

소리였다.

『 오래전, 아주 오래전. 조개 가 다리 가 달려 돌아다니고 고래 가 하늘로 올

라가 옆집 촌놈네 신들을 다 때려잡았을 아주 오래 전 ! 나는 술집에서 술을

달라고했었지!』

눕 식초가되어버리기 직전의 시큼한술! 마실 때마다취기는커녕 구역질만

올라오는 술 같지 도 않은 술! 거 기 에 말라비 틀어 진 양배 추와 반쯤 썩 어 버 린

훈제 양머리를 곁들이면 더할나위가 없겠지!』

눕 이것이 바로 바다사나이의 만찬이 아니겠는가! 禳

뻥 뚫린 구멍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노래 라고 부르기 에 는 고래 고래 악을 써 서 만드는 소음 같은 노래.

하지 만 그냥 소음이 라고 여 기 기 에 는 사람을 섬 찟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

었다.

그것은 바로 목에 물이 들어찬 상태로 노래를 부르는 듯 부그르르-1하는

물 끓는 소리 가 노래 곳곳에 묻어 나오고 있었다는 점 이 다. 그것을 듣고 있자

면 자연스레 물에 퉁퉁불어버린 시체가목과폐에 들어찬물을 밀어내며 소

리를 내뱉는 모습이 상상되 었다.

눕 술잔을 들어라, 형제여.술잔을 들어서 목으로 넘겨라!』

『역겨운 술을 한잔넘기며 외친다. 오늘도 애새끼들을 살려둔 ■아이들의

훌륭한친구,를위해서건배!』

『건배!』

눕 역겨운 술에 아낙네의 눈알을 넣고 넘기며 외친다. 오늘도 내 밑에 깔린

여자들을 위해 건배!』

『건배!』

눕 역겨운 술을 통째로 들어 들이부으며 외친다. 식량을 제공하고 장난

감이 되어 죽은 놈들을 위해서 건배!』

『건배!』

그 무서운 소리는 점차 커져 나갔다.

바다 깊숙한 곳에 있던 자들이 수면을 향해서 다가오며 외치는 것처럼 말

이다.

눕 뿔잔에 넘치게 역겨운술을 담아라!』

눕 뿔잔을 부딪쳐 술이 넘치도록 강하게 쳐라!』

눕 뿔잔을 바닥에 놓았을 때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모조리 넘겨라!』

눕 좋구나! 좋아! 끝내주는 술에 만찬까지!』

눕 이것이 바로 바닷사람의 즐거움이지! 禳

첨-벙-!

첨벙-!

첨벙!

이 윽고 그것들은 마침 내 수면 위 로 모습을 드러 내 었다.

그들은 원뿔 모양의 투구를 쓰고, 가죽과 사슬을 사용해 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기묘한문양이 새겨져 있는 금속

가면을 쓰고 있었고, 헤지고 우그러진 갑옷은 기묘한 패턴과 문양이 잔뜩 그

려져 있었다.

또한 한 손에는 뿔로 만든 술잔을, 한 손에는 던지는 용도로 사용하는 자

그마한 손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옛날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바이킹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적 어도 상체 부분만큼은 말이다.

안타깝게 도 바이 킹 들은 온전한 상태 가 아니 었다.

몸이 정확히 반으로 토막 나기라도 한 듯 배꼽 아랫부분이 없었고, 물 위

에 떠다니며 과거를 추억하는 노래를 고래고래 외치고 다녔다. 게다가 그들

의 뱃속에는 녹이 잔뜩 슬어있는 기다란 쇠사슬이 있었고, 그 쇠사슬은 바다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닻과 연결되 어 있었다.

그렇다.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는 저 바이킹들은 전부, 닻에 묶인 채 ■부표(浮標),

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 가련한 존재들이 었다.

죽어서도 바다에 묶인 채 비참한 처지가 되 어버렸으며, 전사로서의 과거

를추억하기만할뿐 그위용을 보여줄 일은 영영 없어진….

그저 고통받고 후회 하며 자신이 스러질 날만을 기 다릴 뿐인 무력한 존재

일뿐.

『 나는 위대한 전사, 위대한 바다 사나이! 禳

눕 신의 인도 아래 모든 것을 쳐부수는 위대한사나이! 禳

그들은 악을 썼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 기 에.

피가흐르는 전투도, 편안한 영면도….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그들에 게 허 락된 유일한 행동이 기 에.

그렇기에 그들은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닻에 묶인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잊기 위하여.

내장을 묶고 있는 쇠사슬에서 전해오는 심해의 서늘함에서 벗어나기 위

해서.

그리고,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끔찍한존재를 위해서.

우우우우

고래의 소리.

사람의 정신을 뒤흔들어놓는 불길한 울음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코와 입에 피 가 들어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끔

찍한소리.

!..

!.

.......

첨-벙!

콰아아앙!

그것은 부표의 소리를 듣고 바다를 헤엄치며 폐병원의 앞까지 도달했다.

붉은 볏을 수면 위로 내밀어 하늘거리며 움직였고, 거대한 꼬리를 이리저

리 내리치며 폭발음과 함께 물보라를 일으켰다. 불길한울음소리를 낼 때마

다 어 마어 마한 양의 거품을 만들어 내 며 바다를 거품으로 뒤 덮었고, 닻에 묶

인 채 노래를 부르는 ■부표,들을 마치 과실을 따 먹는 것처럼 지나가며 하

나씩 씹어먹었다.

콰드득!

[ 아아아아으T! ]

붉은 볏을 가진 고래에게 씹어 먹힌 존재들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었다.

악을 쓰며 부르던 노래와는 달리 그들의 비명은 절망과 고통의 감정이 가

득 담겨 있었다.

그들은 사람의 몸뚱이를 반으로 잘라버리는 거대한 송곳니에 씹히며 겁

쟁이처럼 울부짖었고, 이제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다며 붉은 볏의 고

래에게 애걸복걸했다.

이제 제발 자신을 놔달라고.

더 이상고통받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사악한 고래는 바이킹들의 애원을 무시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의 애원은 무시되리라.

살아생전 수많은 살생을 통해 피비린내를 묻힌 그들의 영혼은…피와 살

육을 좋아하는 이 사악한 고래 에 겐 훌륭한 간식 이 었으니 까.

첨-벙!

그렇게 사악한 고래는 바이킹들을 모조리 씹어먹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일까?

고래는 자신이 씹어먹을 것이 없음에 짜증을 냈고, 피거품 같은 걸쭉한 액

체를 이 리 저 리 뿜어 내 며 분노를 표출했다. 고래는 그러 기를 몇 번 반복하더

니 바다위에 솟아난 폐병원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고, 이윽고 꼬리를 채찍

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아앙!

꼬리는 채찍처럼 움직 였고, 망치처럼 건물을 후려쳤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했는지 꼬리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사방으로 물보

라가튀며 굉음이 울려 퍼졌고, 꼬리가 건물에 부딪힐 때마다세상이 뒤흔들

리는 것 같은 거대한 진동이 퍼졌다. 게다가 들이치는 파도 역시 충격파에 방

향을 잃은 듯 이리저리 방황했으며, 바다를 뒤덮었던 거품 역시 충격파에 의

해 하늘 높이 솟았다가 떨어져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분수가 솟아나는 것 같

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부우우우우一-우우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고래의 꼬리 치 기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거대한 꼬리에 과자로 만든 집처럼 부서져야 할 병원은 무언가에 보호

되고 있기라도 한듯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으며, 다 낡아빠진 벽면에는 자

그마한 실금조차 생 기지 않았다.

대신에 충격 때문에 열린 것인지, 아니면 이 정도는 허락한다는 것인지

정문의 문이 슬쩍 열렸다.

부우우우一

고래는불길한울음소리를토해내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저 건물을 때려 부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고,

저 병원 안쪽에 꼭꼭 숨어있을 진미(珍味)를 직접 씹어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뜨리며 수면에 꼬리를 내려쳤다.

퍼엉-!

콰앙!

하지만 그렇게 분노를 표출한다고 한들 안되는 것은 안되는것.

사악한 고래 는 안 되 는 일에 매 달리 기 보다는 사악한 꾀 를 사용해 안에 있

는 진미를 밖으로 끌어내고자 했다.

부우우우----

자신을 따라다니는 작은 고래들을 부리 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라우드켐빙어는 거품 속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작은 고래들을 불러 자신

에게 다가오게 했고, 자기 몸에 흐르는요정의 저주를 이용해 사악한 마법을

부려 그들의 형상을 바꿨다. 그러자 거품 속에 숨어있던 가장 작은 고래에

게 팔다리가 생겼다.

그것은 라우드켐빙어의 명령에 따라 피거품을 헤치며 병원의 계단으로

발을 디 뎠고, 네발로 기 어 가며 문 안으로 자기 몸을 욱여 넣었다. 그리고 그렇

게 고래의 몸이 반쯤 들어갔을 때….

푸우욱!

찌직.

찌이이익!

그 고래의 몸 안에서 팔이 솟구쳤다.

앙상한 팔은 고래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내었다.

[윌-리-엄.]

[우리가찾아왔습니다.]

[ 이번은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입 니 다. ]

고래의 몸을 찢고 나온 것은 악령들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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